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웹툰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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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웹툰의 만화 강국 공략법 ③ 동남아시아 (下)

글로벌 웹툰 지형도 5화

2024-10-20 신정아

K-웹툰의 만화 강국 공략법 ③ 동남아시아 (下)

불법유통에 맞서 전쟁 중인 플랫폼들

  그러나 웹툰 시장의 글로벌 진출이 성공할수록 음지에서는 불법유통이라는 독버섯도 함께 쑥쑥 자라고 있었다. <2023 웹툰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웹툰 불법유통 시장 규모는 7215억원(2022년 기준) 수준으로, 합법 시장 침해율이 무려 39.4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웹툰산업(총매출액 18290억원)40%에 육박하는 웹툰 불법 유통시장이 국내에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는 한국어로 서비스되는 경우만 따져본 것이어서 한국어가 아닌 타 언어로 서비스되는 불법 유통 사이트까지 고려한다면 전체 불법 유통 시장 규모는 이보다 휠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인터폴과 협조해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사이트를 단속하고 있지만 우후죽순 생기는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기는 역부족이다.

  웹 트래픽 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국제 웹툰 불법 유통 웹사이트 중 한 곳인 톱만화(Top Manhua)’7월 한 달 간 방문 횟수는 8039만 회에 달했다. 네이버웹툰의 공식 영문 웹사이트 ‘WEBTOON’의 방문 횟수인 3074만 회의 세 배에 육박한다. 영문 사이트인 톱만화는 <나 혼자만 레벨업>, <입학용병> 등 인기 국내 웹툰을 무료로 볼 수 있어 영어권 이용자가 몰린다. 국내 업체는 해외에서도 일정한 비용을 치르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회차를 미리 볼 수 있는 방식의 수익 모델(BM)을 채택하고 있다. 회당 가격은 200~600원이다. 그러나 불법 사이트에선 모든 회차 웹툰을 무료로 볼 수 있어 수익에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예컨대 톱만화와 비슷한 불법 사이트인 만화톱(Manhuatop)’에선 네이버웹툰의 인기작 외모지상주의515화까지 공짜로 볼 수 있다. 현재 공식 플랫폼에선 509화까지만 무료이고 510화부턴 유료로 결제해야 한다. 불법 유통 사이트들은 범죄조직의 불법 도박 광고 등을 유치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불법 공유사이트 뉴토끼 역시 모든 웹툰 플랫폼의 작품을 불법으로 공유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차단 조치를 하고, 경찰이 운영자를 수사하고, 국회의원이 문제제기를 하고, 언론이 기사를 쓰고 피해업체들이 고발도 해보지만 사이트 차단은 쉽지 않다. 도메인 주소를 매번 바꿔서 사이트가 차단될 때마다 새로운 도메인으로 운영하고, 서버 역시 해외 클라우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운영자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심위가 새로 생긴 사이트를 차단하는 데 2~3주가 소요되지만, 대체 사이트는 하루면 만들어진다. 뉴토끼가 다시 뉴뉴토끼가 되는 것이다. 경찰청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98월부터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뉴토끼 운영자 A를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지금까지 붙잡지 못하고 있다. A는 수시로 도메인을 변경하는 수법으로 뉴토끼 외에 마나토끼(일본 만화 등), 북토끼(웹소설) 등 불법 복제 콘텐츠 유통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2017년 일본으로 건너간 A는 수사가 시작되자 일본 국적을 취득해 귀화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의원실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 8월 불법 웹툰·웹소설 사이트 6곳에서 발생한 피해액은 약 780억 원으로 추산되며, 그 중 뉴토끼가 차지하는 피해액은 약 398억 원이다. 강의원은 웹툰·웹소설과 같은 스낵컬처 장르는 초독의 가치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저작권 보호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출처: 이코노믹리뷰

  카카오엔터는 지난 813<5차 불법유통 대응백서>를 발간하고, 올 상반기 불법 웹툰·웹소설 콘텐츠 단속 성과를 공개했다. 1월부터 6월 사이 카카오엔터 불법유통 대응팀 피콕(P.CoK)이 차단한 불법물은 9904883, 링크를 없앤 경우는 259978268건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202111월부터 지난 해 12월까지 카카오엔터가 삭제·차단한 건수(23000만여건)보다 많은 수치다. 이와 함께 전세계 불법 사이트 31곳의 운영자 90여명을 특정해서 자발적인 폐쇄를 유도했고, 아랍어권 최대 불법사이트 지만가(Gmanga)’를 비롯한 7개 대형 사이트를 폐쇄 조치했다. 카카오엔터는 국내외 불법 사이트별 도메인 변경 패턴을 분석,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자동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영미권 외에 중동, 남미, 베트남 등 전 언어권으로 대응체계를 확장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카카오엔터는 4월에는 구글 투명성 보고서 저작권자 기준 콘텐츠 삭제 분야글로벌 신고 수 6위에 등재됐고, 7월에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최초로 구글 저작권 제거 신뢰프로그램(TCRP)’ 공식 파트너사에 선정되었다.

△ 출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네이버웹툰은 웹툰 이미지에 보이지 않는 사용자 식별 정보를 삽입해 최초 불법 유출자를 식별·차단하는 기술인 툰레이더시스템을 개발해서 20177월부터 불법 복제물 추적에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자체 집계에 따르면, 툰레이더가 주요 작품의 불법 유통을 지연시켜 보호한 저작물의 권리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최소 2억 달러(27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미국 법원에 소환장 발부를 신청해 150여 개 불법 사이트가 완전히 삭제되거나 운영을 중지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올해 해외에서 불법유통된 K-콘텐츠 대응 조치는 556,590 건으로 집계됐다. 웹툰 등 만화 분야는 326,733건이 적발됐는데 이 중 해외 적발이 275,682건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K-콘텐츠의 해외 불법 유통이 급증하는 데에 비해 대응 예산과 인력 등은 부족한 실정이다. 2024년 해외 저작권사무소 구축 및 운영과 해외저작권 보호 체계 강화, 민간 주도 해외저작권 보호 체계 기반 구축 등을 위해 마련된 예산은 62100만원이다.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운영과 저작권 보호 및 침해 예방, 온라인 한류 콘텐츠 저작권 보호 등 국내 불법 복제물 대응을 위해 약 140억 원이 마련된 것과는 크게 차이가 있다. 해외 모니터링 인력도 20명으로, 국내 195명의 1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창작자들의 저작권과 플랫폼의 수익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국제 공조를 통해 불법 유통 사이트와 운영자에 대한 폐쇄와 법적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문화적·제도적 성숙함을 갖춰야 할 때

  문화콘텐츠는 로컬의 인문학적 상상력이 기술과 융합해서 탄생한 장르이다. 인문학적 상상력이란 타인의 삶에 공감하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성숙한 배려에서 구현된다. 따라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현지의 작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문화적 정체성이 담긴 콘텐츠를 육성하는 것은 유효한 전략이다. 그러나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만으로는 창작자의 권리와 플랫폼의 수익을 보전하기가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다. 소비자들 역시 초독의 매력과 공정한 콘텐츠 이용에 대한 인식과 참여를 통해 웹툰 콘텐츠 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함께 도모해야 할 때다. 콘텐츠IP를 통한 소비시장은 장르와 국경을 초월한다. 웹툰으로 시작된 동남아시아의 문화 교류가 각 나라의 로컬리티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확장되어야 할 시기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K-콘텐츠 해외진출 현황조사>에 따르면 전체 참가자 중 74.8%K-콘텐츠를 통해 한국 제품과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응답했다. 긍정적 답변이 높은 국가는 태국(93.3%), 베트남(90.3%), 인도네시아(86.7%) 순이었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K-콘텐츠 해외진출 현황조사

  그러나 2023년 기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에 수출되는 K-콘텐츠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비록 현재의 시장성은 높지 않지만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급격한 부상과 함께 향후 K-콘텐츠의 점유율을 넓혀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곳이 동남아시아 지역이다. 잠재적 시장으로서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 시장에서 새로운 이용자들을 유입하기 위해서는 현지 감성과 서비스의 문제점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24 해외한류 실태조사>에서 K-웹툰 경험자 중 한국 웹툰이 마음에 든다고 답변한 비율(호감 비율)은 작년보다 2.1% 하락한 71.7%로 나타났다. 마음에 드는 이유(중복 응답)스토리가 짜임새 있고 탄탄해서’(29.3%), ‘그림 묘사가 사실적이고 섬세해서’(29.0%), ‘다양한 소재 또는 장르를 다뤄서’(24.6%) 등이 주로 꼽혔다. 반면 호감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번역이 미흡해서20.6%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낮은 접근성문화적 차이가 꼽혔다.

출처; 한국국제문화교류재단, 2024 해외한류 실태조사

  웹툰은 K-콘텐츠의 대표 장르에서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문화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알리고, 견인하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웹툰 산업도 이제는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유니버설 스탠다드(Universal Standard)급의 완성도 및 창의성, 혁신성을 토대로 글로벌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여야 할 때다. 기술과 문화 두 가지 차원에서 보다 안정화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끊임없이 확장되는 웹툰 콘텐츠IP 생태계로 형성되는 연관 상품과 서비스도 소비자의 취향과 눈높이에 맞는 완성도를 갖춤으로써 콘텐츠의 가치와 품질을 재고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정한 콘텐츠 이용과 수익 보전을 위해 글로벌 연대와 가이드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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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글쓴이 신정아는 문화콘텐츠학 박사로 현재 대학에서 콘텐츠 기획 및 제작, 비평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KBS, OBS 시청자평가원으로 활동하며 방송통신위원회 표창을 수상하였습니다. 저서로는 <뉴미디어와 스토리두잉>, , <디지털 소양을 위한 리터러시 교육>, <문화콘텐츠와 트랜스미디어>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