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조인섭 변호사님께서 이혼이라는 주제가 비결이라고 하셨는데요. 반면에 이 주제가 박은선 작가님께는 아무래도 전문적인 법적 용어도 많고, 일반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아 힘드실 것 같은데요. 어떠세요?
박. 각색 난이도가 높은 편입니다. 전문적인 법적 용어의 경우 인터넷 검색을 하면 무슨 뜻인지 나와서 열심히 검색하며 작업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비상식적인 사람들(가정폭력범, 사기꾼, 불륜자 등)의 행동을 아무리 이해해 보려고 해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비상식적인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을 그대로 그려 버리면 스토리로서 개연성이 너무 없고 황당하고 독자분들께서도 납득이 안 될 것 같고요. 읽으면서 짜증만 날수도 있어서 말이 안 되는 현실의 이야기를 말이 되게끔 각색해서 나름의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어요. 짜증만 나는 것이 아니라,재미도 느껴지게끔 이야기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제가 평생 그림만 그린 미대 출신인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스토리 각색도 하게 되었는데, 제 전공이 아닌 일이라서요. 저에게는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일입니다. 그래서 그림 그리는 시간보다 각색 구성하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고 있습니다.
Q. 박은선 작가님은 원래도 이런 류의 주제나 소재에 관심이 많으셨는지요? 개인적으로 작가님이 선호하는 웹툰 주제나 소재는 어떤 것인지요?
박. 저는 이런 류의 주제나 소재에 관심은 없었고 제가 선호하는 주제나 소재도 없습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다 하는 편입니다.
딱히 ‘나는 이런 주제의 작품을 하고 싶다!’ 라는 생각도 안 해 봤습니다. 스토리 짜는 능력이 별로 없기 때문에 스토리를 주는 사람이 있으면 성실하게 그림을 그리는 편입니다. 무던하게 시키는 대로 주어진 일을 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계속 일이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Q. 작가님의 인스타툰 작품 활동이 실제 변호사 활동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나요?
조. 네, 인스타를 보고 찾아 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인스타를 보고 찾아 오시는 분들은 친근감을 느껴서인지, 상담을 받을 때 웃으면 들어 오시는 특징이 있으세요.
Q. 인스타툰을 통해 일반인에게 많은 법률 지식과 정보를 주고 계시잖아요? 혹시 내가 정말 일반인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구나, 실감하신 적이 있으실까요?
조. 많은 분들이 이혼과 관련된 위자료, 재산분할, 친권 등에 대해서 지식이 없으시지만, 웹툰이 올라가는 걸 보고 ‘위자료가 이렇구나, 친권이 이렇구나’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면서, 도움을 주는 것을 실감합니다.
Q. 올리시는 인스타툰을 보고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었다거나 하는 연락? 감사 전화 등을 받으신 적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그런 사연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조. 웹툰을 보고 ‘나만 이렇게 힘든게 아니구나’를 알게 되었다거나 ‘이혼결심에 대한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는 분들은 있어요. 그럴 때는 보람을 느낍니다.
박. 매회 독자들의 반응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그림 작가님이 조변님 덕질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댓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예리한 분입니다.
Q. 인스타의 특징상 흥미롭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간다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지나치지 않게 작가님이 첫 페이지에 신경을 써서 힘을 주는 부분이라거나 독자를 끌어당기는 포인트라고 할까요? 인스타툰 작업하실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이 있는지요?
박. 첫 페이지에 신경을 써서 힘을 준 적은 딱히 없습니다. 저는 마지막 페이지에 힘을 주는 편입니다. 다음 회가 기다려지도록 궁금증을 유발하거나 기대감이 생기는 장면을 연출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전체 연령가로 그려야 하므로 실제 사건보다 순화시켜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폭력의 강도를 줄여서 표현하고 욕설도 대부분 빼거나 X로 처리하고, 칼이나 둔기 등의 무기 표현도 최대한 빼고요. 폭력을 표현해야 하는 장면은 섀도우로 처리하고 사망사건의 경우 최대한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업로드 장수가 10장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10장에 맞추어 스토리를 재미있게 짜는 것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Q. 혹시 작가님의 작품 외에 구독하거나 관심 있는 인스타툰 작가님이 있으신지요? 있으시다면 왜 그 작가님, 그 작품에 관심이 있으신지요?
조. 아하, 제가 따로 다른 분 웹툰을 보지는 않습니다.
박. 인스타툰을 잘 안 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Q. 인스타툰에서 연재하신 작품을 묶어 단행본 <이제 나를 위해 헤어져요>도 나왔습니다. 인스타에 작품을 올리실 때보다 단행본으로 나올 때는 뭔가 조금 더 책임감이랄까요? 그런 기준이나 감정이 생기셨을 것 같은데요. 어떠셨나요?
조. 단행본으로 나왔을 때는 뭔가 더 완성된 느낌이 나더라고요. 중간중간 에세이를 적게 되었는데, 에세이를 적으면서 그때는 변호사 생활을 정리해 보는 기회도 되었어요. ‘아, 십수 년간 내가 이렇게 변호사 생활을 해 왔구나’라는 것도 느끼며 되돌아볼 수 있었죠.
Q. <이제 나를 위해 헤어져요>가 단행본으로 나온 것도 벌써 2년이 지났는데요. 그 이후 연재된 것을 단행본 2편으로 출간하실 계획이 있으실까요?
조. 저야 기회가 된다면 2편 출간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1편이 흥행이 그리 좋지 않았던 것 같아서 출판사에서 할지 모르겠네요. 하하하.
Q. 그렇다면 혹시 앞으로 이혼과 관련된 것 외에 만화로 그려 보고 싶은 주제는 없으신가요? 아니면 과거에 나는 이런 주제로 만화를 그려 보겠다 생각하셨던 거나요
조. 음, 변호사 로펌 이야기? 또는 태극권에 관한 웹툰도 그려 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은 해 보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Q. 인스타툰에서 성공여부를 따질 때 아무래도 팔로워 수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팔로워 수 굉장히 많은 편이고, 그렇다면 인스타툰으로 성공하신 작가라고 해도 되겠지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조. 네, 정말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게 되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특히 많은 분들이 애정으로 봐 주시는 것 같아서 책임감도 느낍니다. 제가 성공한 웹툰 작가라고는 생각해 보지는 않았는데요. 우리 박은선 작가님이 성공하신 작가님이십니다.
Q. 인스타툰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성공할 수 있는 비결! 하나만 알려 주신다면요?
조. 일단 시작을 해 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일단 시작을 해 보는거지 뭐.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한 것이 이렇게 된 것이니까요.
박. 제가 남에게 무슨 조언을 할 만큼 이룬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한마디 한다면 웹툰을 만드는 것은 고독하고 지겨운 혼자만의 노동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데 그때 지치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힘을 주는 요소를 찾으시면 좋습니다.
저의 경우 늘 간식과 차를 옆에 차려놓고 작업을 합니다. 레몬과 장미향 아로마 오일을 사 놓고 힘들 때마다 바르기도 하고요. 이렇게 자신에게 힘을 주는 요소를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변호사, 만화 작가에 이어서 또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으시다면요?
조. 이게 제가 도전하고 싶은 분야인지는 모르겠는데요. 음. 변호사 이외에는 태극권 권법가로 기억되고 싶네요. 하하하.
박. 귀신과 퇴마, 액션을 다룬 웹툰을 준비 중이고 네이버에 제안을 할 계획입니다. 어머니에 대한 다큐 또한 꾸준히 촬영 중인데 그것도 언젠가 유튜브에 공개해 보고 싶습니다.
Q. 바쁘신데 귀한 시간 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기획하고 계신 작품들도 꼭 시일 내에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늘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