개성 있는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가 기선이 만화가가 되기로 한 동기는 의외로 소박했다고 한다.대학 재학 중이던 시절 진로 문제로 고민하다가 결정하게 된 것이 만화가로서의 길이었는데 어린 시절 만화를 읽고 직접 이야기를 지어내며 그림을 그리던 기억들과 만화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았을까 라고 술회한다. 그녀에게 영향을 준 만화가들은 김진, 강경옥, 이강주, 안노 모요코, 타다 유미, 마츠모토 타이요우 같이 자기만의 개성이 강한 인물들로 이들을 롤 모델로 삼아 프로 작가로서 정진하게 된다.
프로 데뷔전에는 만화 동아리에서 6개월간 활동하며 기초적인 부분부터 다져나가기 시작했고 이후 독학으로 실력을 익히면서 만화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했다. 데뷔 직전엔 한승희의 어시스턴트 생활을 1년간 하면서 프로 작가의 원고 작법을 가장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 세 가지 경험 모두가 큰 도움이 되었으며 이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데뷔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내실을 다져나가면서 출판사 편집부를 방문하거나 공모전에 참가, 기회를 엿보았으나 계속 떨어지는 등 고난의 연속을 맞이하다가 2001년 〈윙크〉 편집부에 선보인 단편 「마이 베이비 돈 케어」 (My Baby Dont Care / 그룹 비틀즈의 노래 “Ticket To Ride”의 마지막 가사라고 함)가 윙크 지면에 실리면서 프로 작가로 데뷔하기에 이른다.
△ 「게임방 손님과 어머니」 표지
이후 〈윙크〉를 통해 「도미노」, 「크리스마스의 전설」, 「치사량 아이스크림」 같은 연애물을 발표하면서 독자들의 주목을 받게된 기선은 2005년 그녀의 출세작이 된 「게임방 손님과 어머니」를 〈윙크〉에 연재하게 된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이 심야에 게임방을 이용하다가 사려 깊은 게임방 사장의 커피 대접에 큰 감동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이때 떠올랐던 아이디어가 「게임방…」의 컨셉이었다 한다. 주된 내용들은 그녀가 과거 게임방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그리고 게임방 단골손님으로서 겪었던 경험들에서 비롯됐다고 하며 작품은 연애물로 만들어졌지만 원래 의도했던 테마는 “게임방 폐인들의 즐겁고 훈훈한 이야기”였다고 한다.「게임방…」의 완결 후 기선은 현재 〈팝툰〉에서 기존 만화의 형식에서 탈피해 일반 상식에 일러스트를 가미한 「품위생활백과」를 연재하면서 독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