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vs 카카오, K-웹툰의 글로벌 진출 전략
글로벌 미디어 산업의 중심에 선 K-웹툰
K-웹툰이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차세대 한류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년 하반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콘텐츠산업 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1% 감소한 데 비해, 만화산업은 73.2%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런 결과는 K-웹툰의 해외 시장 진출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처음 정립된 개념인 웹툰은 2010년대에 들어 네이버와 카카오가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플랫폼을 들고 해외 진출을 시도하면서 세계에 알려졌고, 플랫폼의 해외 진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한국은 ‘웹툰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게 되었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글로벌 최대 규모의 만화 시장으로 손꼽히는 일본에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앱이 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 데이터 분석기업인 센서타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수익 상위 30개 만화 앱의 인앱 구매 수익 16억 달러 중 무려 77%가 일본에서 나왔을 정도로 일본은 만화 앱에서의 이용자 결제가 보편화 돼 있다. 2위인 한국(10%), 3위인 미국(7%)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차이다. 일본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린 것은 카카오의 ‘픽코마’다. 지난 2020년 이후 꾸준히 일본 웹툰 앱 중 매출 1위를 차지해왔으며, 2020년 214%, 2021년 117%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2021년 코로나 19가 한창이던 시기에는 연간 매출이 8억3000만 달러(약 1조 원)에 달하기도 했다. 2위를 차지한 네이버의 ‘라인망가’ 역시 코로나 19 이후 일본을 중심으로 고속 성장해왔다. 코로나 19가 차음 안정되기 시작한 2022년 이후 성장세가 다소 둔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일본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고 2023년에도 4억 달러(약 518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일본 시장에서의 장악력을 토대로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역별로 다양한 앱들을 내세우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픽코마’를 통해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카카오는 2022년 프랑스에서도 ‘픽코마’ 앱을 출시하면서 유럽 웹툰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웹툰’ 앱으로는 대만과 함께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고, 북미에서는 ‘타파스’ 앱을 선보였다. 네이버 역시 ‘네이버웹툰(한국, 글로벌)’, ‘라인망가(일본)’등 다양한 앱들로 다채로운 이용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라인망가’가 일본에서 우수한 성과를 올리고 있고, ‘네이버웹툰’이 한국은 물론 100개가 넘는 국가에서 고르게 서비스되고 있다. 네이버는 일본에서 카카오에 다소 뒤처진 모습을 보이며 만화 앱 순위 2위를 기록했지만, 대신 미국 등 서구권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여전히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전 세계 인앱 구매 수익 중 미국과 동남아시아에서 거둔 매출이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미국의 경우, 2021년 연간 수익 6400만 달러(약 830억 원)로 2019년 대비 3.3배 늘었고, 2022년 이후에도 매출이 2021년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한국, 일본, 미국 만화/도서 앱 매출 순위 (출처 : 센서타워)
글로벌 웹툰 시장 규모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마켓리서치는 글로벌 웹툰 시장 규모가 2021년 37억 달러(4조 7800억 원)에서 연평균 36.8%씩 성장해, 2030년에는 561억 달러(73조 5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 예상되는 만큼, 웹툰은 네이버와 카카오 글로벌사업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024년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웹툰 사업과 관련해) 2023년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이루어진 한 해로, 2024년은 이를 기반으로 매출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함께 가져가는 첫해가 될 것”이라며, “한국, 미국, 일본 등 핵심 시장으로의 리소스 재배치, 비전략적 자산 매각, 인력 효율화 등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 하에 웹툰의 EBITDA(감가상각비)와 영업이익의 흑자 규모는 4분기 대비 더욱 확대 중”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 역시 해외 매출 비중을 오는 2025년까지 30%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비욘드 코리아’ 슬로건을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2022년 처음으로 해외 매출이 20%에 달했을 때도 웹툰 등 콘텐츠 사업의 확대 덕을 봤는데, 이러한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vs 카카오, 고군분투 10년의 결실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양사가 가장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이는 분야는 웹툰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원천 IP 발굴 능력은 하루아침에 쌓아지지 않았다. ‘다음웹툰’(현 ‘카카오웹툰’)이 2003년 2월, ‘네이버웹툰’이 2004년 6월에 각각 서비스를 시작하며 시장을 키워왔다. ‘웹툰’이라는 단어도 국내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대한민국이 웹툰 서비스를 세계 처음으로 대세화시킨 ‘종주국’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양사는 2010년 중반, 시선을 해외로 돌렸다. ‘네이버웹툰’은 2014년, ‘다음웹툰’은 2016년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다음웹툰’은 2014년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때 함께 카카오로 소속을 옮긴 후, 2016년 다음웹툰컴퍼니(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스토리부문)로 분사했다. 카카오는 이후 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구 포도트리)와 음반 기획 등의 사업을 진행하던 카카오 M을 합병, 지난 2021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소속이 바뀐 ‘다음웹툰’은 ‘카카오웹툰’으로 전면 개편됐다.
2017년 분사한 ‘네이버웹툰’의 경우, 지난 2020년 미국 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 산하에 배치되면서 글로벌 확장의 전초기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국내 시장은 물론 일본(라인디지털프론티어)등을 총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K-콘텐츠의 글로벌화를 가속화했고, 현재 K-웹툰에 10개의 언어를 입혀 100개가 넘는 국가에 전파하고 있다. 이용자만 8500만 명을 넘어섰고, 해외 비중은 80% 수준이다.
현지화 전략도 활발하다. 일본 공략에 성공한 네이버와 카카오는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진출했는데 ‘네이버웹툰’은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MAU가 1200만 명을 넘어선 상태이고, 후발주자인 ‘카카오웹툰’ 역시 태국과 대만에 진출하면서 현지 구글 플레이 앱스토어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북미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인데 네이버는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와 글로벌 웹툰 플랫폼 ‘태피툰’을 인수 및 투자했고, 카카오도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와 웹툰 플랫폼 ‘타파스’를 인수해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플랫폼 인수 및 투자 현황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 웹툰 산업의 대표 주자로 꾸준히 성장해왔으나, 해외 시장 접근방식에 있어 차별화된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 웹툰은 2023년 PPS(Page Profit Share)의 명칭을 파트너 이익공유(Partners Profit Share)로 변경함으로써, 파트너 전략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했다. 2020년 LA에 본사를 둔 ‘웹툰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고, 북미를 중심으로 IP 확장 전략을 밀고 나가고 있다. 또한, 2022년 3월 야후 재팬이 보유했던 ‘이북이니셔티브재팬’을 인수 해 8000억 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한 ‘네이버웹툰’은 C2C 비즈니스를 활용한 아마추어 수익화 전략을 네이버 그룹의 전체적인 해외 전략과 결합해 펼쳐나가고 있다. 반면, 카카오 계열사는 2021년 5월, 6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 ‘카카오재팬’의 사명을 ‘카카오픽코마’로 변경하고 일본을 중심으로 웹툰 비즈니스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카카오픽코마’는 프랑스 시장에서도 진출했으며, 카카오엔터는 북미시장 진출을 위해 ‘타파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월트디즈니컴퍼니, DC코믹스, 워너브라더스와 같은 미국 미디어 업계와 협력하고 있다. 아시아는 카카오 웹툰의 주요 무대로, 인도네시아에서는 ‘카카오페이지 인도네시아’로의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두 플랫폼의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은 각기 다르지만, 그 속에서도 국내 웹툰 산업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글로벌 진출 전략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 해외 플랫폼 인수 및 합병 또는 합작 추진
네이버와 카카오는 경쟁력 있는 현지 웹툰 플랫폼의 인수 및 합병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북미웹툰플랫폼인 ‘타파스’와 웹소설플랫폼인 ‘래디쉬’를 인수하고, 2022년 신규 합병법인인 ‘타파스엔터테인먼트’를 출범해 북미시장에 진출했다. 2021년에 ‘왓패드’인수, ‘태피툰’에 투자한 네이버는 2022년 일본 방송사 TBS 및 일본 웹툰 제작사인 ‘샤인파트너스’와 합작해 웹툰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튠’을 설립했다. ‘스튜디오 튠’에서 오리지널 웹툰을 제작해 ‘네이버웹툰’과 ‘라인망가’에 제공하고 TBS를 통해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하는 등 슈퍼 IP를 발굴해 영상화 사업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2) 창작자의 생태계 확장 및 이용자 유입
네이버는 국내에서 아마추어 웹툰 작가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도전만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일한 시스템을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캔버스(CANVAS), 일본에서는 ’인디즈(INDIES)’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누구나 웹툰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이용자들에게 인기 있는 작품은 정식으로 연재되는 승격 시스템이다. 2021년 1분기 기준 ‘도전만화’, ‘캔버스’ 등 네이버 웹툰의 크리에이터 플랫폼을 통해 출시된 작품은 130만 편이며, ‘캔버스’ 출시 작품 중 <Lore Olympus>, <unORDINARY>, <Let’s Play> 등은 웹툰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3) 성공한 국내 비즈니스 모델과 구독 서비스로 해외 시장 진출
카카오는 자사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인 ‘기다리면 무료’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기다리면 무료’는 하루에 한편씩 웹툰을 무료로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인데, 만화산업 강국인 일본에서 ‘픽코마’ 앱이 주목받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 진출에 성공한 네카오의 몸집 키우기
2024년 웹툰 업계의 최대 이슈는 2024년 6월 27일(현지시간) 네이버웹툰의 모기업인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뉴욕증시 상장이었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한국콘텐츠 기업 최초인 동시에 웹툰 플랫폼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증권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상장으로 보통주 1500만 주를 발행했으며, 공모가격이 희망 가격의 최상단으로 결정돼 크게 주목받았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웹툰’의 모회사로 북미에 법인을 두고 있다. 2005년 네이버의 하위 서비스로 시작한 네이버웹툰은 2014년 웹툰 영어 서비스를 도입했고, 2016년 웹툰 사업을 총괄하는 ‘웹툰엔터테인먼트’를 미국에 설립했다. 이번 상장을 통해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약 3억1500만 달러(약 4400억원)을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거래일 주당 23달러의 종가를 기록하며 기업가치가 약 29억 달러(약 4조 원)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상장 후에도 네이버는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지분 63.4%를 가진 최대 주주로서 이사 선임 권한을 행사한다.
국내에선 ‘웹툰엔터테인먼트’가 향후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 IP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지에서 웹소설, 웹툰 등 원천 IP를 확보하고 영상화하는 사업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회사의 몸집을 키워 글로벌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것이 네이버가 그린 청사진이다.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낸 서한에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다. 국내에선 웹툰이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직 서브 컬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코믹스 스타일, 일본은 기존 만화를 웹이나 모바일로 보는 데 익숙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이용자 증가세가 주춤해진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거론된다.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월간활성사용자(MAU)는 2024년 1분기 1억6900만 명이다. 2022년(1억6700만 명)과 차이가 크지 않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의 MAU는 같은 기간 1억3600만 명에서 1억2300만 명으로 줄었다.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타파스’를 운영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일본 플랫폼 ‘픽코마’를 보유한 카카오픽코마 등도 네이버웹툰의 사례를 참고하며 IPO 전략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의 경우, 2021년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합병으로 법인이 공식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상장 추진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KB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1조2천억 원을 투자받아 상장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팽배했다. 이 같은 거액의 투자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성격이 짙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카오엔터는 2024년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현재까지도 상장 일정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4년간 끊임없이 악재가 겹친 탓이다. 2021년에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의 연이은 상장으로 '쪼개기 상장'이라는 지적 속에 카카오 계열사 상장에 대한 여론이 악화했고, 지난해에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졌다. SM엔터 시세조종 논란이 법정으로 옮겨간 만큼 사법 리스크가 해소될 때까지 당분간 상장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상장이 주로 거론되지만, ‘웹툰엔터테인먼트’처럼 해외 시장에서 상장이 추진될 수 있다는 여지도 열려있다. 카카오픽코마(구 카카오재팬)가 일본 현지에서 서비스하는 일본 법인인 만큼 도쿄 증권시장에서의 상장을 준비해왔다. 이르면 2022년 연말, 늦어도 2023년 연초에는 상장이 유력하다고 점쳐졌지만,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등의 여파로 IT 기업, 스타트업 등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고 지난해 카카오 그룹이 위기를 맞으면서 상장설도 유야무야됐다. 다만, 이번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상장으로 카카오픽코마 등의 상장 추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시장이 웹툰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만큼, 향후 다른 웹툰 플랫폼 기업의 상장도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글로벌 보호 무역주의가 확산하면서 콘텐츠 사업 진출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국내의 거센 반발로 일본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와 ‘라인야후’ 지분 인수 문제를 당분간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라인야후’를 향후 일본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주식 매입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인 ‘라인’은 2011년 6월 일본에서 출시한 이후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이용자가 2억 명에 이른다. 경영권이 넘어가게 되면 라인 서비스를 앞세운 캐릭터와 게임 지식재산(IP), 커뮤니티 서비스 등 사업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일본 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023만 명을 넘어선 '라인망가'에도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크다. 라인 사업의 제동으로 글로벌 사업다각화는 물론, 유럽, 동남아 진출 전략에 차질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카카오는 최근 글로벌 콘텐츠 자회사 카카오픽코마의 유럽 시장 공략의 꿈을 접었다. '픽코마 유럽' 현지 법인을 3년 만에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카카오픽코마는 지난 2021년 9월 프랑스 파리에 유럽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2022년 3월 프랑스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프랑스의 디지털 만화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일본 만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카카오픽코마의 지지부진한 성장이 발목을 잡았다. 프랑스 현지 매체에 따르면 1200만 유로를 투자했던 픽코마 유럽은 1000만 유로(2022년 기준) 이상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디지털 만화 시장 성장세가 더딘데다가, 현지 출혈 경쟁에서 승기를 못 잡은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 업체 코그니티브 마켓리서치는 프랑스 만화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3.1%로 전망했다. 글로벌 평균(5.1%)을 밑도는 수치다. 카카오픽코마는 일본 웹툰 시장에 주력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세계 각국의 플랫폼 자국주의 기조로 볼 때, 앞으로의 해외 사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특히 네이버 ‘라인야후’ 사태를 통해 글로벌 전초기지에 속하는 일본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는 것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K-웹툰의 글로벌 시장 공략과 확대를 위한 과제
K-웹툰은 경쟁력을 갖춘 대표적인 콘텐츠로 위상을 갖추며 세계를 향해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 정부는 웹툰 산업을 국가 중심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을 발표하기도 했다. OTT 산업을 이끄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웹툰 플랫폼이 탄생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고 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 시장 공략과 확대를 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웹툰 플랫폼은 네이버와 카카오 2강 구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몇몇 특정 장르를 대상으로 위치를 다지며 선전하는 플랫폼도 있지만, 전체 시장 구성 비율을 보면 점유율에서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 산업 개척에 많은 역할을 했고, 지금도 여전히 세계 시장을 무대로 우리나라 웹툰이 위상을 떨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다. 다만 웹툰 산업의 안정화와 고른 성장을 위해선 균형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웹툰 산업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다양성 장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시장에서는 유독 특정 장르에 대한 편중화가 이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장 점유율이 워낙 크다보니, 결과적으로는 두 곳이 선호하는 장르 위주로 편중되는 구조가 된 것도 한 가지 요인일 것이다. 더구나 나날이 늘어나는 작가와 작품 수를 네이버와 카카오가 모두 수용하기에는 사실상 역부족이다. 높은 수익과 인기를 얻는 작품 이외에도 평균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는 작품이 많아지는 건 중요하다. 작가나 제작사의 안정적인 기반이 갖춰질수록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상업적 목적과는 별개로 작품의 주제와 내용, 메시지 자체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작품이 반드시 필요하고 꾸준히 나와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대형 웹툰 플랫폼 주변으로 다양한 특징과 전문성을 지닌 중소형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배치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금의 앞서나가는 활동을 통해 시장 성장의 선도적 역할을 하되, 웹툰 산업과 시장이 2강 체제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없도록 안정적이면서도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형태의 중소형 웹툰 플랫폼이 자리 잡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게 필요하다. 또한, 경쟁력 있는 국내 중소형 웹툰 플랫폼과 기업이 해외 시장의 다양한 문화권을 노리고 해외로 진출해 더 많은 가능성과 기회를 얻도록 유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중소형 웹툰 플랫폼과 기업이 스스로 번역과 통역은 기본이고, 전 세계의 넓은 시장을 상대로 시장조사, 거래처 구축, 계약 및 법률 관리 등을 관장하며 활동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형 플랫폼에 비해 현지화의 어려움을 겪는 중소형 플랫폼과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의 문화적 코드와 관련 정보 등 업계가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정보 및 재원 제공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 콘텐츠진흥원, <2023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
또한, 웹툰 산업의 발전과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서 웹툰의 법적 지위확립이 필요하다. 웬툰 산업은 기존 디지털 만화와 비교해 특수성을 지닌다. 그러나 현재 웹툰의 법적 정의가 부재하고, 정부의 지원 정책도 만화산업에 웹툰을 포괄하는 형태로 웹툰 산업의 현실과 성장 속도를 반영하지 못하는 등의 한계가 존재한다. 웹툰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산업 특성에 맞는 법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2024년은 K-웹툰 산업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의 해가 될 것이다. 꾸준한 성장을 계속해 온 K-웹툰은 이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의 위기를 딛고 대한민국이 웹툰 산업의 ‘할리우드’가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