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출생. 시나리오 작가이며 만화가이다. 파리 장식미술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한 그는 단편으로 만화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뉴요커>와 <리베라시옹>의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한 그는, 흑과 백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표현적인 데생으로 유명하며, 90년대에 데뷔한 새로운 프랑스 만화 경향을 이끄는 대표주자로 독자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작품으로 <아메리카의 편지>, <미첨>, <써니문 공주님 병들다>, <펩럼>, <펩럼 제작 노트>, <블로치, 파리의 왕>, <란초 브라보>등이 있다.
코르넬리우스 출판사에서 30쪽 내외의 얇은 책자 시리즈로 출판된 블러치의 <미첨>시리즈는 언어가 거의 사용되지 않고 거친 흑백의 이미지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찬찬히 이미지의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블러치 특유의 기괴하고 몽환적인 이미지에 완전히 빠져버리게 될 것이다. 스토리 없는 스토리, 미 대중문화의 기호에 대한 기묘한 뒤틀기, 관습적인 것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 등은 독자들에게 이제까지의 독서 관을 완전히 버리고, 다시 새로운 형식의 독법으로 블러치의 만화와 만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무겁고 육중한 판타지, 블러치의 세계
고대 로마제국을 배경으로 기구한 운명의 노예의 모험담을 그린 <펩럼>, 기묘한 전이와 악몽에 관한 <미첨>시리즈로 유명한 블러치는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젊은 작가의 대표주자이며, 매우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놀라운 그래픽 노블 <펩럼>에 관해 로마시대를 다룬 거작 사티리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으며, 중세의 목판화나 현대의 표현주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그의 그래픽은 놀라울 정도로 상징적이며 비극적이다. 단테의 신곡을 이미지화한 듯한 지옥과 전쟁, 학살 등의 묘사, 강박증 적이고 물신적이며 정신분열적인, 마치 햄릿과 카프카의 요제프 K를 연상시키는 생베의 캐릭터는 매우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또한 미첨 시리즈에서 느껴지는 단순함 속의 기이함과 어두운 음영이 던져주고 그로테스크한 데생의 파워 풀한 매력을 느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