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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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

혜성처럼 등장하여 갑자기 사라져버린 이명진씨. 어느날 그가 어른이 되어 돌아왔다. 고등학생이던 92년 소년챔프 만화대상을 수상했을때 나이가 18세. 인기절정의 94년 만화계에서 자취를 감췄던 그가 지난 1월 <소년 챔프>에서 <라그나로크>로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시간떠나있었던 만큼 성숙해 돌아온 그가 연재하는 장르는 다름아닌 환타지.. 오랜 공백기간 만큼 꽉찬 듯해 보이는 ‘라그나로크’는 현재 만화뿐만 아니라 게임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바람 많

2002-04-01 홍승구

어쩐지 라그나로크가 일어날 것 같은 저녁 이명진을 만나다

혜성처럼 등장하여 갑자기 사라져버린 이명진씨. 어느날 그가 어른이 되어 돌아왔다. 고등학생이던 92년 소년챔프 만화대상을 수상했을때 나이가 18세. 인기절정의 94년 만화계에서 자취를 감췄던 그가 지난 1월 <소년 챔프> 에서 <라그나로크> 로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시간떠나있었던 만큼 성숙해 돌아온 그가 연재하는 장르는 다름아닌 환타지.. 오랜 공백기간 만큼 꽉찬 듯해 보이는 ‘라그나로크’는 현재 만화뿐만 아니라 게임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바람 많이 부는 봄날 인기작가 이명진씨를 만났다.

‘어쩐지 저녁’이후 꽤 오랜 시간 동안 공백기를 가졌는데

군대에 다녀왔어요. 제대하고 한달 있다가 바로 연재를 시작했죠. 화실이 정비되고 나서 바로 연재를 시작해서 현재까지 많이 쫓기는 기분이랍니다.

환타지로 컴백한 이유

처음부터 환타지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쩐지 저녁을 할때는 환타지를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실력이 쌓이면 환타지를 하려고 했어요. 군대에 다녀오고 나니 시중에 환타지 만화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좀 여유를 가진 후에 연재를 하려고 했는데 출판사쪽의 독촉도 있었고 바로 연재를 하게 되었죠. 연재를 하게 되니 많이 힘들더라구요. 지금도 많이 힘든 상태.. 원고 하고 쉬는날에 게임일 하고 그렇답니다. 여름쯤에는 좀 쉬어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답니다

이명진씨가 생각하는 환타지는 무엇

현실에 없는 세계를 만들어 독자를 초대하는 거죠. 마치 여행을 하듯이 만화를 보는 동안에는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해야하나... 물론 준비하는 작가나 독자 모두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하겠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놓고 작가는 준비를 하면서 독자는 만화를 접하면서 서로 쌍방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거죠. 이것은 환타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만화라는 매체 자체가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답니다.

라그나로크는 북유럽 신화를 바탕에 두고 있는데 평소 신화를 좋아하나

예. 좋아해요. 라그나로크는 전체 북유럽 신화 내용을 차용한 것은 아니구요. 등장인물과 일부 지명등을 차용했어요. 북유럽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매력이 상당하거든요. 내용은 동화적인 면이 좀 있구요. 실제로 생각하면 황당한 면도 있어서 그것을 바탕으로 제가 창작한 것이죠. 이름이나 기본적인 인물의 스타일을 재창조하는 것도 신선하게 다가오거든요. 예를 들어 로키가 악의 신이고 거짓의 신인데 제 만화에서 다른 모습으로 나오면 기존 로키를 알고 있는 분의 입장에서는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잖아요.

라그나로크에서 로키가 포스를 사용하는데 평소에 스타워즈를 좋아하시나 봐요.

스타워즈 좋아해요. 평소 제 만화를 보시면 제가 좋아하는 이미지를 많이 차용하는 편이랍니다. 제 만화를 보시면 평소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 수 있죠. 그런 것들을 알아주시면 즐겁답니다.

라그나로크는 게임으로 큰 성공을 거둬 일본쪽에서도 꽤 호응이 있는 걸로 아는데 일본쪽 연재는

일본에서도 게임 라그나로크 호응은 괜찮아요. 그런데 게임이 잘 되었다고 만화의 연재로 바로 연결되는 건 아니라 일본쪽에 연재를 하려면 준비를 해야하거든요. 의사소통의 문제나 번역, 그나라 정서등에 대해서 일본의 기자와 이야기를 해봐야 하겠죠. 그 후에 작화를 하는 거거든요. 그런 것 없이 번역을 하면 뭐랄까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안되는 부분도 있거든요. 양경일씨 같은 경우 아일랜드를 연재하면서 이미 준비를 하고 계셨구요. 크게 성공한 경우죠. 준비기간도 길었구요. 저는 지금 게임이나 한국쪽 연재가 겹친 상황이라서 또 일본 연재까지 시작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할까. 무엇이든 하나를 마무리 지어놓고 시작해야겠죠. 가서 실패하고 돌아오신 분들도 많이 있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혹시 애니메이션이나 피규어등 만화 외쪽에 대한 생각은 없으신지

생각은 있어요. 그런데 아직 한국 상황이 많이 열악해서.. 예전에 이야기가 있긴 있었는데 조건이나 상황이 안 좋아서 처음일지도 모르는데 좋은 선례를 남겨야 하잖아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어도 마찬가지죠. 모 제작사에서 이야기가 있긴 있었는데 역시 상황이나 조건이 안 좋아서.. 일본에서 콘택이 있었어요.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동영상 제작이요. 이번달 초에 일본 매드하우스의 로부테로 유키(로도스 도전기), 기타쿠보 히로유키(노인Z) 감독님과 만났어요. 그런데 자본이 워낙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라서.. 애니메이션쪽은 아직 확실한 건 없구요. 만들면 제대로 만들고 싶으니까.. 그라비티와 일하게 된 것도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다가 제 생각이랑 많이 맞는거 같아서 하게 된거구요. 게임쪽은 커뮤니티 중심의 게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평소 게임을 상당히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게임과 만화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게임 좋아해요. 요즘은 게임할 시간이 없어서 조금 괴롭답니다. 게임과 만화의 관계라.. 앞으로 더욱 친밀하고 불가분의 관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요즘 우리나라 만화시장이 많이 축소되면서 게임에 만화가 종속되는 경우가 없지않아 있는데 앞으론 상호보완하는 관계가 되었으면 해요. 예를 들어 만화에 등장하는 아이템이 게임에 등장하고 그럼 게임을 하는 사람쪽에서는 더욱 재미를 느낄수도 있고.. 서로 좋은 시너지효과를 기대해야 겠죠. 우리나라는 앞으로 창작품을 소중히 여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작권에 대한 문제도 그렇고 아직까지 사람들이 창작품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불하는 것에 인색한 듯 하거든요. 이부분이 창작의지를 많이 꺽기도 하구요.

이번에 연재하는 라그나로크는 대작이 될듯한데.. (아직까지(9권) 내용 전개가 산만하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등장인물들이 너무 빨리 나왔어요. 독자님들의 요구가 많아서요. 원래는 좀 더 늦게 등장해야 하는 인물들이 너무 빨리 나오다 보니 처음에 생각했던 스토리는 모두 배제하고 급하게 그리게 되었다고 해야할까요. 첫단추가 잘못 끼워진 셈이죠. 초반에 의도한 것처럼 되지않아서 저도 조금 답답한 상태랍니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중반쯤에 조금 쉬고 다시 연재하게 될 수도 있고요.

예전에 박무직님께서 이명진님의 최대의 강점은 스타일(나인.98년.003)에 있다고 했는데 이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자신의 강점은 무엇)

제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아요. 캐릭터 설정이나 디자인할때도 스타일을 많이 신경쓰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이 점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거 같아요. 앞으로 스토리에 많이 신경을 써야죠. 라그나로크는 한복의상을 접목시켜 보았는데요. 글쎄요. 독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어요. 다른 곳에 연재하게 되더라도 우리것을 접목시키는게 필요할 거 같기도 하구요.

‘라그나로크’에서 말하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쩌면 만화를 볼 때 재미가 없을지도 모르는데.. 흠.. 저는 인간중심의 사고를 가지고 있어요. 인간은 나약한거 같으면서도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거든요. 신념의 힘은 때론 신의 힘을 능가할 수도 있는 것이고 선과 악이라는 것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답니다. 라그나로크의 주인공은 Chaos는 그런 인간을 대변하는 존재인 셈이죠. 신이 원하는 완벽한 질서의 세계에 반기를 들어 지금 이대로의 인간을 대표하는 존재라고 해야하나... 그러니까 라그나로크(신들의 전쟁)을 통해서 인간의 위대성을 말하고자 했다고 할까요.

부천만화정보센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금 만화계가 많이 어려워요. 뭔가 지원이 있었으면 싶기도 하고 앞으로 부천만화정보센터에서 만화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해주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