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작가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A. 네, 반갑습니다. 먼저 인터뷰 요청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여 민망하지만 열심히 답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Q. 간단하게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A. 안녕하세요. 현재 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 졸업 예정이며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기 시작한 사회 초년생 이성호라고 합니다.
Q. 만화평론공모전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A.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것에 비해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자신이 없었으나 심사위원들께서 좋게 봐 주신 듯합니다.
△ <불멸의 날들>, 허긴개 (출처_레진코믹스)
Q. 이번 공모전에 내셨던 평론은 어떤 작품에 대한 것이었는지요? 어떤 주제로 비평하셨는지,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제가 상을 받은 것은 작품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레진코믹스 플랫폼에서 연재되고 있는 허긴개 작가의 <불멸의 날들>을 평론 대상으로 삼았는데, 제가 추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모두 영생을 살게 된 사회에서의 사건을 다루는데요. 이 영생의 사회 속에서 죽는 유전자를 가진 필과 멸이 살아가는 내용입니다. 특이한 점은 현재 필멸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종교를 통해 영생을 얻으려고 하는 것에 반해, 작품은 영원의 삶을 살아가기에 사회가 종교를 통해 죽음을 얻으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 종교에 대한 반전적인 해석을 주로 다뤘는데요. 삶이 영원한 것이 역설적으로 죽음의 필요성을 증명한다는 주제로 비평을 쓰게 되었습니다.
Q. 공모하실 때 수상을 하겠다는 느낌이 있으셨는지요?
A. 좋은 작품이 좋은 주제를 가져 이것을 소개하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상을 받지 못했다면 그것은 작품의 문제가 아니라 비평 능력이 부족한 제 문제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Q. 직업이 평론가이신가요? 아니면 다른 직업을 가지고 계신가요?
A. 생계를 평론으로 이어가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문적인 비평보다는 대중적이고 재미있는 비평을 원할 것이기에 평론으로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습니다. 현재는 글 쓰는 것과 관련된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정확한 직업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Q. 만화만 평론하시는지요?
A. 영화 평론과 관련해서 대학원생 부문에서 상을 탄 적이 있습니다. 소설 평론에서도 상은 타지 못했지만 후보에는 오른 적이 있고요. 게임 평론도 도전해 본 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창작에 재능이 없는데 좋은 작품은 또 보고 싶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분야의 평론에 도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만화를 좋아하세요?
A. 당연히 좋아합니다. 만화방이 있던 시절에는 형과 함께 소설이나 만화를 보기 위해서 거의 100만 원을 넘게 쓴 적도 있었고요. 네이버 플랫폼의 웹툰은 전부 보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생업으로 인해 꼭 보고 싶은 작품만 골라서 보고 있습니다.
△ <지옥>, 연상호&최규석 (출처_네이버웹툰)
Q. 만화 비평을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A. 비평은 대학원생이 된 2020년부터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평 능력에 대한 증명은 21년 SICAF에서 연상호, 최규석 작가의 작품 <지옥>으로 최우수상을 받은 것으로 증명하였으니 그때부터 제대로 된 비평을 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만화 비평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처음에는 소설로 비평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비평의 꽃은 결국에는 문학이기에 문학으로 시작을 했으나 그 와중에 다른 분야에 대한 흥미가 커져 여러 분야의 평론을 도전해 보게 되었습니다.
Q. 만화를 비평할 때와 다른 장르를 비평할 때 차이점이 많은가요? 장르에 따라 중점을 두는 것의 차이랄까요?
A. 여러 장르를 도전해 본 입장으로선 차이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비평에 있어 장르적 지식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에 소설을 비평하는 사람이 만화를 읽으며 서사적인 부분에서는 비평할 수 있겠지만, 그림체나 구도, 장면의 흐름 등 매체적인 특성에 대해서 비평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각 개별 장르가 공통적으로 가질 수 있는 부분은 존재하지만 그것보다 개별적인 특성들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Q. 만화 비평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A. 그림체는 최대한 보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림체 또한 그 의도를 담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한 컷 한 컷마다 작가가 어떤 의도를 담으려고 했는지 해석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이때 많은 의미를 드러낼수록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과하게 의미만 담으면 만화로서의 재미가 많이 떨어지겠죠.
Q. 저는 만화를 볼 때 생각 없이 그냥 보고 웃거나 울거나 그 정도입니다. 그래서 만화를 볼 때 매우 편하게 보는데요. 어떠세요? 만화를 보실 때마다 평론가의 눈으로 보시진 않으세요?
A. 매 작품을 평론가의 눈으로 보는 것은 무척 피곤한 일입니다. 스스로 만화에 대한 재미를 떨어뜨리는 감상을 하니 본래의 의도를 잃기도 합니다. 그래서 만화를 볼 때 딱 첫 화 정도만 평론가로서 판단을 합니다. 분석적으로 접근해야 할지 그냥 편하게 읽을지를요.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만화는 편하게 읽고 있습니다.
Q. 한국 만화가 인기가 많습니다. 만화가를 꿈꾸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고요. 이로 인해 만화 평론가에 대한 인기도 많아졌을까요? 한국 만화 산업의 발전이 만화 평론 분야에도 영향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A. 만화 평론에 대한 인기가 더 생겼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품 자체에 대한 해석을 평론으로 본다면 정통의 평론가분들은 문학 이외의 접근을 잘하지 않을 것이고, 만화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쓰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이 어떤 평론의 수준까지 올랐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아직 진정한 평론을 쓰고 있다고 말하기엔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만화 산업은 해외로 진출할 만큼 엄청나게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만큼 좋은 작품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고 보긴 어려우므로 평론이 의존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 앞으로 많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만화 평론 공모전에 응모하신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점점 만화 평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진다는 거겠지요? 만화 평론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요?
A. 응모한 사람이 많은 것은 의외입니다. 다들 어떤 마음가짐으로 쓰셨는지 기회가 되면 응모작들을 읽어 보고 싶습니다. 만화 시장이 커지면서 감상에 대한 자기 생각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욕심이 커지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화 평론은 크게 평론가로서의 역량과 만화 이해에 대한 역량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론가로서의 역량은 기본적인 글쓰기 능력과 작품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 능력을 갖추어야 하지만 핵심적인 것은 글에 얼마나 자기 혐오를 담을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평론은 비평이며 비평은 세계에 대한 분석적 시각인데, 세계를 비판한다 하더라도 그 세계에 자신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알고 그 자신 또한 비평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 글에 드러나야 합니다. 만화적 역량으로는 컷의 구조나 분배, 의도된 그림체(인체 구도나 색의 활용, 대사와 액션의 밸런스 등)를 이해하는 등의 매체적 이해가 필요합니다. 잘 그린 것을 좋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린 것에 의도를 담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 핵심입니다.
Q. 만화 평론가가 되기 위해서 (만화 평론을 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어떤 준비나 노력을 하셨는지, 과정을 여쭤 봐도 될까요?
A. 아무래도 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원도 국어교육과에서 현대 소설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다 보니 비평하는 글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보통 비평의 중점을 서사적 흐름과 주제 의식에 두는데 이 또한 현대 소설과 관련되어 이론 공부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만화 평론에 있어서는 컷 단위 분석과 화 단위 분석, 전체 단위 분석 등 만화 평론만의 분석 방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Q. 만화 평론가를 꿈꾸는 미래 만화 평론가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어떤 것을 미리 준비해라, 꾸준히 무엇을 해라 등과 관련해서요.)
A. 좋은 작품을 보는 눈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평론은 결국엔 작품에 의존하는 것이기에 좋은 작품의 의미를 잘 드러내는 것이 평론의 역할입니다. 이를 통해 평론은 좋은 작품이 더 많이 등장할 수 있게 만화계에 이바지하는 것이지요. 여러 작품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것보다는 좋은 작품으로 한정하여 글을 쓰는 것이 좋은 평론을 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글에 어떤 선민의식이 절대로 드러나서는 안 되므로 항상 글을 쓰고서 주변인에게 보여 주고 주변인의 의견을 반드시 겸허히 받아들이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미래의 평론가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 <격기3반>, 이학 (출처_네이버웹툰)
Q. 만화 평론가로서 혹시 지금 이 시점에 일반인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으신 작품이 있을까요? 왜 그 작품을 추천해 주시는지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A. 3개 정도를 추천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제가 이번에 대상으로 한 작품인 <불멸의 날들>입니다. 언제나 사람들의 주요 화두인 영원한 삶에 대해서 현실적이면서 첨예한 시선을 가지고 있어 작품으로 쓰기 매우 좋은 작품입니다. 둘째로 이학 작가의 <격기 3반>입니다. 액션물임에도 불구하고 철학적 시선을 포함하여 현재 화두되고 있는 신체성이나 차별성, 폭력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루고 있으며 각 컷에도 은유적 표현이 들어가 있어 분석하는 사람에겐 꼭 읽어 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연상호/최규석 작가의 <지옥>입니다. 제가 21년 만화평론상을 받을 때 평론 대상으로 한 작품인데, 드라마보다는 원작으로 보셨으면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운명론과 삶에 대한 해석에 여러 논점을 담고 있어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나, 목표 등에 대해 궁금합니다.
A. 사실 앞으로 작품을 보는 것도 좋지만 허락이 된다면 직접 작가들을 만나 보고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특히, 제가 평론을 쓴 작가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문학 평론에선 작가의 삶 또한 평론의 한 부분으로 삼기에, 작가 개인의 생각 또한 평론에 담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앞으로 글을 계속 쓰겠지만, 직장에 다니는지라 기회가 많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계속 작품론을 바탕으로 평론을 쓸 예정입니다. 물론 산업이나 정책에 대해서도 관심은 있지만 평론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Q.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만화 평론가에 관심이 있으신 많은 분들께 좋은 시간이 되리라 생각이 됩니다. 앞으로도 평론가님의 글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A. 감사합니다. 앞으로 좋은 만화가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