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작가님, 안녕하세요? 간략하게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A. 스토리작가이고 중학교 국어교사이기도 합니다. 아직까지는요.
Q.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물론 교직 생활 중이실 것 같은데요. 작품 활동 상황은 어떠신지요? 작가님의 근황에 대해 말씀 부탁드릴게요.
A. 20년 넘게 교사와 만화가를 함께 병행하고 있어서 둘을 하나로 융합할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올해 국어교육 전공으로 석사과정에 들어갔습니다. 언어와 매체, 만화교육 관련된 쪽을 공부하고 있고 차기작도 준비하고 있어요. 공무원과 작가라는 두 직업을 박쥐처럼 오가며 살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직접 그리실 때도, 그림과 스토리를 전부 같이 맡으셔서 하실 때도, 스토리 작가로만 활동하실 때도 있으셨는데요. 어떤 작업 방식을 가장 선호하세요? 각각의 작업 방식의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 그 점도 궁금합니다.
A. 글과 그림을 모두 하다가 교직과 병행하는 것이 힘들어 스토리작가로 전환했지만, 스토리 기획에 집중할 수 있고 우주급 실력을 가지신 그림작가님들과 협업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언제나 제 그림이 만족스럽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고통이었거든요. 어시를 고용하는 시스템에도 적응하지 못해 그림콘티까지만 만드는 스토리작가가 제일 속이 편하겠다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스토리작가는 협업이기 때문에 상업적인 성공을 늘 생각해야 돼서 요즘은 글과 그림을 모두 할 걸 그랬어라며 후회할 때도 있습니다. 말하다 보니 제가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이네요. 호호호.
Q. 개인적으로 저는 <키친>이라는 작품이 좋았습니다. 예쁜 작화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 뿐만 아니라 예쁜 작화처럼 예쁜 대사들이 함께해서 정말 재미있게 본 작품입니다. 보기 전에는 단순히 음식 이야기일줄 알았지만, 음식 속에 사람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키친> 작품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키친>을 통하여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으셨다면요?
[출처] 네이버웹툰/키친/조주희
A. 당시 30대 초중반, 결혼하고 육아, 살림을 시작했을 때에는 요리가 제일 힘들었어요. 뭐든 책으로 배우는 스타일이라 요리는 안하고 요리책만 열심히 봤는데 요리를 묘사하는 문장들이 너무 좋더라고요. 만화에 음식이 들어가면 오감이 지원되는 효과가 있고 요리를 일상의 메타포로서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겠다 싶어 시작했습니다. 당시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며 멘탈이 나갔을 때라 ‘왜 이러고 사냐......’와 같은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는 기회도 됐고요. 옴니버스 단편이라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면서 자료를 찾았는데 그 과정이 스토리작가가 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키친>은 ‘나는 만화가가 못되겠다.’ 좌절했던 순간에, 마지막 힘을 모아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어린 애들을 키우며 어떻게 연재했는지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신기합니다. 인생의 의미(내가 엄마가 되다니!)와 절박함(살려 줘!)이 그대로 녹아 들어간 작품입니다.
Q. 독자들에게 가장 알려진 작품은 아무래도 <밤을 걷는 선비>일 것 같습니다. 드라마로까지 제작되었고요. 작가님도 이 드라마를 보셨지요? 어떠셨어요? 작품에서 의도하셨던 바가 드라마에서도 잘 드러났는지요? 드라마화된다고 했을 때 신경 쓰였던 부분이나 기대됐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요?
[출처] 마녀코믹스/밤을 걷는 선비/한승희&조주희
A. 원작을 영상으로 옮길 때는 원작자의 의도는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영상제작자분의 원작 해석이 중요하지요. 원작에서 많은 각색이 있을 거란 안내를 받아서 과연 어떻게 바뀔지 궁금한 마음만 들었어요. 드라마라니!!! 얼마나 신났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드라마를 제작자의 시선으로 보게 되니 배우와 스태프, 모든 분들의 고생이 보여 마지막 편이 끝날 때는 눈물까지 찔끔 났습니다. OTT 시대인 지금은 자유분방한 소재의 영상물이 나오고 있지만 당시의 <밤을 걷는 선비>는 많이 앞서 나간 소재였어요. 과감히 제작해 주신 분들과 배우와 스태프분들 모두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Q. <고인의 명복>의 드라마화 소식도 들었는데요. 한 작품이라도 드라마가 된다면 굉장히 기쁠 것 같은데, 두 편이나 이런 좋은 소식이 들렸어요. 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출처] 네이버웹툰/고인의 명복/조주희&유노
A. 드라마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저는 스토리작가라 협업하는 그림작가님의 고생에 보답하고 싶어 영상화 판권만은 꼭 팔리기를 매번 기원하게 돼요. 만화로 끝나지 않고 영화, 드라마, 게임으로 확산되는 이야기를 원하고요. 비결이랄 것은 정말 정말! 없고요. 드라마교육원이나 시나리오스쿨에 다니면서 영상매체가 원하는 트렌드 방향을 따라가려고 노력은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세상은 새로운 이야기를 언제나 찾고 있어서 운이 좋게 판권을 계속 팔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교사와 웹툰 작가(만화가)라는 각 다른 분야의 일을 하고 계신데요. 본캐는 교사, 부캐는 만화가라고 하면 될까요? 혹은 본캐를 만화가, 부캐를 교사라고 해야 할까요?
A. 본캐는 교사지요! 사람들과 교류가 있는 교사 일이 조금 더 좋습니다. 왜냐하면 요즘 스토리가 안 풀려 너무 힘들거든요. 물론 학교에서 문제가 터지면 만화 일이 조금 더 좋아집니다. 간사하게 왔다갔다하네요. 하하하.
하지만 기본적으로 교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학교장의 겸직허가를 받고 만화 일도 하는 거고요. 교사가 먼저 되었고 만화가는 나중에 데뷔했어요. 초임 때 교사 일이 너무 힘들어서 퇴근 후에 만화공모전 준비를 하며 만화가 준비를 했어요. 만화가가 되면 교사를 그만두겠다다고 했는데 막상 만화가가 되니 만화가도 정말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결론은 두 가지 일 모두 힘들다!
오랜 시간 차기작을 계속하시는 중견작가님들 정말 대단하시고 정년까지 근무하시는 학교선생님들도 대단하십니다! 버티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지요. 결론은 두 일이 모두 힘들어, 두 일을 모두 잡고 있는 중입니다.
Q. 작가님은 원래 꿈은 교사셨나요? 웹툰 작가셨나요? 어렸을 때 꿈이 궁금합니다.
A. 만화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미술을 전공할까 고민도 했지만 그림 자체보단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국어교육과를 갔어요. 작가이고 교사인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하지만 역시 만화가 좋았어요. 하지만 20대엔 재능 따윈 보이지 않죠. 당시 출판만화계는 고사 직전이라 만화 쪽 진로가 암울했고요. 임용고시 준비를 할까, 만화공모전에 매진할까, 고민을 많이 하다 뇌가 녹을 지경이라 그냥 전부 하자! 결심했지요. 늘 그랬던 것 같아요. 고민할 시간에 뭐든 하는 게 낫더라고요. 결혼도 출산도 고민하지 말고 그냥 다 하자! 열심히 살다 보면 다 할 수 있겠지! 이렇게 닥치는 대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Q. 본캐와 부캐, 그것도 직업적으로 두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것. 모두가 꿈꾸는 바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은 두 분야에서 일하시는 점에 대해서 만족하세요? 너무 힘들어서 하나는 포기하고 싶어진 적이 있다거나 그런 적은 없으셨는지요?
A. 최고라니 전혀 그렇지 않고요. 20년이 훌쩍 지나고 있지만 둘 다 여전히 어렵고 잘하지 못합니다. 둘 다 힘들어서 둘 다 하는 겁니다. 이렇게 오래 했으면 교사도 만화도 마스터가 돼야 하는데 여전히 버벅거리고 과거의 실수를 복기하며 이불을 걷어찹니다. 무엇보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졌고요. 이젠 정말 퇴근 후에 쉬고 싶어요. 언제까지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걱정도 기대도 많은 시기인 것 같습니다.
Q. 저는 각 직업이 서로 긍정적으로 상호작용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실 때 교사라서 웹툰 작가 활동 시 도움을 받는 점, 웹툰 작가라서 교직 생활에 도움을 받는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A. 당연하죠. 만화와 교직은 서로의 도망갈 구멍, 서로의 탈출구, 도피처, ‘이거 아니어도 먹고살 수 있다고!’를 외치게 만드는 든든함. 하지만 ‘하나라도 똑바로 해!’ 죄책감도 늘 있습니다. 교사는 극 외향, 작가는 극 내향, 완전 다른 일이라 뇌를 빠르게 스위치할 수 있다는 점은 좋습니다. 학교 일은 외부자극에 빠르게 반응하는 작업이고 창작 일은 오직 내면의 작업이지요. 하지만 프로작가인데, 작품에 온전히 집중을 못하는 게 아닐까 고민이 들 때가 많아요. 만화가이기에 학교 학생들과 좀 더 친밀할 수 있다는 점, 중학생들의 문화를 늘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도움이 됩니다.
Q. 수업 중에 만화/웹툰을 활용하실 것 같은데 어떠세요? 활용하신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A. 발랄한 중학생에겐 어른의 권위가 하나도 먹히질 않아요. 이들을 유혹할 무기는 ‘유머’밖에 없기에 수업내용을 만화로 그려 집중시키는 전략을 씁니다. 국어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배우는 데 꼭 필요한 ‘언어와 이야기’라는 도구를 가르치는 과목이에요. 선별된 문학작품들은 가르칠 때마다 내용의 깊이에 감탄하고요. 국어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국어교과서를 만화로 그리거나 웹툰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제가 가진 모든 재주를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교사는 개인의 특기가 빛을 발하는 직업이에요. 학벌이 아닌 능력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이 많은 문화예술계에 있다 보니 학생들을 보는 시선도 너그러운 편이고요. 무엇보다 융합의 시기잖아요. 만화가인 교사도 교육계에 쓸모가 있지 않을까요? 더 늦기 전에 공부를 해야겠다 싶어서 대학원에서 ‘만화교육’을 공부하게 됐어요. 만화는 국어과목애서 다루는 매체 중의 하나이기에 제가 할 수 있는 연구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눈이 점점 침침...... 노안이 와서 공부가 쉽지 않네요.
Q. 만화나 웹툰이 교육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면에 그렇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습니다. 양쪽의 입장을 모두 대변하실 수 있는 위치에 계신 것 같습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만화/웹툰 효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20년 가까이 웹툰을 보고 있는데 트렌드가 정말 빨라요. 독자층의 니즈도 계속 바뀌고요. 주요 독자층인 아이들의 심리를 엿보는데 웹툰만한 게 없어요. 웹툰 스토리에 반응하는 독자(학생)들의 댓글을 보면 그들만의 도덕과 윤리의 ‘선’이 보이는데 과거에는 허용됐던 이야기가 현재는 안 되고, 과거엔 상상도 못한 이야기가 지금은 되고...... 이런 조정과 자정의 과정이 웹툰을 읽는 동안 일어나요. 일진 웹툰이 교육적이지 않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이들은 일진물을 ‘오락’의 차원으로 소비할 뿐이죠. 오히려 학교폭력을 예전보다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시대가 됐고요. 일진물에서도 학교폭력을 미화하면 독자들에게 욕을 먹어요. 작가들은 교육적 의도를 가지고 웹툰을 창작하지 않아요. 재미있고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이지요. 독자들은 웹툰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삶을 간접경험하고 그 속에서 자신과 세상의 도덕과 윤리의 ‘선’을 조정해 보는 체험을 해요. 이게 이야기의 교육적 효과라고 생각해요.
Q. 요즘에야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는 웹툰이 많아졌지만, 작가님의 가장 유명한 작품, 가장 유명하다고 해야 하겠죠? 드라마까지도 제작된 작품, <밤을 걷는 선비>가 나온 2012년 그때는 그렇지 않았잖아요? <밤을 걷는 선비>는 실제 역사·시대적 배경이나 실존 소재 등이 작품 내에 깔려 있거나 등장하는데요. 기획하실 때, 어떤 목표나 취지가 있으셨겠지요?
[출처] 마녀코믹스/밤을 걷는 선비/한승희&조주희
A. 한승희 작가님의 수려한 그림을 돋보이게 할 스토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극’을 그리고 싶다는 작가님의 뜻을 받아 역사를 기반으로 한 치명적인 스토리를 만들자 생각했고요. 당시 <성균관 스캔들>이 대박이 나는 바람에 사극장르가 더 젊고 자유로워졌어요. 그렇다면 더 나아가 역사에 판타지를 섞어 보자 생각했는데 이 방법이 상당히 위험하더라고요. <밤을 걷는 선비>의 작가후기에서도 여러 번 역사왜곡에 대해 사죄를 했었는데 작업하는 내내 부담이 됐어요. 하지만 ‘조선뱀파이어’라는 황당한 설정을 독자들에게 설득시키려면 실제 역사를 디테일하게 엮어야 됐어요. ‘정말 멋지게, 아름답게, 그려 낸다! 실제 인물과 역사를 욕되게 하지 않겠다!’라는 각오로 작업을 했어요. 과연 이 작업이 가능한 것인가! 의심스러웠던 대기획이었는데 결국 제 30대를 몽땅 갈아 넣었네요. 난이도가 높았던 만큼 큰 공부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Q. <타임셰어하우스>에서는 1777년대를 살던 선비에 이어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대에서 온 멱살까지 나오는데요. 역사, 시대, 사회적인 이야기를 가져다 쓴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내용을 활용하실 때 어떤 과정을 거치시는지 궁금합니다. 자료 조사를 어떻게 한다든지 등의?
[출처] 리디/타임셰어하우스/조주희
A. 이야기를 만들 때, 도서관에서 여러 분야(주로 역사)의 책을 쌓아 놓고 빠르게 소재들을 찾곤 하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비운의 왕자, ‘은전군’은 오랫동안 묵혀 놓은 소재였어요. ‘시간여행’은 워낙 좋아하는 서사 장치고요. 역사박물관에서 한옥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전시를 보았는데 저곳에 타임슬립을 몰아 넣어도 재미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홍길동 작가님이 여러 시간으로 열린 공간을 멋지게 설계해 주셔서 큰 도움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자료조사는 초반에 많이 해 두고 연재 시작하면 자료에 의존하기보다는 인물들의 서사를 따라가는 편입니다. SF장르라 나중에는 역사적 자료보다는 ‘어디까지 세계관이 확장될까?’에 집중했던 작품입니다. ‘과거, 현재, 미래의 젊은이들이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라는 후킹이 있는 작품이라 드라마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Q. 역사적 고증은 진짜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특히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계시잖아요? 잘못된 역사나 시대적 정보 전달을 하는 것에 더욱 많이 신경을 많이 쓰실 것 같습니다. 그러신가요?
A. 제가 꼼꼼한 성격이 아니라서 정보 오류가 많습니다. 자료들을 쌓아 놓고 선택을 하긴 하지만 엮는 과정에서 수많은 실수가 있습니다. 아직도 얼굴이 화끈화끈! 그런데 자료 조사 모두를 작품에 쓸어 넣으면 안 되고 독자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녹여 내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그 시대를 그냥 보여 주는 거지요. 지금은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이야기보다는 상상력에 기반한 자유로운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고증이 훌륭한 사극도 매력 있지만 만화라는 매체는 자유롭고 OTT시대가 상상력을 더 확장시켜 주었거든요. 스토리작가라 영상화 가능성을 늘 신경 써야 하는데, 이제는 영상화가 뭐든 가능해져서 아주 신납니다,
Q. 직업적 특성 때문에 뭔가 이 작품 내에 교육적인 측면을 조금이라도 넣겠다라고 생각하실 것 같은데요. 차기작에 대한 구상을 하실 때는 어떤 기준이나 조건이 있으신가요? 정보를 주는 작품을 만들겠다, 역사적인 사실을 배경으로 꼭 활용하겠다? 등과 같은 것들이요.
A. 만화를 만들 때는 교육을 하나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직 ‘재미’만 생각해요. 대신 이야기를 만드는 ‘나’라는 인간을 체크하는 편입니다. ‘내가 가진 생각이 옳은가, 사회통념에 맞는가, 편협한 철학에 매몰되진 않았나, 꼰대 아닌가?’의 질문을 합니다. 균형 잡힌 현실감이 필요합니다. 현실감을 잃은 이야기를 독자들은 불편하게 느끼거든요. 작가라는 자의식도 버리는 게 좋습니다. 다행히 나를 만만히 생각하는 학생들(“선생님, 일진물 좀 만들어요!”)과 자녀들(“엄마 만화는 똥망이야!”)이 있어 다행입니다. ‘나’는 지극히 평범해야 합니다. 남들보다 웹툰을 많이 챙겨 보는 중년 아줌마 정도? 이런 현실감이 절 들뜨지 않게, 심각해지지 않게 제어해 줍니다. 그저 재미있고 기분 좋은 작품을 차분히 만들면 되는 거고요. 이런 생각으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는데...... 잘 되면 좋겠습니다.
Q. 작가님의 작품들은 교육적인 작품부터 로맨스/판타지까지 장르가 좀 다양한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좋아하시는 장르와 앞으로 도전하시고 싶은 장르가 있으신가요?
A. 독자들의 감정을 움직이는 장르면 뭐든 좋습니다! 설레는 감정을 만드는 로맨스를 제일 좋아하지만 긴장감을 최고조로 올리는 공포물도, 미스테리하고 낯선 감정을 만드는 SF도 좋아요. 따분한 일상을 극단의 격정으로 끓어 올리는 막장도 좋습니다. 제 자신이 여성이라 ‘여성향’을 베이스로 한 복합장르를 지향합니다. 롤러코스터처럼 독자들의 감정을 이리저리 휩쓸리게 만드는 몰입감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Q.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신 작가님의 인생작이 궁금합니다. 혹은 작가님과 비슷한 기준, 가치관을 가진 것 같다고 생각해서 관심을 가지신 작품이나 작가님이라도 좋고요. 작가님은 어떤 작품에 관심을 가지시는지 궁금해요.
A. 제 인생작은 신일숙 작가님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작품이에요. 그 시대에! 능동적이고 강인한 여성 서사를 이토록 매혹적으로 풀어 내다니요! 제가 만드는 이야기는 여전히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기반으로 하는 것 같아요. ‘운명을 거부하는 여자들의 모험기’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요즘 작가분들, 정말 재미있는 웹툰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매일 잠들기 전 팬의 마음으로 수십 편의 웹툰을 봅니다. 능력자들이 너무 많아요. 부럽고 존경합니다.
Q. 구상 중인 작품이 있으신가요? 작가님의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들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A. 차기작 기획서와 그림 콘티를 열심히 작업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요즘입니다. 오리지널 스토리작가는 웹소설 원작과 경쟁을 벌이고 있거든요. 제가 그림작가라도 완결된 이야기와 소설 독자가 있는 웹툰을 선택할 것 같아요. 하지만 오리지널 스토리는 원천IP를 가지게 됩니다. 그러니 그림작가님들, 제발 저와 협업을 해 주세요! 호호호.
오리지널 스토리작가가 살아남으려면 조금 더 전략적으로 작품을 기획해야 되는 것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로 확장될 수 있는 오리지널 스토리가 뭐가 있을까, 강력한 훅을 가진 이야기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니까요.
Q.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작가님의 활동, 작가님의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A. 교사와 만화가의 겸직이 두 일을 ‘할 만하다!’라고 오해하게 만들 수 있겠네요. 두 일 모두 쉽지 않습니다. 너무 잘 알기에 무엇을 놓을지 두려워 어정쩡한 상태로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매년 겸직허가를 받는 과정도 쉽지 않고요. 교사로서 늘 조심스런 마음으로 작품하고 있습니다. 그저 다양한 작가들의 있다는 정도로만 너그럽게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