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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우> 하마 작가 인터뷰

역사에 남을 일주일이 끝나는 주말, 웹투니스타는 <붉은 여우>를 그린 하마 작가를 초대해 인터뷰를 열었다. <붉은 여우>는 가상의 왕국에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자연재해와도 같은 존재, 붉은 여우를 통해 인간의 삶과 욕망, 그리고 사랑을 조명하고 있다.

2017-03-27 웹투니스타



역사에 남을 일주일이 끝나는 주말, 웹투니스타는 <붉은 여우>를 그린 하마 작가를 초대해 인터뷰를 열었다. <붉은 여우>는 가상의 왕국에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자연재해와도 같은 존재, 붉은 여우를 통해 인간의 삶과 욕망, 그리고 사랑을 조명하고 있다.

Q. 웹투니스타(이하 웹) : 만나게 되어 반갑다. 본인이 트위터에 "이제는 인터뷰 할 자신이 있다"고 해서 모시게 됐다. 재미있는 인터뷰가 될 것 같다
A. 하마 : 사실 그렇게 글을 올리고 이렇게 빨리 인터뷰를 하게 될 줄 몰랐다. 최선을 다해서 인터뷰를 해 보겠다.

Q. 웹 : "너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웹툰을 도전만화에서 그렸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는 <붉은 여우>가 데뷔작인데?
A. 하마 : 맞다. 도전만화에 그린 만화는 3화정도 올리고 삭제했는데, 연재를 하면서 동시에 그릴 자신이 없어서였다. <붉은 여우>는 당시에 그리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잘 버무려서 만들어낸 이야기다.

Q. 웹 : 2월 15일에 단행본이 나왔다.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구매가 가능하다고 들었다.
A. 하마 : 1,2권이 동시에 출간됐고, 현재 재판에 들어갔다. 나머지를 올해 안에 출간하는 게 목표다. 외전은 계획에 없지만 책이 잘 팔린다면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웃음)

Q. 웹 : 연재가 많이 힘들다고 알고 있다. 휴일도 없이 일해 건강이 많이 상했다고 알고 있다. 청취자분들도 같은 질문을 해주셨다.
A. 하마 : 사실 건강이 많이 상하긴 했다. 주간연재는 정말 힘든 작업이다. 게다가 내가 완벽주의자적 성향이 있어서 연재 초반에는 더욱 그랬다. 컷 수와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까지 나와야 한 회를 마무리했기 때문에, 100컷에서 많게는 200컷 가까이 그린 적도 있다.

Q. 웹 : 사실 주간연재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를 했었다. 컷 수가 그렇게 많아지면 정말 건강에 문제가 심각하게 생길수도 있을 것 같다. 다시, <붉은 여우>의 색이 메인 컬러인 이유는 왜인가? 본인의 취향이기 때문인가?

△ <마젠타 계열의 붉은 색상이 강렬한 ‘붉은 여우’>

A. 하마 : 사실 나는 "색 변태"다(웃음). 붉은 색도 다양한 계열이 있는데, 예를 들어 <붉은 여우>에는 마젠타 계열의 색깔이 다양하게 사용된다. 취향이기 때문도 있지만, 하얀색 바탕에 비슷한 색의 작업들이 많다 보니 검은색 바탕에 붉은 계열의 색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Q. 웹 :작품의 전체적인 주제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다양한 사랑이 등장한다. 부부애, 모성애 등 다양한 사랑의 형태에 따라 인터뷰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부부애의 경우 아사가와 소이나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는데, 몸이 아픈 소이나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다는 이유로 아사가가 청혼을 한다. 이 때문에 독자들은 결국 동정이었다.라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A. 하마 : 사실 동정이면 어떤가 싶다. 진정한사랑이라는 게 어떤 특정한 형태로 정의할 수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시작이 동정이었더라도 서로 사랑한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 아닐까.

Q. 웹 : 하지만 붉은 여우가 찾아오면서 소이나와 아사가의 불행이 시작된다. 소이나가 임신한 것을 알게 되자 소이나에게 "너의 간을 줄래, 아이의 간을 줄래?"라고 여우가 묻는다. 처음에 소이나는 아이를 주겠다고 했지만, 나중에 생각을 바꿔 딸을 살리고 죽겠다는 말을 하면서 여우에게 저항한다. 하지만 소이나의 딸 사나가 후에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그 결정은 옳은 것이었을까?
A. 하마 : 이전에 웹투니스타 리뷰에서 이 부분을 인간적 면모라고 했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가능성을 열어놓지 않고 사라지는 건 너무 허무하니까.

Q. 웹 : 모성애는 소이나의 사나에 대한 모성애 말고도 다른 에피소드에서 나라다의 이자를 향한 모성애도 나온다. 붉은 여우가 이잘르 죽이고 이자로 둔갑해 예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보인다. 그걸 모를 리 없는 나라다는 이자를 계속해서 아들로서 사랑한다.
A. 하마 : 나라다의 집착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게 사랑일까? 싶은 모습 아닌가. 끊임없는 집착과 자기반성이 안 되는 사람의 모습. 어쩌면 나라다는 이자를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후기에서 모성애라는 말로 정의해버린 느낌이라 독자 분들께 혼란을 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 옳은 방향으로 흐르는 것만이 사랑인 것은 아니니까. 나쁜 방향으로 가더라도 사랑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나.

Q. 웹 : 그리고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붉은 여우 이바나의 사랑이 있다. 잘생긴 외모로 수많은 세월을 살아오며 자손을 남긴 붉은 여우는 여자를 만났다가도 질리면 죽여 버리는 악질이다. 그러나 그 붉은 여우가 소이나와 아사가의 딸 사나를 지켜보다가 사랑에 빠져버렸다. 사나는 붉은 여우를 밀쳐내지만, 그럴수록 더 파괴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붉은 여우는 사나를 자신처럼 요물로 만드는 약을 먹여 반요의 상태로 만들고, 영원히 늙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자신과 영원히 함께하도록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한다. 이것도 사랑이라고 볼 수 있을까?

△ <사나를 향해 집착하는 붉은 여우의 사랑>

A. 하마 : 아마 최악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붉은 여우는 도덕이나 그런 것들이 없을 때 오히려 인간의 원초적인 무언가가 나온다고 생각해서 만들어낸 캐릭터다. 그래서 가능하면 사람의 상식과 윤리로 생각할 수 없는 존재라는 설정으로 그렸다.

Q. 웹 : 이렇게 붉은 여우가 파괴적인 사랑을 하고, 선혈이 낭자한 구해를 하는 통에 비극에 빠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재밌게도 붉은 여우의 사랑을 응원하는 독자들이 많다. 후반부에는 좀 달라지긴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붉은 여우를 응원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A. 하마 : 붉은 여우는 인간의 추악한 부분을 드러낸 어떤 자연재해 같은 존재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붉은 여우를 응원했던 건 아닐까 싶다. 인간이 정한 도덕과 법 어떤 것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이해시킬수도 없는 존재. 그런 존재가 사랑을 한다는 것에서 오는 일종의 갭이랄까. 만화적인 부분이고 실재하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웹 : 본편이 붉은 여우의 광기와 사나에 대한 사랑, 집착을 그렸다면 외전에서는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한다. 이바나라는 나라가 생겨난 경위부터 시작해서 약간 조선왕조실록을 보는 느낌이었다. 외전을 통해서 중점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다면?
A. 하마 : 본편이 나오기 위한 부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싶었다. 작품 내의 사회적 맥락과 당위성을 만들려고 했고, "실록"의 형태를 써서 역사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본편의 독자들이 붉은 여우의 광기에 홀리듯이 봤다면, 외전에서는 설정을 이해하기 위해서 한 발짝 떨어져서 봤으면 했다.

Q. 웹 : 본편과 외전이 톱니바퀴 맞물리듯 딱 맞아 들어간다. 초기 구상 때부터 외전을 염두에 두고 그렸나?
A. 하마 : 염두에 두고 그린 게 맞다. 하지만 원래 20화를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지금 60화가 넘게 연재되고 있다. 이렇게 길게 연재될 줄은 나도 몰랐다.

Q. 웹 : <붉은 여우>는 운명을 볼 수 있지만 바꿔서는 안 되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이나 붉은 여우가 의미하는 바를 생각하면 굉장히 철학적인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신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티프들이 등장하기도 하는 등 다각도로 분석해보는 재미가 있는 웹툰이었다. 오늘 인터뷰 나온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A. 하마 : 작품을 잘 봐주어서 고맙고, 내가 먼저 인터뷰를 잘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너무 긴장해서 속이 쓰리기도 했다. 하지만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하는 형태라서 재밌게 녹음을 한 것 같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겠다.

어둡고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작품을 그리는 작가를 만나면 왠지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그러나 하마 작가의 인터뷰는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에서 마칠 수 있었다. 3월, 봄이 시작되고 꽃이 피는 계절에 달뜬 마음을 <붉은 여우>로 달래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