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작가님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린든'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정혜 작가입니다. 대표작으로는 에끌툰에서 연재한 '비혼주의자 마리아'가 있고, 현재 '영생을 주는 소녀'도 동일 플랫폼에서 연재 중에 있습니다.
[ 그림 1, 린든(안정혜) 작가 ]
Q. 작가님 대표작이라고 이야기하신 '비혼주의자 마리아'가 어떤 작품인지 직접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A. '비혼주의자 마리아' 표지에 나온 갈색머리 캐릭터가 '마리아'라는 친구입니다. 옆에 검은색 긴 머리를 한 캐릭터가 마리아의 동생 '한나'입니다. 언니 마리아는 목사와 결혼하기로 했었지만 파혼하고 갑자기 비혼주의자가 되겠다고 선언 후 집을 나가버렸는데요. 동생 한나는 독서클럽에서 만난 민준이라는 친구와 결혼을 하고 싶어 부모님께 허락을 받으러 갔다가 보수적인 아버지가 '언니가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 동생이 먼저 할 수 없다'라는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이유로 반대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동생 한나는 언니 마리아를 먼저 결혼시키기 위해, 자신이 민준이와 만난 독서클럽에서 괜찮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려고 언니를 데리고 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왜 언니가 신앙을 가졌음에도 비혼이라는 걸 선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교회 안에서 벌어진 성폭력 등 그동안 알지 못했던 불편한 진실들과 깨닫지 못했던 차별들에 대해 알아가게 됩니다. 평소에 질문하지 않았던 한나가 용기를 내기 시작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 그림 2, 비혼주의자 마리아 커버 - 이미지 출처 에끌툰 ]
Q. 설명을 들어 보면 두 자매가 굉장히 상반되는 것 같습니다.
A.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책에서도 나와 있지만 한나는 언니의 결혼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것이 교리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이 땅에서 생육하고 번성하라(1)고 성경에 나와 있으니까요. 마리아는 ‘그 의미로 정말 하나님의 말씀하신 것이 맞느냐’라는 질문과 너는 ‘결혼을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해 본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결혼은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며 굳이 이유를 찾자면 ‘하나님이 시켰으니까’ 라고 한나는 대답합니다. 이 대답은 한나가 사실 스스로 생각해 본적이 없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품 속 두 자매는 굉장히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나는 순종적으로 교회를 다니는 인물인 것에 반해 마리아는 신앙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할 만큼 마음이 많이 돌아서 있는 상황입니다.
(1) 창세기 1장 28절 :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Q. 예전 인터뷰를 보면 한나가 작가님을 가장 많이 닮은 캐릭터라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비혼주의자 마리아라는 책을 통해 ‘가장 많이 변한 사람은 작가인 나 자신이다’라고 고백하신 적이 있는데요. 믿어왔던 것을 뒤집고 다른 가치관을 갖는다는 게 보통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신앙인으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겪으신 그 경험을 듣고 싶습니다.
A. 저는 모태신앙입니다. 어릴 때부터 제가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그 상황에서 교회를 다녔고 믿음이 좋은 착하고 순종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그 말은 즉 질문하지 않고, 그냥 위에서 하는 말 그대로 '아멘' 하면서 잘 믿어왔던 사람이었습니다. 한나와 가까운 모습이라 볼 수 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샘물교회(샘물교회 선교단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2))'사건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해당 사건에 대해 평소 제가 전도하고 다녔던 지인들에게 항의성 질문을 받았고,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억울한 마음이었지요. 내가 하지도 않은 일을 왜 나한테 따지는 것인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답하지 못한 저 스스로에게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처음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말로는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라고 전도하면서 그 '사랑'이 뭔지는 관심이 없었단 사실을요.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정작 그 사랑을 저에게만 적용했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나의 죄를 위해서 죽은 사람으로만 여겼고, 나의 성공을 위해서 빌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대해서는 나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성경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성경을 공부하는 과정 중에 긴 역사가 담긴 성경에 여성들이 주체적인 삶들을 살고 있었음에도 그런 것들이 가려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해당 내용들이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가 오랫동안 성경을 가르쳐온 사람들이 남성들이었고, 그들의 시선으로만 가르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죠.
저는 순종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이 말은 곧 굉장히 의존적인 상태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굉장히 순종적이고 의존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 말인 즉 남편이 나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남편은 내 어리광을 다 받아주어야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실제 제가 다니던 교회에서는 '남편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서 죽으신 그 피흘림으로 아내를 사랑해야 한다'라고 가르쳤는데, 남성들에게 굉장히 부담이 될 수 있는 내용이죠. 자기의 모습을 다 버리더라도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에게 헌신해야 한다는 의미니까요. 그에 따라서 아내는 그런 남편을 예수님처럼 순종하고 따라야 된다라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삶을 예수님처럼 책임져 줄 그런 배우자상을 그리게 되었죠. 그나마 제가 꽤 균형잡히게(?) 배웠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죠. 보통은 남편의 그런 십자가의 희생과도 같은 아내 사랑 의무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진 않고, 아내의 헌신을 많이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르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아무튼 저는 운이 좋게도 지금의 남편이 십자가에 헌신으로 저를 많이 사랑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남편이 너무 좋았고 굉장히 의존했죠. 의존에 대한 만족감은 높습니다. 왜냐면 생계의 위협을 받지 않기 때문이에요. 남편이 다 책임져 주니까요. 남편도 다 큰 어른인 저의 보호자 노릇을 하려니 상당히 골치아팠겠지만 아이가 없을 땐 그럭저럭 우리 둘이 잘 살았어요. 하지만 이런 저에게 큰 변화가 찾아오게 됩니다. 바로 아이가 태어난 것이죠. 남편은 아이와 저 두 사람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왔고, 저는 남편에게만 의존하며 살다가 갑자기 이 생명을 책임져야 되는 상황이 온 것이었어요.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두 명의 온전한 어른이 제 몫을 해야하는데, 저는 그 때 제가 얼마나 의존적인 사람이며, 온전하고 독립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처절하게 깨닫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제가 그런 줄 몰랐거든요. 모든 것을 의존하다보니 완전한 '제 것'이 없었습니다. 내 안에 스스로 설 힘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 뒤로 '내 것'을 찾기 시작하였고, 작가로서 치열하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남편 등에 업혀있는 걸 그만두고, 진짜 함께 걷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남편은 생계에 대한 부담을 저와 함께 덜면서 아이 양육과 집안일에도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시작했고요. 남편 혼자 '가장'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가족을 이끌어가는 모습으로 가기 위해 지금도 굉장히 애쓰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 속에서 '버지니아 울프(3)'의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AROOO)'라는 책을 정말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책에서는 '시선'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든요. 이 세상은 오랫동안 남성적인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현실, 진짜 이 물질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남성적 시선과 함께 여성적 시선도 같이 공존해야 한다라는 말에 크게 공감하였습니다. 그래서 내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남성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던 것에서 여성적인 시선으로 보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 의존적인 삶을 살았던 만큼 내가 느끼는 불합리함이나 감정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2) 탈레반 한국인 납치 사건: https://ko.wikipedia.org/wiki/탈레반_한국인_납치_사건
(3) 버지니아 울프: 본명 애덜린 버지니아 스티븐(Adeline Virginia Stephen)
[ 그림 3,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
Q. 여성적 시선의 삶 속에서 경험하고, 소개할만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예전에 교회에서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 나시를 입고 갔는데, 교회에 “왜 이렇게 입고 왔냐", "남성들을 시험에 들게하지 말아라" 이런 내용이었거든요. 이건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굉장히 불쾌한 말이에요.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뭔가 불합리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었지만 그 느낌과 감정 자체에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 정도로 의존적이였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 많이 노력하였고, 내 안에서 느꼈던 불합리함과 상처 그리고 분노를 마주하는 작업을 하면서 이 작품에 대해 불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더 나아가 그 시선으로 내 주변의 자매들을 보기 시작하니까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비혼주의자 마리아’ 처음 기획이 남편 분에게 전달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직접 해당 작품을 진행하고자 하였던 이유는 무엇인지요?
A. 저희 부부는 둘 다 작가입니다. 처음 비혼주의자 마리아 제안이 남편에게 전달되었는데요. 저는 경력이 단절이 되고 싶지 않았고, 남편의 의존성을 벗어나 제 스스로 작가로서 바로 서기 위해 제가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을 연재하면서 '신데렐라 서사'를 부러워하는 마음이 제 한 구석에 있었습니다. 의존적인 삶 속에서 얻는 기쁨을 저는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자꾸만 관성처럼 돌아가려고하는 제 자신과 계속 싸우면서 작품을 제작하였습니다. 사실 이런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Q. 한국 기독교 안에서 '비혼주의자다' 그리고 '페미니스트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두 개다 해당되는 거잖아요.
A. 네, 그렇죠. 제가 처음 이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때 제 주변의 교회 다니시는 분들이 많이 말리셨어요. "왜 교회 안에 페미니즘이 필요하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요.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보통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저는 남녀 사이를 대결구도로 상정한 비유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 비유보다도 놀이기구인 '시소'로 비유하고 싶습니다. 시소는 밑으로 내려갔다 올라갔다하는 놀이잖아요. 인간관계란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고 서로 함께 주고받으면서 하는 놀이라고요. 생각해 보면 그 동안에는 남성적 시선으로 봐왔다 라는 것은 자신이 시소에 탄 지도 모른채 그냥 앉아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거든요. 이제는 여성적 시선에 무게를 두어, 그 고정된 관념을 흔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럴때 남성적 시선과 여성적 시선이 서로 주고 받으며 조화를 이루고, 이 가운데 삶이 더 풍성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성적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해주는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요즘 해당 단어가 변질되어 '여성 우월주의자'와 거의 동일 선상에서 보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Q. 작가님께서 공유해 주신 이런 경험들을 들어보니 많은 질문과 과감한 싸움 속을 살아 오신 것 같습니다. 근데 이런 모습 속에선 한나와 마리아의 모습이 많이 겹쳐 보이는데요. 특히 한나의 깨달음과 함께 이전과는 다른 모습과 많이 보입니다. 또한 마리아와의 관계도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작품 속 이야기 이후 마리아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굉장히 궁금합니다.
A. 해당 질문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상상해 본적이 없거든요. 내가 마리아에게 이렇게 관심이 없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마리아의 삶을 한번 상상해 보았는데요. 제 생각에는 마리아는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고 있을 것 같아요. 개발자로서의 자신의 삶 말이지요. 그리고 성경에 나오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이야기를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Q. <비혼주의자 마리아>는 기본적으로 차별받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듯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들이 저소득층 청소년이나 따로 의지할 주변인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사실도 눈에 들어옵니다. 성별뿐만 아니라, 경제적 형편, 연령 등에 따라서도 불합리하고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A. 네, 맥락에서 보면 맞습니다. 교회에서 목사는 굉장히 권위 있는 자리입니다. 거의 절대적인 위치에 있지요. 그리고 작품 속에도 나와 있지만 군대식 군기 문화들이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들도 같이 고발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문화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이 중 '영생을 주는 소녀'는 '도파민 중독'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도파민에 중독되면 자신의 쾌락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고, 상대방을 단순한 쾌락의 도구로써 바라볼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가스라이팅 당하기 쉬운 대상을 찾게 되는데요. 최근에 우울증 갤러리에서 미성년자 성착취(4)가 굉장히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취약하고 의존할 대상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다닙니다(5) '비혼주의자 마리아'의 윤목사도 굉장히 선량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역을 하며 도움을 주지만 상사 목사의 '권위가 없는 것 같다'라며 남성적인 시각으로 치켜세워지기를 바라는 마음과 욕구가 결국 원인이 됩니다. 이런 부분에서 개인적인 문제를 포함하여, 현 기독교와 교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생각해 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실제로 카리스마 있는 사람에게 사로잡히면 이게 또 중독이 됩니다. 멋진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고, 그 사람에게 의존적인 면을 장악당하고 싶은 그런 욕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게 비단 교회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한국사회가 가진 리더십에 대한 어떤 편견이나 고정된 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이런 면이 한국 사회에 문제가 되기도 하니까요. 교회에서 말하는 리더의 상은 예수님입니다. 십자가는 사실 실패의 상징이었습니다. 세상을 다스리는 분이시지만 왕의 모습이 아닌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내려왔으며, 우리는 이런 예수님의 모습을 닮고 싶어 성탄절을 기리는 것이니까요. 교리는 예수님을 바라보게 되어있지만, 실제 교인들은 카리스마적인 목소리를 바라는 것이 조금은 슬픕니다.
(4) 우울증갤러리 ‘신대방팸’ 2명 구속영장…미성년자 성착취 의혹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98772.html
(5)기독교여성상담소 '교회 성폭력 예상 지침서'에는 그루밍 성범죄가 총 6단계로 진행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1. 피해자 고르기, 2. 피해자의 신뢰 얻기, 3. 피해자의 욕구 채워주기, 4. 피해자 고립시키기, 5. 관계를 성적으로 만들기, 6. 통제 유지하기
Q. 두 자매를 포함하여, 독서모임에 참여하여 열띤 토론을 하는 멤버들까지 모두 캐릭터가 명확하게 잘 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캐릭터들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는지요?
A. 많은 작가들과 같이 저도 제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투영하고 있습니다. 누구라고는 이야기할 순 없지만, 토론에 열심히 참여하지만 가장 이야기를 못하는 캐릭터도 모티브가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Q. '비혼주의자 마리아'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한나가 마리아가 왜 비혼주의자가 되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가운데 마리아가 교회를 더 이상 가지 않고, 비혼주의자가 된 것이 행복해지고 싶어서라고 이야기를 하고, 그때 '아 언니가 행복해지려고 저 선택을 한 것이구나'라고 깨닫게 됩니다. 그러면서 '나는 왜 당연히 언니가 불행하다고 생각했을까?'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가치관이라는 것이 좋고 싫은 뿐만 아니라 옭고 그름의 문제다 보니 이런 실수를 굉장히 많이 하게 됩니다. 나랑 가치관이 다른 사람이 선량하다거나 행복하다는 상상을 하는 것이 사실 되게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반면 한나의 이런 깨달음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지향하는 공존의 힌트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 저는 교회에서 '너는 죄인이다'라는 말을 평생 들으면서 자랐거든요. 이게 되게 돌아갈 길이 없는 말이거든요. '예수님은 죄인을 위해서 오셨다'라는 말은 '내가 죄인이 아니면 예수님은 나한테 필요 없는 존재'가 되기 때문에, 나라는 존재는 계속 죄인인 상태에 머물러야 된다고 생각이 들어요. 저 스스로 '나는 정말 죄인인 상태로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하는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는 행복하면 안 되는 사람인가?', '나의 자아를 버리고 예수님의 생각을 채우라고 하면 과연 왜 나라는 존재를 만드셨지?'와 같은 질문을 계속 하게 되는 됩니다. 이건 교회가 잘못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저 같은 일개 성도가 신학에 가까운 공부를 해야 했거든요. 논문을 찾아보고, 신학 서적을 뒤져보면서요. 최근에는 재미있게 읽히게끔 도와주는 신학서적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어 위안이 되긴 합니다만 아직까지 교회 안에는 무지성주의가 판치고 있습니다. 마지막 한나가 책을 꺼내는 장면은 이런 의도에서 넣은 장면입니다.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책을 찾아보는 용기가 필요하다"라고 생각해서요. 또한 끊임없이 질문하고 공부하며 얻은 결론 중 하나로 "우리의 행복은 죄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공존과 소통을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질문하며, 공부하고 그렇게 결론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그림 4, 에끌툰 메인 화면 ]
Q. '비혼주의자 마리아'는 에끌툰에서 연재되었습니다. 기독교 웹툰 플랫폼 '에끌툰'이 어떤 플랫폼인지 궁금합니다.
A. '비혼주의자 마리아'를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웹툰 같은 포털 기반 플랫폼에 제안하였습니다만 종교적인 내용 때문에 계속 거절 당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만들자 해서 만든 것이 '에끌툰'입니다. 에끌툰에서 비혼주의자 마리아를 연재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내가 알던 기독교인과 너무 다르다. 교회 다니는 주변 사람들은 이야기가 통하지 않았는데, 이런 다양한 목소리가 있구나'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에끌툰에서는 그 동안 교회에서 감히 이야기하지 못했던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창조론 연대기'에서는 창조론과 진화론 등 과학과 대립하며 고민하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요나단의 목소리'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원을 팝니다'에서는 기복신앙(물질만능주의)을, '김권사'에서는 자살과 같이 기존 교회 내에서 민감하게 잘 다루려 하지 않았던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요한계시록 뒷조사', '마태복음 뒷조사' 등의 뒷조사 시리즈에서는 기독교 변증적인 내용 또한 다루고 있습니다. 최대한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월 3,900원으로 작품들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Q. 최근 연재작인 '영생을 주는 소녀'는 어떤 작품인가요.
A. '영생을 주는 소녀'는 SF 작품입니다. 남편인 러스트 작가가 글을 제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의 공동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SF는 사실 좀 마이너한 장르이긴 한데요. '피해자가 당하는 고통을 가해자도 함께 당할 수 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토브라는 장치를 통해 가능한데요. 해당 작품의 캐릭터들은 '비혼주의자 마리아'에서 많은 부분이 이어져 옵니다. 그림 공부도 하고 공을 들이기도 했으며, 무거운 내용과 주제를 최대한 독자분들께 전달해 드리기 위해 노력하며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큰 줄거리에는 여러 도발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있는데요. 작품을 통해 많은 질문들을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 그림 5, 영생을 주는 소녀 ]
Q. 마지막으로 작품을 제작하시면서 도움이 되셨던 추천할만한 도서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A. 도움을 받은 많은 도서들이 있습니다. 단행본에 각주로 정리해 두었는데요. 참고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 중 추천드리는 도서는 위에서도 소개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과 백소영 박사의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맥락들'을 추천드려봅니다.
---------------------------------------------------------------------
[2023 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만화 속 인문학 톺아보기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