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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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하기의 즐거움

{낯설게 하기의 즐거움}은 캄파닐레, 만초니 등 이탈리아 문학과 우고 프라트의 만화 등이 보여주는 상상력의 만찬을 기호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네 편의 문학 에세이를 싣고 있다...

2003-10-01 도서출판 열린책들



편집자노트


{낯설게 하기의 즐거움}(원제: {거짓말과 아이러니 사이Tra menzogna e ironia』[1998])에서 에코는 거짓말과 아이러니라는 주제와 연관된 소설, 희곡,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네 편을 분석하고 있다. 
그 각각은 사이비 소설같이 되어 버린 칼리오스트로에 관한 신화적 이야기들, 권력자들이 만들어 낸 언어를 불신하는 만초니의 소설, 언어의 불완전성을 우스꽝스럽게 드러내는 캄파닐레의 희곡, 코르테 말테세라는 주인공을 내세워 진짜 지도들에서 허구적 공간을 창출하는 우고 프라트의 만화 등이다. 
이 텍스트들의 저자들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면서 진짜를 가짜로 전락시키고 가짜를 진짜로 승격시키며, 언어가 가리키는 세계의 경계를 넘어선 영역에 대한 상상력의 욕심을 감추지 않는다. 에코는 말장난 같은 이야기들이 펼치는 거짓말과 아이러니 사이에 숨어 있는 의도들을 길러내어 낯설게 하기의 즐거움으로 안내한다. 낯설게 하기 속에서 모든 사물은 마치 태어나서 맨 처음 본 것처럼 새로운 시각 속에 놓인다. 예를 들어 에코가 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캄파닐레의 희곡에 나오는 대화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똑같은 문장인데, 영국에서 말했을 때의 의미와 미국에서 말했을 때의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하지」 「너는 나를 속이려 하는구나」 「너에게 맹세하는데, 사실이야.〈나는 여기 있다〉는 문장은, 영국에서 말하면〈나는 영국에 있다〉는 의미이고, 미국에서 말하면 〈나는 미국에 있다〉는 의미이지.」 「그것 정말 이상하군.」 그리고 다음과 같은 대화도 있다.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저는 페리클레 피스케티라고 합니다. 당신은요?」 「저는 아닙니다.」 
이처럼 말장난 같은 대화에서 언어의 빈틈을 읽어내는 작가의 시선을 읽어내고 이를 기호학적으로 탁월하게 분석하고 있는 에코의 이 책은 지적 만족을 충족시켜 주는 동시에 만초니와 캄파닐레 등 이탈리아 작가들이 펼치는 해학의 정수에 담긴 진실을 맛볼 수 있게 만드는 보기 드문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전혀 이질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두 권의 책은 에코가 단지 상상력이 풍부한 소설가 또는 박학다식한 이론가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기호학과 철학 그리고 문학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허구 세계와 현실 세계의 기호와 언어 속에서 작용하는 진실과 거짓말을 논하면서 사태의 핵심에 접근해 간다. 하지만 진지한 주제들을 예리하고 심오한 통찰력으로 바라보는 에코의 시선은 여전히 유머와 따뜻함을 잃지 않고 있다.


에코 라이브러리 Tra menzogna e ironia 
움베르토 에코 ( Umberto Eco ) 지음
김운찬 옮김 
2003-02-20 발행
isbn 89-329-0433-2 03880 
B6 160 면 
7500 원 (판매중) 

110-040 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의동 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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