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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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꼬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보면, 마음까지 디지털화되는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변하고, 그 기술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고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숨은 욕망을 드러내는 데 일조하고, 진실은 외려 혼란함 속에 사라져 버린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언제나 진지한 사람들은 현실과 실재에 깊이 다가가려고 했다. 그것이 공허한 것임을 깨닫게 될지 몰라도...

2005-06-01 김대중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보면, 마음까지 디지털화되는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변하고, 그 기술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고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숨은 욕망을 드러내는 데 일조하고, 진실은 외려 혼란함 속에 사라져 버린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언제나 진지한 사람들은 현실과 실재에 깊이 다가가려고 했다. 그것이 공허한 것임을 깨닫게 될지 몰라도...
앙꼬는 신기한 만화가이다. 별 생각 없어 보이는 20대 초반의 이 아가씨가 신기한 것은 앞에 말한 진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만화 속에 체현한다는 것이다. 앙꼬의 ‘별 생각 없어 보임은 한편으로 ‘無心의 경지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만히 그녀의 얘기를 듣고 있자면, 천진난만함 속에 삶에 대한 거친 경험과 그걸 스스럼없이 바라보는 여유가 느껴진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 것처럼, 앙꼬는 자신과 주변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앙꼬는 앙꼬다.




A. 하하하하.

Q. 왜 웃어요? 요즘에 뭐 재미난 일 있어요?
A. 그냥요. 

Q. 흥, ‘진실이-앙꼬가 현재 작업하는 단편 만화-는 다 돼가세요? 이번 달에 완성할 거라고 했었는데...  
A. 아뇨. 하하하... 이제 반 좀 넘게 했어요. 하루에 2장씩 하려고요.  

Q. 그래도 생각보다 많이 했네요.  
A. 네, 근데 31일까지는 끝내려고 해서 시간이 얼마 없어요. 문제는 ‘진실이말고 다른 단편도 하나 준비하는데, 그게 아직 잘 정리가 안 돼서요. 이야기가 끝까지 완성이 되질 않아서... 그래서 큰일났어요.  

Q. 앙꼬는 보통 콘티를 끝까지 안 짜고 만화 그리잖아요? 콘티 없이 하면, 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A. 콘티가 다 짜여 있으면 쫌 하기 싫고 그래요. 재미도 없고...  

Q. 크크크. 그런가. 그럼 나중에 장편 할 땐 어떻게 할 거예요?  
A. 그게 걱정이에요...  

Q. 만화 언제부터 시작했죠?  
A. 대학교 때부터요.  

Q. 그전에도 그렸잖아요?  
A. 그럼 어렸을 때부터... 기억 안 날 때부터요. 20년? 하하하!  


Q. 왜 만화를 그렸을까요?  

A. 좋아서요..., ‘만화가.......(창피해서 말 못하겠어요!)  


Q. 만화의 뭐가요?  
A. 그냥 내가 이야기 만들고 내가 보는 게 좋아서요.  

Q. 어릴 때 그렸던 만화는 본 적이 없는데...  
A. 집에 있는데 볼 게 못 돼요. 너무 창피해요. 근데 거의 끝까지 그린 만화는 없는 거 같아요. 제목이 거의 비슷한데, ‘누구누구의 하루, ‘누구누구의 아침, ‘누구누구의 점심, 그리고 엄마 없는 고아들이 주인공이었죠.  

Q. 그럼, 만화책은 별로 안 봤겠네요?
A. 만화책은 만화 시작하고 나서 조금 봤지, 그전에는 거의 안 봤어요. 중학교 2학년 때 <슬램덩크> 봤던 게 제 기억으로 거의 처음이에요. 근데 너무 재밌었어요.  

Q. 지금은 어떤 만화를 좋아하세요?  
A. 제일 좋아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집에 있을 때 제일 많이 보는 건. <간판스타> 랑 <쥐> 예요.  

Q. 아... 이희재 선생님이 좋아하시겠네요.  
A. 전에 서울애니메이션센터 공모심사 때 뵙고 너무 좋았지요.  



△ 어렸을때 그림


Q. 앙꼬 만화에 왜 사람들이 좋아하고 관심을 가질까요?  
A. 으음... 평상시 이야기라서 그런 거 같아요.  


Q. 누구나 평상시 이야기들을 많이 하잖아요.  
A. 모르겠어요. 저는 특별한 게 없잖아요.  


Q. 음... 결국 그래서... 특별한 게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러니까 모두가 너무 특별하게, 특별한 이야기만 하려고 하다 보니까, 사실 안 특별한 게... 특별하게 된 거죠.  
A. 네... 그런 거 같아요. 헤헤  


Q. 앙꼬의 그림은 어떻게 시작된 거예요?  
A. 그냥 눈에 보이는 거하고 제일 비슷하게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그렸어요.  


Q. 그게 앙꼬의 장점인 거 같아요. 많은 경우 자기가 본 다른 사람의 그림에 너무 익숙한 걸 하다 보니, 실제 눈에 보이는 건 그리지 못하게 되니까요. 아까 말한 것처럼 사람들은 특별한 걸 하다 보니, 자기 주변의 것은 놓치게 되는 거죠. 보물을 옆에 두고, 보물섬을 찾아 떠나는 거죠.  
A. 하하 맞네요  


Q. 앙꼬는 판타지가 싫다고 그랬잖아요.
A. 네.


Q. 그래도, 뭔가 가상의 이야기를 만드는 즐거움도 있는데... 그렇죠?  
A. 네, 그게 정말 <피터 팬> 이나 <인어공주> 이런 건 좋은데, 그 이상은 싫어요.  


Q. 네. 앙꼬도 그런 이야기 만들어 보고 싶지 않아요?  
A. 아직은요... 근데 나중에라도 분명히 만들고 싶을 때가 있겠죠. 그럼 그 ? 만들 거예요. 요즘에 하고 싶은 만화가 많은데...  


Q. <앙꼬의 그림일기> 와 지금까지 만든 7개의 단편은 좀 성격이 다른 거 같아요. 앙꼬는 그저 그 나이의 재미난 일상 같은데. 단편들은 좀더 드러나지 않은 다른 면들을 보여주죠. 삶의 드러나지 않은 것들을요. 나는 앙꼬가 한 명이고, 그 만화들도 모두 앙꼬에게서 나올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어떤 사람들은 좀 이상하게 느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한 사람의 다른 만화라는 생각.
A. 이상하게요? 그럼 어쩔 수 없죠.  


Q. <앙꼬의 그림일기> 는 웃음이 흘러넘치는 만화 같은데, 단편은 무겁고 어둡고 그러니까요. 앙꼬는 <앙꼬의 그림일기> 와 단편 작업들을 할 때 다른 의도를 갖고 하나요?
A. 음, 우선 <앙꼬의 그림일기> 그릴 때는 마감 때문에 빠른 시간에 막해야 하니까... 그림이나 이야기나 쉽고 아이디어 중심으로 푸는 거 같아요. 그림일기 그릴 때는 짧은 사소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어서 재밌고, 단편만화 할 때는 조금 긴 이야기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그 차이인 것 같아요.  


Q. <앙꼬의 그림일기> 는 요즘도 그리고 있잖아요. 캐릭터가 좀 바뀐 거 같던데...
A. 형식도 많이 틀려졌어요. 이제는 칸을 나누기보다는 그때그때 그림 한 컷에 글 몇 개로, 정말 그림일기 같은 느낌이지요. 그리고 누가 볼 거라는 생각하고 쓰진 않아요. 물론 전에도 그랬던 건 아니지만, 지금은 연재를 하는 건 아니니까요. 


Q. 그렇게 일상적으로 만화를 그리는 건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A. 스케치북을 사고 얼마 후 기차를 타게 됐는데, 거기서 처음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러고부터 쭈욱이죠. 재미있어요. 일기를 잘 쓰는 것만큼 보람 있는 게 없는 거 같아요.  


Q. 초등학생 같은 말이네. 하하.  
A. 근데 그게 진짜예요.  


Q. 왜요?  
A. 그냥 내가 여태까지 그린 일기들 보면 알게 돼요, 일기를 하루라도 빠뜨리는 게 너무 손해라는 걸요. 하하하하!!!  


Q. 손해?  
A. ㅎㅎㅎㅎㅎㅎ... ㅋㅋㅋㅋ... 음, 써 보시면 알 거예요... 일기를 그리면, 내가 그날 느꼈던 기분이나 새로운 생각들이 다 생각나요. 헤헤  







    △ 웃기다


Q. 만화 하는 게 즐거워요?  
A. 네, 재밌어요. 요즘에는 마감이 없어서... 마감만 있으면 며칠 동안은 아무것도 못 해서요. 그렇다고 원고를 하는 것도 아닌데...  


Q. 앙꼬는 무슨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A. 아직은 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제 이야기가 아직은 제일 재미있어요. 다른 건 별로 하고 싶은 게 없거든요.  


Q. 부끄러운 이야기들도 있잖아요. 앞으로 할 거 중에는...  
A. 네, 그게 진짜 기대돼요.  


Q. 네? 왜요?  
A. 그냥 만들고 정작 창피하다고 생각할 때는 아무도 안 볼 때잖아요. 그리고 다 그리고 나면 제가 훨씬 그 부끄러움에서 탈출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너무 재미있을 거 같고...  


Q. 가장 기대되는 만화는...?  
A. ‘비밀은 없어라는 작품이요.  


Q. 그건 무슨 이야기죠?  
A. 그건 아직 ‘비밀이에요!! 그러니까 그 만화가 나오면 ‘비밀은 없어가 되는 거죠.  
Q. 하하하하!  


Q. 산다는 건 어떤 거 같아요?  
A. 흐하, 재밌어요... 아줌마 될 때가 조금 걱정이지만 나도 그냥 아저씨가 되고 싶은데...  


Q. 아저씨?
A. 아줌마보다 아저씨가 낫잖아요. 나중에 늙으면 말예요. 그냥 제 생각에 그래요.  


Q. 앙꼬는 보면, 이제야 청소년기를 맞은 사람 같아요.  
A. 저도 약간 그런 것 같아요.  


Q. 청소년기엔 뭐했어요?  
A.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살았죠.  


Q. 삶은 힘들고 고통스럽기도 하잖아요. 아닌가요? 그런 경험도 많이 했을 테고요.  
A. 그럴 때 더 성장할 수 있잖아요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재밌고...  




Q. 흐음... 앙꼬는 좋은 만화를 그리고 싶죠? 어떤 만화가 좋은 만화에요? 앙꼬한테는...?  
A. 만화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좋은 만화가 아닌 친구가 봐도 좋은 만화요... 그리고 읽고 싶은 만화요.  

Q. 앙꼬 만화네요?  
A. 음 아직은 조금 부족한 거 같아요!! 그리고 제가 그냥 생각하는 거예요.  

Q. 언제까지 만화를 그릴까요? 
A. 네, 그래서 그건 나중에 할머니 될 때나 그릴 수 있을 거 같아요.  

Q. 그때까지 가 봅시다.  
A. 네, 하하. 





Q. 주변에 좋아하는 만화가 있어요?  
A. 주변에요? 음... ‘월곡동이요. 하하하...  


Q. 왜요?  
A. 몰라요, 그냥요.  


Q. 전엔 김수박 작가였잖아요  
A. 아니 그건 다른 거예요. 용득 오빠도 다르고... 대중 아저씨도 다르고, 하하,,,  

Q. 음. 월곡동 만화의 매력은 뭔가요?  
A. 몰라요, 그냥 아직 말은 많이 안 해 봤는데...  꼭 만나야 되는 친구를 만난 거 같아요. 만화보고 반한 게 첫 번째이지만...  

Q. 만화에 반한 이유는?
A. 말하지 마요! 월곡동 만화는 대중적이 아니면서도 대중들이 엄청 좋아할 것 같아요. 많이 알려진다면요  

Q. 용득씨 만화는 어때요?  
A. 재미있어요. 좋아해요. 

Q. 어떤 게요?  
A. 그냥 재미있어요. 

Q. 아무거나 다 그냥이요?!  
A. 잘 못 집어내겠어요. 

Q. 네. 우리 전에는 자주 봤는데 요샌 못 그러내요. 용득 씨도 그렇고, 한편으로 좋은 일이고...(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을 테니까) 한편으로 심심하고 그래요. 이제 정리를 할까요? 
A. 네, 근데 저 너무 이상한 말만 하지 않았어요?  

Q. 음... 아니요. 아주 좋았어요. 최고의 인터뷰!  
A. 고맙습니다. 으하하!!  

Q. 앙꼬 짱이에요. 
A. 하하하하!!!!!!! 

앙꼬 프로필

< 2003년 >
단편 The Life, 개 악진에 발표
딴지일보 앙꼬의 그림일기 연재
단편 작은전쟁 계간만화에 발표
서울애니메이션 센터 제작지원공모전 단편부문 엄마 금상
야후 앙꼬와 진돌이 연재 

< 2004년 >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창작과 졸업
산사춘 앙꼬 에피소드 지하철 광고
SICAF 국제만화페스티벌 할머니 졸업작품 최우수상
<앙꼬의 그림일기> ①권 출간
2005년
경기문화재단 앙꼬의 문화일기 연재중
LG싸이언 사보 여보세요 연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