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1, '하비상', '부천의 책'으로 선정된 마영신 작가의 대표 작품 <엄마들> ]
Q.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만화가 마영신입니다. 대외적으로는 <엄마들>이라는 작품으로 미국 만화상인 하비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Q. 출간한 작품들의 작가 소개 내용을 보면 마영신 작가님은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공장, 영화 촬영장, 편의점, 노점 등 다양한 곳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속 깊은 이야기를 만화로 그립니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추가로 작가님 소개를 찾아보니 이런 소개글이 있어서 인상 깊어 가지고 와보았습니다.
"내 만화들이 타인과 어느 정도까지 소통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중요한 건 내 자신에게 내 만화는 "재밌다"는 것이다. 내가 재밌으면 남들도 재밌게 볼 거라 생각한다. 사실 나는 만화를 그리면서 제일 부담되는 사람이 한 명 있는데 그건 바로 마영신이다. 마영신은 나의 만화를 가장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살다가 언젠가는 죽을 것이고 죽을 때까지 나는 마영신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1)"
A. (푸핫) 아, 다시 보니 부끄럽습니다. 20대에 쓴 글이라서 다시 보니 굉장히 창피합니다. 여러 곳에서 제 소개 자료가 나와 있긴 합니다. 특히 나무위키에 나와 있는 자료는 누가 작성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잘못된 정보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저는 2007년 만화 잡지 '팝툰'에 '뭐 없나?'를 수록하며 데뷔했습니다. 2007년 제 소개도 만화가로 소개했었습니다.
Q. 다양한 작품 활동 중에서 작가님의 대표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제일 유명한 것으로 따지자면 부천의 책 선정과 하비상 수상을 받은 '엄마들'이겠지요. 다만, '엄마들'은 저희 엄마의 글을 받아서 만든 작품입니다. 그렇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아티스트>가 순수하게 제가 만든 것이기 때문에 저는 <아티스트>를 뽑고 싶습니다.
[ 그림 2, <엄마들> 해외평 중 일부 - 출처 출판사 휴머니스트 카드뉴스 ]
Q. 대표작이신 '아티스트'를 짧게 소개해보겠습니다. 아티스트는 예술판에 모인 여러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 웹툰입니다. 당시 다음웹툰(현 카카오웹툰)에서 2020년 4월까지 매주 화요일에 연재를 했었습니다. 오락실이라는 예술가들 모임이 있고, 거기에 주요 멤버가 3명입니다. 잘 나가는 여러 예술가들이 있었는데 하나 둘 씩 빠지면서 결국 화가 곽경수(48세, 이혼), 소설가 신득녕(45세, 미혼), 뮤지션 천종섭(44세, 미혼)만 남게 됩니다. 아티스트는 이 3명의 이야기가 여러 에피소드로 재미있게 그린 만화입니다.
아티스트 관련하여 한겨레 인터뷰를 보니 "예술가들의 속내와 기행을 논픽션으로 까발리는 통에 부끄러움은 독자의 몫인 만화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댓글에서도 '들키고 싶지 않은 인간들의 가장 찌질한 모습을 보는 사람까지 부끄러워질 만큼 잘 그려내는 작가'라는 댓글이 있었습니다.
A. 네, 그렇게 해설을 당했더라구요(웃음). 사실 자기 엄마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공개할 수 있는 내공이 있다고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아티스트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작품 속에는 3명의 남성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생활 속에서 제가 만난 사람들은 남성과 여성, 성별을 가리지 않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었습니다. 3명의 주인공들에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제가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보시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Q. 작가님 작품을 보면 주제와 함께 캐릭터들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트렌스젠더부터 장년층의 여성, 엄마들 심지어 반려견까지 굉장히 넓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주인공들 아주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가 마영신의 만화는 앞으로도 이런 스타일을 유지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A. 파격적으로 변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는 주변에 있었던 일상의 일들 중 인상깊은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이걸 만화로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이것을 불씨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불씨에 제 취향이 강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누가 이런 거 하자라고 해도 저는 결국에는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아마 저의 작품은 변하지 않고, 이렇게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제 틀 안에서는 방향성이 잡혀 있으니까요.
[ 그림 3, "어쩌다 내 인생이 이렇게 되었을까" - 출처 출판사 휴머니스트 카드뉴스 ]
Q. 그럼 주로 소재 같은 걸 발굴할 때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찾으시는지요?
A. 최근에 저에게 장편 이야기가 찾아왔어요. 자연스럽게요. 이게 방구석에 가만히 있으면 오지 않아요.
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편입니다. 그럼 그 사람들이 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느냐 라면 그것은 또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어떤 모습을 보면서 '어?'하고 딱 하나 그걸 발견하고, 그것을 발전시키는 것이지요. 이런 것들을 폴더에 넣어 놓고 생각나면 조금씩 뽑아서 사용합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작업을 했었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가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그런지 한 번도 이야기가 끊기지 않는 것 같아요.
Q. '엄마들'이라는 작품 소개글에 "엄마가 깔깔깔 웃으며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다"라고 써 주셨습니다. 결과적으로 어머니께서 깔깔깔 웃으면서 보셨는지, 솔직한 반응이 궁금합니다.
A. 책이 나오고 책에 캐릭터로 묘사되는 분에게 고소를 당했어요. 제가 경찰서에 진술하러 가서 '이게 문제가 된다면 전국의 드라마 작가 다 잡혀간다'라고 이야기한 것이 생각납니다. 어쨌든 고소를 당했으니 진술을 하고 왔어요. 그리고 집에 오니, 성경책 외에는 책을 읽지 않는 엄마가 여러 번 봤다는 거에요. 그리고 가독성이 좋다고 한 번에 다 보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저도 가끔 플랫폼에 들어가서 제 만화를 볼 때가 있어요. 그러면 제가 만든 이야기임에도 빨려 들어가거든요. 이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이렇게 보는데, 우리 엄마나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보게 될까 라는 질문에 자신들의 이야기가 나오니까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엄마에게 가독성 좋은 만화로 보였다는 것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Q. "재미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맞는 이야기 같다" 이게 작가님의 만화 철학이 아닌가 싶습니다.
A. 작가나 당사자들에게 재미가 없다면 독자들이 재미있게 보겠습니까 라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변할 수 밖에 없어요.
Q. 그럼 여기 나오는 캐릭터들은 그 사람들을 똑 같이 그리신 건가요?
A. 아니요, 전혀, 모두 상상해서 그린거에요. 다만, 제 만화에서 좀 악한 애들은 학창시절에 악한 놈들을 따와서 그리긴 합니다(웃음).
Q. 작품에는 정말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겨져 있습니다. 파이터한 장면도 있고, 나이트 가서 엎어치기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어떤건가요.
A. 사실 다 재미있습니다(웃음). 2차전 사랑의 파이터 장면으로, 집에 들어와서 머리 끄댕이 잡고 싸우는 장면이 저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Q, 캐릭터의 성격이 드러나는 그림체가 인상적입니다. 엄마들 초기 설정이나 그림체도 지금과 같았는지요?
A. 아주 옛날에, 제가 한 32살때쯤 인 것 같습니다. 저 스스로 제 그림체와 내용이 강하다고 생각해서 더 귀엽게 그린때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귀여운 그림체 버전의 엄마들을 한 플랫폼에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다음에 잘되면 하자라고 해서 엎어진 적이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잘된 것이지요. 저작권도 저에게 있고요.
Q. 해당 플랫폼은 어쩌면 좋은 작품을 놓치게 된 것이겠군요.
A. 플랫폼에서 일하는 피디들은 아무래도 좋은 작품을 고를 수 있는 눈이 있어야겠지요. 제 작품을 떠나서 다른 좋은 작품들을 골라서 대중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무래도 능력이니까요. 이런 부분에서 답답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 그림 4,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던 "엄마들의 목소리" - 출처 출판사 휴머니스트 카드뉴스 ]
Q. '엄마들'이라는 작품이 논픽션으로 작가님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실제 굉장히 사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다루고 있는데요. 작가님 본인의 어머니 이야기를 다루는 부분에 있어서 불편함이나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A. 지금은 새 책이 나오고 있지 않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작가주의 출판사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개인, 자기 이야기를 작품으로 하는 시도가 많았었거든요. 일본의 만화에서 넘어와 우리나라에서도 그걸 시도하였었는데요. 당시 작가들이 자기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었습니다. 내 이야기, 쪽팔린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사실 꺼내 놓으면 후달리게 돼요. 나의 창피한 이야기를 다 각색해서 만들기 때문에 정말 쪽팔린 이야기를 정작 하진 못하거든요. 그렇다 보니 정말 자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훌륭하거나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희 엄마의 글을 받아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건 다른 개념이지요. 제 이야기를 해도 되는데, 저는 제 엄마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는 것이니까요. 엄마의 사생활에서 그런 창피한 이야기를 내 아들이 그린다라고 생각해 보세요. 저는 되게 힘들었어요.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근데 이것을 이겨내니까 괜찮아 지긴 했습니다. 그래도 글을 쓸 때는 조금 마음이 아플 때도 있어요. 이게 이겨내면 별거 아닙니다만 굉장히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마 이렇게 작업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싶습니다.
Q. 어머니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받아 작업하셨는지요?
A. 엄마가 이야기를 계속 조금씩 적어서 카톡으로 보내주었어요. 재미있긴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짤린 이야기도 많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지금 저희 엄마가 태어났다면 유명한 웹소설 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Q. 책으로 출간하시긴 하셨지만 아무래도 웹툰 연재 특성 상 댓글이라는 것을 보시게 되실 수 밖에 없으실 것 같습니다. 기존 출판만화와 가장 다른 점이 댓글입니다. 그 댓글 중에는 아무래도 악플이 있을 것 같은데요. 작가님은 댓글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카카오 기능에 댓글 차단 기능이 있어요. 그것을 해봤거든요. 그런데 몇몇 분들을 차단을 하니 과거 작품들부터 댓글을 남기신 분들이 있는 거에요. 악플을 다신 분들 중 일부는 과거부터 제 팬이신 분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사실 제 만화는 댓글이 대부분 클린합니다.
다만 카카오가 여성 독자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러브 스트리밍'이라는 작품을 연재할 때는 굉장한 악플들이 끝까지 달렸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딱 한 번 고소했어요. 너무 심한 욕설과 함께 댓글을 달아서 어쩔 수 없었거든요. 고소를 하고 합의를 했는데 알고 보니 제 나이 또래이고, 만화과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댓글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요. 말도 안 되는 댓글이나 멍청한 댓글은 재미가 있어요. 하지만 인신공격을 하는 댓글을 여러 사람이 저 개인에게 보내는 것을 보면 그게 큰 스트레스가 됩니다. 반대로 굉장히 인상적이며, 심도 깊은 댓글을 보면 작품 활동에 굉장히 힘이 많이 됩니다.
Q. 다른 사람들을 만나시면 보통 어떻게 행동하시는지요.
A. 제가 어느 날 어떤 감정이 저에게 훅 들어온 적이 있었어요. 집에 가서 자려고 하니 너무 울고 싶더라고요. 이유 없이 울고 싶지만 그게 제 감정은 아니었거든요. 이렇게 다른 사람의 감정이 저에게 확 들어와 운 적이 한 번 있습니다. 제가 레이블을 한다고 작가들을 찾으러 다닐 때가 있었어요. 당시 저도 모르게 감정의 폭을 확 열어 놨었나 봐요. 그러면 그 사람의 기운 같은 게 제 안으로 확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되게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1) 월간만화 보고 6호(월간만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879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