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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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대담] 콩고 빌릴리 만화축제 감독, 엘리온 조엘 에페(Elyon’s – Joëlle Epée)

콩고 빌릴리 만화축제의 엘리온 조엘 에페(Elyon’s – Joëlle Epée) 감독의 대담을 통해 콩고 및 아프리카 만화의 발전 과정 및 전망에 대해 들어 봅니다.

2023-04-12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해외 전문가 초청 대담

- 콩고 및 아프리카 만화의 새로운 도전 -

 


한국의 만화 웹툰은 K-콘텐츠의 원천이 되고 있으며, 미래 문화 산업을 선도하는 핵심으로 부상하였다. 특히 한국의 웹툰 산업은 현재 약 6,000여 점의 작품과 3,000여 명의 작가군을 거느린 대형 콘텐츠 원천IP가 되었다.

한편 유럽 문화의 중심인 프랑스는 유럽에서 만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가장 많은 나라이며 만화가 발달한 전통적인 만화 강국이다. 또한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은 역사적으로 프랑스 문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기도 하였다.

이에 프랑스와 아프리카 콩고의 만화 축제 감독을 초청해 프랑스 및 아프리카(프랑스어 사용 국가)의 만화 축제와 만화 트렌드. 만화 산업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 보고, 21세기 만화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Q.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간단한 소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십니까? 엘리온 조엘 에페(Elyon’s Joëlle Epée)입니다. 콩고 빌릴리 만화축제 감독이고, 저는 카메룬에서 태어났어요. 현대 영문학과 불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그래픽, 영상 및 공간 미술로도 학위를 받았습니다.

La vie d’Ebene Duta (에벤 뒤타의 삶, 흑인 청소년의 모험을 그린 작품) 만화책 시리즈를 출간하였으며, 남아프리카 온라인(virtual) 전시회인 아프로폴리탄 코믹스의 공동 큐레이션을 맡았었고, ‘아프리카 만화 쿠부니전시회도 기획했습니다. 전 세계의 다양한 기관, 축제, 만화 워크숍 등에서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2 르 빌릴리 페스티벌 (출처_https://www.instagram.com/bililibdfestival/)

 

Q. 주관하시는 만화축제는 어떤 축제인가요? 축제의 연혁이나 특징 등을 설명해 주시겠어요?

A. 르 빌릴리 페스티벌빌릴리는 링갈라어로 그림 혹은 이미지라는 뜻이에요. 이 페스티벌은 만화, 애니메이션, 디지털 아트, 비디오 게임, 코스프레 등 그래픽 예술의 창의성 고양 및 콩고 만화 작가들에게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축제입니다. 포르투갈어권, 아랍어권, 영어권, 그리고 프랑스어권 작가들 등 아프리카의 다양한 문화 및 언어권 작가들이 참여하여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고 서로 인연을 맺는 허브, 혹은 부스터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매년 열리는 축제에 콩고 작가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많은 작가들이 참여합니다. 축제관람객에게는 작품성 높은 만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고 그래픽 예술 작가를 직접 만나 볼 수 있는 장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만남이 이루어지면 점점 작가의 이름은 물론 그림 스타일에도 익숙해지게 되는 거죠. 르 빌릴리 페스티벌2016년 처음 열렸고, 콩고 브라자빌에 위치한 <프랑스 연구소>가 후원하고 <앙굴렘 만화/이미지 시테>와 제휴하는 행사입니다. 콩고 지역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만화 축제가 되었죠.

또한 외국에 우리 것을 알리는 데 적극 참여하기도 하고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어권 만화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제작자, 출판사, 서점, 디지털 배급사들을 엮어 주는 자리기도 합니다.

 

 

Q. 아프리카 다른 나라에도 만화축제들이 있나요 어떤 축제가 있나요?

A. 아프리카 50개국 중 12개국(이집트, 튀니지, 모로코, 알제리, 기니, 베냉, 나이지리아, 카메룬, 콩고, 케냐, 앙골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만화 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따져 보면 나라마다 페스티벌이 하나 정도는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튀니지에서는 예외적으로 만화 축제가 2개입니다.

 

Q. 보통의 콩고사람들은 만화를 좋아하나요? 주로 어떤 만화를 즐겨 보나요?

A. . 중앙아프리카 지역의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이곳 사람들은 책보다는 맥주를 더 좋아합니다. 언젠가 제가 그린 만화의 팬 사인회에 온 한 팬이 있었어요. 그 팬은 제 만화 1권이 맥주 10병 값이나 된다는 사실을 저에게 꼭 알려 주고 싶었다더군요. 팬 사인회가 열렸던 때가 주말이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다른 친구들은 다 술에 취해 집에 들어가는 주말인데 말짱한 정신으로 여기에 와 있는 기분이 어떠하냐고요. 그랬더니 그 팬이, 만화가 좋고 참 재미있긴 한데 어쨌거나 맥주 10병 값이라고 그러더군요.

우리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은 콩고강 유역입니다. 전통적으로 우리 문화는 구전 문화죠. 그리고 이곳은 서양 문학 작품이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 해요. 그래서 사람들은 프랑스 연구소나 국제기구에서 만든 도서관에서 프랑스 혹은 벨기에 만화를 많이 읽었죠. 90년대에는 미국 만화들이, 2000년대에는 일본 망가나 한국 만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인해 디지털 만화를 많이 소비하고 있습니다.

콩고의 르 빌리 페스티벌을 예로 들자면 2016년에 200명의 관람객으로 시작해 코로나19 사태가 있기 전인 2019년 행사에는 관람객이 5천 명으로 늘었습니다. 이는 독서, 특히 만화 독서에 대한 관심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Q. 콩고 문화에서 만화나 만화 산업의 비중이나 지위는 어떤가요?

A. 아무리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콩고강 유역 중앙아프리카의 다양한 국가나 아프리카 내의 프랑스어권 나라에서 만화 작가의 지위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화가의 노후 보장을 위한 연금 제도도 없고요. 만화가는 비공식적인, 아마도 매우 비공식적인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고요. 실질적인 환경이 없으니까요. 카메룬 등 몇몇 나라에서는 만화영역을 구조화해보려고 시도하기도 했지만 그 메커니즘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Q. 당신의 나라에는 얼마나 많은 만화가들이 활동하고 있나요, 만화가단체나 만화진흥 기관이 있나요?

A. 우선 기본적으로 콩고강 유역의 나라 중 만화를 많이 생산해 내는 곳은 콩고와 카메룬에서부터 출발해야겠네요. 콩고 인구는 26백만 명, 카메룬은 76백만 명이고 지역의 리더 국가죠. 콩고와 카메룬에는 수백명의 작가들이 협회나 작가 조합, 출판조합을 만들거나 아니면 솔로로 활동하기도 합니다. 콩고공화국(콩고 브라자빌) 같은 작은 나라에도 협회가 있지만, 사실 나라가 작을수록 혼자 활동하거나 작은 단체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많지요. 디디에 카사이 작가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작가로 동생과 함께 작업해서 프랑스에서 출판했죠. 콩고공화국 같은 경우는 다양한 작가군이 있지만 그렇다고 서로 다 어울리는 것은 또 아니에요. 신문이나 잡지에 만화를 그려 인기를 끌었던 기성 세대가 있고, 언론사에서 출간도 하고 국제기관이나 국립기관에서 일도 한 중간세대도 있고, 콩고나 외국에서 작품을 내는 젊은 작가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뒤퓌 출판사에서 아프리카 작가들을 위해 만든 잡지인 모아비를 통해 주로 벨기에에서 책을 내곤 합니다. 르 빌리 페스티벌에서는 모아비잡지를 위해 일할 작가들을 뽑기도 했어요.

 

Q. 아프리카 만화가 유럽만화, 아시아 만화와 다른 특징은 어떤 것인가요?

A. 아프리카 만화는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럽식 만화가 아프리카 대륙에 많이 알려지고 아주 오랫동안 사람들은 진짜 만화는 프랑스나 벨기에 만화라고 생각했죠. 그러다 아시아 만화가 아프리카 대륙에 들어왔습니다.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소개되면서 우리도 우리 언어와 문화유산이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유럽 만화에 아프리카 출신의 등장인물이 나오는 것뿐만이 아니라 아프리카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원하는 이야기를 펼쳐 나가게 되었어요.

아프리카 판타지로부터 시작해 슈퍼히어로물, 삶의 단편을 그리는 작품, 유머러스한 만화, 다양한 문화에서 표현하는 공포물, 민속 작품, 도상학적 작품, 그리고 다양한 언어 등을 선보이고 있죠.

 

 

Q. 콩고인들이 좋아하는 만화가는 누구이고 좋아하는 만화 작품은 무엇인가요?

A. ,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식민지를 거쳐 왔기때문에 아직도 아프리카 밖에서 들어온 작품들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콩고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만화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원피스스파이더맨, 드래곤볼슈퍼맨, 나루토배트맨등 일본 망가와 그 외 지역의 만화의 경쟁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네요.

스트라스부르 국립대학 도서관 서비스 담당관 크리스토프 카시오 오리에 따르면, 현재 가장 유명한 만화, 즉 그 작품들이 만들어진 나라나 대륙을 떠나 인기가 있는 작가, 작품, 등장인물들은 주로 여성이라고 하더군요.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요푸곤의 아야, 아야의 동생 이야기인 아키시, 코피 곰보가 유명합니다. 카메룬에서는 제 책이기도 한 에벤 뒤타가 사랑을 받고 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퀘지가 유명하죠.

하지만 20세기 초반 이래 여러 나라에서 탄생한 히어로들이 큰 사랑을 받았었죠. 하지만 이런 만화를 출판했던 출판사나 기관이 다 문을 닫는 바람에 더 이상 만나볼 수 없지만요. 다음 링크로 들어가 보시면 다양한 등장인물을 만나 볼 수 있는 작품들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neuviemeart.citebd.org/spip.php?article1370)

 

Q. 한 세대 전의 콩고인들과 지금의 중앙아프리카 Z세대의 만화에 대한 생각은 많이 다른가요?

A. , 많이 다릅니다! 기성세대 독자들은 프랑스·벨기에 만화나 신문에 나오는 캐리커처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Z세대는 디지털 만화, 얼터너티브 만화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점점 더 한국 만화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Q. 과거에는 종이 만화를 많이 봤는데 지금은 디지털 만화, 또는 웹툰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콩고에서는 어떤가요?

A. 여전히 종이책으로 된 만화를 많이 읽는 편입니다. 아프리카에는 아직도 전기가 자주 끊기는 나라가 많습니다. 그러니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는 휴대폰이나 태블릿에 맞서 종이책이 살아남고 있는 거지요.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자의 확산 속도는 대단합니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스마트폰 보급 속도가 문맹 퇴치 속도보다 더 높으니까요. 음식물 보관하는 냉장고는 없어도 스마트폰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디지털 만화의 경우를 살펴보자면, 웹툰에 관심을 갖거나 이미 팬인 독자들이 점점 웹툰 플랫폼에 많이 접속하는 상황입니다. 아프리카 작가들도 웹툰 플랫폼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아프리카 작가들이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아프리카 만화산업의 미래는 어떨 거라고 전망하시나요?

A. 아주 밝다고 봅니다. 태양보다 더 밝고 강렬할 것 같아요! 좀 더 진지하게 말하자면, 작품성이 높은 만화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북부 지방과 남부 지방 작가들의 협업은 물론 각색 작업도 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작가들이 만드는 만화 프로젝트 쿠부니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마침 저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아프리카 만화 쿠부니는 앙굴렘국제만화영상시테와 협업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한국에도 아프리카 만화를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아주 괜찮은 작품들을 직접 소개하고 싶어요. 아프리카 만화 쿠부니 전시 덕분에 쿠갈리라는 출판사를 알게 되었죠. 나이지리아와 우간다에 자리를 잡고 있는 출판사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디즈니 만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인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나이지리아의 라고스라는 곳에 사는 흑인들이 등장인물로 나옵니다.

2013년에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작가는 천오백여 명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최근 통계 기록은 없습니다. 하지만 SNS를 통해 매일 새로운 나라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죠. 작품 스타일도 정말 다양해 앞으로 이 작가들이 어떤 작업을 펼쳐 나갈지 정말 기대가 돼요. 물론 이 작가들을 잘 도와줘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