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위치한 LBC에서 진행한 146번째 녹음,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의 지늉 작가와 인터뷰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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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웹투니스타에서 리뷰한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이하 멀푸봄)을 듣고 리뷰를 남겨주었다. 웹툰 리뷰를 하는 입장에서 리뷰를 받아보니 기분이 새로웠다. 다른 팟캐스트 녹음을 해본 적도 있는데?
A. 리뷰를 하는 사람에게 리뷰를 해준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팟캐스트는 두 군데 정도 나가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웹툰을 다루는 팟캐스트는 아니었고, 때문에 굉장히 새로운 느낌이다.
Q. 현재 만화를 그리면서 동시에 가르치고 있다. 강의와 연재를 같이 하는 게 어렵진 않은지?
A. 한국만화영상진흥원 K코믹스 아카데미와 청강대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의를 평소에 하고 싶었는데, 연재를 하면서 동시에 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닥치니까 하게 되더라. 3년 동안 연재를 하다 보니 관성이 붙어서 그런 것 같다.
Q. <멀푸봄>은 20대에 관한 이야기를 주제로 인간관계를 이야기하는 만화다. 노동당 주최 레드어워드를 받기도 했다.
A. 최규석 작가님 추천으로 후보에 오른 것이 굉장히 영광이었다. 그리고 수상을 하게 되어서 되게 기쁘고, 동시에 무게감이 더해지는 느낌이라 마냥 기쁘기만은 어려운 상이었다. 사실 20대의 고충을 다룬 작품이 많지만, 당시 후보작에 그런 작품들이 없기도 했다. 그래서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Q. 웹투니스타의 지난 리뷰에서 “다음(Daum)에서 BL(Boys Love) 세일즈를 하기 위한 시금석으로 삼고 있는 게 아니냐”라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멀푸봄> 자체가 남자주인공이 세 명인 데다 로맨스물을 지향하고 있어서 그런 추측이 독자들 사이에서도 많은 것 같은데.
A. 그래서 PD들에게 물어봤다. 하지만 다음에서도 브로맨스 코드가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어서 해외에 나갈 때 세일즈 포인트로 잡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BL이냐 아니냐를 묻는다면 그건 장르적인 문제기 때문에 BL이라고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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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남수현과 여준이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20대 청춘들이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고민들을 다루고 있다. 금수저 여준과 흙수저 남수현이 느끼는 빈부 격차로 인한 갈등, 다른 주인공들의 형제간 갈등, 그리고 연애문제와 현실에 대한 고민까지. 본인이 느끼기에 20대의 고민을 가장 잘 드러낸 에피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사실 20대인 내가 그리는 20대 만화기 때문에 누구도 이 만화가 재미있을 거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또 20대의 이야기를 그리는 만화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회차에서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나왔다. 바로 ‘꿈이 없고 하고 싶은 게 없는’ 주인공 수현의 이야기다. 수많은 20대 콘텐츠들이 빛나는 주인공을 통해 타인을 변화시키고, 꿈에 대한 소중함을 역설하는 작품이 많았다. 때문에 이제 그것의 안티테제가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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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인공 수현이는 굉장히 자신에게 엄격하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살지 않으면 인생이 고달파지기 때문인데, 수현을 통해서 나타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A. 20대를 관통하는 코드가 ‘자학’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나에게 하는 걸 들으면 너무 상처가 되기 때문에 남이 하기 전에 스스로 희화화시키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세대를 드러내고 싶었다.
Q. 본인 스스로 자전적 이야기를 하는 걸 경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긴 하지만, 직접 아르바이트를 해 본 경험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멀푸봄> 내에 반영이 많이 되었는지?
A. 사실 현재의 20대를 가장 잘 대변하는 캐릭터가 남수현이라고 생각하지만, 남수현을 단독 주인공으로 그려내지 않은 건 순정만화를 지향함에도 르포만화가 될 것 같기 때문이었다. 수현이의 이야기는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고, 작가적 노력이 덜 들어가는 캐릭터라 여준을 붙여놓았다. 물론 실제 경험에서 나오는 디테일은 작가적 노력으로 얻기 힘들기 때문에, 수현이의 아르바이트 이야기가 나오면 독자님들이 좋아하시더라(웃음).
Q. 청춘의 삶을 주제로 한 만큼 캐릭터들이 힘들어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거의 모든 캐릭터가 다양한 지점에서 힘들어하는데, 본인 스스로 ‘캐릭터를 괴롭히는 변태’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힘들어하는 캐릭터를 그리면서 본인이 심정적으로 힘들진 않았는지?
A. 나는 스스로를 ‘플라토닉 마조히스트’라고 부른다. 물론 캐릭터들이 힘들어하는 걸 그리면서 힘들지만, 동시에 좋기도 하다(웃음). 그리고 그런 작가가 그리는 작품에는 그런 독자들이 몰리게 마련이라 괜찮지 않나 싶다. PD들과 이야기 할 때도 꽤 많이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작가는 캐릭터를 쉽게 행복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렇게 가르치기도 하고. 때문에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려는 시도를 많이 하지만, 오히려 예민한 이야기를 할 때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편이다. ‘나는 이 내용으로 장난을 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거고, 독자들도 유희로 즐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Q. 여준과 여준완의 관계는 어떤가? 형 여준완은 동생 여준을 보호하고 싶어 하지만, 본인도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다. 그리고 여준은 형의 잘못된 애정표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증오하게 되었는데.
A. 사실 이 형제는 내가 굉장히 많이 공부한 캐릭터들이다. 사람들이 금지된 사랑이라는 주제를 좋아하지만, 나는 반대로 모두가 사랑해야 한다고 믿는 관계에서 사랑하지 않는 관계를 그리고 싶었다. 그리고 작품 내에서 여준 여준완 형제를 보고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누군가에게는 현실이고, 또 현실에는 시나리오 감수자가 없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없이 충격과 상처만 남는 이야기들이 많다. 여준과 여준완 형제를 통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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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부를 많이 해야 했던 캐릭터가 여준완과 여준이라면, 반대로 가장 감정이입이 쉬웠던 캐릭터는 누군가?
A. 남수현이다. 그래서 깊은 고민을 안 하게 될 것 같아서 경계를 하고 있다. 내가 작가적 고민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체득한 이해기 때문에 수현이 이야기를 할 때 감정이입이 된다. 실제로 어머니가 수현이 어머니와 비슷한 어머니다. 헌신적이고, 현실에 많은 그런 어머니상인데, 내 만화를 보고서 눈물을 흘리시거나 할 때 뿌듯하기도 하다. 나에게 못됐다고 하시지만(웃음).
Q. 시즌 1에서 오해로 갈등을 빚던 주인공들이 함께 살게 되면서 독자들이 모두 안도했다. 그리고 시즌 2 예고편부터 갈등의 극한을 보여주며 “시즌 2는 주인공들이 바닥을 찍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A. 개인적으로 시즌 1은 굉장히 영리하게 그렸다고 생각한다. 불편한 내용을 말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를 소개하고 무대를 설치하는 기분으로 친절하게 그렸다. 그리고 시즌2를 그리면서는 친해진 둘이 헤어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그 때문에 예고편을 그렇게 그렸다. 시즌1을 ‘언제 같이 살지?’를 궁금해하며 봤다면, 시즌2는 ‘어쩌다 헤어지게 됐지?’를 궁금해하면서 볼 수 있도록 장치했다.
Q. 작품 내에서 여준과 남수현이 마치 사이좋은 형제처럼 그려진 장면이 있다. 거기서 여준이 “이러니까 진짜 형제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진짜 형제들은 그렇지 않은데, 일부러 그렇게 표현한 건지?
A. 나의 형제에 대한 몰이해라기보다는 준이가 가진 환상을 그리고 싶었다. TV 드라마에서 나올 것 같은 아름다운 형제상에 대한 준이의 갈증을 그렸다고 생각한다. 실제 수현이 형제를 보면 그렇지 않게 그려지지 않나.
Q. 스스로 <멀푸봄>이 굉장히 긴 호흡으로 진행될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준비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얼마나 연재할 생각인지?
A. 2014년에 처음 연재를 시작했고, 그 전에 1년정도 베스트 도전에 연재했었다. 그리고 그 이전의 2년간 트레이닝까지 합치면 준비기간은 대략 3년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데뷔작은 보통 이렇게까지 길게 하지는 않는데, 앞으로는 어떤 차기작을 해도 <멀푸봄>만큼 힘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진행은 시즌3을 마무리로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얼마 안 남은 것 같지만, 회차로 생각하면 아직 많이 남았다. 예정보다는 훨씬 길어졌다. 사실 그림보단 글을 더 좋아하는 쪽이라 차기작을 하게 된다면 스토리 작가로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Q. 20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데다 현 세태를 관통하는 주제인 만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데, 오디오 드라마로도 발매가 되었었다. 또 TV 드라마도 진행 중인 걸로 알고 있는데?
A. 오디오 드라마는 현재도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감독님과 배우님 모두 훌륭하신 분들이라 굉장히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만족했다. 그리고 웹툰 독자님들은 정말 좋아하셨다. TV 드라마는 일단 내년 1월 예정이긴 하지만 아직 확정은 아니고, 들어가게 된다면 20부작이라고 들었다.
Q. <멀푸봄>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나중에 어떤 의미로 남았으면 하는지?
A. 먼저 생계를 해결하게 해 준 작품이라 고맙다. 사회인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나 자신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주인공들에게 고맙다(웃음). 내가 준비한대로 완결을 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자랑스러울 것 같다. 지금도 자랑스럽게 자랑하고 있는데, 완결이 나면 더욱 자부심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Q. 웹투니스타에 나온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A. 나름 웹툰 쪽에서 유명한 팟캐스트에 나와서 기쁘다(웃음). 사실 “나 안 부르나?”하고 생각하던 차에 불러주어 좋았다. 이렇게 작품 이야기 할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즐거운 시간이었다.
무거운 주제를 멋지게 풀어내는 작가와의 이야기는 언제나 즐겁다. <멀푸봄>을 그리는 지늉 작가와의 인터뷰는 예상했던 대로 즐겁고 유익한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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