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작가님? 먼저 인사 소개와 인사 부탁드릴게요.
A. 안녕하세요? 네이버웹툰에서 <위아더좀비>를 연재 중인 이명재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6~7세부터 만화가가 장래 희망이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만화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데에는 어떤 큰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A.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만화가라는 꿈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워낙에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그려 놓은 그림에 이야기를 더하는 것도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구분하지도 못해서 TV에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저런 걸 그리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만화책 ‘검정고무신’을 읽으면서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좀 더 확고해졌다는 건 기억이 납니다.
Q. 요즘 웹툰 작가가 꿈인 학생들이 많고 그만큼 교육 기관도 많은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모두 만화 관련 학교에 진학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진로 선택이 작가님이 되시고, 작품 활동을 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네! 고등학교 때는 만화 전공이었고 대학교 때는 영상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습니다. 모두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좀 더 일찍 비슷한 전공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 만화를 수업으로 배우면서 좀 더 이 일에 대한 확신이 생긴 것도 같고요.
친구들과 시시때때로 만화나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며 나름대로 비평하고 이런저런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그것도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러면서 좋은 작품도 많이 알게 되었거든요. 동기나 선후배들 중 여전히 현업에서 일하시는 동료들도 계셔서 알게 모르게 의지되는 부분도 많습니다.
[출처] 네이버웹툰/위아더좀비/이명재
Q. 만화가가 되겠다는 장래 희망을 이루셨고, <위아더좀비>가 2020년에는 네이버웹툰 지상최대공모전 대상에 선정되었잖아요. 그리고 이번에는 2022 부천만화대상에서 신인 만화상도 수상하게 되셨는데요. 장래 희망을 이루셨고요. 또 수상의 영광도 누리고 계십니다. 이 정도면 만화가로서의 꿈을 완벽히 이루셨다고 생각하는데요. 기분이 어떠세요?
A. 완벽히 이루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상최대 공모전 수상을 통해 데뷔 기회를 얻었을 때는 어려서부터 꿈꾸던 만화가라는 직업을 실제로 가지게 된다는 기대감에, 마치 꿈을 이룬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긴 했는데요. 막상 첫 화를 오픈하고 데뷔라는 것을 하니, 말 그대로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오랫동안 꾸준히, 나이 들어서까지 창작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롱런하는 창작자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물론 지상최대공모전 대상 수상이나 부천만화대상 신인 만화상은 너무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재하면서 자신감이 떨어질 때가 엄청 많았고, 앞으로도 쭉 종종 그럴 것 같은데요. 수상이라는 소중한 경험이 앞으로 창작을 하는 데에 있어서 엄청나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Q. K-좀비물의 인기가 어마어마했잖아요? <지금 우리 학교는>이 한참 인기있던 때에 한 인터 넷 게시판에서 “넷플릭스 일 안 하고 뭐 하냐?”라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서는 K-좀비물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서 <위아더좀비>로 시트콤을 만들자는 댓글들이 많았는데요. 혹시 이 이야기 들어 보셨는지요? 직접 댓글을 보셨다거나요?
A. 네, 댓글로 영상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시더라고요. 제가 시트콤을 진짜 완전 좋아해서 초기 구상할 때 ‘거침없이 하이킥’도 엄청 많이 봤거든요. 욕심이긴 하지만 <위아더좀비>의 컨셉을 토대로 시트콤을 만들어 봐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요. 물론 시나리오상 허술한 부분이 많긴 합니다. 만화니까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과장된 설정들이 영상을 통해서도 잘 표현이 된다면 재미있는 작업이 될 거라 생각해요.
Q. 작가님의 <위아더좀비>가 이렇게 독자들에게 지지를 얻고, 수상까지 하게 된, 인기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인기의 비결이라기에는 민망하지만 그래도 굳이 꼽자면은 독자님들이 보기에 부담스러운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읽기 쉽게, 보기 편안하게 그리는 것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출처] 네이버웹툰/위아더좀비/이명재
Q. 각각의 인물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가족물의 느낌도 나고, 또 ‘왕왕이’나 ‘도윤이’ 에피소드를 보면 성장물의 느낌도 드는 것 같습니다. <위아더좀비>를 기획하실 때, 독자들이 제가 느끼는 것처럼 느끼게 하고자 의도하신 바가 있으실까요?
A. 네 맞아요. 에피소드마다 중심이 되는 인물이 있고, 그 인물에게 저마다 상징이 되는 키워드를 부여해서 이야기를 풀어 보려고 하는데요. ‘왕왕이’와 ‘도윤이’ 에피소드는 ‘성장’이라는 단어가 메인이 됐던 것 같아요.
연재 내내 본의 아니게 여러 인물들을 그리면서,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해 다루게 되었는데요. 그러다 보면 저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과 서사를 풀어 내야 할 일이 더러 생기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참 고민이 많았는데, 반면에 ‘도윤이’랑 ‘왕왕이’는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였습니다. 일단 두 캐릭터 모두 저보다 어리고, 제가 지나온 나이대를 살고 있어서, 앞서 말씀드린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담기 편안했습니다.
[출처] 네이버웹툰/위아더좀비/이명재
Q. 작품 속에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는데요. 혹시 이 캐릭터들은 작품 시작 전에 모두 설정을 다 해 놓으셨을까요? 중간에 갑자기 생겨난 캐릭터도 있나요?
A. 반반인 것 같습니다. ‘김인종’, ‘임경업’, ‘김소영’, ‘왓존슨’, ‘정왕왕’ 등은 사전에 기획된 캐릭터가 맞습니다. 이후로는 필요할 때마다 만들어 냈는데, 유독 갑자기 생겨난 캐릭터는 ‘김도윤’ 캐릭터입니다. 비하인드이긴 한데...... ‘왓존슨’ 에피소드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스토리가 많이 막혔거든요. ‘좀비살인사건’을 주제로 한 에피소드에서 범인을 어떤 인물로 할까 고민하다가 어린아이를 떠올렸고, ‘김도윤’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남매라는 설정이 더해져서 ‘김도윤’, ‘김하윤’ 남매 캐릭터가 만들어졌습니다.
Q. 캐릭터 설정하실 때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실제로 주변에 있는 인물들로 설정을 했다거나 혹은?
A. 평소에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참 다양한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주변 사람이나 TV에 나오는 사람들 중 인상 깊은 사람을 기억해 뒀다가, 그 사람들의 이면 저면을 짜깁기해서 쓰고 있습니다.
Q. 어떤 글에서 작가님이 시간이 나면 폰을 하시거나 게임을 하신다 하셨던 게 생각이 나더라고요. 캐릭터 중에서 작가님이 투영된 캐릭터가 있을까요? 아니면 작가님과 가장 비슷한 느낌의 캐릭터는요?
A. 게으르고 누워있는 걸 좋아한다는 점에선 '김인종'이 제일 비슷한 것 같아요. 생긴 것도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말을 열 받게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는 ‘소현명’이 저와 닮은 것 같습니다.
Q. 가장 마음이 가는 캐릭터는 있으세요? 저는 ‘왕왕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볼 때마나 분명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는데 또 뭔가 코끝이 찡해지면서 왕왕이 이야기에 유독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요. 작가님은 어떠세요?
A. 애정이 많이 가는 캐릭터입니다. 무조건적인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는, 그런 캐릭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원래 설정은 ‘김인종’한테 더 함부로 대하고, 마치 이중인격처럼 문제아였을 적의 못된 성격이 자주 자주 튀어나온다는 설정이었는데.
그리다 보니 작가인 저도 ‘왕왕이’ 캐릭터를 보며, 착하게 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긴 것 같습니다. 개그보다는 호감형 캐릭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아무튼 그런 이유들 때문에 이중인격적인 모멘트는 삭제하게 되었습니다.
Q. <위아더좀비>를 작업하시기 위해서 좀비물을 많이 보셨을 것 같습니다. 참고하기 위해 보신 좀비물은 어떤 게 있으세요?
A. 가장 먼저 ‘새벽의 저주’를 다시 봤고 이후로는 ‘워킹데드’를 봤습니다. ‘워킹데드’는 지금도 보는 중입니다. 두 작품이 좀비물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정통 좀비물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비슷한 개그 좀비 장르로는 ‘좀비랜드’를 엄청 재미있게 봤습니다.
정통 좀비물에 가까운 작품들과 좀비물의 클리셰를 비트는 독특한 좀비물을 번갈아 보면서, 이 장르가 마니아층이 확실하고 전통이 있는 장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좀비를 다루는 작품으로서 지켜야 할 필수적인 요인과 자유롭게 비틀어 표현해도 되는 요인이 뭔지 신경쓰면서 봤습니다.
Q. <위아더좀비>, 사실 처음에는 정말 좀비 공포물인가 생각했습니다. 막상 다 보고 나니, 공포물보다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보여 주는 작품인 것 같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전체적으로 다 사회에서 아픈 사연들이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이런 이야기를 왜 “좀비”를 활용해서 들려 주신 건지 좀 궁금해요. “좀비”와 엮으신 이유랄까요?
A. 특별히 좀비와 엮었다기보다는, 좀비로 인해 고립된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웃긴 일을 생각하다 보니 이후 좀비타워라는 공간이 나왔고, 그 특성을 살리다 보니 도피처 같은 이미지가 구체화됐습니다.
공간이 특정화되고, 그곳에 숨어 있을 만한 인물들을 그려 가면서 약간 휴머니즘적인 요소가 많이 첨가됐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네이버웹툰/위아더좀비/이명재
Q. 제가 작화에 대해 잘 모르지만, 수십 명 이상의 좀비를 등장시키는 장면들이 많은데요. 이런 장면들이 사실 힘, 시간, 노력이 훨씬 더 많이 드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듭니다. 초반에 혼자 하시다가 어느 순간 협업이 진행된 걸로 아는데요. 아무래도 이런 부분 때문이겠지요? 좀비 등장 장면 작업이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아요.
A. 원래부터 군중 카툰 그리는 걸 좋아해서 여러 인물들이 와글와글 나오는 장면을 재미있게 그리는 편입니다. 마감에 쫓기면 좀 빠듯하긴 하지만요.
스케치는 재미있게 해도 일일이 색을 넣는 작업이 힘든데 이 부분을 어시스턴트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Q. 좀비타워에서 좀비처럼 살기를 선택한 모든 사람들이 결국은 제목 <위아더좀비>의 “좀비”인 거겠죠?
A. 네, 맞습니다. <위아더좀비>라는 말이 타워 안에 있는 인물들이 외치는 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외에도 자유롭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해요.
[출처] 네이버웹툰/위아더좀비/이명재
Q. 얼마 전에 잠실 롯데타워를 지나가면서 <위아더좀비> 속 좀비타워를 떠올렸는데요. 제가 잘 떠올린 게 맞을까요? 그리고 좀비타워로 설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잠실 롯데타워가 모티브가 된 것이 맞습니다. 가장 큰 건물, 가장 큰 쇼핑몰을 떠올리니 자연스럽게 그 건물을 차용해서 그리게 됐습니다.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하면서 잠실 롯데타워에 다시 한 번 가 봤는데요. 다시 봐도 진짜 엄청 크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정도 사이즈면 여기서 1~2년은 안 나가고 버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독자님들께도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물론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서울타워’는 실제 잠실 롯데타워보다 몇 배는 크다는 설정입니다.
[출처] 네이버웹툰/위아더좀비/이명재
Q. “좀비타워”는 일종의 “도피처”라는 말씀을 하셨던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봄에 나간다”는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사는 모습, 왕왕이를 위해 “바다”에 가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 등을 보며, 좀비타워를 택했지만 사실은 바깥 세상을 더 그리워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상 만사 귀찮고 혼자 있는 게 더 좋았다는 인종도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다른 사람과 계속 엮이는 게 싫다면서도 엮이려고 하고요.
A. 그리워한다는 느낌도 있겠고, 타워에서의 생활이 영원하지 못하다는 걸 인물들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기에 도피처에서의 삶이 더 소중히 여겨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Q. 최종적으로 <위아더좀비>를 통해 작가님이 하고 싶으셨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여쭤 보아도 될까요?
A. 글쎄요. 너무 어려운 질문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
세상에는 매사에 열심히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꼭 그다지 열심히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좀(많이) 그런 편이고요. 그런 사람들이 읽기에 약간의 위로와 공감을 느끼게 하는...... 그런 작품이 되었으면 합니다.
Q. 7월 25일을 마지막으로 휴재에 들어가셨습니다. 쉬시면서 후반부 스토리 구성은 어느 정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결말은 정해졌고, 결말까지 이어 갈 에피소드들을 쌓고 있습니다. 새로 등장하게 될 캐릭터들과 이미 등장한 인물들의 서사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구상 중입니다.
Q. 제일 궁금한 게, 좀비타워는 개방이 되는지? 개방이 안 된다면 누가 저곳을 빠져 나가는지? 나간 이들은 좀비타워를 다시 그리워하게 될지? 사회에서 잘 살아가게 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사실 제 최애 인물인 ‘왕왕이’는 누구와 살게 될지가 제일 궁금하고요.
A. 좀비타워의 이후 처리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계속 생각이 바뀝니다. 아마도 당장 개방은 하지 않고, 몇 년이 지나면 좀비들을 전부 처리한 뒤 깨끗이 청소해서 다시 쓰지 않을까요?
인물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지는 저도 그리면서 알아가야 할 것 같아요. ‘왕왕이’가 누구와 어떻게 지낼지는 참 고민이 많습니다. 확실한 건 행복하게 클 수 있게 기적처럼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생각입니다.
Q. 향후 하시고 싶다거나 혹은 계획 중이신 장르나 주제가 있으실까요?
A.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로맨스에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장진 감독님의 <아는 여자>와 <러브 미 이프 유 데어> 인데요. 비슷한 느낌의 작업을 해 보고 싶어요.
Q. 얼른 휴재가 끝나고 <위아더좀비>의 78화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의 작가님의 활동,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대하고 기다리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A. 감사합니다.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작품 그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