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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전국만화동아리연합) 유재황 회장 인터뷰

만화에 대한 관심과 독자들의 욕구는 90년대 중후반 많은 만화전시행사를 이끌어 냈다. SICAF, 춘천만화축제, 부천만화축제, 코믹월드 등 많은 행사가 생겨났고, 만화인들의 폭넓은 참여가 뒤따랐다.

2003-06-01 정혜경

 

ACA(전국만화동아리연합) 유재황 회장 인터뷰

만화에 대한 관심과 독자들의 욕구는 90년대 중후반 많은 만화전시행사를 이끌어 냈다. SICAF, 춘천만화축제, 부천만화축제, 코믹월드 등 많은 행사가 생겨났고, 만화인들의 폭넓은 참여가 뒤따랐다. 그 중에서도 90년대 초반부터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이 전국만화동아리연합(Amateur Comic Association, 이하 아카)으로 흔히 ‘아카’로 불리고 있는 만화축제가 있다. 아카는 1989년 아마추어 만화인들을 이끌어 주는 길잡이와 만화인과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의 마련을 목적으로 탄생했다. 1990년 1회 ACA전시회를 시작으로 올해 26회 째를 맞이하고 있는 아카는 그동안 순수창작보다는 팬시화로 인한 상업화에 대한 질타를 받기도 했고, 코믹월드라는 성격이 같은, 경쟁상대가 생기기도 했다.


어떤 조직이 10년이 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내왔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가진다. 조직이 더 탄력을 받아 크게 성장했거나, 혹은 반동으로 인해 견고하고 폐쇄적인 조직으로 변화했거나. 아카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고 변화해 왔을까.
5월 31일 26회 아카 행사가 열리고 있는 여의도 중소기업 전시장을 찾아 유재황 회장을 만나 보았다.


정혜경: 회장은 언제 맡게 되었고, 그 임기는 어떻게 되나요.

유재황: 6년 정도 전에 회장 직을 맡게 되었죠. 그 당시 아카의 규모가 커지고 동아리 규모가 늘어나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조직이 5~10명이 모여 동아리형태로 운영이 되었는데 비해, 지금은 개인이 동아리에 소속되기도 하면서 개인으로 움직이기도 해서 예전과 같은 동아리 형태가 잡혀져 있지 않아요. 그렇게 되다보니 관리제로 변하게 되었고 회원제가 아니니까 추천 식 회장이 안 되다 보니까 제가 일종의 종신회장을 맡게 된 거죠.

정혜경: 아카의 조직운영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유재황: 최근 들어 만화축제의 행사 수는 늘어났지만 전체적으로 시장은 축소되고 있어요. 현재로선 우리가 두 명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그렇기에 놓치고 있는 부분이 많거든요. 외부와 연계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3~4개월에 한번으로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별도로 독립된 조직 팀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동안은 아카가 행사 만에 치우쳐 왔는데, 행사는 따로 조직 팀을 독립을 시켜야만 연합회 적인 성격을 가지고 갈 수 있지요. 저까지 행사에 치우치다 보니까 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못하고 넘어갈 수 없거든요. 안정화를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죠.

정혜경: 만들어 진지 10년이 지났는데, 안정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은 의외입니다

유재황: 아카가 연합체계로 되어 있기 때문에 행사규모가 크고 동아리들이 많았을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연합회적인 체계가 더욱 타격을 받는 것 같아요. 1~2년보다 지금의 조직체계가 더욱 안 좋게 되었어요.

정혜경: 우수회지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요.

유재황: 있었는데 요즘은 예산 문제로 잠시 중단됐어요. 예전에는 한 300만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했는데 행사의 참여가 많이 줄면서 예산이 부족한 면이 있죠.

정혜경: 예산이 부족하다면, 외부 업체의 협찬이나 만화관련 기관에서의 지원도 한 방법이 될 듯 한데요

유재황: 우리가 외부 업체의 후원을 받더라도 그 조건을 좀 따져요. 들어오려는 업체는 있지만 판매를 위주로 한다든지 그런 회사는 안 받거든요.
그리고 예전에 문화관광부에 알아보았는데 우선 조건을 맞춰야 하는 측면이 강하더라구요. 당시 관계자는 “지원할 마음은 있는데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좋은 만화가 있다면 지원을 하겠다”고 하는데, 여기 있는 친구들은 음악에 비유하자면 힙합 같은 거예요. 그런데 그건 이들에게 고운 노랫말과 멜로디의 포크송 같은 노래를 만들어 오면 지원해 주겠다는 것과 같은 것이죠. 또한 행사장을 보고 학생들이 순수창작을 해야지 물건을 파느냐는 시각들이 있는데, 이에 우리와는 안 맞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정혜경: 아카의 행사는 전시회 위주로만 구성되어 있나요?

유재황: 그 점이 바로 현재 아카나 코믹월드가 고민하고 있는 건데요. 일본의 경우 책의 판매 행사위주인 반면, 우리나라의 개념은 축제 행사예요. 코스튬 플레이, 만화부스 두 개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많은 고객들이 행사를 보면서 언제나 보는 것만 본다는 생각이 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새로운 아이템을 찾으려 하고 있고, 그것을 찾아야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을까 합니다.

정혜경: 행사를 하면 관람객은 어느 정도 찾아오나요.

유재황: 방학 때와 아닐 때가 확실히 차이가 나죠. 가장 많이 올 때는 코믹월드의 경우 2만 명이라고 하구요. 저희의 경우 1만 8천명정도가 되죠. 그런데 지금 시기 때는 그 숫자가 굉장히 줄어들어요. 이틀에 7~8천만 명 정도 찾아오죠.

정혜경: 7~8천의 관람객이 온다면, 예산이 적은 것만으로는 생각이 안 되는데요.

유재황: 그렇게 따지면 문제가 안 되지만, 저희가 행사를 한번하고는 3~4달 후에 다시 운영을 하는데, 그 비용을 들여야 하거든요. 회사의 경우라면 2~3개월 안에 다른 수익을 창출할 텐데 아카 입장에서는 그 시간이 순전히 노는 기간이기 때문에 그게 아무래도 운영상 어려운 면이 있죠.

정혜경: 이번 26회 행사에서는 홍보의 강화, 출판사와 아마추어 작가의 만남,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해 타 만화축제와 차별화를 두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유재황: 이번 행사에서 그것을 준비했는데, 다음 행사로 미뤄졌어요. 행사에 대한 계획 자체는 몇 달 전부터 준비했는데, 준비 시간이 모자라 이번 행사에는 출판사 편집장들의 회지심사만 진행되게 됐습니다.

정혜경: 아카가 상업화되었다는 비판도 들리곤 하는데요.

유재황: 여기 있는 친구들이 프로작가에서 일러스트나 다양한 것을 꿈꾸거든요. 돈이라는 것은 자기를 인정해 줄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해요. 나의 책을 찍어서 나눠져서 사람들이 가져가는 것과 자신의 책을 천원이든 2천원이든 돈들 주고 사가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자신들이 준 프로로써의 느낌을 받을 수 있거든요. 여기 있는 친구들이 자신의 그림이 많이 팔린다는 건, 그만큼 자신의 값어치를 쳐준다는 것과 같은 거거든요.
자부심도 가지고 자신의 비젼도 가질 수 있는 거구요.
어떤 분들은 아마추어들이 매너리즘에 빠진 프로들에게 반대할 수 있는 새로운 창의력 있는 작품을 할 수 있도록 아카가 만들어 줘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그러한 목적 자체가 제약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있는 친구들은 자신들이 마음대로 그리도록 하는 게 나은 거지, ‘너희는 아마추어의 순수성을 가져라’고 얘기한다는 게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정혜경: 아카 참여 규칙 중에 전시장에 팬시물 만을 가져오면 별도로 규제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참가한 동아리들을 보면 회지보다는 팬시 판매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데요.

유재황: 예. 그게 요즘은 없어졌어요. 코믹월드와 일종의 경쟁관계가 되고, 아카 쪽의 제약들로 인해 동아리들이 자꾸 코믹월드 쪽으로 가게되고, 이에 아카에서도 원래의 제약적인 부분들을 없애게 됐죠.
그리고 동아리들도 큰돈을 들여 부담이 되는 회지를 찍는 것보다, 팬시물을 찍는 경우가 많아 졌어요. 행사주기가 짧아지다 보니까,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회지보다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이 소비되는 팬시 위주로 가는 현상이 벌어졌어요. 전체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또한 축소된 프로시장의 영향을 받으면서 꿈이 없어진 거죠. 어떤 경우도 있냐하면, 출판시장이 좁기 때문에 오히려 작가로 데뷔했던 사람들이 다시 이쪽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거든요. 여기서 팬시가 잘 팔리는 친구들은 이틀을 해서 100~200만원의 수익을 얻다보니, 출판부분이 메리트가 없는 거예요.
작가로 진출하면 이름값이라는 게 있지만 고생하는 것에 비해 고료자체가 워낙 낮고 하니까요. 출판시장이라는 목표가 사라진 시점에서 이쪽에 안주하는 경향들이 있고, 오히려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 거죠. 지금 유명한 동아리들은 아카나 코믹월드만 참여하니까 지금 큰 문제점이죠.

정혜경: 그럼 그 문제점들에 대해 아카에서는 어떤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유재황: 우선 지금 중요한 건 행사 자체가 많이 알려지고 많은 관객들이 참여하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다음 행사부터 새로운 아이템들을(게임들로 보고 있습니다) 넣어 새로운 활력소를 만들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출판 쪽으로 인력시장을 구상하고 있는데, 출판사의 기자 등이 참가하여 아마추어와 상담하는 코너를 만들겠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죠. 상담할 수 있고 좋은 작품(작가)은 스카우트 될 수 있는 인력시장을 만들어, 아마추어들이 작품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계획 중에 있어요.
작업의 진척이 늦어지는 것은 출판사 입장에서는 검증이 된, 좋은 작가를 뽑으려 하고, 우리 쪽은 되도록 여러 작가를 선보이고, 그 중에서 출판사가 뽑아 가라는 입장이라 그것을 조율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차이가 났죠.

정혜경: 구체적으로 인력시장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유재황: 만화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인력은 다양하거든요. 컨덴츠, 모바일에서 캐릭터, 게임, 일러스트 작가 등 다양한 부분들이 있는데, 그 분야에서 필요로 하고 있는 부분을 인력시장을 통해 알리는 역할을 하는 거죠. 그것이 안정되면 단순히 팬시 판매를 목적으로 해서 아카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되기 위해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다양한 시장이 있지만 신인들과의 연결루트가 전혀 없어서, 아마추어 작가들이 그런 분야를 알아보지 않거든요.

정혜경: 조금 전 행사장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해당 모임이 그것을 규제를 하는 모습을 봤거든요. 그런데 원작자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지만은 않을 듯 한데요.

유재황: 어떤 문제점이 있느냐하면 동인전체가 아닌 팬시 하나만을 찍어서 자기가 따로 갖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들의 입장에서는 자기 그림이 빼앗긴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거죠. 그래서 그린 일이 있기도 한 거죠.
이러한 패러디와 관련한 것은 일본에서 있었던 논쟁 중의 하나예요. 코믹마켓에서도 패러디가 많다 보니까 출판사들과 대대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게 됐어요. 그런데 일본 행사는 우리나라와 규모가 다르잖아요. 동인지 작가로서 인정을 받고 그것으로 먹고 살 정도이다 보니까 출판사에서 제동을 많이 걸었어요.
그런데 끝내 출판사에서 손을 들었죠. 코믹마켓은 70만 정도의 매니아 층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곧 만화의 매니아들이고 원작의 매니아들인데 그 부분을 건드리면 그쪽 사람들이 들고일어나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오히려 내버려 둔 거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그것을 다른 형태의 홍보의 방법으로 사용하는 일도 있어요. 우리나라의 모 게임 캐릭터 같은 경우는 오히려 자체적으로 이벤트를 열고 자기 캐릭터들을 베끼도록 하고 그걸 모아 책을 만들기도 해요. 그래서 자기 캐릭터를 알리고 홍보하는 것에 아마추어들이 그것을 만들어 뿌리게 하는 방식을 사용했죠.

정혜경: 예전 아카에 참여하는 연령대가 10대에서 20대 등 다양하게 분포되었는데, 현재는 그 연령대가 더욱더 낮아지고 있습니다. 다른 층들이 떨어져 나간 이유와 다시 끌어들 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듯 한데요.

유재황: 아카는 규모가 커지고 대중화가 됐거든요. 일단 매니아 급들은 대중화되면 떨어져 나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미 대중화가 되었고 여러 사람에게 퍼졌어요. 그렇게 되면서 떨어져 나가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러한 다양한 존재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굳이 아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나갔던 사람들을 다시 끌어 모으고, 다시 오라고 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어요. 이런 형태로 운영되고 그 안에서 또 분리되고 독특한 생각을 가진 단체가 많이 있다면 그것도 알찬 거라고 할 수 있죠.

정혜경: 그렇다면 다른 조직과의 연계도 발전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으리라 보는데요.
-연결하는 분들도 있는데 워낙 이질화되어 완전히 연계되긴 어려워요. 빠지면서 색깔이 완전히 틀려버린 경우도 있고요.

정혜경: 야오이나 패러디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아카의 흐름 안에서 일본만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요.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유재황: 흐름이라는 게 있어서 야오이에서 패러디, 다시 팬픽이 인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큰 흐름이 없어요. 또 패러디를 보면 일본 것만 있다고 볼 수 없고요. 최근 우리나라 게임캐릭터에 대한 인기도 많았고요. 동아리들이 한가지만 좋아서 간다기보다 흐름에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소재나 아이템이 나오면 그쪽으로 다 돌아가요. 그것을 인위적으로 잡고 가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흐름을 따라가 주는 게 큰 거죠.
또한 회지들의 형태도 지금의 것들은 팬시화 되어 있어요. 책의 그림이나 내용보다는 책 자체가 예쁘게 되가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저는 특별히 아카의 성향을 어느 쪽으로 가도록 유도하고 싶지는 않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공간 마련과 홍보이며, 참여하는 이들이 그 안에서 꾸미도록 하는 거지 그 이상의 역할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정혜경: 만화판의 현실이 낙후되어 있습니다.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아카도 이런 출판시장의 영향을 받는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그 안에서 변화시키려는 노력들이 있을 줄로 압니다.

유재황: 만화시장의 다양한 부분으로 진출기회를 제공해 주는 게 1차로 가구요. 출판사가 참여하는 행사를 하고 싶다는 이유가 왜곡된 유통구조를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합니다. 이런 행사를 통해 출판사는 신작을 가져오고 독자는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그렇다면 새로운 유통구조를 가질 수 있고요. 가격부담이 줄어드니까 책을 좀더 살 수 있을 것이구요. 또 한 가지 책을 교환하는 일본의 ‘만다라께’ 같은 중고시장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중고시장이 우리나라에서는 형성이 안되는데, 아카 행사에서 책을 교환하는 유통구조가 만들어진다면 만화책의 판매가 더욱 늘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정혜경: 다음 행사는 언제 계획하고 있는지요

유재황: 8월 행사를 기준으로 잡고 있고 이 행사는 기존과 바뀌어진 행사로 기획하고 있어요. 기존과 같이 바뀌지 않는 행사는 더 이상 의미가 없거든요. 8월 행사부터는 게임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앞에서 언급한 대로 출판사가 참여하는 쪽으로 하구요. 다른 축제에서는 할 수 없는 부분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예전에 전성기 때의 아카의 모습을 기억하던 사람으로서 2명의 간부가 행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간부 모두가 행사에 매달리게 되니까 다른 사업을 할 수 없을 것이란 것도 이해가 된다.

초창기 과거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아카가 프로로 가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했고, 많은 작가들을 배출한 동아리들이 많은 활동을 했다면, 현재 그 의미는 많이 바뀐 것 같다.
인터넷이라거나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많은 공간이 생겼기에, 프로 데뷔를 목적으로 아카 활동을 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비슷한 성격을 지닌 다른 행사들이 많이 생겨났고 하나의 경쟁관계에 놓여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 많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현재의 아카전시회는 팬아트가 주류를 이루는 소비적인 성향이 강한 행사장의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아카 행사에 참여하는 동인들의 대다수가 한 컷 한 컷 그리는 일러스트의 완성도는 높으나, 만화적인 측면의 완성도는 낮은 모습이라고 유재황 회장은 평가한다.
잦은 행사로 인한 에너지 소비와 창작이 아닌 팬시에 집중된 모습들은 아카가 극복해야 할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즐기기 위한 것이 모든 일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본래 아카의 역할을 기억하기보다는 예쁜 팬시를 사러 가게 되는 경우가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