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웹툰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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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웹툰의 만화 강국 공략법 ① 일본 (下)

글로벌 웹툰 지형도 3화

2024-08-25 최우진

K-웹툰의 만화 강국 공략법 ① 일본 (下)

라인망가픽코마가 일본에서 사랑받는 이유

  한국 웹툰 기업이 일본 시장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2013. 네이버가 일본 자회사 라인을 통해 20134라인망가를 출시하면서 세로 스크롤 방식의 웹툰을 일본 독자들에게 선보인 것이 시초다. 뒤이어 카카오픽코마의 전신인 카카오재팬이 20164월 만화 플랫폼 픽코마를 론칭했다. 후발주자였지만, 한국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비즈니스 모델인 기다리면 무료를 본뜬 기다리면 0시스템을 도입해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일본 주간지 플래시(FLASH)는 한국 웹툰의 인기 요인으로 직관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일본 만화의 경우,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역 Z자를 그리며 읽어야 하는 독특한 문법으로 인해 스마트폰으로 보기 어렵지만, 한국 웹툰은 화면을 확대하지 않고 위아래로 손가락을 움직여 스크롤을 하는 것만으로도 직관적으로 소비할 수 있어 일본을 비롯한 폭넓은 국가에서 쉽게 통용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한국 웹툰 열풍은 일본 내 웹툰 작가 지망생의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 20235월 일본 소비자 동향 조사업체 MMD 연구소가 최근 1년간 만화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1,32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6.9%세로 읽기 만화’, 즉 웹툰을 만들었다고 답했다. 한국 웹툰이 일본 만화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만화산업이 저물고, 한국 웹툰 산업이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웹툰에 잠식되는 일본 망가(Japanese Manga are being eclipsed by Korean webtoons)’war의 기사에서, “일본 만화산업은 1960년 이후 별다른 변화 없이 옛 방식을 고수하다 한국 웹툰에 뒤진 현재 상황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 만화의 읽어야하는 순서 등 구조는 일본인과 한국인, 서구의 일부 괴짜들(geeks)에게만 익숙한 데 비해 한국 웹툰은 읽기 쉽고 직관적이라는 점을 성장비결로 꼽았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일 자 최신호에 실린
'한국 웹툰에 잠식되는 일본망가(Japanese manga are being eclipsed by Korean webtoons)'란 제목의 기사./이코노미스트

  하지만 한국 웹툰 기업들이 한국의 웹툰 방식을 일본에 정착시키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나름의 자구책이 필요했다.

  ① 라인망가의 현지화 전략

  네이버웹툰은 만화 종주국인 일본에서 연일 신기록을 쓰고 있다. 20231~11라인망가이북 재팬합산 연간 거래액이 1000억 엔을 돌파하며 최고 기록을 세운 데 이어, 20231월에는 일본 만화 앱 최초로 4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이어 8월부터는 월 활성 이용자(MAU) 1위 만화 앱 자리에 올라섰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네이버웹툰 일본 법인이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에서 흑자를 달성했다는 사실이다. 수익성 개선은 물론,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는 네이버 웹툰의 글로벌 성장 잠재력을 더욱 확실히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네이버 웹툰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현지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다각도의 접근 전략에 있다. 일본 만화 시장의 규모와 디지털 만화산업의 성장세를 주목하고 현지 작품 발굴, 아마추어 작가 발굴, 자체 스튜디오 제작 등 다방면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 주효한 것이다. 네이버웹툰이 일본 시장에 본격적으로 웹툰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20. 초창기에는 라인망가앱을 통해 일본의 출판만화를 전자책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비독점 작품이었기 때문에 라인망가가 아닌 다른 플랫폼을 통해서도 볼 수 있는 작품이 많았다. 20208라인망가의 사업 운영체인 라인 디지털 프런티어가 네이버웹툰의 미국 본사인 웹툰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가 된 이후, 네이버웹툰은 일본 시장에 본격적으로 웹툰이라는 콘텐츠의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라인 디지털 프런티어는 20224월 소프트뱅크그룹 계열사인 이북이니셔티브재팬을 인수했다. 이북이니셔티브재팬은 전자책 판매 플랫폼 이북재팬과 온라인 북스토어 북팬을 운영해 왔다. ‘이북재팬인수로 라인 디지털 프런티어는 앱 중심 서비스인 라인망가’, 웹 중심의 이북재팬플랫폼을 통해 앱과 웹에서 만화 이용자를 공략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라인망가이북재팬플랫폼을 운영하는 라인 디지털 프런티어는 2,000만 명 이상의 월간 이용자(MAU)를 확보, 일본의 대표 디지털 만화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 네이버웹툰의 일본어 서비스 라인망가 (이미지 출처 : 구글플레이 캠처)

  또한, ‘라인망가는 일본 현지화 전략의 하나로 2015년 아마추어 작가 플랫폼인 인디즈를 만들고 창작가 발굴에 힘써왔다. 일본의 출판만화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신의 만화를 연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유망 작가를 발굴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며 웹툰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를 통해 <신혈의 구세주>를 비롯, <선배는 남자아이>,<쌍둥이 영애가 남장을 하는 이유> 등 다양한 일본 현지 작품이 탄생했다. ‘인디즈를 통해 발굴한 웹툰 <선배는 남자아이>는 한국어, 프랑스어, 태국어로 번역해 연재 중이며,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애니플렉스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 웹툰은 연간 20개 이상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넷플릭스 재팬과 협업해 웹툰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제작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라인망가가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더 데는 바로 이러한 현지화 전략이 큰 힘을 발휘한 영향이 크다.

  픽코마의 현지화 전략

  ‘픽코마는 비교적 늦은 2016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픽코마는 국내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인 기다리면 무료를 그대로 도입했다. ‘기다리면 무료를 적용하기 위해 일본의 단행본을 한국의 웹툰처럼 회차 단위로 제공하는 강수를 두었다. 단행본이 익숙한 일본에서 모든 만화를 회차 단위로 판매한 모험적 전략에는 수익성 이외에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첫 번째는 스마트폰을 통해 가볍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유저의 확보다. 픽코마는 모바일 기반의 스낵컬처에 적합한 만화 서비스를 구축하고자 했다. 그러기위해서는 단행본 1권을 열독하는 독자보다 출퇴근 길에 가볍게 만화를 소비하는 독자들을 선점한다는 전략이 필요했다. 이러한 전략은 김재용 카카오픽코마 대표가 픽코마의 실질적인 경쟁상대는 단행본 시장이 아닌 모바일 게임이라고 언급한 데서 드러난다. 두 번째는 고객 충성도의 확대다. ‘픽코마는 웹툰을 이용하는 유저들이 기다리면 무료를 통해 결제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시간에 지속해서 픽코마에 방문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에 주력했다. 하지만 초반부터 이러한 전략이 환영받은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귀멸의 칼날> 단행본은 1억 부 이상 팔렸으며 <원피스>는 누적 판매량이 4억 부가 넘는다. 이처럼 단행본에 대한 높은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차 단위로 쪼개고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에 일본 현지 출판사들의 의구심은 상당히 컸다고 한다.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픽코마의 현지화 전략은 일본 시장에 매우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픽코마는 후발주자임에도 폭발적인 매출 증가를 이루며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던 라인 망가를 밀어내는 데 성공한다. ‘픽코마의 급성장으로 인해 단행본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던 라인망가도 뒤늦게 회차 단위 중심의 서비스로 전환했다. 카카오픽코마는 2021년 대원미디어 자회사 스토리작과 합작해 일본에 셰르파 스튜디오라는 웹툰 스튜디오를 세웠으며, 2022년 첫 제작 웹툰인 <제물인 나와 늑대의 왕>픽코마에 공개했다.

 글로벌 만화 플랫폼 픽코마의 모바일 화면 (이미지 출처 : 카카오픽코마)

위기를 넘어서 세계로

  한국 웹툰 기업들이 일본 만화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올해 들어 추격세가 만만치 않다. 일본 회사인 인포컴의 전자 만화 사업 매출은 20241분기 150억 엔(1,335억 원)을 기록했다. 126억 엔을 나타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19% 늘었다. ‘픽코마를 운영하는 카카오픽코마의 1분기 매출은 1220억 원이었다.

  IT 기업인 인포컴은 만화 웹사이트·앱인 메챠코믹을 운영하고 있다. 20~30대 여성이 주 이용자다. 전자 만화책뿐 아니라 스마트폰 화면을 아래로 내려가며 읽는 방식의 웹툰도 공급한다. 카카오픽코마의 비즈니스 모델이 동일하다. 인포컴은 한국 웹툰 플랫폼 업체인 피너툰을 인수하며 한국에도 진출했다. 네이버와 함께 일본에 웹툰 생태계를 만들었던 카카오는 웹툰 사업 성장세가 예전만 못하다. 카카오픽코마의 1분기 매출은 엔화 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원화로 환산한 매출은 엔화 약세로 인해 같은 기간 1,281억 원에서 1,220억 원으로 오히려 5% 줄었다. 카카오픽코마는 지난해 일본에서 픽코마내 거래액이 처음으로 1,000억엔을 넘겼다는 점을 강조한다. 거래액은 픽코마 내에서 이용자가 작품을 소비한 총액을 뜻하는 개념이다. 현지 회계기준 상 매출액과는 다르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 웹툰 기업에 자신들의 시장을 빼앗긴 일본 만화계가 만화 강국의 자존심을 지키기위해서라도 이 상황을 그대로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더구나 일본 시장을 노리는 것은 한국 기업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20234월 애플의 전자책 플랫폼 애플북스세로로 읽는 만화(縦読漫画)를 공개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어 아마존이 플립툰이라는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고, 라쿠텐 역시 20241월 자체 만화 앱을 출시했다. 일본 만화 출판사인 슈에이사 역시 웹툰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다. IT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전자 만화책 업체들이 모바일 앱 환경에 맞게 독서 방식을 정비하면서 한국 웹툰 업체들과 비슷한 소비층을 두고 경쟁하게 됐다라인야후 사태가 반한 감정으로 번지면서 영업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한국 기반 웹툰 플랫폼들은 1위 자리를 놓고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동시에 새로 진입하는 외국 기업들도 경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다만, 아마존,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이 웹툰을 자체 생산하기보다는 한국 등지의 제작사에서 작품을 공급받아 유통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차이점이 있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국 웹툰 기업은 수많은 도전과 응전에도 불구하고 현지화 전략을 통해, 일본 현지에서 만화 강국 일본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일본을 교두보로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시장은 늘 그렇듯 그들에게 새로운 응전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의 거친 도전에 맞서 살아남는 기업이 결국 세계 1위의 웹툰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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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진

글쓴이 최우진은 20년간 <인간극장>, <추적60분>, <한국기행> 등 방송다큐멘터리를 집필한 작가인 동시에 <본 어게인>, <마우스>, <블라인드> 등 드라마 기획에 참여한 프로듀서다. <워킹 데드>의 제작사인 스카이 바운드와 한미합작 드라마를 기획하기도 했다. 현재는 원천IP 기획개발 및 작가 회사인 스토리위드의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