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작가들에게 그림 그리는 것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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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만화가, 우리들의 편집자 (下) - 8명의 개성 있는 만화가

만화(웹툰) 작가들에게 그림을 그리는 것이란? 4화

2024-09-29 문종필

우리들의 만화가, 우리들의 편집자 (下)

- 8명의 개성 있는 만화가

  앞 장에서는 <동경일일>을 읽을 때, 기억해야 할 키워드 세 가지에 관해 이야기했다면 두 번째 장에서는 이 텍스트에서 소개된 진정한 만화가 타치바나 레이코, 아라시야마 신, 키소 카오루코, 니시오카 마코토, 이이다바시 미치코, 카에루, 네코야마 쿠모타로, 미키 마루조를 살펴보기로 한다. 

1. 타치바나 레이코 우등생을 벗어나고자 하는 만화가

<동경일일> 1126

  레이코는 시오자와 함께 작업했던 만화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녀는 이제 이 계절에 머무르지 못한다. 더 좋은 곳으로 향했다. 시오자와는 레이코의 부고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다시 만난다. 시오자와와는 그녀를 무척 멋진 분”(1:115)으로 기억하며 여러 상념에 빠진다. 자신과 가까웠던 사람의 죽음을 묵도하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그녀)와 견디며 겪었던 무수히 많은 시간을 조용히 셈해보는 것은 하나의 과정일 테다. 시오자와도 장례식장에서 그런 과정을 거친다. , 우연히 타치바나 레이코의 어시스턴트였던 하루코에게 마지막으로 작업실 보고 가지 않을래?”(120)라는 제안을 받게 되고 그녀가 오랜 시간 만화를 그렸던 공간에 시오자와는 잠시 머무르게 된다. 그때 그녀와 상상 속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타치바나 레이코는 시오자와가 처음 담당했던 작가”(1:123)였다. 편집자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만난 만화가였다는 점에서 함께 했던 지난 시간이 현재로 소급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이 기억해야 할 단어가 있다. 편집자와 만화가가 이야기를 나누는 이 장면에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우등생”(1:123)이라고 표현하는 레이코의 모습이 그것이다. 만화를 그리는 사람에게 우등생이라는 표현은 어떤 의미일까.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작업을 훌륭히 해내는 사람일 것이다. 이렇게 문장을 적은 이유는 이 장면 이후 레이코는 그림을 더 이상 그리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큰 병이라도 얻었으면 하고몹쓸 소원”(1:124)까지 빌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당시에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지만,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시오자와에게 원고를 주는 날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원고를 받고 서둘러 떠나는 시오자와가 비가 쏟아지는 날 몸이 젖는 것을 신경 쓰지 않은 채, “갑자기 웃옷을 벗어서 원고를 둘둘 싸더니그 위에만 우산”(1:126)를 씌운 채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보고 레이코는 팔리지는 않겠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 그리겠다고”(1:127) 다짐하게 된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레이코가 힘들어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그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작품을 아껴주는 시오자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작품이 팔리지 않더라도 끝까지 작업을 밀고 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인물을 통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만화를 그리는 것과 만화가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를 그리는 것 중, 무엇이 더 의미 있는 것일까. 

2. 아라시야마 신 업계를 떠나는 만화가 

<동경일일> 1권 142

  만화가 아라시야마 신은 건물 관리자로 일한다. “갈라선 처자식에게 생활비”(1:143)를 보내기 위해 팍팍한 생활을 견딘다. 시오자와는 그의 만화를 동경하고 있었던 탓에 원고 청탁을 목적으로 그를 방문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아라시야마 신은 시오자와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과거에는 여러 곳에서 자신에게 청탁을 해왔기 때문에 시오자와라는 편집자가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누구도 그를 찾지 않는다. 아라시야마 신은 당당히 죽을 힘을 다해”(2:146) 만화를 그렸다고 고백했지만, 그는 이제 볼품없는 만화가로 취급된다.

  시오자와와 아라시야마 신과의 만남을 통해 독자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그가 만화계를 떠난 이유이다. “있잖아요. 시오자와 씨. . 10년 전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번지르르한 이유를 대고 업계를 떠났잖습니까?”(1:149)라고 말하지만, 실제 이유는 만화계에 염증”(1:149)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대체 어떤 염증인지 궁금해진다. 그것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것에 한 치의 의문을 품지 않는 편집자들”(1:150), “과장된 연출에만 호들갑 떠는 독자들”(1:150)이 만화계에 넘쳐났기 때문에 더는 자신이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만화를 그리지 않기로 용기를 냈다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혐오해서 도망쳐 나온 세계”(1:157)였지만 만화를 그리던 순간만큼은 진실되게 살았”(1:157)다고 고백한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만화계라는 세계에 염증을 느껴 떠난다는 것일까. 그런 사람들도 한때는 정말로 마음을 다해 만화를 그렸다는 것일까.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업종에서 오랜 시간 작업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이다. 그런 삶만이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다. 틀린 말이 아니지만, 시간의 을 생각해 본다면 그 시간을 보낸 흔적이나 향기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지점이 만화가 아라시야마 신의 이야기를 통해 깨달을 수 있는 지점이다. 시간을 길게 확대해 보면 오랜 시간 작업했다고 하는 사람들 역시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누구나 죽음으로 향한다는 점에서 잊힌 발자국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3. 키소 카오루코 쓸모없는 일을 하는 만화가 

<동경일일> 1권 203

  만화가 키소 카오루코는 마트에서 일한다. 편집자 시오자와는 키소 카오루코의 만화를 좋아한다. “키소 선생님의 만화를 읽으면 몸속 깊은 곳에서 힘이 끓어”(1:195) 오른다. “마치 내게 불가능한 일이라곤 없는 듯한 느낌키소 선생님의 만화를 읽고 저는 언제나 그런 기분을”(1:195) 느낀다고 말한다. 그러나 만화가는 시오자와와 함께 작업한 적이 없고, 시오자와가 담당한 만화가들은 자신의 스타일과 많이 달랐던 탓에 복잡한 생각에 잠긴다. 무엇보다도 오랜 시간 만화를 그리지 않아서 심란하다. 게다가 종이책으로 책을 출간한다는 시오자와의 계획에 걱정한다.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만화책이 팔리지 않아 독자들에게 덜 읽힐 수도 있다는 것일 테지만 궁극적으로 본인 자신도 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시오자와가 어려운 상황에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오자와 씨의 인선(1:196) 구시대적이라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자신의 살결을 표현하고 싶은 씨앗이 싹트고 있었다. 아들 아키라가 힘겹게 아르바이트하며 번 돈으로 쓸모없어 보이는 장갑을 산 것이 계기가 되었다. 키소 카오루코는 생각한다. 자신에게 쓸모없어 보이는 저것이 아들에게는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당당하게 이행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아챈 만화가는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기로 마음먹는다. 사무용품 파는 곳으로 달려가 트레이스대”(1:205)를 구입한다. 그리고 시오자와에게 전화를 걸어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일까. 가능성은 늘 숨겨져 있으니,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일까. 

4. 니시오카 마코토 심성이 선한 만화가

<동경일일> 2권 33

  니시오카 마코토는 조금 엉뚱한 만화가이다. 청탁하러 온 시오자와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도 전에 급하게 일어나 아름다운 여인을 쫓아가는 인물이니 그렇다. 여성에 입장에서 어떤 남성이 자신의 뒤를 쫓아온다고 생각하면 섬뜩한 것이어서 그를 옹호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시오자와는 여성분이 신고하시면”(2:37)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해준다. 그런데도 만화가는 아름다운 여성이기 때문에 멀리서만 지켜보니 무슨 상관이냐고 고백한다. 시오자와는 이런 만화가의 태도를 보고 과연 자신이 제대로 청탁한 것인지 고민한다. 카미유 코로(Jean-Baptiste-Camille Coro)가 남긴 만약 당신이 선량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 마음은 언제나 드러날 것이다.”라는 문구를 인용하며 나시오카 마코토의 원고를 기다려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원고를 받고 시오자와는 눈물을 흘린다. 그 어떤 만화보다도 선한 마음을 품은 사람임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늙은 만화가는 몸을 추스르지 못하는 노모를 돌보고 있었던 효자이기도 했다. 이런 삶이 그의 마음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시오자와는 다시 만화를 그릴 것을 권유하지만, 만화가는 거절한다. 하지만, 이 거절은 진정한 거절이 아니다. 흔들리지 않게 자신을 붙잡아 달라는 소년의 마음일 테다. 우리는 이 말을 통해 의 장소성과 가면 뒤에 숨겨진 진정한 얼굴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다. 

5. 이이다바시 미치코 업계에서 살아남는 법

<동경일일> 2권 124

  이이다바시 미치코는 시오자와 함께 작업을 했었다. 시오자와는 인기 있는 작품을 만드는 편집자가 아니라, 만화가가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돕는 편집자다. 그러다 보니 이이다바시 미치코 역시 시오자와 함께 작업할 때는 자신의 만화를 그릴 수 있었다. 그런데 시오자와 씨가 부서를 옮기면서 담당이 바뀌고, 얼마 안 가 제 만화도 더 이상 실리지 않게 되어살림이 궁핍”(2:122)해졌다. 당시 만화가는 자신을 알릴 지면도 없을뿐더러, 그 누구도 자신을 찾아주지 않았다. 절망의 순간이었다. 그러던 시기 슈다이사의 오니지마 편집자가 그를 찾아주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시오자와와 너무나 달랐다. 한마디로 말해 장사꾼”(2:123)이었다. 팔리는 만화만을 지향했다. 만화가의 자아를 모두 버려야 한다고 만화가에게 말한다. “독자가 보고 싶은 건 네 자기 위로 따위가 아니라고!!”(2:124)라고 말이다. 이런 편집자 곁에서 만화가는 만화에 대한 애정도 열정도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 오로지 이윤에만 매달리는 편집자로 인해 만화가는 점점 기계화된다. 만화밖에 모르던 만화가는 어떤 방식이든지 이곳에 있어야 했기에 이런 수모를 당해가며 버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삶으로 인해 그는 만화계에 계속해서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그래서 만화가는 오니지마 편집자를 미워하지 못한다. “그딴 녀석이라도, 오니지마는 제 은인”(2:131)이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인물을 통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싫은 작업을 버티면서 하는 것이 좋은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그리고 싶은 만화를 그리며 힘겹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것일까. 이 역시 정답은 명확하게 내릴 수 없다. 하지만 오니지마 편집자에 의해 학대받은 시간이 행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런 삶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조금은 형편이 좋지 않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응시하는 쪽이 조금은 더 나은 삶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이런 입장도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는 당당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과정이 순간을 만든다는 점에서 어떤 과정으로 만화를 제작할지를 고민하고 선택해 보는 것은 예비 만화가들에게 유용하다. 나아가 이런 만화가들이 지속해서 작업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겠다. 

6. 카에루 절망을 그리는 만화가

<동경일일> 3권 28

  카에루에게는 토오루라는 쌍둥이가 있다. 이 둘은 만화가였다. 하지만 그림 그리는 스타일이 너무나 달랐다. “카에루는 컴컴하니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듯한 만화”(3:12)를 선호했다. 다자이 오사무(太宰治)나 테라야마 슈지(寺山修司)와 같은 적적한 이야기를 그렸다. 하지만 토오루는 달랐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면서 돈벌이도 되는 행복한 만화”(3:17)를 그렸다. 사람들은 그 누구도 자신의 만화를 찾아주지 않았지만, 토오루의 만화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행복해했다. 그래서 카에루는 토오루의 작업을 돕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이 고백은 진실이기도 하지만 진실이 아니기도 하다.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가는 어떤 방식이든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인정 욕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말은 반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카에루가 토오루의 만화를 도와주며 행복해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아마도 카에루는 토오루의 만화에 도움을 주면서 자신의 직접적인 살결은 아니더라도 흔적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만큼 그는 만화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시오자와는 카에루를 찾아가 당신만의 만화를 다시 그려보라고 권한다. “저는 당신의 요령 없는 만화를 좋아”(3:26)한다고 말이다. 그 말에 카에루는 크게 반응하지 못하지만 밤하늘을 쳐다보며 있잖아. 토오루이 세상에 우리 둘만 있던 건 아니었나 봐”(3:29)라고 말하면서 편집자에게 깊이 감사한다. 토오루도 항상 카에루에게 용기 있는 말을 해주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느낄 수 있을까. 독자 없이 자신만의 만화를 그리는 것이 정답일까. 아니면 문화 다양성 측면에서 이런 작가들을 어떤 방식이든지 알려주어야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할까. 마츠모토 타이요의 <동경일일>은 이처럼 여러 가지 생각할 것들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7. 네코야마 쿠모타로 나이가 듦을 극복하는 만화가 

<동경일일> 3권 55

  네코야마 쿠모타로는 요양병원에서 살고 있다. 그는 더는 자신을 쓸모 있는 만화가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만화를 그릴 수 있게 편집자가 찾아와 청탁해주니 감사하다. 한편으로는 나 같은 늙은이의 만화가 동시대에 필요한지도 묻는다. 이때 편집자 시오자와는 작년에 우연히 들린 헌책방에서 선생님의 폰티의 일상을 발견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예전과는 전혀 다른 울림이 있더군요진실한 작품은 읽는 이의 심경이나 성장에 따라 완전히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걸 새삼곱씹게 됐습니다. 정보가 넘쳐흐르는 요즘 같은 시대라서 더욱, 선생님의 작품이 꼭 필요합니다.”(3:54)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한다. 만화가는 다시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이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의 쓸모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중요해 보인다. 자신이 이 사회에 어떤 방식이든지 유용하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이런 마음은 창작자들을 일으킨다. 무엇보다도 나이가 든다는 것은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이니 네코야마 쿠모타로에게 찾아온 청탁은 그 어떤 부탁보다도 값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누구나 죽음의 여정으로 향한다는 점에서 나이 듦의 쓸모에 대해서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하다.

8. 미키 마루조 궁극의 만화를 꿈꾸는 만화가

<동경일일> 3권 104

  미키 마루조는 궁극의 만화를 쫓는 만화가다. ‘궁극의 만화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이 만화를 쫓는다. “모든 창작 만화는 정점을 지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반복운동만을 거듭하고 있는 게”(3:102) 아니냐는 질문처럼, 반복되는 이야기가 넘치는 이곳에서 만화가는 새로운 탈출구를 찾으려고 한다. 그런데 과연 궁극의 만화는 있는 것일까. 이런 만화가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궁극의 만화라는 것은 예술가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일 테다. 자신이 그렇게 믿고 밀고 나가는 과정에서 먼 훗날에 그것이 궁극의 만화라고 스스로 확신하거나 인정받게 된다면 그때서야 궁극의 만화가 탄생한다고 볼 수 있다. , 미키 마루조의 이야기는 예술가의 진정성에 대해 알려준다.

궁극의 책이 완성되다

  이상으로 우리들의 편집자 시오자와가 책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이 글에서는 다뤄지지 않은 만화가도 있다. 아오키와 초사코, 쿠사카리가 그들이다. 젊은 만화가인 아오키는 잘나가는 만화가였지만, 어느 순간 찾아온 공허감에 허우적거리는 인물이다. 초사코는 과거의 영광을 누리지 못하는 만화가로 그려지지만,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성실한 만화가다. 쿠사카리는 초사코의 어시스턴트로 만화가의 꿈을 꾸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잠시 멈추는 인물이다. 이들은 편집자 주변에 있는 인물이어서 시오자와가 원고를 청탁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해 나의 이야기에서 제외했지만 <동경일일>의 저자인 마츠모토 타이요 입장에서는 중요한 인물이니 독자들이 놓치지 않길 바란다. 이 인물들에게도 배울 것이 많다.

  시오자와는 타치바나 레이코, 아라시야마 신, 키소 카오루코, 니시오카 마코토, 이이다바시 미치코, 카에루, 네코야마 쿠모타로, 미키 마루조 등을 직접 찾아가 청탁한다. 매체 전환 시대에 종이책으로 책을 만든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만든 책을 판매하기 위해 책을 들여놓을 서점을 찾아다니며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애쓴다. 그렇게 책(코믹 던)은 탄생하고 2호를 꿈꾼다. 마츠모토 타이요의 <동경일일>은 그때서야 끝맺게 된다. 이 책이야말로 궁극의 책인 것이다. “무엇가를 만들어낸다는 고통그 여정 속에서야말로 진실한 기쁨이 있다는 것을”(3:210) 시오자와는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자신의 돈을 탕진하면서까지도 이런 모험을 즐길 수 있었다. <동경일일>은 편집자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편집자가 사랑한 만화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예비 만화가들은 어떤 만화가가 되고 싶은가. 당신이 걸어갈 길을 이들은 이미 오래전에 걸어갔다. 시대와 환경이 달라 만화를 소비하는 방식도 읽는 방식도 달라졌지만, 만화를 아끼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이 마음을 <동경일일> 통해 느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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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필

글쓴이 문종필은 평론가이며 지은 책으로 문학평론집 〈싸움〉(2022)이 있습니다. 이 평론집으로 2023년 5회 [죽비 문화 多 평론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밖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만화평론 공모전 수상집에 「그래픽 노블의 역습」(2021)과 「좋은 곳」(2022)과 「무제」(2023)을 발표하면서 만화평론을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