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립 아브랑슈
▶ 카랑 다슈
작가 카랑 다슈에 대하여
1858-1909. 러시아 모스크바 출생. 본명은 엠마누엘 쁘와레. 카랑 다슈는 러시아어로 크레용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픽 로망의 효시라 할 수 있을 다수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남긴 카랑 다슈는 나폴레옹의 지지자였던 프랑스인 할아버지가 혁명 이후 모스크바 궁중의 무기 관리인으로 정착하면서 그곳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가 사망한 후 프랑스로 건너와 군복무를 하게 된다. 그때부터 파리지엔과 군대에서의 생활에 관한 유머러스한 삽화들을 그리기 시작, 카랑 다슈라는 가명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곧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작품집 <전설이 아닌 이야기>를 펴냈다. 당시 몽마르트의 유명한 카페이자, 동명 잡지였던 <검둥고양이>에 파리지엔의 유니크한 모습을 그린 삽화를 그려, 카랑 다슈는 일약 유명세를 타게 된다. 피가로지에 글이 없는 360페이지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연재했으며, 그것이 훗날 <마에스트로>로 묶여졌고,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이 실리지 않은 피가로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 카랑 다슈는 신문만화, 혹은 만평의 효시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그가 그린 당대의 인물들에 대한 유머러스하고도 적확한 캐리커처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다.
만화의 선구자, 카랑 다슈
만화의 형식적 특징은 그것이 칸, 페이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으로, 이러한 글과 그림이 결합된 일러스트레이션은 대략 19세기 무렵부터 만화라는 형식으로 정착된다. 카랑 다슈는 그러한 만화의 선구자들 중 주목할 만한 작가이며, 그의 작품들은 이러한 초기 만화의 형식이 점차 변모하여 진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직 대사는 거의 쓰여지지 않으나, 페이지 단위로 그려진 한쪽짜리 만화는 훌륭한 이야기의 전개를 가능하게 하는 형식적 장치가 되었다. 또한 당시의 근엄한 주류의 미술사나 회화 작품에서는 맛 볼 수 없는, 만화 특유의 풍자와 회화 정신이 한껏 살아있는 카랑 다슈만의 개성적인 작품 세계를 맛 볼 있을 것이다.
▶ 이반 알라그베
작가 이반 알라그베에 관하여
1971년, 라피 출생. 만화가이며 시나리오 작가이다. 배냉 출신의 아버지와 프랑스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혼혈아로 태어난 이반 알라그베는 오르세이의 과학 학교를 다니던 중 친구 올리비에 마르뵈프를 만나게 되고, 이어 만화에 입문하게 된다. 2년 뒤, 마르뵈프와 함께 처녀작 <매음의 도시-혼자 추는 춤>을 발표했으며, <아목>출판사에서 다수의 단편을 발표했으며, 여러 잡지에 단편을 발표하는 등 꾸준히 작품생활을 하고 있는 젊은 작가이다. 주로 본질적인 인종문제와 이주자로서의 소외에 덧붙여 인간 존재의 본질을 통찰하는 작품이 많으며, 거칠면서도 어딘지 서정적으로 느껴지는 굵은 흑백의 선, 표현주의적인 데생, 뭉툭한 듯한 인물들의 실루엣은 이반 알라그베 작품만의 매력이다.
시적 표현주의, 이반 알라그베의 작품 세계
알라그베의 작품은 단지 선 하나로도 얼마나 많은 차이와 표정을 그려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많다. 굵고 농밀한 붓의 터치와 날카롭고도 예리한 펜 선의 조화는 선 하나로 그 캐릭터의 내면을 자유자재로 표현해내고 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이외의 것들을 그려 넣음으로서 오히려 그 주제를 강조하는 수법, 주요한 이미지 이외의 군더더기는 과감히 생략해버리는 대담성, 백과 흑의 강한 대비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인상은 시적인 문체와 조화된다, 아나가 알라그베는 이러한 단순하고도 미니멀한 형식적 장치 속에 주로 자전적인 이야기와 흑인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의 문제, 보편적인 인간 존재의 소외와 고독, 소통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프란세스코 알탄
▶ 암브르
▶ 막스 앤더슨
작가 막스 앤더슨에 대하여
1962년, 시베리아 카레수안도 출생. 현재는 독일의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이다. 작품집으로 <픽시>와 <콘테이너 1,2,3 시리즈>, <굴파기>, <라모르와 씨 이야기>, <죽음과 캔디>등이 있으며, 거칠고 비뚤어진 선과 어딘지 강박적인 불안함을 느끼게 하는 캐릭터, 기괴한 유머, 종잡을 수 없는 기이한 스토리 전개 등으로 그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현재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막스 앤더슨의 작품세계
어딘가 카프카와 이오네스코 등의 부조리한 세계를 연상시키는 막스 앤더슨의 작품은 매우 개성적이고 독자적인 자신만의 캐릭터로 유명하다. 피를 흘리며 얼굴을 꿰맨 인형 같은 얼굴의 캐릭터와 얼굴이 자동차 모양인 비뇰레트, 뇌가 반쯤 열린 채 얼굴을 벌레들이 파먹어 들어가는 아이 등이 등장하며 유명한 캐릭터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패러디하는 등 이미 그의 세계로 접어들면 더 이상의 일관된 스토리나 관객의 눈길을 끌기 위한 다정다감한 캐릭터, 혹은 진지한 교훈 따위는 이미 폐기처분되고 만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라모르와 씨 이야기>는 막스 안데르송의 단편 모음집으로 벨기에에 처음 출판되었고, 이어 프랑스의 진보적인 만화전문 출판사<아소시아시옹>에서 장편 <픽시>도 출판되었다. 어딘가 병적이고 기괴한 캐릭터, 스토리나, 플롯이 없이 예측불허의 돌발 상황으로 갑자기 전이하는 이야기들, 강박적이고 신경증적인 그림체, 마치 버려진 인형들 같은 인물 등은 막스 앤더슨의 독특한 세계를 보여준다.
긴 악몽으로의 초대, 막스 앤더슨의 읽기
막스 앤더슨의 작품을 읽는 것은 하나의 긴긴 악몽으로의 초대이다. 몸이 마구 잘려나가고 길에서 만난 친구는 반갑게 내게 인사를 한 뒤 갑자기 총을 쏘며, 우리 집과 멀지 않은 곳에서 이상한 괴물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먹을 것이 없는 연인들이 서로의 머리를 부수고 뇌수 속에 있는 소시지를 꺼내 먹으며 행복해하는 세계. 막스 앤더슨은 이렇게 비정상적이고 비논리적인 사건과 인물들을 통해 과연 오늘날 이 세계에서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역설적으로 되묻는다. 또한 캐릭터들은 익숙한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팔 다리가 잘려나간 기묘한 표정의 인형이거나, 혹은 자동차나 총 등이 그대로 형상화된 캐릭터로서의 인성-물성의 경계를 교묘하게 흩뜨리고 있다. 이렇듯 물질적인 세계의 이면에 숨어 있는 폭력성과 우스꽝스러움을 기막히게 포착해내 만화적으로 표현하는 앤더슨은 기괴하고 불쾌한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도 어떤 유머와 통쾌함을, 또한 엉뚱함 속의 진지함을 보여준다.
▶ 장 밥티스트 안드레
▶ 안드레아스
작가 안드레아스에 대하여
1951년, 독일 뵈젠펠 출생. 마르뗑 안드레아스가 전체 이름인데, 안드레아스를 필명으로 쓴다. 독일의 뒤젤도르프 미술학교와 벨기에의 생 뤽 미술학교에서 공부했으며, 78년 <스키조>라는 작품으로 데뷔했다. 프랑스와 리비에르의 시나리오로 <선험적 계시>를, 80년대 초부터는 그로테스크한 탐정물인 <로크>시리즈를 만들었다. 작품으로는 탐정 라핑톤의 존재를 탄생시킨 기이한 공포물 <꾸뚜>, 마력적인 판타지의 세계를 보여주는 <크롬웰스톤의 모험>, <씨뤼스>, <산양자리>, <아즈텍>등 다수가 있고, 97년에는 모스키토 출판사에서 그의 작품세계를 다루는 작품론이 출판되기도 했다.
그로테스크한 판타지의 거장 안드레아스
고대의 신화적 공간과 미래사회, 현대가 끊임없이 엇갈리면서 기묘한 교차점을 만들어내는 그의 이야기들은, 시공간을 무너뜨리며 속도에 취해 휙휙 지나쳐 사는 초고속의 제트기처럼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이 시공간의 연결에는 신비스런 존재나 초자연적인 사물이 개입하여, 종교적 숭고함과 초월적인 신성함을 만화에 불어넣고 있다. 안드레아스는 자신의 예술적 토양이 되었던 작가들로서 판타스틱한 공상소설의 효시가 되었던 쥘 베른느와 애드거 알랜 포우부터 SF소설의 거장들인 아스모프와 필립 딕, 모더니즘과 누벨 바그의 선두주자였던 알랭 레네와 고다르 등의 이름들을 고백한다. 어린시절부터 탐독해왔던 고대의 신화에서부터 현대의 대중 모험소설과 할리우드 영화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들이 기대고 있는 세계는 무궁무진하여 다양한 시공간과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엮이면서 마치 페르시아의 융단처럼 화려한 무늬를 짜내는데, 무엇보다도 그 기법의 화려함과 완벽함으로 만화 마니아들을 매혹시킨다. 중세의 애칭 판화집을 감상하는 듯한 세련되고 날카로운 펜선,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칸 배치, 영화적 편집을 연상하게 하는 칸의 연결, 마치 카메라가 작동하는 듯이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역동적 시점과 깊은 심도를 보여주는 3차원의 입체적 영상은 만화의 한계를 뛰어넘어 만화 이상의 만화를 추구하는 작가 안드레아스의 야심을 보여준다.
▶ 세르지오 아라고네즈
작가 세르지오 아라고네즈에 대하여
1937년, 스페인 카스텔론 출생. 만화가, 시나리오 작가. 세르지오 아라고네즈의 부모는 스페인 내전을 피해 프랑스로 도피했다가 다시 멕시코로 이주해 그를 키우게 된다. 그는 프랑스인 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며 일찌감치 만화잡지에 작품을 싣는 등 만화가로서의 소질을 보였다. 잉칼의 시나리오 작가 조도롭스키와 마르셀 마르소에게 마임을 배워 훗날 만화가로서 커다란 도움을 받았으며, 1962년에 단돈 20불만을 들고 뉴욕으로 이주했다. 뉴욕으로 이주한 후로는 그리니치빌리지에서 여러 사람과 만나 교유하며 만화가로서의 터를 닦았다. <뉴욕식 연애담>, <신비의 집>, <비밀의 집>, <못난이 5인조>, <빙키 일당들>등의 수많은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오늘날 우리는 그의 만화 없는 뉴욕 타임즈와 TV광고는 상상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
<버즈&벨 시리즈>
세르지오 아라고네즈의 작품은 프랑스에서도 인기가 높아 파르동을 비롯하여 글레나와 젠다, 그리고 유명한 버즈와 벨 시리즈는 뒤피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 이 작품은 그 중 제 1권으로 <별세계에서 재난을 만나다>라는 부제 아래, 우주비행사 버즈와 사고뭉치의 원숭이 조수 벨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아라고네즈의 작품은 대사가 거의 없는데, 독특하고 상상의 허를 찌르는 상황과 반전의 묘미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법은 매우 놀랍다. 버즈와 벨을 이미 미국 사회를 이해하는 주요한 키워드의 하나가 되었으며, 그의 만화 캐릭터는 콘플레이크 광고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의 척병으로서 수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뉴욕식 유머, 세르지오 아리고네즈의 작품세계
뉴욕의 장 자크 상페라 할 수 있는 독특하고 재치 있는 아라고네즈의 캐릭터들은 빠르고 경쾌하며 역전된 상황이 불러오는 반전의 묘미를 살린 미국식 유머의 최고치로 손꼽힌다. 마르셀 마르소와 교우했던 경험은 인간의 감정이 동작과 표정 등의 행위로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는가에 관한 생생한 경험들이었으며, 그러한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현한 뒤에는 대사 없이 그림과 상황만으로 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써왔다. 그러한 그의 시도는 전 세계적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되었으며 오늘날 그의 작품이 가장 대중적인 만화 중 하나로 꼽히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딘가 나사가 풀린 듯한 외골수 조종사 버즈의 엉뚱한 원숭이 조수 벨의 대비를 통한 상황의 반전과 역설, 그리고 뒤집어 상상하기의 묘미는 아라고네즈의 수많은 매력 중 하나이다.
▶ 아리스토판느
작가 아리스토판느에 대하여
1967년 벨리프 출생. 벨리프는 프랑스령 서인도 제도에 위치한 과달루프 섬의 작은 마을이다. 만화가, 시나리오 작가이며 전체 이름은 블롱 아리스토판느인데, 아리스토판느라는 단순한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앙굴렘의 만화학교와 파리의 보자르 미술학교에서 만화를 전공했으며, 93년 <수다떨기>로 데뷔했고, <목신 판느, 불사조 이야기>, <악마 이야기>, <자빔의 자매들>등의 작품이 이R다. 아리스토판느의 작품세계 고양이를 좋아하느냐부터 시작해서, 피카소와 예술, 철학, 사랑, 인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관해 발랄하고 호기심 많은 두 여자가 끊임없이 수다를 떨어대는 만화 <수다떨기>와 어린 시절의 자전적 추억을 담은 작품 <자빔의 자매들>에 이르기까지, 아리스토판느의 작품은 소박하면서도 치우침이 없는 서사적인 구조로 호평 받았다. 개인적 이야기를 보편적 정서로 변화시키는 재능이나, 소소하고 사사로운 일상들에 관한 수다가 그의 작품 속에서 매우 개성 있는 한 편의 사회-현상학으로 명명되는 것처럼, 아리스토판느는 매우 프랑스적인 만화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프랑스인의 수다 전통에 관하여
프랑스인은 말이 많다. 혹은 말하기를 즐긴다고 해도 좋다. 프랑스에서 말하기의 전통, 즉discours(대담, 담론)의 문화는 매우 익숙한 것이다. 프랑스의 TV나 카페에서는 아리스토판느의 소녀들처럼 일견 의미 없을 수도 있는 수다에서부터, 철학자들의 논쟁, 정원 가꾸기에서부터 시작해서, 와인, 이성에게 어필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를 망라한 전문가들의 총평이 하루 종일 계속된다. 살롱문화와 카페문화, 그리고 일견 진지한 듯 보이다가도 달팽이 맛있게 먹는 법 등의 TV 토론회에 열광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당혹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대중매체가 발달하기 이전, 카페에 단순히 차를 마시러 가는 프랑스인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함께 토론계를 구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개성적이고 독특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말하기, 언어로 설명하기, 그리고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지식을 중요시하는 그들의 관습은 문학, 철학, 예술 분야에 있어 다양한 결과물을 생산해냈다. 어쨌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자신만의 discours, 즉 한 시간 이상 다른 사람에게 그 주제에 관해 수다를 떨 수 있는 discours를 한 두 개씩 가지고 있지 않은 프랑스인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스테판 아스티에
▶ 아탁
아탁의 <앨리스>에 대하여
루이스 캐롤의 천진한 앨리스를 기이하게 패러디한 불순하고 죄의식 없는 앨리스가 등장하여 현대인들의 불안 속을 헤집고 그 무의식의 수면 위를 둥둥 떠다닌다. 특별한 줄거리나 구조가 없이, 그저 어느 날 불쑥 시작된 이야기가 우물우물 하다가는 뚝 끝나버리는 식으로, 보잘것없는 상상들을 스푼으로 떠낸 잘려진 단면을 그대로 스케치한 듯한 여러 장의 에피소드로 묶여져 있다. 무의식 속의 강박관념과 신경증을 형상화한 잘려나간 뇌, 혹은 분열 된 작가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두 마리의 개 등이 등장하고, 아이다움, 아름다움, 정상적인 것 등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은 여지없이 파괴되거나 혹은 그 자체가 부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독자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점 자체가 작품의 포인트인 작품.
오브제 아트 스타일
아탁의 그림 스타일은 한 눈에 보아도 매우 독특한데, 가장 주목할 점으로는 인물과 상황이 묘사에 있어 대상을 보이는 대로 묘사하는 대신, 무의미하고 추상적인 기하학적 문양을 이용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예술가가 되고 싶어 하는 존의 얼굴은 점선과 소용돌이무늬, 그리고 괴상한 돌기들로 장식되어 있다. 눈이 있어야할 자리에 그려져 있는 무늬는 눈의 사실적인 형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눈의 상징, 혹은 대체물로서의 오히려 이상한 점이 아탁의 그림체에 그로테스크한 사실감을 불어넣는다. 이렇게 추상적인 오브제를 이용하여 대상을 표현하는 오브제 아트 스타일은 아탁의 장식적이고 반복적인 패치워크 같은 스타일의 여백처리와도 관계가 깊다. 또한 이집트 벽화에서와 같은 시점의 혼란-얼굴과 몸체의 방향이 뒤틀려 있다든지-, 마치 그림책에서 오려내 붙인 듯한 무의미한 오브제들의 꼴라쥬-배경에 물고기나, 잘려진 몸의 일부 등 괴상한 형태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점에 주목할 것-, 또한 오브제의 물성 자체에 집착하는 듯이 보이는 소품들은 독자들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의 악몽 속으로 빠져들게 할 것이다.
▶ 클로드 오클레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