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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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애송이', '꼰대 관찰자' 진아 작가 - 1부 첫 데뷔와 연재까지

1부 - '괜찮아 애송이', 진아 작가 소개 및 데뷔

2024-01-08 남경화

* 1부 - '괜찮아 애송이', 진아 작가 소개 및 데뷔 

* 2부 - '꼰대 관찰자', 차기작 준비와 연재


1) 작가님을 독자분들께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웹툰작가 진아입니다. 카카오페이지(카카오웹툰)에서 <괜찮아 애송이>와 네이버 매일플러스(시리즈 웹툰)에서 <꼰대 관찰자>를 연재했습니다. 반갑습니다~


[ 그림 1, <괜찮아 애송이>와 <꼰대 관찰자>의 진아 작가 ]


2) 언제부터 만화를 그리셨나요? 그리고 ‘만화가가 되어야겠다’하고 생각했던 순간을 들어보고 싶어요.

초등학교 때 가장 많이 봤던 책이 '김충원의 만화교실'이었을 만큼 풍경화보다 사람들을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학교에서는 A4용지를 접어 칸 만화를 그리면 반 애들이 돌려보곤 했었죠.

그때까지는 그냥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어느 날 고모의 전시회를 갔었어요. 제가 어릴 때 막내 고모님은 회화 작가 활동을 하셨었는데 어린아이의 눈에 추상미술은 너무도 어려웠거든요. (고모의 작품들의 제목이 대부분 '무제'였기에 더 그랬을 수도...)

전시회를 다녀온 뒤 문득 “훗날 예술을 하게 된다면 '어떠한 상황 속에 캐릭터가 있고, 그 캐릭터의 감정이 느껴지는' 그래서 '작품을 보는 사람들과의 공감도, 이해도 쉬운'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에겐 그게 만화였습니다. (물론 어릴 때라서 뭣도 모르고 했던 회화 미술과 만화를 단순 비교했던 것이었지만.ㅎ)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2000년대 초 정철연 작가님의 마린블루스, 이크종 작가님 일상툰 등 '大 일상툰 시대'의 큰 영향을 받았고, 정말로 직업을 만화가로 삼겠다고 결심했던 건 직장 생활 이후였습니다. (후술할 예정)


2-1) 작가님의 기억에 가장 오래 된, 처음 기억에 남아있는 만화가 궁금합니다.

그 남자, 그여자의 사정

이 작품 전에도 봤던 작품들은 많지만 캐릭터를 쌓아가는 방식과 감정의 섬세한 표현을 만화에 녹여내는 방식이 그 시절 저에겐 엄청난 충격을 주었던 만화였어요. 처음엔 단순히 사랑 밀당하는 고교생들의 로맨스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은 캐릭터들이 일반적이지 않았어요. '허영'이 있는 여주인공과 가정사가 있는 남주인공,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까지도 각자가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딛고 성장해가더라고요. 만화가 줄 수 있는 건강함 같은 걸 그때 느껴서 몇 년 동안 읽고 또 읽으며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작품 속 SD 그림체를 특히나 좋아했어요.


3) 데뷔하시기 전 이야기도 해보고 싶어요. 원래 미대, 그 중에서도 공예과를 가신걸로 알고 있어요. 그 뒤에는 직장을 다니신 걸로 아는데, 사실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건 꽤 괜찮은 선택이기도 하잖아요. 작가님께서 만화가를 택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사실 대학 진학의 이야기는 좀 부끄러운 얘기인데요, 미술 학원에서는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서 미술학원 선생님이 정해준 학과로 지원했었어요. 전 디자인과에 가고 싶었지만 재수까지 한 마당에 삼수는 절대 하기 싫었고, 일단 '미대만 가면 되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요. 근데 저희 학교 미술대학에서는 전과가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철없는 시절이었습니다. ㅠㅠ

그렇게 간 학교니 큰 흥미도 없고 재능도 없어서 자꾸 외부로 돌았죠. 모 방송국 채널의 대학생 마케터로 활동하면서 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생겼고 그런 쪽으로 적성이 맞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리고 졸업 후 저는 운 좋게 큰 회사의 마케팅팀에서 일을 하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두둥!) 정직원은 아니었고요, 지금은 사라진 네이버의 sns 서비스 '미투데이' 마케팅팀의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가 1년 반 정도 일하다가 계약직 직원으로 2년 더 일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취미로 sns에 끄적거린 그림을 올리는 직장인에서 만화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고요.

당시엔 인터넷에서 일상툰이 한창 붐이었던 때라 미투데이 팀에서도 몇몇 작가님께 만화 연재를 의뢰했었는데요. 그전까지 만화가들은 어쩐지 늘 마감에 지각하는 모습이 기본값이라는 고정관념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때 작업을 의뢰 드렸던 탐이부 작가님께서 마감 시간은 물론, 다양한 작품 활동을 굉장히 성실하게 하셨던 모습을 보고 사고의 전환을 하게 됐어요. 작가가 아닌 함께 일하는 입장에서 웹툰작가의 모습을 경험하며 '건강하고 성실한 창작 활동을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회사와 계약된 시간이 끝났고, 많은 파견 직원들이 그렇듯 정규직 전환은 거의 불가능했죠. 마케팅 분야에서 다른 회사로 이직을 고려하는 시기도 있었지만 그땐 막연히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뇌를 지배한 상태였어요. 그 후로 데뷔를 하게 되기까지는 시간은 조금 더 걸렸지만 그때 만화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건 후회하지 않아요.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남에게 휘둘려 줏대 없는 선택을 했던 지난날과 대기업 내 계약직 사원으로서의 경험, 나의 소질과 진로를 찾아가는 과정 등이 지금의 작품 생활을 하는데 거름이 되어주었다고 믿거든요.


[ 그림 2, 500화 넘게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에서 연재한 작품 '괜찮아 애송이' ]


4) <괜찮아 애송이>로 데뷔하시고 500화가 넘게 연재하셨어요. 서른이지만 ‘애송이’로 표현되는, 어느정도 작가님의 페르소나가 담긴 것 같은 캐릭터죠. <괜찮아 애송이>는 어떻게 만드시게 됐나요?

자꾸 옛날 얘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 머쓱합니다만, 2000년대 일상툰 키드로 자라면서 선배 작가님들의 엄청난 영향을 받았거든요. 그때는 작가님들이 개인 블로그 등에서 본인의 생활을 기반으로 한 일기 형식의 만화들을 올리셨는데 그들처럼 '그냥 내가 겪은 얘기를 디지털 그림일기로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이 웹툰인가 보다' 했어요. 

카카오페이지에서 작품의 연재가 정해지고 에피소드를 추려내다 보니 제 행동과 생각은 아직 20대 초반의 애송이 같은데 몸은 어느새 서른이 되었다는 생각에 '나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불안감이 엄습하더라고요. 그래서 캐릭터 이름도 '애송이'라고 지었고, 그런 이런 고민을 하는 저를 보신 엄마가 괜찮다고 해주시는 게 꽤 위로가 되어서 작품 타이틀은 <괜찮아 애송이>가 된 거예요.

“작품을 통해 소소한 웃음과 공감을 줄 수 있다면 그게 불안한 청춘들에게 위로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괜찮아 애송이>를 만들었습니다.”라고 거창하게 말하고 싶지만... 그냥 친구들에게 '나 오늘 이런 일 있었다?' 하면서 털어놓으면 하루가 정리되기도 하고, 쪼그라들었던 마음도 조금 펴질 수 있게. 독자님들도 그런 마음으로 봐주시길 바라며 즐겁게 연재했던 작품이었어요.

 

4-1) 첫 작품으로 5년을 연재하게 될 거라고 하면, 아마 시작하기 힘드셨을 것 같아요. 5년을 연재할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합니다. 특히 일상 소재의 작품은 오래 연재하기가 힘들잖아요.

많은 분들이 일상툰의 소재 고갈에 대해 걱정하시지만 저는 연재 기간 동안 할 이야기가 없던 적은 거의 드물었어요. 다만 무슨 이야기를 할 지보다 어떻게 이야기를 전할지에 대해서는 늘 고민이었습니다. 일상툰은 재미있는 하루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일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저도 나이가 들면서 몸도, 생각도 달라져요. 그렇게 변화하는 '지금'을 얘기하다 보니 5년이 흘러버린 거죠. 

<괜찮아 애송이> 이후로 요즘은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조선에서 <어른이의 일기>라는 일상툰을 격주 연재 중이에요. 같은 일상툰이지만 <괜찮아 애송이> 때는 전체관람가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풀었다면, 지금은 그때보다는 높은 독자 연령층을 고려해 주제와 이야기를 전하고 있어요. 

일상툰만큼 지금 화두에 오르거나 유행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기 좋은 장르는 없다고 생각해요. 독자들에게서도 빠른 반응을 얻을 수 있고요.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난 뒤에 다시 작품을 보면 한물 간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에요. 그래서 <괜찮아 애송이> 초반 화들은 어느 정도의 시대 보정이 필요할 만큼 당시엔 먹히는 유머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개념들이 돌아보면 흑역사가 되어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괜찮아 애송이>를 오래 두고 다독할 만한 작품이 되어야겠다고 기획했다면 5년 동안이나 연재를 못 했을 거예요. '지금 할 수 있는 얘기'를 하는 것으로서 독자님들이 “어, 맞아. 나돈데.”라며 공감한다거나 한번 피식할 수 있었다면 그로서 소명을 다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 2부에 이어


필진이미지

남경화

프리랜서 웹툰 PD
웹소설 원작 작품 기획 및 각색을 전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