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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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골계만화 - 김진태

대한민국 황대장, 시민쾌걸로 잘 알려진 시사만화가.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김진태에 관한 정보는 대개 이정도다. 그러나 의외로 그는 다양한 만화를 그렸다. 다양하다고 한 이유는 공장제 만화처럼 양만 들입다 쏟아 부은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유형의 만화들을 그렸다는 뜻이다. ‘영양가 코믹’, ‘스커트밑의 극장’, ‘다락방 아몽’, ‘대한민국 황대장’, ‘하드보일드 뉴 패밀리’, ‘굿모닝 보스’, ‘시민쾌걸’ 등등 양손가락과 양발가락을 다 동원해도 부족할 정도

2002-04-01

대한민국 황대장, 시민쾌걸로 잘 알려진 시사만화가.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김진태에 관한 정보는 대개 이정도다. 그러나 의외로 그는 다양한 만화를 그렸다. 다양하다고 한 이유는 공장제 만화처럼 양만 들입다 쏟아 부은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유형의 만화들을 그렸다는 뜻이다. ‘영양가 코믹’, ‘스커트밑의 극장’, ‘다락방 아몽’, ‘대한민국 황대장’, ‘하드보일드 뉴 패밀리’, ‘굿모닝 보스’, ‘시민쾌걸’ 등등 양손가락과 양발가락을 다 동원해도 부족할 정도로 그의 작품은 많다. 더구나 그의 만화가 인기를 얻고 ‘김진태’라는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로 정착된 이후에도 매년 새로운 작품이 시작되는 것을 보면, 어느 것 하나가 인기를 끌면 주야장천 그것만 늘려나가기에 바쁜 다른 작가들과 비교해 볼 때 참으로 이색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진태의 만화를 주제별로 살펴보면 작가의 욕심이 끝간데를 모르고 뻗어나갔음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여름철 레저 가이드용 정보만화, 속옷에 관한 만화, 국민카드의 사내보, 컴퓨터의 역사, 트랜디 코믹, 폭주족이 등장하는 개그 터치, 유흥가의 건달, 청소년학원물, 역사기행만화, 순정만화, 작가의 경험을 살린 것으로 보이는 미술학원을 배경으로 하는 순정만화, 방송연예 패로디 등등등. 보기에 따라서는 단지 고료를 주기만 하면 어디에건 연재를 해주었다는 무절제한 작가로 볼 수도 있을텐데 그러기에는 또 작품 하나하나의 개성이 강해서 마구잡이 연재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고교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과에 입학한 그가 처음 잡지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외국거대 학보사의 4단만화 외고집이다. 그리고 상업지에 처음 나타난 것은 1987년 9월 4일 발행의 성인 만화전문지 ‘주간만화’ 제8호의 170페이지에 실린 한 컷의 독자투고작품이다. 주소를 적지 않았던지 김진태라는 이름 옆에 적힌 ‘주소를 알려주십시오’ 라는 편집자의 멘트가 눈에 띈다. 기념할 만한 이 한 컷의 내용은 병원복을 입은 환자 앞에 작은 주사기를 든 순호박표 간호사와 관장이라도 할 것인지 두 팔로 안아야 하는 거대한 주사기를 든 천사표 간호사의 갈등을 그린 것이다. 이동규와 함께 김진태는 주간만화가 배출해낸 신인 중에서는 아마도 가장 성공한 작가가 아닐까 싶다.

1989년에 주간만화의 카툰부문 신인상을 수상했고 작가 자신도 한때 카투니스트를 지향했다고 밝히는 만큼 그의 작품은 언제나 시사적인 화제로 가득하다. 이런 취향과 게재하는 미디어와 궁합이 잘 맞았든지 그의 역량은 스포츠 투데이에서 ‘시민쾌걸’을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만개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시사만화가는 언제나 시간과 뉴스와 싸워야 하고, 동료 시사만화가들과도 싸워야 한다. 제공되는 뉴스소스는 동일하므로 그것을 얼마나 재미있고 읽는 이의 웃음중추를 자극할 수 있게 전환해야 하는가 하는 센스의 승부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김진태의 만화는 ‘네티즌’이라 불리는 특정계층 독자에게는 절대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2001년에 연재된 ‘시민쾌걸’중 최대의 걸작으로 꼽을 수 있는 ‘친구’패로디편.

‘네티즌’은 유달리 패로디물을 사랑한다. 그것은 그들이 언제나 막대한 정보의 홍수속을 헤엄치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정보를 원하는 ‘정보기갈’에 시달리는 인종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얻은 정보가 새로운 형태로 변형되어 나타나는 것이 약하다. 그런 면에서 ‘친구 패로디’는 적어도 ‘친구’라는 영화의 내용을, 그리고 ‘네티즌’들 사이에 퍼져있는 통신어라는 신조어에 대해서 웬만큼 알지 못하면 도대체 이 만화가 왜 웃기는 것인지 짐작도 할 수 없지만 필요한 기본 정보를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면 배꼽을 잡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김진태 만화는 ‘독자에게는 불친절한’ 유형의 만화라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