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의 만화 강국 공략법 ③ 동남아시아 (上)
네이버는 넓히Go, 카카오는 줄이Go
K-웹툰은 동남아시아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표한 <2024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류 경험자 10명 중 7명(68.8%)은 한국 문화콘텐츠가 전반적으로 마음에 든다고 답했다. 호감도가 높은 국가는 인도네시아(86.3%), 인도(84.5%), 태국·UAE(83%), 베트남(82.9%) 등이었다. 1인당 월평균 한국문화콘텐츠 소비량은 11.6시간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인도(18.6시간), 태국(18.4시간), 인도네시아(17.0시간), 베트남(16.4시간) 순으로 평균 소비량이 많았다. 조사 결과, 시장성과 경쟁력이 모두 높은 미국에 이어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신흥 콘텐츠 소비국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한국 웹툰 이용률에 대한 조사에서도 경험률이 높은 국가로 태국(65.1%), 인도네시아(64.2%), 대만(54.8%)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웹툰의 주요 접촉경로는 네이버 웹툰(50.9%)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는 글로벌 사이트/앱(35.3%), 자국 사이트/앱(29.8%), 카카오 웹툰(29.5%) 순이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네이버 웹툰(57.7%)과 자국 사이트/앱(33.7%)이 다른 대륙보다 이용률이 비교적 높았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 플랫폼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도네시아·태국에서의 웹툰 관련 애플리케이션 활성이용자 중 네이버웹툰을 사용하는 비중은 76.17%로 집계됐다. 이는 다른 앱과 비교할 때 65%포인트 이상 높다. 지난해 4분기 네이버웹툰 사용 비중 74.07%를 감안하면 점유율 강세를 꾸준히 이어왔다.
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는 지난 10월 21일 대만과 인도네시아의 웹툰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카카오가 글로벌 웹툰 사업을 철수한 것은 지난 9월 카카오 픽코마가 유럽 현지 법인을 철수한 이후 두 번째다. 카카오엔터는 2018년 인도네시아의 대표 웹툰 서비스 기업인 네오바자르를 인수한 뒤 현지 웹서비스를 ‘카카오페이지 인도네시아’로 리브랜딩하면서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번 철수의 배경에는 150여개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현지 불법 유통 플랫폼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카카오엔터는 자체 대응팀까지 만들어 단속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고,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 인도네시아와 대만 사업을 접고 나면 향후 태국 시장에 역량과 재원을 집중해서 스토리 비즈니스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기 다른 전략을 펼치는 가운데 동남아 웹툰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21년 3억8300만달러(약 5261억원) 수준에서 2023년 5억900만달러로, 올해는 5억4800만달러 수준까지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2027년에는 7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출처: 아시아경제
웹툰IP 생태계와 함께 확산되는 동남아 팬덤
웹툰은 이제 하나의 장르가 아니라 새로운 IP를 생산하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IP의 생명은 소비자의 취향과 감성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동시대성이다. 콘텐츠 IP의 신흥 시장으로 부상한 동남아시아는 전체 인구의 평균 연령이 낮고 경제 성장세가 뚜렷해 여러 기업들이 주목하는 요충지다. IP 비즈니스, 웹툰, 게임, OTT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동남아 시장 진입을 위해 다각적인 협력과 현지화를 시도하고 있다. 웹툰 역시 로컬의 문화와 감수성을 고려한 스토리 제작으로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는 중이다. 한국 만화 콘텐츠 이용 행태를 묻는 조사에서 베트남 응답자의 85.4%가 정기 이용 중이라고 답했다. 태국도 한국 만화 정기 이용 비중이 82.9%에 달했다. 한국 만화 이용률 뿐만 아니라 정기 이용 비율, 유료 결제율도 타 대륙에 비해 동남아 이용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독자의 67.5%가 한국 만화 이용을 위해 지출했다고 밝혔고, 베트남과 태국에서는 각 60.1%, 58.3%가 돈을 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은 태국을 동남아시아 콘텐츠 시장의 거점으로 보고 본격적인 IP 사업을 펼치고 있다. 태국은 외국 문화에 대한 높은 개방성과 문화적 포용력이 큰 나라로 꼽힌다. 방송 시장의 성장세가 크고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저변 확대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콘텐츠 산업 역시 빠르게 외연을 넓히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K-콘텐츠 해외진출 현황조사>에 따르면 태국의 전체 만화 이용량 가운데 한국 만화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4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웹툰은 2014년 11월부터 태국어 서비스 라인웹툰을 운영해왔다. 2016년 국내 연재를 시작한 웹툰 <내 ID는 강남미인!>을 원작으로 한 현지 드라마 <뷰티 뉴비(Beauty Newbie)>는 지난 2월 태국에서 방영을 시작한 후 동남아 대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Viu의 인기 순위 2위에 올랐다. 드라마의 인기로 원작의 태국어 조회 수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드라마 방영 후 2주간 웹툰 조회수가 방영 전 2주간 조회수보다 약 490% 늘었다. 웹툰IP를 활용한 드라마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K-웹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아마추어 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태국 작가의 웹툰 <썸머 나이트(Summer Night)>의 조회 수가 1억뷰를 넘겼고, 연내 방송을 목표로 현지 제작사에서 드라마로 만들고 있다.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와 장르적 독특함을 영상화한 웹툰 IP는 팬덤의 충성도를 높이고, 웹툰을 읽지 않은 비독자 유입까지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 콘텐츠 생태계 구축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 송진 센터장은 콘텐츠 IP가 콘텐츠의 성공 확률을 높이고 다양한 비즈니스의 연계적 활용을 통한 선순환 효과를 가져오는 핵심 원천의 확보와 활용 전략을 포괄한다고 강조한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식을 뜻하는 OSMU와 플랫폼을 횡단하면서 다양한 스토리로 세계관을 확장하는 트랜스미디어의 시대를 넘어, 이제는 콘텐츠를 허브로 ‘장르 확장’, ‘플랫폼 확장’, ‘브랜딩 확장’, ‘이용자 경험 확장’이 이루어지는 다양한 분야와의 연결을 의미하는 자원으로서 IP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드라마 ‘썸머 나이트’ 포스터, (출처: 네이버웹툰)
콘텐츠IP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는 팬덤의 일상을 파고드는 마케팅 전략이 핵심이다. 스토리를 눈으로만 즐기지 않고 직접 만지고, 촬영하면서 자기만의 추억으로 저장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나 MD 상품 출시 등이 최근 글로벌 MZ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올 1월 방콕에서 동남아시아 최초로 공식 웹툰 굿즈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태국 라인웹툰 작품인 <아임 더 모스트 뷰티풀 카운트>를 주제로 약 2주간 열린 팝업스토어에는 총 1만여명이 방문했고, 작가의 사인회가 열리는 2일 동안 2천명이 몰렸다. 1인당 최고 결제액은 55만원에 달했다. 국내 팝업스토어 최대 구입액이 150만원 선인 것에 비교하면 적어 보일 수 있으나, 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7천230달러(2022년 기준)로 한국(3만5천990달러)의 5분의 1 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 웹툰 주인공처럼 옷을 입고 기념촬영하는 팬 (출처: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은 지난해 기준 해외 진출 작품 수가 3700여개에 달할 만큼 IP 개발에 집중 투자해왔다. 태국에서는 현지와 한국의 크리에이터가 서로 협력하거나 태국 전통 설화 기반의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이는 등 IP 개발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태국 법인과 증강현실(XR)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 맘모식스가 카카오웹툰 태국 현지 IP 활용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편 2024 해외한류 실태조사에서 ‘한국문화콘텐츠에 대한 호감 비율’이 가장 높았던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2억8천만 명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 평균 연령이 29.7세로 젊은 국가이자 정부 주도의 디지털 경제 구축으로 향후 콘텐츠 산업 발전 가능성이 높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네이버웹툰의 영상화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인도네시아 오리지널 웹툰 <파스트리 가제(Pasutri Gaje)>는 영화로 제작되어 지난 2월 개봉했다. 인도네시아어 서비스에서 인기를 얻은 대표작으로는 한국 웹소설 원작 웹툰 <아워 시크릿 매리지(Our Secret Marriage)>가 있다. <아워 시크릿 매리지>는 네이버시리즈 웹소설 <연애보다 결혼>을 인도네시아 현지 각색 작가와 그림 작가가 웹툰화한 작품이다. <아워 시크릿 매리지>는 한국에서 제작한 웹소설을 현지 작가가 직접 웹툰으로 각색한 첫 사례다. 최근 5년 간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만화시장은 연평균 13.6%씩 성장했고, 시장 규모는 200억 달러에 달한다. 인구 구성에서도 14세 미만 어린이 인구가 25%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향후 창작과 소비 시장의 잠재력도 크다. 2023년 기준 인도네시아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믄따리 텔레비전(Mentari TV)에서 한국 작품이 일본을 제치고 방영 시간 비중 1위(52%)에 오르면서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대만에서는 <자이난다란치우(宅男打籃球)>와 <블랙박스(黑盒子)> 등 네이버웹툰이 발굴한 오리지널 웹툰이 드라마 제작을 앞두고 있다. 또한 네이버웹툰이 발굴한 현지 작가들의 작품이 타 언어로 크로스 보딩 연재를 시작하며 대만 웹툰의 작품성을 입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웹툰 대만 서비스에서 연재 중인 대만 오리지널 웹툰 <얼비엔미위(耳邊蜜語)>는 지난해 10월 일본어로 번역돼 네이버웹툰 일본어 서비스 ‘라인망가’에서 연재를 시작하자마자 여성 인기 순위 1위와 종합 인기 순위 2위를 기록했다.

△ 출처: 네이버웹툰
K-웹툰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연관 산업에도 긍정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고 웹툰을 즐기는 젊은 세대들에게 감각적으로 어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폰트가 대표적이다. 폰트 전문기업 ㈜산돌은 2022년 11월 기준 모바일 전용 폰트 브랜드 ‘Iam’의 베트남어 폰트 판매량이 출시 시점(2021년 6월)보다 35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태국어 또한 출시 이후 판매액이 174% 증가하면서 3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웹툰, 유튜브 등 모바일 콘텐츠 시장이 커지면서 산돌의 폰트 사업 규모도 다각화되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절대성장률 155%, 연평균성장률은 37%를 기록하면서 2024 대한민국 성장챔피언에 선정되기도 했다. 폰트는 자신만의 개성과 취향이 뚜렷하고, 소셜미디어에서 각자의 콘텐츠로 소통하는 MZ세대들에게 디지털 감성을 표현하는 도구이다. 스토리를 기반으로 제작되는 웹툰에서 폰트는 이야기 속 시간의 흐름과 캐릭터들의 감정을 실감나게 재현하는 중요한 미장센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