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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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홈’은 생존자들의 서사, 이 세상의 모든 크리처물이 스승

아서 코난 도일, 아가사 크리스티, 엘러리 퀸, 그리고 최근 히가시노 게이고 등 추리소설 대가의 작품을 읽다보면 작가가 던져주는 퍼즐을 푸는 재미와 더불어 도대체 이러한 기가 막힌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어떻게 포착하는 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2018-07-23 홍지민

아서 코난 도일, 아가사 크리스티, 엘러리 퀸, 그리고 최근 히가시노 게이고 등 추리소설 대가의 작품을 읽다보면 작가가 던져주는 퍼즐을 푸는 재미와 더불어 도대체 이러한 기가 막힌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어떻게 포착하는 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영화나 소설, 만화 등을 통해 선보이는 장르 물을 보면 비슷한 생각이 들 곤하지요. 한국 웹툰, 그 중에서도 스릴러에 천작하는 작가들을 보면 궁금증이 더 짙어지곤 합니다.

10년을 훌쩍 넘긴 우리 웹툰의 역사 속에서 초창기부터 범죄 스릴러 장르로 이름을 각인시켰던 ‘팀 겟네임’이 대표적입니다. 고교 동창인 김칸비 작가와 아루아니 작가는 2007년 데뷔작 ‘교수 인형’에 이어 2009년 ‘우월한 하루’를 합작하며 장르물 마니아들로부터 격한 지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팀 겟네임=스릴러’라는 브랜드를 구축한 것입니다. 2010년 잠시 외도를 한 ‘멜로홀릭’ 이후 개별 활동을 하고 있지만, 김칸비 작가는 황영찬 작가와 함께 연쇄살인마 아버지와 아들의 대결이라는 파격 소재를 다룬 범죄 스릴러 ‘후레자식’(2014~16)에 이어 크리처물과 스릴러를 결합한 ‘스위트 홈’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큰 인기 속에 연재하며 스릴러 장인으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습니다. 김칸비-황영찬 작가의 작품을 보다 보면 작가의 의도를 미리 풀어보려는 독자들의 도전이 더욱 쫄깃쫄깃하게 다가옵니다. 이번 인터뷰는 작가 분들의 바쁜 스케줄 때문에 네이버 웹툰을 통해 서면으로 이루어졌습니다.
Q. 우리 웹툰에서도 제대로 된 호러 스릴러가 나왔다는 평가가 자자합니다. 지난 아홉 달간의 연재를 자평해주신다면.
A. 김칸비 : 좋은 스릴러 작품들은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저희의 작품이 여타 다른 작품들보다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희 작품이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접근성’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표현 수위도 대중들이 접근하기 쉬운 수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A. 황영찬 : 큰 문제없이 연재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Q. 김 작가님의 경우 팀 겟네임으로 함께 활동하며 스릴러 웹툰의 개척자로 각광 받았습니다. 개별 활동을 하는 지금도 큰 틀에서는 여전히 스릴러 입니다. 창작자로서 스릴러를 특히 선호하는 까닭이 있을까요. 작가님에게 스릴러는 어떤 의미인가요.
A. 김칸비 : 처음 스릴러를 선택한 이유는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재미있는 것 같아 지금까지 스릴러 작품을 주력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Q. 팀 겟네임의 데뷔작 ‘교수인형’은 영화 ‘뎀’에서, 김 작가님과 황 작가님의 첫 합작 ‘후레자식’은 영화 ‘죽지 않아’에서 영감을 떠올렸다고 알고 있습니다. ‘스위트 홈’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얻었는지 궁금합니다.
A. 김칸비 : ‘스위트홈’을 제작하면서 특별히 영감을 얻은 작품은 없습니다. 세상엔 수많은 크리처 물이 존재합니다. 그 모든 작품들이 ‘스위트 홈’의 스승 아닐까요.


Q. 김 작가님과 황 작가님 모두 스릴러 외에 도전해보고픈 장르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A. 김칸비 : SF나 치유물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A. 황영찬 : 시트콤 형식의 개그 만화나 소년 배틀물을 해보고 싶습니다.

Q. 아무래도 요즘 독자들은 ‘기생수’, ‘피안도’, ‘아이엠 어 히어로’ ‘워킹데드’, ‘부산행’ 등 호러 스릴러에 많이 익숙해진 상황입니다. 장르물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기존 작품들이 떠오르는 경우가 없지 않은데요, 어떤 지점에 중점을 두고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지요.
A. 김칸비 : 사실 어떤 부분에서 차별화를 두겠다! 라고 하는 포인트는 없습니다. 그저 물 흐르듯 진행하고 있습니다. 웹툰엔 괴물들이 등장하는 크리처 장르 자체가 흔하지 않아서 장르만으로도 이미 어느 정도는 차별화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크리처 호러물은 전체적인 세계관이 조금씩 드러나며 팬들의 흥미를 돋우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아직까지 ‘스위트 홈’에서는 괴물화의 원인 등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데 독자들의 궁금증이 언제쯤 풀릴까요.
A. 나름의 결말을 제시하겠지만 후련한 결말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작품에서 주력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설정보다는 생존자들의 서사이기 때문입니다.


Q. 식충 괴물, 모기 괴물, 연근 괴물, 왕근육 괴물, 액체 괴물(슬라임), 눈알 괴물 등 크리처 캐릭터들이 흥미롭습니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괴물들을 준비해 놓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김칸비 : 물은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입니다. 다만 작품 배경이 협소하고 한 마리 한 마리가 사연이 있으며 그 힘도 강력한 만큼 적은 수의 괴물만 등장할 예정입니다.

Q.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이 오기도 하겠지만 오피스텔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을 무대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게임이 연상되기도 하는데요, 공간을 이렇게 설정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A. 김칸비 : 일단 작화가를 배려하기 위함이 큽니다. 스케일이 작아도 서스펜스를 유지할 수 있다면 굳이 스케일이 커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Q. 김칸비 작가님의 작품을 보다 보면 극중에서 게임이 가끔 언급되곤 합니다. ‘후레자식’ 단행본 후기를 보면 ‘옵치’ 마니아일 것 같습니다. 요즘 즐기는 게임은 무엇인지요. 게임과 웹툰 창작에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있을까요.
A. 김칸비 : 저는 주로 콘솔 게임을 합니다. ‘옵치’를 좋아하는 것은 황영찬 작가입니다. 황 작가는 ‘옵치’ 말고도 ‘킹오파’ 시리즈를 잘합니다. 게임과 웹툰은 같은 문화 콘텐츠인 만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A. 황영찬 : 게임 자체를 많이 좋아합니다. 다양한 게임을 다 좋아하지만 연재 중에는 ‘옵치’ 정도만 지인들과 즐기고 있습니다. 리그 경기도 가끔은 챙겨 봅니다. 격투게임은 결혼 후 거의 못하는 중입니다. 문화콘텐츠로서의 공통점은 칸비 형이 이야기했고 개인적으론 연재 중의 스트레스를 가장 직접적으로 풀어주는 것 같아 좋아합니다.

Q. ‘후레자식’에서도 그렇고 이번 ‘스위트 홈’에서도 직간접적으로 학교 폭력 문제를 녹여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주 독자층인 청소년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인지요.
A. 김칸비 : 그렇습니다.

Q. 김 작가님, 황 작가님은 청강문화산업대 1년 선후배 사이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 의기투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김칸비 : 게임을 하다가 친해진 것 같습니다.
A. 황영찬 : 저는 술 먹다가 알게 된 걸로 기억합니다.

Q. 김 작가님은 다른 그림 작가님들과의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데요, 황 작가님과 두 번째 공동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두 분의 호흡이 남달라서가 아닐까 합니다. 김 작가님이 황 작가님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A. 김칸비 : 매우 성실하고 좋은 연출력을 가진 작가입니다. 제가 놓친 시각적 디테일 부분을 황 작가가 채워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황 작가는 지금보다 더 주목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반대로 황 작가님이 김 작가님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A. 황영찬 : 글 작가로서는 귀한 케이스인데, 작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 협업하기 편합니다.

Q. 팀 겟네임 팬들은 아무래도 아루아니+김칸비 콤비의 재회를 고대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2011년 ‘멜로홀릭’ 이후로 장기간 개별 활동 중인데요, 팬들이 팀 겟네임 완전체를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요.
A. 김칸비 : 아루아니 작가의 홀로서기가 완전히 성공하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재결합 시 어떤 장르를 할 것인지도 어느 정도 결정해둔 상태입니다.

Q. 아루아니 작가님과 김 작가님은 개별 활동을 하며 서로 모니터링을 해주거나 서로의 개별 작품에 대한 조언도 주고받으시는지 궁금합니다.
A. 김칸비 : 물론 주고받습니다

Q. 김 작가님은 팀 겟네임 작업 때는 작화 쪽, 아루아니 작가님이 스토리를 주로 담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별 활동에서는 김 작가님은 스토리에 주력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또 작화, 스토리 매력은 각각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다시 작화 작품을 준비하고 있으시지는 않나요?
A. 김칸비 : 건강 문제도 있고 개인 사정도 있어서 언제 다시 작화를 하게 될 지 기약이 없습니다. 겟네임 시절부터 제가 스토리에 일부분을 담당하고 있었고 그때의 경험이 현재 스토리 작가로의 전향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작화는 몸이 고되고 스토리는 머리가 고됩니다.

Q. 황 작가님은 스토리와 작화를 모두 도맡은 작품을 준비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토리 쪽에 대한 욕심은 없으신가요.
A. 황영찬 : 언젠가 홀로서기를 해야 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생각이 없습니다. 지금은 문제 없이 작품을 완성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Q. 합작을 할 때 작화, 스토리 작업이 완전 분업 형태로 진행되는 것인지, 서로 캐릭터 비주얼이나 스토리를 상의하며 또 일부 의견도 반영하며 진행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A. 김칸비 : 황 작가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고 있습니다. 황 작가의 의견을 잘 취합하여 제 스타일대로 어떻게든 스토리 안에 녹여내려 애쓰고 있습니다.
A. 황영찬 : 상의를 자주 하기도 하고, 믿고 진행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칸비 형 머릿속까진 알 수가 없으니까요.


Q. 작화를 보면 ‘후레자식’도 그렇고 ‘스위트 홈’도 그렇고 채도가 떨어지는 채색이 눈길을 끄는데요. 스릴러 장르의 특성을 고려한 선택인가요.
A. 김칸비 : 그렇습니다.

Q. ‘후레자식’에서나 ‘스위트 홈’에서나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휴대전화, 폐쇄회로(CC)TV 등의 화면 등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A. 김칸비 : 독자들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연출법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Q. ‘후레자식’은 영화화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현재 어디까지 진행이 됐나요. 프리 프러덕션에도 참여하시는 건가요?
A. 김칸비 : 영화화는 영화사에 일임하여, 프리프러덕션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습니다. 현재 각본과 감독 배정이 끝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현재 영화 ‘후레자식’은 ‘남극일기’, ‘헨젤과 그레텔’, ‘마담 뺑덕’ 등을 연출한 임필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A. 황영찬 : 빨리 나오면 좋겠습니다. 제가 그린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