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웹툰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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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기반 K-콘텐츠의 성공 비결 ① 드라마 (上)

글로벌 웹툰 지형도 6화

2024-11-17 최우진

웹툰 기반 K-콘텐츠의 성공 비결 드라마 (상)

2D에서 3D인기 드라마가 된 K-웹툰

  202310월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캐럴 초이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총괄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활발한 웹툰의 드라마화는 한국 콘텐츠 시장이 가진 독특한 특징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요즘 할리우드에서도 한국 콘텐츠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특히 웹툰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제작 과정에 대해 많이 묻는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와 더불어 세계 최대 종합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월트디즈니 컴퍼니 주요 관계자가 이런 말을 한 것은, 웹툰 원작의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월트디즈니 컴퍼니의 가입형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인 디즈니+는 한국 진출 후 상당 기간 부진에 시달렸지만, 강풀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한 드라마 <무빙>을 통해 그동안의 부진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디즈니+의 한국 방영작 가운데 가장 큰 성과를 낸 작품으로 손꼽히는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그들에게 닥쳐오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 물로 원작자이자 시나리오를 쓴 강풀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호쾌한 액션이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한국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히어로 물로 거둔 성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왼쪽) 드라마 무빙’, (가운데) 웹툰 무빙’, (오른쪽) 웹툰 조명가게(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그동안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히어로 물은 철저히 배격 받았다. 막대한 제작비 대비 마니아로 구성된 한정된 시청 층 탓에 제작을 꺼리기도 했거니와, 이미 할리우드의 수준 높은 히어로 물을 보며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을 거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렇기에 기존의 한국 드라마 제작자들 사이에서 온전한 의미의 히어로 물은 소위 편성 받기 힘든 장르였고, 그렇기에 이러한 내용을 다룬 대본 또한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해외 OTT 플랫폼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기존 TV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과 장르의 모험적인 작품들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웹툰 <무빙>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드라마 <무빙>은 한국에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마블의 히어로 물과 비교될 것이라는 우려를 깨고 해외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미국 Forbes(포브스)호소력 짙은 감정적 서사를 지닌 이야기, 탄탄한 스토리가 계속해서 흥미를 자극한다고 평가했고, 미국의 유명 종합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IGN모든 것이 놀랍고 강력하다. K-시리즈가 슈퍼 히어로 장르 역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답을 제시했다고 극찬했다. 드라마 <무빙>2003년 아시아콘텐츠어워즈 앤드 글로벌 OTT어워즈에서 최고 작품상에 해당하는 베스트 크리에이티브 상등 6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웹툰을 드라마로 제작해 큰 성과를 거둔 디즈니+2024년 하반기에도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조명가게>를 드라마로 선보일 계획이다. <조명가게>는 이승과 저승이 연결되어있는 조명 가게를 통해 산자와 망자의 이야기가 교차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포, 미스터리 물로 <빈센조>,<작은 아씨들>등을 연출한 김희원 감독과 주지훈, 박보영이 주연을 맡아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OTT 플랫폼과 웹툰 원작 드라마의 상관관계

  웹툰 원작 드라마의 선두에 선 것은 OTT.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 이전에도 인기 만화 혹은 웹툰을 드라마로 만들어 인기를 끈 경우는 종종 있었다. 윤태호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드라마 <미생>(2014), 순끼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유정선배 앓이를 낳은 드라마 <치즈인더트랩>(2016), 조석 작가의 웹툰을 웹드라마로 형태로 만들어 반향을 얻은 드라마 <마음의 소리>(2016)등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웹툰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당시 한국 드라마 시장은 로맨틱코미디와 가족 드라마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액션이나 스릴러 같은 장르 물이 설 자리가 없었다. 로맨스 드라마와 달리 장르 드라마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반면, 회수가 힘들다는 것이 제작을 꺼리는 이유였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해외에서도 소구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과 장르의 한국 드라마가 필요해진 것이다. 최근 저작권 등의 이슈로 여러 말들이 나오지만, 당시만 해도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수백억에 달하는 막대한 제작비에 10%의 기업 이윤을 보장해주는 넷플릭스의 투자 방식은 제작자들로 하여금 안정적인 모험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해줬고,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장르적 시도가 가능한 토대를 제공했다. 넷플릭스는 한국 진출 초기, 해외에 소구할 수 있는 장르로 크리처 물(주로 사람을 잡아먹거나 괴물이 나오는 작품)’을 선택했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많이 제작됐지만, 지상파 위주의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장르였다. 그러다보니 한국에서 크리처물을 써봤거나, 잘 쓰는 드라마 작가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외국 작가에 집필을 맡길 수도 없는 일이었다. 넷플릭스가 원한 건 할리우드와 비슷한 크리처물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색채가 짙게 베인 크리처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눈을 돌리게 된 것이 웹툰이었다. 한국의 웹툰은 드라마와 달리 제작비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훨씬 다양한 아이디어와 개성이 넘치는 IP의 보고였다. 넷플릭스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스위트홈>(2020), <지옥>(2021), <지금 우리 학교는>(2022)을 연달아 영상화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결과적으로 국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 (왼쪽) 스위트 홈 (가운데) 지옥 (오른쪽) 지금 우리 학교는(이미지 제공 :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액션, 스릴러 장르가 연달아 성공하자, 웹툰을 원작으로 드라마를 제작하는 경향이 가속화되기 시작한다. 장르도 다변화됐다. 디즈니+를 살렸다고 평가받는 <무빙><비질란테>를 비롯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화제를 모은 <D.P>,<마스크 걸>,<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모두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토종 OTT도 예외는 아니었다. 웨이브의 <거래>, 티빙의 <운수 오진 날>, <아재, 곧 죽습니다>도 모두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다. OTT에서 시작된 웹툰 원작 드라마의 인기는 지상파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에 따르면, 2021년 이후부터 영상화되는 웹툰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 네이버웹툰의 경우 202225, 202329개의 웹툰을 영상 콘텐츠로 제작했다. 2024년에는 <중증외상센터> 등 최소 30개 이상의 웹툰이 영상화될 예정이다. 카카오웹툰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 총 65건의 드라마 판권을 판매했다. 2021년부터는 매년 50여 건의 판권을 넘겼다. 이제 한국 드라마의 상당수가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웹툰 원작 드라마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2021년 이후 큰 인기를 끌며 주목받은 웹툰 원작의 한국 드라마는 다음과 같다.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CJ ENM>

 <넷플릭스>

<기타>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웹툰 원작 드라마들에 대한 해외의 반응도 뜨겁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 걸> 벌써 이탈리아 드라마 순위 TOP10 안에 진입했다.” (이탈리아, 파노라마, ’23.8.24.)

“<지금 우리 학교는>은 동명의 웹툰을 각색한 작품으로, 공개 30일 동안 4 7,426만 시간의 시청 시간을 기록.” (UAE, 걸프뉴스, ’23.8.1.)

현재 넷플릭스의 글로벌 비영어 작품 TOP10에 이름을 올린 한국 드라마 <사냥개들>과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네이버 웹툰을 각색한 것” (미국, Deadline, ’23.7.6.)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줄줄이 흥행하다 보니, 해외에서도 K-웹툰을 활용한 드라마 제작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최대 민영 방송사인 후지 TV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청춘 로맨스 웹툰 <아쿠아 맨>의 판권을 사들여 드라마로 제작, 2025년 방송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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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진

글쓴이 최우진은 20년간 <인간극장>, <추적60분>, <한국기행> 등 방송다큐멘터리를 집필한 작가인 동시에 <본 어게인>, <마우스>, <블라인드> 등 드라마 기획에 참여한 프로듀서다. <워킹 데드>의 제작사인 스카이 바운드와 한미합작 드라마를 기획하기도 했다. 현재는 원천IP 기획개발 및 작가 회사인 스토리위드의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