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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니즈 봉봉클럽>, <오무라이스 잼잼> 조경규 작가 인터뷰

소위 ‘먹툰’이 유행한지도 시간이 꽤 지났다. 미식은 물론 특이한 음식을 넘어 괴식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유행이 시들해질 법도 한데, ‘음식’을 주제로 음식의 종류와 상관없이 그려내며 꾸준한 사랑을 받는 웹툰작가가 있다. 바로 <차이니즈 봉봉클럽>과 <오무라이스 잼잼>등을 그린 조경규 작가다.

2017-08-10 웹투니스타

소위 ‘먹툰’이 유행한지도 시간이 꽤 지났다. 미식은 물론 특이한 음식을 넘어 괴식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유행이 시들해질 법도 한데, ‘음식’을 주제로 음식의 종류와 상관없이 그려내며 꾸준한 사랑을 받는 웹툰작가가 있다. 바로 <차이니즈 봉봉클럽>과 <오무라이스 잼잼>등을 그린 조경규 작가다.


Q. 웹투니스타(이하 웹) : 만나게 되어 반갑다. 웹투니스타에겐 초기에 걸려 있던 로고를 그려준 분이라 더 각별하다.
A. 조경규 작가(이하 조) : 만나게 되어 반갑다. 사실 로고같은 경우는 당시 학생들이라 ‘어렵게 꺼낸 말일 텐데’ 하는 생각에 다른 학생들을 도와주는 것처럼 그려주게 됐다.

Q. 웹 : 멤버 푸른봄의 경우는 중국 유학시절 <차이니즈 봉봉클럽 : 북경편>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앙팡의 경우는 <차봉클럽>덕분에 중국 음식에 눈을 떴다고 하기도 했다.
A. 조 : 차봉클럽>은 처음으로 그린 음식만화다. 사실 기존의 음식만화 하면 요리사가 주인공으로 나와서 ‘만드는 행위’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먹는 입장에서는 그것보단 음식 자체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 만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그렸다. 그리고 중국 음식을 워낙 좋아해서 서울의 중국집들을 소재로 한 회당 하나의 중국집과 음식을 소개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서울편>은 잡지에서 1, 2권이 나왔고 <북경편>은 웹툰으로 연재했다.


Q. 웹 : 원래는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오랫동안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피바다 학생공작소> 활동을 하면서 내놓은 작품들은 정부에 의해 폐쇄되어 현재는 볼 수가 없다. 대표작 <오무라이스 잼잼>에 나오는 색채는 정말로 일부다. 굉장히 다채로운 색깔을 가지고 있는데?
A. 조 : 아빠로서, 작가로서, 한 사람으로서 가지는 색깔이 다 다를 것이고, 그 조각들을 다 모아서 하나로 만들었을 때 한명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모두 다 그렇지 않나. 자신의 은밀한 취미 같은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나는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만들다 보니 이렇게 되었던 것 같다. 먹는 것도 단것만 좋아한다고 달콤한 것만 먹지는 않지 않나.

Q. 웹 : 아까 말한 대로 원래 만화는 잡지에 그리고 있었다. 웹툰 작가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조 : <차봉클럽>을 연재하던 잡지가 문을 닫았다. 어떻게 보면 운이 좋다고도 할 수 있는데, 문을 닫는 덕분에 웹툰 연?? 제의를 받게 되었다. 당시엔 웹툰이 뭔지 잘 몰랐다. 본의 아니게 웹툰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팬더댄스>, <오무라이스 잼잼>, <차봉클럽 북경편>을 연재하게 된 거다.

Q. 웹 : 그렇게 옮겨온 웹툰이라는 형식이 낯설지는 않았는지?
A. 조 : 굉장히 낯설었다. 아직도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데, 작업하는 입장에선 책이 최종 목표기 때문에 출판 배열로 맞춘 칸을 뜯어서 웹툰의 세로 방식으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때문에 스크롤에서는 칸이 들쭉날쭉인 것 같아도 책으로 모아보면 칸이 꽉 차있게 된다. 사실 다른 건 아니고, 웹툰은 전기가 없으면 볼 수 없지 않나. 예를 들어 100년이 지나 외계인이 쳐들어와 전기가 사라져버리면 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책이 있으면 발굴되면 볼 수 있기라도 하니까(웃음)

Q. 웹 : 웹툰을 보면 ‘밥을 같이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요즘엔 밥을 같이 먹을 기회가 거의 아침뿐인 것 같다. 우리에게도 크게 스트레스였다.
A. 조 : 삶이 다들 바쁜데, ‘왜 바쁠까?’ 생각해보면 보통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바쁜 것 같다. 물론 지금 바쁜 것도 좋지만, ‘내가 그때 왜 그랬지?’ 하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먼 미래의 무언가를 위해서 노력하는 와중에 지금 많은걸 놓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하루하루 즐거우면 평생이 즐겁지 않을까? 딱 24시간만 생각하는 거다.

Q. 웹 : <오무라이스 잼잼>은 식도락 만화의 끝판왕 같은 존재다. 음식만화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
A. 조 : 아까 말했다시피 <미스터 초밥왕>처럼 음식을 만드는 걸로 대회를 해서 같은 서사의 반복은 피하고 싶었다. 음식 만화를 하게 된다면 ‘이건 하고, 이건 하지 말자’ 하는 기준들이 있었다. <오무라이스 잼잼>같은 경우는 봐도 먹을 수 없는 진귀한 음식이 아니라 어디서?? 먹을 수 있는, 프링글스나 츄파츕스 같은 음식들을 가지고 탄생 비화부터 내 입에 들어오기까지 이야기를 한번 써 봤더니 엄청나게 많이 나왔다. 우리는 보통 쌀을 키우는 농부의 노력은 생각하지만, 라면을 만들기 위해 화학조미료들을 가지고 연구하는 사람들의 노력은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노력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것들이지 않나.

Q. 웹 : <오무라이스 잼잼>에서 사람들을 가장 괴롭게 하는 ??인트는 음식 그림이다. 밤에 보면 정말 배가 고파지는 음식그림이다. 요즘 극사실주의 그림이나 사진들도 많지만, 작가님의 그림은 누가 봐도 만화인 그림인데도 불구하고 보면 신기하게 배가 고파진다.
A. 조 : 나도 사실 스스로 놀란다(웃음). 사실 하기 전엔 모르는 거다. 두부라면 간단하지만 마파두부가 되면 그 색과 깊이를 내가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일부러 채색은 밤에 한다. 배가 고플 때 그림을 그리면 맛있게 그려지는 것 같다. 사진보다 더 좋은 점은 내가 삭제할 부분과 강조할 부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그래서가 아닐까.


Q. 웹 : 먹는 것을 좋아하시다 보니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쓸 것 같기도 하다.
A. 조 : 운동은 딱 하나, 걷기를 한다. 변함이 없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15분 정도 걸리는 화방에 걸어서 가고, 펜과 스케치북을 하나씩 산다. 그러면 떨어지면 걸어가는 거다.

Q. 웹 : 요즘 사람들은 자기가 먹고 싶은 것들을 먹는 걸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짜게 먹지 말라니까, 저게 몸에 좋다니까 하는 식이다.
A. 조 : 좋다고 믿으면 좋은 거고, 좋지 않다고 믿으면 안 좋다고 생각한다. 즐겁지 않은데 먹으면 해롭지 않을까? <오.잼> 취재를 하면서 신기했던 건, 라면 연구하시는 분들이 하루에 라면을 몇 그릇씩 드신다는 거다. 정말 건강이 안 좋을 것 같은데도 오래 사시더라. 풍선껌 만드는 분도 그랬고.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을 하는 거라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Q. 웹 : 그 말이 바로 <오.잼>의 주제의식과도 관련이 있다.
A. 조 : 유행은 시간이 가면 변한다. ‘즐겁게’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건 변하지 않는 일종의 진리가 아닌가 싶다. 그냥 그걸 따라가는 거다
Q. 웹 : 인터뷰에 응해주어 다시 한 번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A. 조 : 살다 보면, 싫어하는 걸 해야 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렇게 일하는 사람이라도 집에 돌아가면 무언가 좋아서 하는 일이 있을 거다. 그런 것들을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 그걸 계발해서 먹고사는 일이 되려면 운이 좋아야 되겠지만, 인생을 길게 보았을 때 살아가면서 ‘무엇을 해야 하나’를 고민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들을 하는 게 중요하다.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하루하루 열심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일들을 놓지 말고. 꾸준히.

‘즐거운 일’을 찾는건 어쩌면 아주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경규 작가는 인터뷰 내내 좋아하는 일을 찾기를, 그리고 그것을 놓지 말고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것을 강조했다. <오무라이스 잼잼>을 보면서 느낀 잔잔한 감동과 즐거움은 그렇게 즐겁게 일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향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