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보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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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이 가장 쉬웠어요 下편, 수익과 정산에 관하여

웹툰 보는 변호사 – 만화를 만드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알아야 할 법 이야기 10화

2024-10-13 서아람

계약이 가장 쉬웠어요 下편, 수익과 정산에 관하여

  “데뷔를 앞둔 웹툰 작가입니다. 회사에서 현대판타지 웹툰 콘티 제외 전 공정 회당 100에서 120 사이, RS 20%로 제안받았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은 제안인가요?”

  “요즘도 그런 블랙이 있어요? MG가 중요한 게 아니라 RS가 중요합니다. RS 40도 낮습니다.”

  “선화만 MG150RS20으로 쳐주는 회사들도 널리고 널렸습니다.”

  “20프로 RS에서 MG 갚으면 남는 거 없습니다. 선차감인지 후차감인지도 잘 알아보세요.”

  웹툰 작가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에는 이런 식의 게시물과 댓글이 자주 올라옵니다. 업계 사람이 아닌 사람이 보면, 그야말로 외국어처럼 읽히는 문장과 용어들입니다. MG? RS? 선차감? 후차감? 유독 웹툰 업계에서는. 작가의 수익과 정산 구조가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다소 머리가 아프더라도 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또 나아가 활용할 수 있어야, 작가 본인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부당한 착취를 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웹툰 작가가 돈을 버는 경로는 원고료와 MG, RS, 단행본 인세 수익, 미리보기 수익, 기타 저작권료나 관련 사업 수익 등입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원고료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해당 작품이 얼마나 성공해서 얼마의 수익을 벌어들이는지에 상관없이, 원고 자체를 작성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넘겨주는 행위에 대한 대가로 받는 금원이 원고료입니다. 보통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지만, 작품이 성공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작가의 생활을 보장하고 창작을 지원한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원고료는 어떤 식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정해진 것이 없어, 매달 지급하는 경우, 분기별로 지급하는 경우, 회차별로 지급하는 경우, 계약 이후에 계약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경우 등 다양합니다. , 원고 작성 자체에 대한 대가지만 모두에게 동등하게 책정되진 않습니다. 대부분의 회사나 플랫폼은 작가의 경력, 인지도, 기존 계약조건 등에 따라 작가마다 고료를 다르게 책정하고, 대형 플랫폼에서는 아예 등급을 정해놓기도 합니다. 최근 고료 시세는 주1회 연재 기준 신인 작가는 월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사이, 유명 작가는 월이 아닌 회당으로 500만 원에서 600만 원 사이 정도이며, 조금씩 오르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그런데 웹툰 작가는 본격적으로 원고 연재를 시작하기 전, 준비 기간 또는 비축 기간을 가집니다. 작품을 구상하고, 기획하고, 원고를 만들어 넘기면서 연재 오픈을 준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드는데, 그동안에는 수익 창출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원고료가 있지만, 원고료를 분기별로 지급할 경우 돈을 받기 위해 몇 달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고, 원고료만으로는 도저히 생활이 충당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혼자 작업하는 웹툰 작가도 있지만 글 작가나 어시스턴트를 두고 일하는 작가도 있기 때문에 그들이 인건비도 들어갑니다. 결국 작가가 작품을 시작하게 되면 어느 정도는 선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게 바로 ‘MG’의 개념입니다. MG‘Minumum gurantee’의 약자로, 즉 해당 작품에서 작가가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수익을 회사가 보장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회차당 수익의 일부를 모아 미리 지급해 주는 것인데, 출판계에서 지급하는 선인세와 그 구조가 유사합니다. 문자 그대로 선금이기 때문에, 나중에 작품을 연재하여 수익이 난다면 그 수익에서 MG를 갚아야 합니다. 당연히 MG 또한 작가의 경력이나 인지도, 실력, 작품의 장르, 예상 작업량이나 컷수 등에 따라서 달라지며, RS의 비율에 따라 MG를 조정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세부적으로 MG’, ‘누적MG’, ‘토탈MG’ 같은 용어도 있는데, 이는 MG를 갚는 방식을 규정한 것입니다. ‘MG’는 선지급받은 MG를 매월 수익에서 갚고, 갚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 미수금 부분은 해당 월에 소거되는 것으로 하고 넘어갑니다. , 미수금이 이월되거나 누적되지 않습니다. 반면 누적MG’는 해당 회차나 해당 월, 해당 분기에 갚지 못한 MG 미수금이 다음 회차나 다음 월, 다음 분기로 계속 이월되고 누적되어, MG 전체를 다 갚을 때까지 RS에 따른 수익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나아가 토탈MG’는 연재 종료 후에도, 작가가 벌어들인 전체 수익에 대하여 MG차감이 이루어질 수 있어, 심지어 연재 수익 외의 부가 수익이나 차기작의 수익에 대해서도 MG차감을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당연히 작가에게는 누적MG나 토탈MG보다 월MG가 유리하나, 그렇기에 회사에서 누적이나 토탈이 아닌 월MGMG를 지급할 때는 지급액 자체가 현저히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RS’‘Revenue Share’, 즉 수익 분배율을 의미합니다. 웹툰이 연재되기 시작하면 유료 판매나 미리보기 판매로 수익이 발생하는데, 이 수익은 작가가 혼자 다 갖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회사, 작가가 사전에 약정한 비율로 나눠 갖게 됩니다. 여기서 작가가 몇 프로를 가져가느냐가 바로 RS입니다. 계약서 자체에 ‘RS’라는 용어를 쓰기보다는, “연재 수익의 몇 프로를 비용을 제하고 작가에게 지급한다는 문구로 표현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당연히 RS는 높을수록 작가에게 유리한데, 여기서 비율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차감 방식입니다. ‘선차감’, ‘후차감의 차이가 여기서 나옵니다. 수익금에서 MG를 공제하고 그다음에 RS를 적용해서 최종 정산금을 정하는 게 선차감이고, 수익금에 곧바로 RS를 곱해 나온 금액에서 MG를 빼서 최종 정산금을 정하는 게 후차감입니다. 산술적으로 그게 뭐가 크게 다를까 싶은데, 의외로 차이가 큽니다. 곰곰이 따져보면, 선차감에서는 작가와 회사, 플랫폼의 세 몫을 합친 것에서 MG를 빼기 때문에, 사실상 MG를 셋이서 함께 분담하는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MG를 빨리 갚을 수 있습니다. 반면 후차감의 경우, 오로지 작가의 몫에서 MG가 빠지게 됩니다. MG를 갚는 속도가 선차감보다 훨씬 오래 걸립니다. 영화를 비롯한 영상업계에서는 보통 선차감 방식을 많이 채택하는데, 웹툰업계는 다릅니다, 웹툰업계는 기존에는 거의 다 후차감이었고, 불공정 관행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일부 대형 플랫폼들을 중심으로 선차감 계약이 이루어졌지만, 아직까지도 후차감 방식을 택하고 있는 회사들이 수적으로 훨씬 많습니다. 후차감 방식을 택하는 계약을 할 때 그나마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는, 갚기 힘든 MG의 금액을 낮추고 대신 RS비율을 높이는 쪽으로 협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웹툰을 종이책으로 출판했을 때 그 판매 수익에서 나오는 단행본 인세가 있습니다. 종이책을 처음 내보는 작가들은 종이책 인세 비율이 전자책 인세 비율이나 연재 수익 RS보다 훨씬 낮은 것에 놀라게 되는데, 이는 종이책 제작의 생산 원가가 전자책보다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종이책 출판사는 출판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대신, 교정이나 교열 비용, 편집 비용, 디자인 비용, 표지 비용이나 삽화 비용, 인쇄 비용, 홍보 비용 등 제반 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것이 통상입니다. 보통 종이책의 인세는 8%에서 12% 사이이고, 초판 1쇄 부수는 일천 부에서 삼천 부 정도로 잡습니다. 가끔 전자책 출판사에서 작가와 마니아 팬들에 대한 서비스 개념으로 종이책을 내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수익을 포기한 출판의 경우 인세율을 6%로 잡기도 합니다. 물론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미생같은 웹툰은 인세 수입만 20억 원 이상이었지만, 종이책 시장이 나날이 축소되고 있는 시장에서 그런 작품이 나오기는 앞으로 더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 외에도 웹툰을 영상화하기로 했을 때 드라마나 영화에 대하여 판권을 판매하고 받는 판권료가 있습니다. 원작료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 원작료의 경우 또 조금 특이합니다. 통상적으로 전체 금액의 30~50% 정도를 계약금으로 지급하고, 촬영이 시작되면 중도금을, 촬영이 끝나거나 방송이 시작되면 잔금을 시작하는 식으로 지급 시기를 나눕니다. 이는 아무리 좋은 원작을 가져다가 열심히 각색하더라도 투자를 받지 못한다든가 캐스팅이 안 된다든가 하는 사정으로 촬영 또는 편성이 안 될 가능성이 있어, 그 경우 회사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 원작을 팔고 그 원작이 실제로 제작이나 방송이 되지 않는다면 계약에 따라 원작자는 남은 금액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물론, 그 경우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작가는 다른 회사를 찾아 영상화 계약을 다시 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손해 볼 것은 없습니다. 

  요즘 원작료는 보통 2천만 원에서 6천만 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물론 이는 평균적인 수치이며 작가와 작품과 회사에 따라 그 격차는 항상 원작 자체가 엄청난 인기를 모아 원작을 영상화했다는 홍보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시청자 베이스가 보장되는 경우 원작료는 억 단위로 뛸 수 있고, 반대로 거의 인지도가 없는 무명 작품을 재창작에 가깝게 각색하는 모험을 해보고자 할 경우 푼돈이나 다름없는 원작료를 지급하고 대신 나중에 방영 수익을 조금 더 분배해 주는 식으로 계약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웹툰 작가의 원작이 드라마나 영화로 대박이 나면 독자들은 누구누구 작가가 이번에 강남에 빌딩을 올렸다더라고 농담을 하곤 하는데, 그게 말처럼 항상 쉬운 건 아닙니다. 방영 수익의 경우 각색 작가가 있으면 방송 대본은 2차적 저작물로 그 저작권은 각색 작가에 귀속됩니다. 또한 각색 작가에게도 에이전시가 있을 수 있고요. 각색 작가나 그 회사에 대해서도, 그리고 CP사에 대해서도 수익 분배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원작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사실 상당히 적은 편입니다.

  그 외에도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를 상품화하여 얻는 사업 수익이나 판매 수익, 웹툰 내외부에 광고를 게재하거나 드라마에서 하는 것처럼 PPL을 삽입하고 얻을 수 있는 광고 수익,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받는 상금 수익 등 작가의 수입 경로는 계속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일부 작가들은 그런 게 너무 골치 아프다면서 회사에 모든 걸 맡기기도 하고, 그냥 표준계약서를 인쇄해서 그대로 쓰려고 합니다. 물론 계약 관계에서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면 그래도 괜찮습니다. 좋은 게 좋은 것으로 남을 수 있지요. 대부분의 계약 관계는 웬만해선 평화롭게 끝나기도 하고요. 하지만 백 건 중에 여덟 아홉 건 생기는 그 분쟁의 주인공이 내가 되었을 때, 그때는 분명 후회하게 됩니다. 더 잘 알아볼 걸. 더 고민하고 결정할걸. 하고 말입니다. 곳간에서 인심도 나는 법이고, 좋은 작품도 나오는 법입니다. 오늘, 작가님들의 곳간은 무사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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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람

필자 서아람은 전직 검사이자 현직 변호사로서, 카카오페이지 추미스 공모전 2회 수상으로 웹소설 작가로 데뷔한 후 에세이, 웹소설, 동화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써서 출간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로서 주로 다루는 분야는 사기, 성범죄, 보이스피싱 등 형사사건과 학교폭력, 저작권 관련 분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