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웹극화 <이끼>. 축축한 이끼를 닮은 인물들의 음험한 아귀다툼과 제각각 들어찬 무진한 사연들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박진감 넘치는 섬세한 화면에 담겨 네티즌을 매료시켰다. 독자들은 언제나 ‘목빠지게’ 새로운 ‘이끼’가 피어오를 월요일, 목요일만을 기다린다. 그런데 <이끼>는 아쉽게도 이제 고작 5~6회 가량의 이야기만을 남겨둔 채 대단원의 막을 준비중이다.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이끼>의 윤태호 작가를 만났다.
△ 윤태호 작가
Q. ‘이끼’ 인기가 가히 폭발적이다. 비결이 뭐라 생각하나?
A. “가까운 지인들하고만 지내는 형편이라 그렇게 실감은 못한다. 워낙 서로 작품에 무관심한 사람들이라 의례적인 인사치레 말고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나누지 않는다. 하지만 댓글이나 팬레터 등으로 약간은 실감한다. 한편으로는 강우석 감독님의 영화연출이라는 이슈도 한몫 했을 것 같다. 인기의 비결을 스스로 밝히기는 부끄럽지만 이야기해보자면 추리적 느낌의 미스테리 장르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가 있었던 것 같고, 기존 웹툰의 사각지점을 잘 차지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다소 밝고 가볍고 경쾌하면서 프로그램 툴에 익숙한 작가들의 경연장이었던 웹툰계에 투박하고 수공업적 냄새가 물씬 나는 ‘이끼’가 눈에 띄어서이지 않을까.”
Q. 차츰 류해국의 아버지와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A. “<이끼>는 대단히 관념적인 만화다. 개념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개념을 잘 닦는 시간이 필요하고 정제된 대사가 필요해지는 이유다. 곧 ‘이장’의 히스토리가 공개될 것이고 마지막으로 ‘검사’와 ‘이영지’의 피날레가 준비돼 있다.”
Q.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영화화할 예정인데, 그래서인지 독자들 일부에서는 좋은 작품을 망칠까 염려하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A. “독자들의 영역이다. 그들의 즐거움이고 재미다. 이런 저런 의견이 가능한 이유다. 하지만 약간의 인신공격성 글들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열혈 만화 독자들께 고마움도 느끼지만 다른 영역의 존경받는 영화인께 실례되는 발언은 삼가했으면 한다. 솔직히 작품을 만드는 작가의 입장에서 딜레마에 빠질 만한 일이지만 나는 분명하다. 처음엔 나 역시 내가 생각하는 어떤 감독님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현재의 구도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고를 넘어선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감독이나 누군가가 지지했던 사람이 한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면 재미없다. 강 감독님이 하신다는 이야기로 더욱 궁금해지고 설렌다. 변주된 ‘이끼’를 기다릴 뿐이다.”
Q. 혹시 스스로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들이 있다면?
A. “준비할 때 역할 모델로 설정한 배우들이 몇 있었다. 박해일, 서정 등등. 하지만 지금은 머리에서 모든 것을 지웠다. 자칫 내 머릿속 디자인을 적용해 영화를 판단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 <이끼> 이미지 컷
Q. 치밀하고, 독특한 연출법이 특히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작품 활동을 위해 평소 노력하는 게 있나?
A. “다른 창작물을 볼 때 작가의 의도를 챙겨보는 편이다. 왜 그랬을까, 어째서일까 하는 식의. 같은 책을 읽을 때도 저자의 인터뷰나 히스토리를 챙겨본다든지 DVD의 코멘터리를 빼놓지 않고 살펴보는 편이다. 또한 사진은 기본적으로 좋아하고, 실제로 다큐사진작가에게 1년여 기간 사진을 배우기도 했다. 물론 이론적으로 파고든 적은 없고 사진의 정치적, 인문학적 기능과 표현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정도다. 이런 것들이 다 내 내면을 채우고 작품으로 기여하게 된다. 또 천문학에 대한 공부는 인간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와 세상에 대한 감동을 느끼게 해준 계기가 되어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Q. <로망스>같은 코믹물에서 다소 심각한 <야후>까지 카멜레온 같은 작가인 것 같다. 스스로는 어떤 장르가 맞다고 생각하나?
A. “다 내 안에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느 것이 맞다기 보다 심각한 걸 하다 보면 개그의 욕망이 끓어오르고 개그를 하다 보면 인상 쓰고 싶어진다. 계속 널을 뛰어야 하지 않을까.”
Q. <이끼>가 처음에는 ‘만끽’에서 연재됐는데 그곳이 문을 닫으면서 한때 연재 중단이 되기도 했다. 만화계의 이러한 부침에 대해서는 작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A. “누군들 현재 비전을 제시하겠는가? ‘이렇게 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것은 짐작뿐이다. 오로지 처절하게 적응할 뿐이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쌓이고 앞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까지 살아있는 것이 목표다. 영화 <미스트>처럼 코 앞까지 안개가 차 있다. 괴물이 눈앞에 있어도 그 길로 갈 뿐이다. 먼저 희생한 자들이 만든 길이 생기겠지. 희생자가 될지 희생자의 등을 타넘는 자가 될지 운좋게 괴물의 사각으로 빠져나갈지 장담 못한다. 자기에게 솔직한 만화를 하는 것 뿐이다.”
Q. 64화까지 연재된 상황인데 언제쯤 마무리될까?
A. “앞으로 5, 6회 더 예상하고 있다.”
Q. 대단원의 마무리를 앞두고 섭섭하지는 않나?
A. “그런 것보다 어쨌든 작품이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아서 작품이 잘 될 수 있는 힘을 받아서 그게 좋을 뿐이다.”
Q. 앞으로 다른 작품 계획이 있다면?
A. “몇 가지 있고 출판사와 계약한 것도 있는데 아직 공개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술자리에서는 이미 다 공개했다.(웃음) 5월 하순부터는 파란닷컴의 <첩보대작전>을 이어서 할 생각이다.”
Q. 매회 ‘눈빠지게’ <이끼>를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한마디?
A. “만화일 뿐이지만, 의미를 찾아주시는 분들의 안목이 작가를 성장시키는 것 같다. 독자가 기대하며 바라보는 곳이 작가가 도달하려는 목표가 된다. 한국만화와 만화가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주시길. 물론 작가들도 스스로 자가발전 열심히 하겠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