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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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신인이 날리는 강력한 스매시 : Daum웹툰 만화공모대전4 대상 <프레너미> 김종석 작가

말하지 않으면 눈치 채지 못했을 것 같다. <프레너미>는 내공이 쌓인 기성작가의 작품이라고 해도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안정적인 연출과 구성이 인상적인 웹툰이다. 여기에 ‘Daum웹툰 만화공모대전4 대상’이라는 수식어를 더하는 순간 그제야 발견되는 것들이 있다.

2017-03-08 송경원

말하지 않으면 눈치 채지 못했을 것 같다. <프레너미>는 내공이 쌓인 기성작가의 작품이라고 해도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안정적인 연출과 구성이 인상적인 웹툰이다. 여기에 ‘Daum웹툰 만화공모대전4 대상’이라는 수식어를 더하는 순간 그제야 발견되는 것들이 있다. 소재에 대한 과감한 접근, 장면 구성의 참신함 등은 <프레너미>가 신인작가의 첫 번째 작품이라는 걸 새삼 증명한다. 다만 이런 거칠고 패기 넘치는 요소들이 단번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건 이 놀라운 웹툰의 완성도가 프로 작가들의 웹툰들 못지않게 빼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공모전 응모작들이 이 정도의 수준을 선보인다는 건 웹툰 시장의 성장과 함께 웹툰 작가를 꿈꾸는 이들의 수준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반증일 것이다. <프레너미>는 아직 뒷이야기가 완성되지 않은 공모전 대상 작품이지만 곧바로 연재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혀 불안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프레너미>의 김종석 작가에게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물었다. 인터뷰마저 노련한 그는 그야말로 준비된 신인이다. 




Q.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Daum웹툰 만화공모대전4 에서 수상하고, 현재 연재를 준비 중에 있는 김종석 (필명 Doll suek) 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대학 재학 중에 웹툰 공모전에 응모했습니다. 원래 웹툰 작가가 꿈이었나요.
A. 아니요. 처음엔 자동차 정비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평소 자동차를 좋아했고, 마침 아버지가 카센터를 운영하고 계셨거든요. 물려받을 생각이었죠. (웃음) 솔직히 만화를 그려보고 싶었지만 자신이 없었어요. 제가 관심을 가지던 시기엔 만화에 대한 인식도 별로 좋지 못했고요. 그런데 군대를 전역할 때 즈음 웹툰의 성장이 급속도로 빨라졌습니다. 출판만화보다 더 많은 사람이 보는 매체로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며 흥미가 생겼습니다. 웹툰의 '긍정적 가능성'에 매료됐다고 할까요. 덕분에 용기 내서 도전을 하게 된 것 같아요.



Q. 대상으로 당선이 됐습니다. 기분이 어떠신지.
A. 사실 본선만 통과하자는 마음으로 임했었는데 훌륭한 작품들 속에서 이런 큰상을 받으니 부끄럽습니다. 잘해서 받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하지만 더 노력하고 기대에 보답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고 소중한 기회가 주어진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입니다.

Q. 다음웹툰 만화공모의 심사방법이 독특했다고 들었습니다.
A. 맞습니다. 타 공모전들과 다른 독특한 점이 있다면 다음 웹툰 만화공모전 본선 진출 작가들은 3개월간 Creator's camp 라는 수업을 받게 되는데요. 선배 작가님, PD, 컨텐츠 기획자분들이 교육자로 참여해서 당선자들의 작품을 더욱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주시기 위해 가이드를 해주셨습니다. 정말 꼼꼼한 수업과 조언을 해주셨기 때문에 실제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3개월간 수업을 받은 후 결선에 올라 심사를 하게 되는데요. 최종 심사 기준도 조금 독특했던 것 같습니다. 독자투표의 비중이 10%로 타 공모전보다 반영률이 낮고 심사위원 평가가 90%를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결론까지 완성된 작품이 아니다보니 전문가의 시선에서 방향성을 좀 더 면밀히 검토해주신 것 같습니다.

Q. <프레너미>는 스포츠만화입니다. 그 중에서도 테니스를 소재로 꼽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여러 사람이 지원하는 공모전 특성상 눈에 튀기 위해서는 '차별성을 두는 게 유리하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웹툰을 살펴보니 스포츠 장르가 많지 않더라고요. 종목 또한 기존작들과 겹치지 않되 제가 경험해본 종목을 골라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테니스'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공모전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데.(웃음) 그래서인지 처음엔 테니스에 대한 부족한 지식과 스포츠 연출에 대해 큰 부담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분들의 검수도 받고 한 편 한 편 그려나가다 보니, 부담은 줄고 어느새 작품에 빠져서 굉장히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론 제 몸에 잘 맞는 옷을 골랐다고 생각합니다.

Q. <프레너미>라는 제목은 무슨 뜻인가요.
A. <프레너미>는 friend(친구)+enemy(적)의 합성어입니다. 처음엔 단순하게 “<라이벌>이란 제목으로 가볼까?” 하고 가볍게 접근했습니다. 작중에서 두 주인공이 의도치 않게 서로에게 좋고 나쁜 영향을 지속해서 주고받으며 변화를 겪게 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런 모습이 그저 '라이벌'이란 단어로 단정 짓기엔 애매하고 낡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동성 간의 애증을 표현할만한 단어가 없을까? 생각하던 중 친구이자 적이라는 의미로 <프레너미>란 말을 만들어봤습니다. 어감도 나쁘지 않고 작품 의도와도 매우 잘 어울릴 것 같아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Q. 테니스 동작을 그리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인 것 같습니다. 자세한 동작 등을 그린 방식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원고를 그릴 때 첫 번째 규칙이 있습니다. 적어도 ‘테니스 자세나 규칙 등 테니스에 관한 정보만큼은 틀리지 말자’입니다. 때문에 매 컷을 그릴 때마다 긴장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테니스의 경우는 구사하는 구종이나 스트로크에 따라 몸에서 쓰는 부분이 조금씩 다릅니다. 이런 부분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서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참고하는 편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사진을 20퍼센트, 동영상을 80퍼센트 정도로 참고 합니다. 정지해 있는 사진을 참고하고 그리는 것보단 움직이는 영상을 본 뒤에 그리는 것이 개인적으로 더욱 속도감 있게 표현되는 것 같거든요. 물론 아직 만족스럽게 그렸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여전히 모자라기에 매 컷을 그릴 때마다 배워가는 기분입니다.
Q. 겸손하게 말씀하셨지만 컷 구성 방식이 굉장히 디테일 합니다. 이야기를 담아낸 분량보다 동작 묘사나 심리 묘사가 훨씬 꼼꼼한 것 같은데요.
A. <프레너미>를 그릴 때 주인공들의 '사연'에 중점을 두느냐 '시합'에 중점을 두느냐로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스포츠 만화라면 역시 화려하고 호쾌한 시합들이 나와야 어울리지 않겠느냐란 생각에 최종적으로는 시합에 좀 더 무게가 실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프레너미>를 소개해야 한다면 테니스 시합에 중점을 둔 만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스토리 진행은 굉장히 시원시원하고 빠르게, 반대로 시합내용 만큼은 디테일하고 다이내믹하게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공모전에 올라온 1~3화분 원고도 그런 마음가짐을 그대로 반영해 작업했고요. 앞으로도 이런 템포로 전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라이벌 구도인 만큼 선명하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필수적입니다. 강산과 주신, 두 캐릭터 구상은 어떻게 하셨나요.
A. 캐릭터 구상을 하기 전에 먼저 테니스란 어떤 성격을 지닌 스포츠인가부터 알아야 했습니다. 축구나 야구 등 팀으로 승부를 내는 종목과 달리 테니스는 선수 혼자 코트에 올라 1:1 로 승부를 가립니다.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싸우는 '고독한 스포츠'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습니다. 자연스럽게 남에게 관심이 없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거만한 천재 소년 강산을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상대 주인공은 이와 반대되는 성격과 스타일을 부여하면서 상대적으로 쉽게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해 두 주인공의 플레이 스타일과 성격에 어울리는 동물을 표현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요. 최종적으로는 강산이 매, 주신이 뱀을 상징하게 됐습니다. 일종의 만화적인 재미랄까요. (웃음)

Q. 말씀대로 천재소년과 심약한 은둔 고수의 만남이라는 한 줄 콘셉트가 재미있습니다. 많이 본 이야기 같은데 또 다른 재미가 느껴집니다.
A. '이야기'보단 '경기'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이다 보니 이야기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플롯을 세웠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단조롭고 진부하게 느껴지는 건 싫어서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부분을 고민했는데요. 우선 테니스 시합을 너무 실제에 가깝지 않게끔 보이게 했습니다. 만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재미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앞으로 더욱 많은 시합을 보여드리겠지만. 이론적으론 설명이 가능하되 만화스러운 과장법을 최대한 사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웹툰에서만 낼 수 있는 연출이나 장르적인 쾌감도 고민하려 합니다. 익숙하되 기존의 스포츠만화와는 다른 부분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일단 목표는 그렇습니다. (웃음)

Q. 공의 속도감을 표현한 연출이 깔끔하고 인상적입니다. 비슷한 표현을 반복하면 질릴 법도 한데 본인만의 개성이 묻어 있습니다. 그림은 언제부터 배우기 시작했나요.
A. 어릴 때부터 낙서는 꾸준히 해왔습니다.(웃음)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건 대학입시를 치르기 위해 만화학원을 다녔을 때부터입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신경 쓰는 부분이 같은 표현이 반복되어서 독자들이 나중에 별 감흥을 못 느끼면 어떨까 하는 걱정입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시합장면이 나오는 한편을 그린다고 했을 때 그 한편에 들어가는 연출은 절대 같은 앵글, 구조는 사용하지 말자는 정도의 원칙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인물과 배경의 위치가 컷마다 다르다면 지루함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칸의 크기를 크고 작게 완급을 계속 주는 방법도 있겠네요. 방식은 매화 고민해나갈 것 같습니다.


Q. 좋아하는 웹툰 작가나 작품, 롤모델이 있나요.
A. 제일 어려운 질문이네요. (웃음) 정말 셀 수 없이 많아서 콕 집어 말하긴 힘듭니다. 실제로 일주일 중에 날을 잡아서 밀린 웹툰을 다 챙겨 보는 날도 있습니다. 장르나 작가를 가리지 않고 손에 닿는 범위 안에서는 가능한 다양하게 보는 편입니다. 정말 다 재미있으니까요. (웃음)

Q. 공모전 당선 후 달라진 것들이 있나요.
A. 심심한 대답이지만 똑같습니다. (웃음) 작업하는 일상이 그저 쭉 이어지고 있을 뿐이네요. 굳이 달라진 것들을 꼽자면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는 일이 생기거나 반찬의 가짓수가 조금 늘어난 정도? (웃음)

Q. 웹툰 시장이 넓어지면서 과거에 비해 작가들의 위상도 올라갔습니다. 아직 업계의 사정을 다 알긴 어렵겠지만 예비 작가 입장에서는 어떻게 느껴지나요.
A. 우선 굉장히 좋은 시기에 공모전에 당선 됐다고 생각합니다. 웹툰시장도 처음부터 이렇게 긍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으니까요. 웹툰이란 매체가 처음 생겼을 때 1세대 작가 분들의 고료도 굉장히 적었고 환경도 열악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시장이 넓어진 건 선배작가님들께서 힘든데도 웹툰의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주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거죠. 덕분에 많은 학생들이 웹툰 작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께서 자기 친구의 막내딸이 웹툰 작가를 꿈꾸고 있다고 저에게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몇 살이냐고 물어봤더니 초등학교 3학년이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Q. <프레너미>를 장편 연재하게 되었는데 두 주인공 이외에 생각해둔 캐릭터가 있나요.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합니다.
A. 스포일러기 때문에 자세히 말씀은 못 드리지만 두 주인공에게 큰 위기를 가져다줄 제3의 강자가 등장 대기 중입니다. 외국 선수도 나오게 될 것 같고요. 두 주인공 외에도 비범한 능력을 지닌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나올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Q. 정식으로 장편 연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작가를 목표로 하나요.
A. 이번에 테니스란 소재를 다루면서 자료조사도 많이 했고 선수들에게 검수도 받으면서 만화를 그렸습니다. 그 과정들이 굉장히 재미있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전문적인 소재가 들어가 있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그려나가고 싶습니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던 소재, 연출, 장르에 계속 도전할 줄 아는 작가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해주세요.
A. 우선 공모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서 이렇게 인터뷰로 먼저 찾아뵈었는데요. 자만하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해 좋은 만화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