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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애송이', '꼰대 관찰자' 진아 작가 - 2부 - 차기작 준비와 연재까지

2부 - '꼰대 관찰자', 차기작 준비와 연재

2024-01-15 남경화

* 1부 - '괜찮아 애송이', 진아 작가 소개 및 데뷔 

* 2부 - '꼰대 관찰자', 차기작 준비와 연재


5) 그렇게 결혼과 함께 연재를 마치고 새 일상툰을 준비하셨었잖아요. 그 이야기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일상툰으로 데뷔해서 오래 연재한, 그리고 그러다가 ‘내가 웹툰에 대해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 시기의 이야기를 듣고싶습니다.

아, 그때 생각하면 반성부터 되는데... <괜찮아 애송이>는 제가 가진 것에 비해 크나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에요. 전 10을 가진 사람인데 100만큼의 업계 포상을 받았던 거죠. 차기작으로는 결혼 생활을 그린 일상툰을 그리려고 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정말 결혼생활을 만화의 소재로 쓰고 싶었을까도 확신할 수 없지만 그냥 제가 보고 자랐던 다른 일상툰들이 그랬던 것처럼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요. 근데 그건 자기 복제잖아요. 제아무리 작가의 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대도 작가가 발전 없는 작품 활동을 하다 보면 밑천이 드러나기 마련이잖아요? 새 일상툰을 준비하며 제 밑천을 봐버린 거예요.

그러면서 그 시기에 코로나가 터졌고,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입니다만― 모두가 원치 않게 집에 있어야만 하는 지겨운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이어지면서 그 기점부터 일상이 특별한 것이 아니게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일상툰만으로는 웹툰작가라는 직업을 오래 할 수 없을 것 같은 위기감 같은 게 느껴졌던 거죠. 

그 시간들을 겪으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만화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것과 이 직업을 정말 사랑한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그래서 부지런히 스토리를 쓰는 법부터 포토샵 하나면 충분하다며 배울 엄두도 내지 않았던 각종 프로그램들(스케치업, 클립스튜디오 등)을 새로 익히고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들도 최대한 많이 봤어요. 저는 웹툰작가라는 직업 활동을 가능한 오래 하고 싶거든요.


[ 그림 1, 네이버 매일플러스와 시리즈로 공개한 '꼰대 관찰자' ]


6) 그렇게 시작한 작품이 <꼰대 관찰자>죠. 이 작품으로 네이버 매일플러스에 연재하셨는데, 일종의 일상성을 띄는 오리지널 스토리, 그것도 오피스물이라 고증(?)에 신경쓰셨을 것 같아요. 5년간 프리랜서를 하시다가, 현실의 꼰대 캐릭터들을 만드시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장르가 드라마이고,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일들과 사람들이 나오는 이야기라면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 안에 있는 것처럼 표현해 보자.'라고 생각해서 현실 고증에 심혈을 기울인 건 사실이에요. 직장을 다니는 지인들의 크고 작은 디테일들부터 작품이 배경이 되는 생산관리에 관련해서는 취업을 준비하듯이 열심히 취재했어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작가 혹은 감독이 취재를 얼마나 했고, 고증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작품들을 유독 좋아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공간 속 소품이나 미술뿐만 아니라 사건과 상황, 대사 등에서 리얼리티가 느껴졌을 때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트리거 역할을 해줄 거라 믿었거든요.

다양한 영감을 얻기 위해서 평소 길거리 등에서 사람들의 특징을 관찰하는 것도 오랜 직업병이었는데 그게 현실적인 캐릭터 설정에 도움이 되기도 했고요. 

 

7) <꼰대 관찰자>는 꼰대가 되기 싫어 꼰대를 관찰하다 내 안의 꼰대를 발견해버린 대곤의 이야기기도 하지만, “아니 근데”와 “이거 꼰댄가?” 사이에서 방황하는 우리의 이야기기도 해요. 그래서 더, 왜 하필 꼰대였는가! 가 궁금합니다. 작가님이 보시기에 ‘꼰대’의 무엇이 작품으로 나오게 만들었는지요.

처음 '꼰대를 이해해 보는 만화'를 쓰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우려가 컸어요. 왜 꼰대를 이해해야 하냐부터 젊은 사람들에겐 안 팔릴 거다, 민감하고 불편한 소재는 함부로 다루는 것이 아니다 등등... '꼰대'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는 있지만 매일 신작이 쏟아지는 웹툰판에서 독자들에게 작품을 어필하기 위한 어그로성 소재였고, 사실은 '세대 차이', '나와 다른 사람과 같은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 같은 걸 얘기해 보고 싶었던 거예요. 간단히 얘기하면 제가 저희 부모님들을 이해하고 싶어서 시작된 이야기고요.

그리고 '나에게 싫은 소리 하는 어른 = 꼰대 = 빌런'으로 칭하고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발언들을 쏘아붙이는 대리만족형 스낵 콘텐츠들에 대한 반감이 컸거든요. 저 역시도 “나는 엄마(아빠)처럼 안 살 거야!”라고 외치며 문 쾅 닫(았다가 창문이 그랬다며 슬며시 열)던 불타는 효녀였는데 그런 제가 어릴 적에 기억하던 부모님의 나이가 되자 그들의 심리가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들이 살아온 세월이나 발자취를 상상하다 보면 씁쓸하기도 해요.

<꼰대 관찰자> 연재하면서부터 우리가 꼰대라고 여기던 어른들과 대화하는 것이 편해졌어요. 정말 답이 없다고 생각한 분들도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와 생각들을 들어보면 처음부터 노답어른이 되고 싶었던 사람은 없었어요. 그런데 몸도, 마음도, 돈도, 가족도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초라해서 속이 상하지만 표현에도 서툴러서 이상한 방식으로 티가 나는 거죠.

뭐 그런 걸 생각하다보며 느낀 짠하기도, 슬프기도,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했던 그런 감정들을 풀어보면 독자님들도 나와 다른 세대에 대한 이해의 폭이 조금은 너그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쓰게 된 작품입니다.

하지만 정말 병적으로 이상하고 못된 사람들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세상은 넓고 미친 사람도 많다고 믿는 편)


8) ‘늘 그 자리에 있는’, 작가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NPC같은 사람들이 세상을 유지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근데 사실 그걸 극으로 풀기는 어렵잖아요. 에피소드를 풀어내시면서 작가님의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었을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은 각자 본연의 색깔과 성격이 있잖아요. 개개인마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구석들이 있겠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의든 타의든 뾰족한 구석을 깎고 다듬어가게 되죠. <괜찮아 애송이>에서도 연재 초반에 공부 잘하고 성격 좋고 초미남 캐릭터로 그렸던 남동생도 결국 취업과 이별, 결혼 등의 대소사를 겪으며 나중엔 흔하디흔한 K직장인 아저씨가 돼요. 그렇게 적절히 마모되어 다른 사람들과 무난히 부딪혀가며 사는 사람들에 대한 리스펙트가 있어요.

그런데 이제 <꼰대 관찰자>에서는 제가 만든 세계의 캐릭터들에게 그러한 마모의 과정과 시기를 결정해 줘야 하는 것이 조금 까다로운 일이더라고요. 뭔가 그 세계의 조물주가 되어서 캐릭터의 흥망성쇠를 그리다 보면 인생의 진리도 깨달아야 할 것 같은데 저는 통찰력이 뛰어나지도 않고, 지혜로운 사람도 아닌 한낱 부족한 흑역사 제조기 같은 인간이거든요. 아무래도 작품이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니까 조금이라도 교조적이거나 어떠한 메시지를 강요하는 프로파간다가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도 결말부에서는 어느 정도 보편적인 시선으로 정리를 해야 했는데 그 과정이 작품 연재하면서 제일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돌아가게끔 그 자리를 지켜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NPC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처럼 누군가에겐 민감한 단어나 표현들을 불편하지 않게 표현하는 것도 저에겐 또 하나의 미션이었어요.

게임을 하다 보면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심어둔 적정한 NPC들(게임을 처음 접하게 된 플레이어를 가이드 하는 역할이라든지, 레벨을 쌓기 위해 미션을 부여하는 역할 등)이 제 자리에서 제 목적을 가진 역할을 다 할 때 게임을 안정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사회에 처음 발을 내디딘 사회 초년생들에게 기성세대들이 적당한 역할을 해주며 자리를 지켜주는 NPC가 되어줘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 그림 2, 전기수 아저씨 ]


9) 세상에 나쁜 사람보단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 ‘꼰대’를 주제로 힐링물을 그려버리고 마셨어요. “전기수 아저씨”에피소드에서 우리가 남을 얼마나 쉽게 판단하고, 상처주는지를 엿볼 수 있었는데요. 사실 그게 쉽지 않잖아요. 그럼에도 이 에피소드를 그리시면서 하셨던 생각을 듣고싶어요.

세상에 100% 티 없이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한없이 좋아 보이는 사람도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서운한 상황을 만들기도 해요. 그래서 꼰대가 되고 싶지 않은 주인공 대곤이 신입사원 힘찬에게 꼰대처럼 느껴지는 상황도 생긴 것이고요. 

'전기수 아저씨'의 에피소드를 마냥 좋은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대곤이 남매와 함께한 순간에 마주한 아저씨의 모습이 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면이었던 거죠.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조커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말하는 자신의 입이 찢어진 이유가 다른 것처럼 전기수 아저씨의 문신도 어릴 때 한가닥하면서 몸에 그렸던 것을, 현재 회사와의 원만한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그럴듯한 감동적인 이야기로 커버하며 살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상상도 해봤습니다.ㅎㅎ)

   

10) 작가님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른이 되는 과정’을 그려내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가 차서 되는 어른 말고, 개구쟁이같기도 하고 때로 좌충우돌 하더라도 다시 평온을 찾는 어른의 이야기랄까.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어른이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일주일 동안 고민에 빠지게 한 질문인데요...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 쓰고 있는 차기작에도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를 고민하는 청소년의 모습이라던가, 우리에게 어른이 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거든요.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저절로 너그러워지고, 인내심도 생기고, 지혜로워질 것 같은 게 어른의 인상이지만 <꼰대 관찰자>를 연재하면서 '어른이라고 다 큰 건 아니다. 어른도 힘들다.' '다만, 그들만의 인생에서 얻은 경험치들은 절대 무시할 것이 아니다.'를 깨달았으니 다음 작품을 하면서는 또 다른 어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 그림 3, 결혼식 사진 ]

 

11) 후기에서 ‘사랑하는 이 업계가 건강한 산업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하신게 인상깊었어요. 힘들고 고된 일인데, 무엇이 작가님이 이 업계를 사랑하게 만드는 걸까요?

창작을 하려는 마음과 작품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이요!!

언젠가부터 늘 세상에 던지고 싶은 이야기들이 생겨요. 창작의 욕구가 크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높은 이 직업을 견딜 수 있는 거고, 매번 도망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작품을 잘 읽었다고 감사한 메시지를 주시는 독자님들이 있어 다음 화 원고를 하게 됩니다. 저는 제 자신을 '댓글 이슬을 먹고 사는 밤샘 요정'이라고 부른답니다. 홍홍.

이 순간에도 올바른 웹툰을 소비 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불법 웹툰 사이트 이용은 창작자의 손을 자르는 일이거든요. ㅠㅠ)


12) <꼰대관찰자> 이후에 염두에 둔 차기작이 있으시다면, 힌트와 함께 독자분들과 동료 작가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제가 나름 안 하던 짓 하는 거 전문이거든요. <괜찮아 애송이> 연재할 때는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던 과도기였는데 당시 모바일서비스만 했던 카카오페이지에 작품 계약을 했다고 하니 “누가 요즘 핸드폰으로 만화를 봐?!”라는 소리를 들었었고, <꼰대 관찰자>는 “일상툰 하던 거 하지, 왜 안 하던 거 하냐”는 질문도 받았는데 이번에도 안 해본 거에 도전 중입니다.

무엇을 하든 독자님들에게 설득력이 있는 작품을 쓰려고 고군분투 중이니까요, 작품이 나왔을 때 눈길 한 번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해보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아서 다른 그림 작가님과 협업도 하고 싶거든요. 언젠가 만날 인연들을 기약하며 잘 지내보아요~



필진이미지

남경화

프리랜서 웹툰 PD
웹소설 원작 작품 기획 및 각색을 전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