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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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득

권용득은 급하다. 만화를 하기로 결심하고부터 지금까지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다. 본인이야 부지런한 사람이 그러하듯 스스로는 게으르다고 말하지만, 만화를 보자면 그게 아니다. 만화를 하기로 마음 먹고, 이제 2년을 좀 넘긴 시점에 그가 보여주는 변화의 모습은 행동하는 자의 장점을 보여준다. 더위가 최고조에 달한 여름날, 옹기를 굽는 가마 속 같은 작업실에서도 만화를 친구 삼아, 고양이 ‘경자’를 애인 삼아 열심히 펜을 움직이는 만화가 권용득을 만났다.

2004-08-01 김대중


 


Q. 옛날에 좋아하던 만화 있어요, 자신의 만화적인 기반 같은 거···?
A.  수도 없이 많죠. 음, 근데 그런 기반 같은 건 솔직히 없는 편이에요. 제가 만화를 그리는 데 원동력이나 기반은 오히려 영화에 있는 것 같아요.   


Q. 영화요?
A.  <칠수와 만수>, <우묵배미의 사랑> 같은 영화···. 그냥 유독 그 영화 두 개만 제 기억에 오래 남네요. 왜 진짜 지      


Q. 옛날에 좋아하던 만화 있어요, 자신의 만화적인 기반 같은 거···?
A. 수도 없이 많죠. 음, 근데 그런 기반 같은 건 솔직히 없는 편이에요. 제가 만화를 그리는 데 원동력이나 기반은 오히려 영화에 있는 것 같아요.  


Q. 영화요?
A. <칠수와 만수>, <우묵배미의 사랑> 같은 영화···. 그냥 유독 그 영화 두 개만 제 기억에 오래 남네요. 왜 진짜 지독한 삼류 인생을 보여주면서 그 인생의 극단이 아니라 낙이랄까 희망을 보여주는 게 좋았어요. 그리고 요즘에는 기타노 다케시나 임순례 감독이나 홍상수 감독한테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워낙 가리지 않고 많이 봐서 그냥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는 게 옳을 거예요.


Q. 용득 씨는 개인적인 혹은 가정적인 가치관이나 신앙 같은 게 있나요?
A. 그런 게 딱히 있진 않아요. ‘거짓말하지 말자’ 정도··· . 하지만 가치관이 분명하지 않아서 작업이 무리가 있진 않아요. 제 도덕적인 관점과 제가 만화 안에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별개니까요. 하지만 그만큼 진실하려고 합니다. 


Q. 작가는 선택적으로 보고, 선택적으로 취합한 걸 만화 속에서 선택적으로 구성하잖아요. 자기 만화를 보면 반대로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죠. 그런 면에서 용득 씨는 어떤 사람입니까?
A. 아직 잘 모르겠네요. 저는 누군가에는 지독하게 나쁜 놈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고마운 사람이기도 하고, 소심하기도 하고, 느긋하기도 하고··· 하여튼 그런 질문이야 수도 없이 던지지만 그것의 반복은 너무 에너지 낭비라고 판단했어요. 게다가 아직 제가 하는 이야기도 정리되었다거나 그래서 눈에 띄는 구조 같은 게 있지 않으니까요.   


Q. 만화하면서 짧은 시간 동안 성장하고 인정받고 그랬다고 보는데요···. 왜 그런 거 같으세요?
A. 제 태도가 적극적이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이제는 태도나 자세가 아닌 만화로 인정받아야겠죠.  


Q.  네. 만화는 인정받고 있는 거 같은가요?
A. 음··· 가끔 인정받고 있구나라고 느끼지만 아직은 아니다 싶어요. 왜냐면 제가 하려는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니까요. 저는 제가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건방진 얘기를 스스럼없이 하기도 했었죠. 근데 막상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알고 있는 건 아주 조그맣다라고 느껴져요. 그나마 장점이라면 젊다는 거, 그래서 좀 더 나은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다는 거겠죠. 



  

Q. 요즘에 관심 가는 작품이 있어요?
A. 정송희 씨의 <신체적 접촉에 관한 짧은 회상>. ‘그게 뭔지 몰랐어’ 라든지 ‘신체적 접촉에 관한 짧은 회상’이라든지··· 음, 적극적이고 솔직해서 좋더라구요···.  


Q. ‘그게 뭔지 몰랐어’에 나오는 상황은 강간인가요, 어떤가요?
A. 아니라고 생각해요.  


Q. 뭐가 문젠가요? 그 주인공 세 사람에게...
A. 그 누구의 문제도 아닌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 버린 게 아닐까 싶어요. 함구하고 피하고 부정하고··· 우리 사회는 성적인 문제에 대해서 항상 그렇게 대처했어요. 하지만 결국 누구나 아버지가 되거나 어머니가 되죠. 그렇게 무식하게 인지해 버리는 거죠. 섹스는 사랑의 결정체도 아니며 생명의 잉태도 아닌데, 알고 보면 남자니깐 여자니깐 그래서 자연스러운 행위인데, 우리는 그걸 굉장히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현실 만화계는 어떤 거 같아요?
A. 음. 문제들은 외면한 채 만화업 종사자들의 생존과 밥그릇에만 열을 올리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다만 저는 모두가 진심으로 자기 작품에 매진하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싶네요. 솔직히 큰 행사나 기획이 대중에게 얼마나 의미있게 만화를 보여주고 있는지 의심스러워요.    


Q. 어쨌든 또 도움이 되기도 하는 거니까요. 아예 없는 것보단 나을 수도 있고, 또 변화의 단계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요. 
A. 네··· 저도 비관적으로 보진 않아요. 그냥 어떤 문화가 자리잡기 전의 똑같은 과도기가 아닐까 싶어요.    

  

Q.   꼭 해 보고 싶은 작품 같은 거 있어요?
A. 네, 저를 까발리는 거···. 제 인간성 혹은 제 비겁함 등을··· 자조적인 만화는 아니구요.. 실제 그런 상황들이 있었어요, 누군가에게는 지독하게 나쁜 놈이 될 수밖에 없었던··· 


Q. 나쁜 놈이라는 생각 말입니까? 
A. 총체적으로요. 저 자신에 대한··· 왜 그렇게 선택했었나 혹은 왜 그렇게밖에 생각 못 했나 등에 대한 얘길 해 보고 싶네요. 

Q. 세상에 대해 뭔가 당한 게 있다고 생각하나요?
A. 아니요··· 당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하··· 제가 자초한 결과들이었겠죠. 뭐, 결국에는 저란 인간이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아무튼 지금은 그런 용기가 나질 않아요. 
   
Q. 저는 용득 씨가 어떤 부분에서 허영만과 같은 만화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선 만화의 양이 많았으면 한다는 거죠. 
A. 저도 그러고 싶어요. 하고 싶은 애기가 많아져요, 점점···   

Q. 용득 씨는 지금 힘이 넘치고 있고 앞으로 한동안은 그럴 거 같아요. 
A. 그래야죠. 근데 그리는 속도가 안 되니 아무래도 양으로 승부하긴 힘들 것 같아요. 제 그림 그리는 속도 말이에요. 얘기가 많아지고 깊이가 있어져서 좋긴 한데, 시간 싸움에 대한 인내심이 아직은 좀 부족한 것 같아요. 

Q. 어차피 이야기의 속도를 만화가 따라갈 순 없으니까, 지금 그리고만 있다면 시간이 해결해 줄 겁니다. 우선은 나오는 대로 해도 점차 자신의 이야기의 핵심을 보여주는 형식이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용득 씨가 한 사오십 정도 되었을 때 작업이 기대가 됩니다. 
A. 천재들은 다들 이십 대에 걸작을 만들었는데, 사오십 대가 기대된다면 저는 천재는 아니네요. 크크···   

Q. 만화에는 천재가 나오기 힘들다니까요. 만화는 이야기그림이잖아요. 그림은 감수성으로 그릴 수 있어도, 이야기는 삶의 경험이 뒷받침이 되어 줘야 하니까요. 
A. 천재보다는 임순례 감독 같은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Q. 그런 만화가가 될 겁니다. 진지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세상 속에서 살면서 세상을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작가이기를, 또 작품을 기대하겠습니다. 
A. 고맙네요.  

   
   
 

◎ 권용득 약력 ◎    

1977년 10월 11일 경상북도 왜관 생
1996년 금오공과대학교 전자제어과 입학
2001년 금오공과대학교 전자제어과 중퇴
2002년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과 입학   


 

2003년
만화창작동인 테두리 활동
4월 악진에 연재 시작(단편 비주류의 반격1,2 게재)

2004년
4월 악진에 단편 어느 중년의 일기쓰기, 산다는 건 게재
4월 딴지일보에 테두리 만화연재코너 기획, 동일매체에 단편 비행,
Amnesia게재
5월 악진에 단편 굿모닝 게재
6월 악진에 단편 집으로 돌아가는 길 게재
7월 영점프 폐간호에 단편 라스트 히어로 게재
9월 부천 제1회 우수동인지 공모에 <테두리>로 참여
10월 야후코리아 뉴스 카툰 부문에 풍기문란 연재
11월 악진에 단편 러브스토리 게재
12월 악진에 연재작 영순이 내 사랑 1화 게재
1월 부천 제1회 우수동인지 공모에 <테두리>가 당선, 청춘호 기획
2월 악진에 연재작 영순이 내사랑 2화 게재
3월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과 중퇴, 야후코리아 뉴스 카툰 부문 풍기문란 연재
4월 악진에 단편 아무개 씨 게재
5월 서울애니메이션 센터 주최 사전제작지원 공모에 영순이 내 사랑 당선
6월 악진에 단편 소년은 울지 않는다 게재
8월 악진에 단편 운수 좋은 날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