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웹툰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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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기반 K-콘텐츠의 성공비결③ 게임 (上)

글로벌 웹툰 지형도 8화

2025-01-19 신정아

웹툰 기반 K-콘텐츠의 성공비결③ 게임 (上)

콘텐츠IP, 장르와 세계관을 넘나들다

  1217일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시즌2 공개를 앞두고 오징어게임: 모바일 서바이벌을 출시했다. ‘오징어게임: 모바일 서바이벌오징어게임’ IP를 기반으로 개발된 배틀로얄 액션 장르로 라운드를 거듭하며 최종 1인만 살아남는 라스트맨 스탠딩 형식으로 진행된다. 32명의 플레이어들과 함께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유리 징검다리 건너기등을 체험하는 것은 물론이고 게임에서만 등장하는 요소들도 다양하게 제공되어 플레이어들의 재미를 더했다. ‘오징어게임: 모바일 서바이벌은 총 9개 종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종목별 6개 모드가 있어 총 54가지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 게임 진행 중 획득한 아이템이 예상 외의 변수가 되기도 하고, 캐릭터별로 각각의 스킬을 사용해서 생존 확률을 높여주거나 더 빨리 이동할 수 있게 해준다. 보상이나 구매를 통해 각 캐릭터의 조각을 모아 레벨을 올리고 스킬과 의상 등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몰입감을 높였다. 넷플릭스 구독자가 아니어도 앱 마켓을 통해 게임을 다운로드 받은 후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오징어게임세계관으로 진입이 가능한 방식이다. ‘오징어게임’ IP 요소들이 게임을 통해 다양하게 구현되면서 시즌2를 기다리는 팬들은 물론이고 아직 시즌1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인기 IP를 활용한 게임서비스를 다양하게 선보였는데 그 중에서도 오징어게임: 모바일 서바이벌은 자체 제작 게임 중 가장 큰 규모로 꼽힌다.

△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모바일 서바이벌’ (출처: 넷플릭스)

  날마다 OTT 플랫폼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영화, 시리즈, 예능이 대중에게 오픈되고, 웹툰과 웹소설을 연재하는 스토리 플랫폼 역시 분초를 다투어 새로운 작품들을 끊임없이 업로드하고 있다. 콘텐츠 전성시대. IP(Intellectual Property)는 창작과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아직 생태계에 진입하지 않은 예비 창작자들에게 가장 핫한 이슈이자 목표가 되고 있다. 슈퍼IP란 성공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을 횡단하면서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세계관과 스토리를 확장하며 강력한 팬덤을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슈퍼IP의 기획과 발굴은 강력한 IP 밸류 체인 시너지가 필수적이다. 원천IP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사랑하는 팬들을 향해 다각적인 사업화를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디즈니, 유니버설 등 글로벌 엔터 기업들은 이미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제작사를 자회사로 두고 시너지를 만들면서 슈퍼IP에 집중해 왔다. 과거에는 오랜 시간 팬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성장한 캐릭터와 스토리가 슈퍼IP로 성장하는 추세였으나 최근에는 기획 단계부터 다양한 확장과 연결을 고려한 IP를 설계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인기 웹툰과 웹소설의 장르 횡단은 이미 팬들에게 익숙한 경험이 되고 있고,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의 변주 역시 전통적인 OSMU 방식으로 꾸준히 활용되어 왔다. 최근 MZ 세대들에게 팝업 스토어가 새로운 콘텐츠 마케팅 사례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장르로서 게임 역시 세계관의 확장과 강력한 인터렉티브 스토리텔링으로 IP 비즈니스의 트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캐릭터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선호하는 캐릭터를 바탕으로 제작된 다른 콘텐츠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이용자 수가 전체의 61.2%로 나타났다. 지난 해 57.1%에서 4.1% 증가한 수치이다. 이는 IP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지갑을 열어 캐릭터IP를 이용한 타 장르 콘텐츠를 유료로 이용하는 데에 거부감이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캐릭터IP활용 시 다른 콘텐츠 이용 경험 추이(출처: 아시아경제)

  조사에 따르면 남성일수록, 연령이 낮을수록 좋아하는 캐릭터가 게임 장르로 활용되는 경우를 선호한다. 전체 선호도가 27.3%인데 남성만 대상으로 하면 33.1%에 이른다. 10대와 20대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높은 38.8%, 37.2%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부상하고 있는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활용할 경우 게임콘텐츠를 이용하겠다는 비중은 1075.8%, 2072.1%로 가장 높았다. 이러한 추세는 게임업계가 IP 발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는 토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캐릭터 IP확장 시 유료 이용 선호 콘텐츠(출처; 아시아경제)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성공한 지식재산권(IP)을 통한 가치사슬의 확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게임 캐릭터를 활용해서 드라마, 영화를 제작하는 사례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바야흐로 콘텐츠IP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화와 게임의 콜라보, 벌써 28

  2024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웹소설과 웹툰IP를 기반으로 한 넷마블의 나혼자만레벨업: 어라이즈가 대상을 수상했다. 모바일게임으로 출시된 나혼자만레벨업: 어라이즈는 출시 하루만에 140억원의 매출과 500만명의 활성이용자를 기록하면서 화제가 됐다. 정식 출시되기 전, 사전 이용자 등록 이벤트에서도 무려 15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나혼자만레벨업: 어라이즈는 단순히 IP를 재활용한 게임이 아닌 재해석과 재창조를 통해 세계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웹툰의 게임화는 이용자들의 감각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스토리 속으로 참여하는 효과를 얻는다는 장점이 있다. 1인칭 시점으로 웹툰의 인물과 공간, 사건을 접하면서 직접 서사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게임은 MZ세대들에겐 친숙한 미디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민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서 59.9%(5988)최근 1년 간 게임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게임 이용자 8천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별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91.7%가 모바일 게임을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 해보다 7.1% 증가한 수치이다. 일평균 게임 이용 시간은 주중 171, 주말 253분으로 지난 해보다 각각 12분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 게임 이용자 실태 조사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IP를 원작으로 게임을 제작한 것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넥슨의 바람의 나라’(김진작가의 동명 만화 원작)를 시작으로, 1998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신일숙 작가의 동명 만화원작)로 이어졌다. ‘바람의 나라는 국내 온라인게임 중 가장 오랫동안 운영 중인 게임으로 인정받고 있다. ‘리니지역시 리니지2’, ‘리니지W’, ‘리니지M’ 등 시리즈물로 제작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엔씨소프트에서 공식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3분기 기준으로 리니지’ IP 매출 총액은 누적으로 159,051억 원이다. 2005년 엠게임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열혈강호 온라인’(전극진, 양재현 작가 동명 만화 원작)은 무협 장르로 중국에서도 팬덤이 형성되어 현재까지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되고 있다. 2015년 와이디온라인에서 출시한 네이버웹툰 IP 게임 갓오브하이스쿨모바일 게임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게임은 웹툰에서 만날 수 있었던 다양한 캐릭터를 수집한 턴제 액션 RPG로 제작됐다. 당시 모바일게임 시장은 넷마블의 레이븐이나 웹젠의 뮤오리진등 대형 RPG가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던 시점이었는데 갓오브하이스쿨은 캐릭터 수집형 2D RPG로 흐름을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공개된 게임은 원작의 캐릭터와 매력을 잘 살렸고, 웹툰의 방대한 셋계관을 게임에서도 잘 담아내면서 원작 팬과 게이머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갓오브하이스쿨모바일게임은 출시 이후 국내 구글 플레이 1위는 물론이고, 국내 매출 순위에서도 6위에 오르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게임산업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급속한 변화를 겪는 시기, IP와 게임 간 콜라보는 계약과 수수료 등에 관한 표준안 마련이 부재한 상태에서 소강상태가 지속됐다. 이후 넷마블에서 인기 웹툰 신의 탑을 게임으로 출시하면서 IP 게임의 새로운 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신의 탑20106월 네이버 연재를 시작한 후 현재까지 전 세계 누적 60억 뷰라는 기록을 세웠다. 2020년에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흥행에 성공했다. 애니메이션은 작화와 신선한 이야기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원작 팬들로부터 각색과 관련된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지만, 글로벌 이용자들을 사로잡는 데엔 성공했다. ‘신의 탑’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은 2016년 네오위즈가 모바일 액션RPG ‘신의 탑을 선보였고, 2022년 엔젤게임즈가 방치형 2D MMORPG ‘신의 탑M: 위대한 여정을 출시했다. 2023년 출시된 넷마블의 신의 탑: 새로운 세계는 원작의 주요 사건을 한 편의 애니메이션처럼 연출해서 웹툰 원작을 몰라도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게임으로만 체험할 수 있는 스토리를 추가하면서 원작 팬들에게도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넷마블 신의탑: 새로운 세계’ (출처: 넷마블)

  20245월 출시된 넷마블의 나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역시 웹툰·웹소설 기반 IP를 기반으로 한 RPG 게임으로, 174개국에서 정식 출시된 후 141개국에서 다운로드 1, 21개국에서 매출 1위를 달성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나혼자만레벨업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차원을 연결하는 게이트가 열리고, 게이트 속 던전에서 마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판타지 세계를 그리고 있다. 마물과 대결할 수 있는 초인적인 힘을 각성한 헌터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던전을 공략하며 대가를 받는 것을 생업으로 삼아 살아 간다. 주인공 성진우는 강력한 헌터들 중 인류 최약병기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하급 헌터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랭크 던전에 숨겨진 고랭크 이중 던전에서 빈사의 중상을 입은 성진우는 죽음의 순간 플레이어가 되라는 퀘스트를 받는다. 이를 수락한 성진우는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레벨업을 할 수 있는 헌터로 재각성하게 되고 전 세계 유일무이, 전무후무한 능력으로 던전을 처리해 나간다.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로 누적 이용자 수 5000만 명을 돌파했고, 이러한 흥행에 힘입어 <2024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탄탄한 팬층을 활용한 성공 사례는 IP 확장의 가능성을 증명하면서 게임업계에서도 웹툰·웹소설·만화 등 출판IP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2026검술명가 막내아들을 게임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검술명가 막내아들은 검술 가문의 최악의 둔재에서 최강의 마검사로 거듭나는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넥슨은 웹소설에서 시작해서 웹툰으로 연재 중인 템빨에 대한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템빨은 중세 시대 배경의 게임 속에서 우연히 초월적 힘을 얻은 주인공 신영우의 모험 과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플랫폼에서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연재하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웹소설이며, 2020년 레드아이스 스튜디오가 웹툰으로 제작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웹툰웹소설 통합 조회수는 13억을 기록했다.

  게임사의 입장에서 인기 웹툰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보다 배경과 서사를 짜는 시간을 대폭 아낄 수 있고, 원작을 다양하게 즐기고 싶어하는 팬들을 자연스럽게 게임 이용자로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다. 마케팅 효과와 글로벌 진출에서도 유리히다. 게임의 마케팅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치솟고, 신생 IP를 알리기 위해서는 더 높은 장벽들이 있기 때문이다. 웹툰과 게임 모두 취향과 감성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장르간 횡단을 통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서로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게임 시장의 마케팅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면서 이미 팬덤이 확보된 웹툰IP를 기반으로 한 게임 출시는 점점 더 본격화되고 있다.

 주요 게임사의 IP게임 출시 현황 (출처: 디일렉)

  한국콘텐츠진흥원은 1217일에 열린 2025년 지원사업 설명회에서 글로벌 시장을 위한 콘텐츠 지식재산 발굴 지원에 주력한다고 발표했다. 콘진원은 새해 우수 콘텐츠 IP 개발과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을 위해 장르·기능별 지원을 고루 강화한다. 장르별 예산은 방송영상 980억원 게임 632억원 애니메이션 287억원 음악 250억원 만화·웹툰 210억원 신기술융합 155억원 캐릭터 83억원 패션 78억원 스토리 36억원 등으로 편성됐다. K만화·웹툰이 K콘텐츠의 원천 IP로 급부상하는 것에 발맞춰 만화·웹툰 분야 예산을 약 84억원 증액했다. '글로벌 웹툰 IP 제작지원', '현지화 콘텐츠 발굴 지원' 등 신규 사업을 편성했다. 한류 IP 연계 협업 상품을 기획개발하고 국내외 유통을 지원한다. 콘텐츠 IP 산업 전문인력도 양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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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글쓴이 신정아는 문화콘텐츠학 박사로 현재 대학에서 콘텐츠 기획 및 제작, 비평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KBS, OBS 시청자평가원으로 활동하며 방송통신위원회 표창을 수상하였습니다. 저서로는 <뉴미디어와 스토리두잉>, , <디지털 소양을 위한 리터러시 교육>, <문화콘텐츠와 트랜스미디어>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