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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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에서 "재미있는 웹툰"을 찾는, <오늘의웹툰> 진수글 대표

이제는 웹툰 제작업이 데이터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도전을 진행할 차례

2023-06-20 동우샘

재미있는 웹툰은 무엇일까?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나와 네이버 검색센터 추천연구팀에서 근무하며 웹툰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경력을 가지고 있는 '오늘의웹툰' 진수글 대표의 고민은 항상 '재미있는 웹툰'을 찾는 것이다. IT경력 처럼 '데이터' 속에서 오늘도 '재미있는 웹툰'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진수글 대표의 웹툰 이야기를 들여다 보자.


[ 진수글 대표의 공식 프로필 ]


Q1. 먼저, "오늘의웹툰"과 대표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데이터기반 웹툰 제작사 오늘의웹툰, 대표 진수글입니다. 오늘의웹툰은 21년에 네이버 <행복을 만드는 방법> 연재를 시작으로 아홉작품을 공급하고 있는 오리지널 중심의 웹툰 제작사입니다. 웹툰 발굴, 제작, 유통 전과정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솔루션으로 더 창의적인 작품을 더 많은 독자에게 읽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네이버에서 추천연구를 하던 개발자 출신으로, 이제는 만화제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2. 원래 웹툰작가나 웹툰쪽에 관심이 많으셨는지 궁금해요. 창업을 준비하시면서 웹툰쪽에서 창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시긴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만화인으로서 어릴 적에 출판만화를 많이 봤다는 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겠죠? 저는 21세기 초 만화업계가 출판만화, 스포츠신문 연재만화, 블로그 만화를 거쳐 초창기 네이버/다음 만화 등 웹툰이 태동하기 이전에도 다양한 형식으로 바뀌는 모든 과정을 매일 두세시간씩 함께 경험했습니다. 네이버에서 일하던 당시에는 웹툰을 담당하여 네이버웹툰의 초창기 추천 모델링을 직접 개발했으며, 3년간 웹툰 하단 추천, 네이버 시리즈 피드, 라인 웹툰 최초진입 추천 등을 개발하면서 웹툰을 데이터라는 방법으로 파왔기 때문에, 창업을 하게 되면서 웹툰 산업으로 온 것은 어쩌면 제 지인들에게는 당연해 보였을 것 같기도 합니다.


[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미있는 웹툰을 찾기위해 노력하는 오늘의웹툰 ]


Q3. 대표님께서 생각하는 "재미있는 웹툰"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상업적으로 “재미있는 웹툰”이란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돈을 내고라도 보고 싶은 작품’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고, 문학적으로는 ‘상상해보지 못한 곳에 데려다 주는 작품’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아름다운 작화와 치밀한 서사, 독특한 설정 등 다양한 요소가 있겠습니다만 재미있는 어떤 작품이라도 그중 한가지 매력만으로 다음화를 기다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의 요소 요소가 좋은 궁합으로 앞에서 말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4. 사실 '재미'라는 것이 정량적으로 지표가 나오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분석은 정성적인 지표를 정량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란 말이죠. '산업'의 규모로 커지고 있는 웹툰 시장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질 것 같아요. 그걸 가장 첨단에서 몸소 확인하고 계신데, 데이터가 왜 중요할까요?

맞습니다. 말씀드린 것은 모두 전부 주관적인 요소이므로 제게 재미있는 작품이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께는 재미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작품을 개발할 때 제 개인의 취향보다는 연독률(1화에서 2화로 넘어가는 비율)을 측정하여 데이터를 통해 작품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웹툰 시장은 이미 시간점유율 측면에서는 상당한 포화 상태이고, 이제부터 산업의 발전 방향은 작품 수익 구조의 다각화, 이차사업화, 작품 개발의 고도화 등등 ‘한 작품을 개발할 때 더 많은 매출을 낼 수 있도록’ 흘러가게 될 것 같습니다. 제작자 입장에서 매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던 과거와 달리, 한번의 기회에 더 많은 호응을 이끌어내려면 이제는 전통적인 방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를 활용하면 어떤 기획을 해야 사람들이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어떤 연출을 해야 독자의 호응이 높아지는지, 어떤 마케팅을 해야 더 많은 독자에 도달할 수 있는지 알게 됩니다. 오늘의웹툰 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다만 오늘의웹툰이 가장 먼저하고 있는 그런 분석을 통해서요.


Q5. 반대로 생각하면 데뷔해서 연재해본 경험이 없으신 분이 '웹툰 스튜디오'를 창업하시고 나서 느낀 지점이 있으실 것 같아요. 장단이 있었을텐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제작자로서 저는 21년에 제가 담당하는 작품을 네이버에 연재시킴으로써 입봉 했습니다. 이제는 저 스스로 만화인이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물론 직접 스토리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지 않는 면에서 ‘왜 내가 다른 이들보다 잘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진 않았습니다만, 하나의 만화를 만드는 데에는 십수가지 방법으로 십수명의 기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작자로서 연재 경력이 꼭 필요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라 해서 작품 제작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안되겠죠.


[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인 보란기린 작가의 '1331', 현재는 휴재를 진행하며 건강 회복에 노력 중이다 ]


Q6. 일단 휴재중이긴 한데, 보라기린 작가님의 <1331>이 네이버에서 연재되고 있어요. 제가 알기론 시리즈에서 먼저 연재되고 네이버웹툰에 실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려요.

<1331>은 보라기린 작가님의 데뷔작입니다. 독특한 상상력과 빠른 전개가 인상적인 작품이었고, 한창 데이터분석을 개발하던 중에 만나뵙고 거의 회사 극초기부터 함께 했습니다. 시리즈에 한달여 게재되었을 때, 성적이 워낙 좋았고 네이버로 와서도 금방 MG를 회수하는 등 괜찮은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6개월 동안 건강 회복에 힘쓰고 계시고, 이제 다시 세이브를 쌓고 계십니다. 회사도 작가님이 물적으로, 심적으로 휴재기를 잘 보내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다리시는 팬분들이 꾸준히 댓글로 응원 남겨주고 계신데요, 덕분에 작가님이 더 힘내고 계십니다!


Q7. 신생 제작사가 SF-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이라는 상대적으로 비인기장르를 하는 건 전략이기도 하지만 도전이기도 할 것 같아요. 보라기린 작가님을 믿으신 것도 있겠지만, 데이터를 보는 곳이다 보니 궁금한 것이 있어요. 어떤 지점에서 '이거다'라고 생각하셨나요?

결국은 ‘연독률’입니다. 1화를 본 사람이 2화를 보는 비율이 ‘연독률’인데요, 모든 웹툰 유료 독자는 1화를 보기 때문에, 1화를 본 사람 중 2화를 보고, 그중 일부만 유료구간까지 넘어가게 됩니다.

이 연독률을 알수만 있다면, 작품의 내재가치를 측정할 수 있게 됩니다. <1331>의 경우 이 연독률이 70% 중반대로 최상위권 수준이었고, 동시에 작화나 캐릭터 설정이 신인이심에도 불구하고 아주 수준이 높았습니다. 저희가 놓치면 후회했을 훌륭한 작품과 작가님이십니다.

역으로 저희가 경력이 많아 SF 라는 비인기 장르만 보고 작품 계약을 망설였다면, 눈뜨고 기회를 놓치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


[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인 박적광 작가의 '육식고' ]


Q7-1. 작년 연말부터 연재중인 <육식고>도 얘기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학원액션 장르에 변신이라는 소재를 접목시킨 작품인데, 이 작품에서도 어떤 점이 눈에 띄셨는지 궁금합니다.

<육식고>는 신인이신 반적광 작가님의 동물변신-학원액션 작품입니다. 마찬가지로 70% 중반대 연독률을 보인 아주 우수한 작품이었고, 그 독창적인 설정과 작가님의 센스를 믿고 작품에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네이버 ‘매일플러스’ 남성 순위 한자릿수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Q8. 이것도 안 물어볼수가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신생 업체인 오늘의웹툰이 기지개를 펴려고 할 때 투자시장 상황이 급속도로 얼어붙었잖아요. 어떻게 이겨내고 계신가요?

저희와 비전을 함께하는 재무적인 투자자 분들과 함께 빙하기를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자금투입의 양이나 순서, 승부를 거는 지점 등에 대한 전략적인 수정은 있겠지만, 웹툰 제작-유통 과정을 데이터로 혁신한다는 비전만큼은 시장 변화에도 불구하고 차이가 없는 상황입니다. 


Q9. 오늘의웹툰만이 가진 강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그걸로 어떤 성과를 내려고 하시는지 말씀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의웹툰은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웹툰 제작을 더 재미있게 만들고 더 많은 독자에게 도달하는 과정을 덜 실패하게 만드는 모든 과정에는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이런 비전을 가진 회사는 저희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첫 2년이 웹툰 제작사로서의 자리 잡는 기간이었다면, 이제는 웹툰 제작업이 데이터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쉽게도 저희가 올해 무엇을 할 지는 각각의 첫 성과와 함께 공개해야 할 것 같네요.


Q10. 마지막으로, 보고 계신 작가님들과 독자님들, 그리고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인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의웹툰은 만화회사입니다. 데이터를 활용해 남들과 다른 것도 많이 하겠지만, 언제나 창작자가 행복한 제작, 독자가 재미있는 만화라는 본질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긴 인터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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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샘

* 콘텐츠 관련 커뮤니케이터
*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에 관심있는 지방 지역 학생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