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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팅> 장호찬 작가 인터뷰

새해도 벌써 한달이 지나 2월이 되었다. 어느 주말, 강남에 위치한 LBC 카페에서 웹투니스타 멤버들은 코믹스토리에서 <씬 이터>를, 케이툰에서는 <리부팅>을 연재했던 장호찬 작가를 인터뷰했다.

2017-02-13 웹투니스타

새해도 벌써 한달이 지나 2월이 되었다. 어느 주말, 강남에 위치한 LBC 카페에서 웹투니스타 멤버들은 코믹스토리에서 <씬 이터>를, 케이툰에서는 <리부팅>을 연재했던 장호찬 작가를 인터뷰했다.


Q. 웹투니스타(이하 웹) : 만나게 되어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A. 장호찬(이하 장) : 웹툰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장호찬이다. 케이툰에서 <리부팅>을 연재했었다.

Q. 웹 : 초면이지만, 사실 장호찬 작가의 작품 <리부팅>은 웹투니스타 149화에서 리뷰를 한 적이 있다.
A. 장 : 리뷰 한 것 재밌게 들었다. 요즘은 작품을 쉬고 있어서 잘 안듣게 되는데, 잘 챙겨듣도록 하겠다(웃음)

Q. 웹 : 이력이 굉장히 특이하다. 게임업계에 오래 몸담았던 게임 개발자 출신인 걸로 알고 있는데?
A. 장 : 원래는 어릴때 점프나 챔프 같은 잡지만화에 투고하며 만화가를 지망했다. 갑자기 청소년기에 집안이 어려워지면서 용돈벌이로 PC와 게임 관련 잡지에 삽화를 그리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그때가 1994년 즈음이었다. 먼저 하던 선배가 알려 준 것이었는데, 그걸 하다가 게임잡지를 통해서 아는 분들이 ‘개발을 해 보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Q. 웹 : 게임 개발이라는게 ‘우연히’ 하게 되기는 힘들었을 텐데 대단하다.
A. 장 : 사실 게임 잡지에 투고하는 알바를 하다가, 당시에 콘솔 게임을 만들던 분께서 ‘게임을 만들어보지 않을래?’라고 물어보셨다. 그러면서 명함을 주셨는데, ‘돈벌이가 좀 될거야’라는 말이 나를 움직였다(웃음). 당시에 일본어로 된 책을 받아서 기획 공부를 했다. 당시엔 콘솔 키패드를 연결해서 각각 점을 찍어서 만들었다. “실행취소”가 없어서 실수를 하면 안됐다. 정말 옛날이어서 마우스가 없었다.

Q. 웹 :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 웹툰이 생겨나기 전에 벌써 연재를 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또 굉장한 건담 마니아로 알고 있는데.
A. 장 : 예전에 보건복지부에서 하는 캠페인 만화, 그리고 한 출판사의 책을 홍보하는 만화를 그렸다. 장애인 차별을 다룬 보건복지부 만화는 ‘고슴도치 군’ 이라는, 아주 염세적인 캐릭터를 만들었었는데, 그 캐릭터를 등장시킨 만화였다. 또 출판사 홍보만화는 <퇴근해요 이일북씨>라는 제목인데, 회사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책 홍보를 해야하다보니 흐름은 자연스럽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실제 출판사 직원들이 회의하는 모습을 보고 특징을 잡아 허락을 구한 다음 등장시켰다. 실제로 작품 주인공인 이일북 대리의 모델은 지금도 나와 친구로 지내고 있다.

Q. 웹 : 오랫동안 게임업계에 있다가 본격적으로 웹툰을 연재한 것이 <씬 이터>다. 아쉽게도 지금은 볼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A. 장 : 처음엔 ‘청원 살인’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했던 작품이다. 어떤 사이트에 단죄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에 대한 글이 올라오고, 거기에 사람들이 배팅을 하면 그 사람을 처단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씬 이터(죄를 먹는 사람)”이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젯밥을 먹듯이 장례식떄 쓴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씬 이터”라고 불렀다고 한다. 죽은 이의 원죄를 먹어 치움으로써 망자가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하는데,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영화 <이퀼리브리엄> 스타일의 호쾌한 액션을 그리고 싶었는데, 그래서 아쉬움이 조금 있는 작품이다.

Q. 웹 : 최근 어깨 부상으로 쉬기도 했다. 건강은 괜찮은가?
A. 장 : 괜찮아 졌다가 최근 다시 부상을 당했다. 아이와 함께 침대에서 잠을 자는데,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아이를 다친 팔로 잡아 끌었다. 그래서 어깨가 또 빠졌다. 예전에 격투기를 배우다가 팔이 한번 빠진 다음 습관성이 된 것 같다. 병원에 갔더니 오십견 진단을 받기도 했다.

Q. 웹 : <리부팅>을 그리면서 실제 이야기가 많이 녹아났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그런가?
A. 장 : 그리면서 나와 비슷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개발본부장이 그 인물인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줬다는 느낌이다. 개발본부장이 힘들어 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다 내 탓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 내가 느끼는 감정도 비슷하다. 당시에는 너무 게임을 만드는게 재밌어서 집에도 안가고 게임을 만들었다. 3개월에 하나, 6개월에 하나씩 게임을 만들어 내면서 회사에서 먹고 자고 하는게 즐거웠는데, 그게 실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영진이 보기엔 “예전 애들은 안그랬는데 요즘 애들은 왜 그래?”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일을 그만두고 나서 그게 너무 미안했다.

Q. 웹 : 주인공 사비나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라고요!” 하면서 버티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이 야근을 긍정적으로 그렸다고 느꼈다. 작가의 입장에선 어떤 의미였는지?
A. 장 : 현역에서 뛰고 있는 게임 개발자들과 이야기하다가 느꼈던 것에서 나온 대사다. 그분들을 버티게 했던 것은 돈이 아니라 ‘게임이 나왔으면 하는 열정’이었다. 사람들은 돈 많이 번다고들 하지만, 사실 2000년대 이후로 봉급이 거의 안올랐다. 나만 해도 10년 가까이 임금 동결을 받아야 했을 정도였으니까. 예를 들어 3개월이라는 기간이 있으면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드는게 개발자들이고, 본인이 즐거워서 야근을 하고, 밤을 샌다면 그건 긍정적일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경영진들이 그 다음에 “3개월만에 이렇게 좋은 결과를 냈으니 다음엔 한달 반만에 해보도록 해”라고 하는건 부정적이다. 여기에 맞서 싸우는 팀장들이 있지만 그게 먹힐리 없지 않나. 팀장이 갈리면 갈렸지.

Q. 웹 : 게임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작품 이야기를 해 보면, 작품에서 시간여행 개념이 등장한다. 시즌1까지 진행된 현재 벌써 미래가 바뀐 걸로 나오는데, 미래가 더 바뀔수도 있을까?
A. 장 : 시즌 1을 쭉 보다 보면 현재의 사비나에게 전화를 건 사람과 대화를 하는 인물들이 계속 바뀌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미래의 사비나도 누구와 전화했는지, 왜 전화를 걸었는지 잊어버린다. 미래가 바뀌어 버린 거다. 그리고 선우혁이라는 인물이 전화를 받게 되는데, 현재의 시점에서는 사비나가 전화를 받은 것 보다 나중의 일이지만, 미래의 관점에서는 어떨까? 이런 생각들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Q. 웹 : <리부팅>의 제작 모토는 게임 개발자들의 사랑이야기였다. 현재까진 프레디와 선우혁, 그리고 사비나의 삼각관계가 주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다른 러브라인이 등장하거나 러브라인의 변화는 있는지?
A. 장 : 아직 추가 등장인물도 두명정도 덜 등장했고, 아까 말했던 대로 미래가 바뀔 가능성도 있으니 지켜봐 주었으면 한다. 다만, 연재는 잠시 쉬었다가 차기작을 먼저 연재하고 <리부팅>을 이어갈 예정이다.

Q. 웹 : 독자들의 덧글들을 다 읽어보는 걸로 알고 있다. 작품의 내용을 예측하는 덧글들이 많은데, 정확도가 어떤지?
A. 장 : 거짓말처럼 모두가 내 계획과 달라서 ‘그대로 가도 되겠다’는 마음과 ‘바꿔야 하나?’하는 마음이 동시에 든다(웃음). 1/3쯤 진행되었다고 했지만, 계획대로 연재된다면 리부팅은 시즌 2에서 끝날 예정이다.

Q. 웹 : 아까 잠깐 말했던 차기작에 대해서 말해줄 수 있나?
A. 장 : 어렸을때부터 건담의 굉장한 팬이었다. 스타트랙같은 SF도 굉장히 좋아해서, 그런 SF를 해보고 싶다. 밝은 SF를 그려보고 싶다. 현재 기획중이고, 빠른 시일내에 만나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웹 : SF 작품이 드문 와중에 SF를 연재하신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독자분들과 웹투니스타 청취자 분들께 인사 한마디 부탁한다.
A. 장 : 즐겁게 대화해서 재미있었다. 너무 말을 많이 한건 아닌지 모르겠다(웃음).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겠다.

사람은 살아온 시간이 아니라, 겪어온 시간만큼 깊이가 생긴다. 깊지만 유쾌한 장호찬 작가와의 인터뷰를 이것으로 마친다. 웹투니스타에게도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읽어주신 분들께 다시한번 고개숙여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