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웹툰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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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코믹스(Novel Comics) 시대의 명과 암 (上)

글로벌 웹툰 지형도 9화

2025-02-16 최우진

노블코믹스(Novel Comics) 시대의 명과 암 (上)

웹툰이 된 웹소설, 노블코믹스(Novel Comics)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지금 거신 전화는>의 인기가 뜨겁다. OTT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TV SHOW’ 부문에서 전세계 순위 4위에 오르는 것은 물론, 나라별 순위에서 대한민국을 비롯한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홍콩,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총 12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지금 거신 전화는>은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앞서 <사내 맞선>, <남남> 등 자체 스토리 IP를 직접 드라마로 기획, 제작한 바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동명 웹소설을 바탕으로 웹툰을 제작하고, 이를 영상화 해 드라마로 선보이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만의 IP 벨류체인 시너지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웹소설 <지금 거신 전화는>(), 웹툰 <지금 거신 전화는>(중앙),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웹소설 원작 작품 대세론은 지난 수년간 웹툰 업계의 가장 뜨거운 키워드였다. 콘텐츠 시장에서 웹툰의 인기가 높아지고 시장이 확대되면서 보다 많은 양의 작품을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한 고심 끝에 시작된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화 움직임. 이는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하나의 소재를 서로 다른 장르에 적용함)라는 대세론과 맞물리면서 노블코믹스라는 이름을 달고 계속해서 확장되는 추세다. 한국콘텐츠 진흥원이 실시한 <2024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0.8%가 웹소설 원작 웹툰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웹소설 원작 웹툰 이용 경험률은 여성 대비 남성의 경험률이 높았으며, 연령이 낮을수록 경험률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특히 10대와 20대의 경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2022년과 2023년에 비해 비율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트렌드에 민감한 1,20대가 즐겨보는 콘텐츠인 만큼 산업에서 의미 있는 위치를 차지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웹툰 산업 내 스튜디오의 분업화와 블록버스터가 본격화됨에 따라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메인 플랫폼의 노블코믹스 비중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웹소설 원작 웹툰 이용 경험

노블코믹스(Novel Comics)의 성장 배경

  ‘노블코믹스(Novel Comics)’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웹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웹툰'이다. 오리지널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웹툰과 달리, 노블코믹스에는 원작 웹소설이 존재한다. 노블코믹스는 카카오페이지가 2015년 웹소설 원작을 웹툰으로 제작 서비스하면서 명명한, 웹소설 원작 미디어 믹스 콘텐츠다. 카카오페이지에서 검증된 인기 웹소설을 바탕으로 이를 웹툰화했는데, 그 결과 웹툰과 웹소설 둘 다 높은 매출과 트래픽을 이끌어내면서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노블코믹스는 카카오페이지에서 만든 단어지만 이와 같은 작업이 일반화된 2020년대 이후에는 플랫폼에 상관없이 웹소설 원작 웹툰 전반을 가리키는 신조어가 되었다. 그렇다면 웹소설 원작 웹툰의 성장 배경은 무엇일까.

산업적 측면

노블코믹스의 성공요인으로는 작품성과 흥행이 검증된 웹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콘텐츠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웹툰 업계 전문가들은 웹툰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작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노블코믹스는 이미 인기와 스토리텔링 능력이 증명된 내용을 기반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초기 기획에서 짊어져야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특히 노블코믹스는 국내 시장뿐만이 아닌 글로벌 IP 시장에서도 2차 창작 트렌드를 선도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웹툰의 인기에 힘입어 원작인 웹소설의 인지도와 매출이 함께 상승하는 역주행의 선순환도 일어난다. 한국콘텐츠 진흥원이 실시한 <2024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웹소설 원작 웹툰 이용자 가운데 66.4%가 원작 웹소설을 이용한 경험이 있었으며, 특히 여성 및 연령이 높을수록 경험률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웹툰을 먼저 본 후, 원작인 웹소설을 보았다(웹툰웹소설)’ 비율이 원작 웹소설을 본 후 웹툰을 보았다(웹소설웹툰)’ 비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원작 웹소설 이용 경험

  <웹소설 원작의 웹툰 이용자 반응 연구/김수빈(2022)>의 심층면접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토리의 만족도측면에서는 오리지널 웹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는데 웹소설 원작 웹툰을 선호하는 응답자의 경우, 원작의 스토리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웹툰 각색을 거치면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시각적 퀄리티의 만족도측면에서는 참여자의 다수가 웹소설 원작의 웹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이미 완성되어 있는 스토리로 웹툰을 만들기 때문에 퀄리티에 비교적 만족할 수 있었으며, 화려한 작화로 시각적 만족감이 온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장르의 다양성측면에서는 전원 오리지널 웹툰이 더 다양하다는 의견이었다. 오리지널 웹툰의 경우 원작의 작품성과 관계없이 작가의 세계관이 반영된 작품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장르 선정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웹소설 원작 웹툰의 경우, 과반수가 로맨스 판타지 장르에 치중되어 있다는 언급이 다수 있었다. 이런 연구 결과로 볼 때, 오리지널 웹툰과 웹소설 원작 웹툰에 대한 독자들의 선호도는 다양하지만, 노블코믹스가 웹툰, 웹소설 시장 확대에 미친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은 분명하다.

  웹소설 원작 웹툰이 대거 등장하면서 웹툰 업계가 누린 효과는 크다. 노블코믹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웹툰 업계는 유망하지만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너무 큰시장이었다. 산업으로 불리기엔 기업 자체가 에이전시 형태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작가 육성이 곧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지도 불투명한 산업이었다. 투자를 하려고 해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곧 플랫폼 투자를 의미했지, 플랫폼을 제외한 곳에서 투자를 받는 사례는 흔치 않았다. 하지만 웹소설 원작 웹툰이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웹툰 분야에서 투자를 받는 업체들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고용창출을 비롯한 파급효과가 적지 않았다. 동시에 웹소설 원작인 <재벌집 막내아들>의 대성공으로 웹소설-웹툰-드라마로 이어지는 벨류체인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처럼 웹툰 산업이 작은 시장의 규모에서 산업의 규모로 확대되는 데 있어 노블코믹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작의 측면

  제작의 측면에서는 빠른 도전이 가능하다. 완성된 시나리오가 있고, 이미 독자의 수자로 증명된 콘텐츠가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웹소설 원작은 기존 웹소설 독자들을 더 큰 시장으로 유도하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이미 검증된 콘텐츠의 재미를 웹툰으로 옮길 수만 있다면, 웹툰을 보고 있는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검증하는 시간과 비용, 즉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웹소설 원작 웹툰은 제작의 측면에서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때문에 노블코믹스 전문 제작사들이 빠르게 등장하기도 했다. 제작에 들어가는 리스크 중에서도 특히 프리프로덕션에 해당하는 기획 및 구성 단계의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보통 웹툰 제작에 필요한 기간은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서사나 인물의 갈등과 같이 뼈대를 세우는 것 외에 캐릭터 디자인, 배경, 각색 등 여러 단계의 작업이 필요하다.

<웹툰 제작 과정>

일반적인 웹툰 제작과정은 기획을 거쳐, 스토리, 콘티 작업 후 실제로 그림이 그려지는 배경, 데생, 펜선, 채색, 후반작업으로 구성된다.

웹툰 제작 과정

  그런데 웹소설을 원작으로 웹툰을 제작할 경우, 서사나 인물의 갈등 같이 뼈대를 세우는 작업에 필요한 시간이 줄어들고, 대신 제작에 필요한 요소들을 집중적으로 고민할 수 있게 되어 작화의 퀄리티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같은 기간을 고민하더라도 고민의 밀도와 깊이를 다르게 해주는 셈이다. 이야기를 쓰다 갈아엎고 다시 갈아엎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원작이 있는 경우 미리 이 경험을 해 본 작품을 그리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아주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블 코믹스(Novel Comics)의 선정 기준

  그러나 인기 있는 웹소설이라고해서 모두가 웹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웹소설이 각색을 통해 웹툰의 형식으로 재구성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에 부합해야한다. 우선, 웹소설과 달리 웹툰은 비주얼 콘텐츠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나타내기에 매력적인 작품이어야 한다. 시각적으로 매력있는 캐릭터 설정, 사건 중심의 서사를 통해 캐릭터의 능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작품이 노블코믹스로 적합하다. 글로벌 독자의 선호도 역시 중요한 척도로, 국내 독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맥락과 설정이 많은 작품보다는 해외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가 유리하다. 또한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작품은 작화 단계에서 많은 공수를 들여야 하기 때문에 제작 전에 이를 고려해야한다. 노블코믹스 제작사들이 웹툰화 가능한 웹소설 원작을 고르는 판단 기준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독자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가.

  시각화하기에 매력적인 작품이어야 한다. 웹툰은 비쥬얼 콘텐츠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매력있는 캐릭터 설정, 사건 중심의 서사로 캐릭터의 능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포인트다.

글로벌 독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가.

  해외 독자들에게 이해의 장벽이 낮은 이야기가 각색에 유리하다. 한국식 말장난, 한국의 문화 등의 장벽이 있을 경우, 해외 독자들을 설득하는데 불안요소가 생기기 마련이다. 누구나 쉽게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어야한다.

제작의 난이도를 고려한 작품인가.

  웹툰은 하나하나 그림을 그려 표현해야하는 공수가 필요한 콘텐츠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의 공수와 난이도를 고려해 웹소설을 선정해야한다. 블록버스터 수준의 광대한 세계관은 기획 단계부터 시장성과 성공 요소 등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캐릭터와 플롯이 탄탄한가.

  캐릭터의 매력은 매우 중요하다. 단순하고 평면적이기보다는 복합적인 전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에피소드가 탄탄하고 사건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는지도 콘 체크해봐야할 요소 중 하나다.

  이러한 까다로운 선정 과정을 거쳐 제작된 노블코믹스의 대표작은 <나 혼자만 레벨업>이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된 웹소설로 낮은 레벨의 E급 헌터였던 주인공이 최강자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연재될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2018년 웹툰으로 제작되면서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142억 회의 글로벌 조회 수를 비롯해 누적 열람자 수 17500만 명, 좋아요와 댓글 등 사용자 반응 16500만 건을 기록했으며, 일본을 비롯해 카카오가 진출한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러한 글로벌에서의 폭발적인 인기 덕분에 2021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달빛 조각사>, <김 비서는 왜 그럴까>, <사내 맞선>, <황제의 외동딸>, <상수리나무 아래>, <화산귀환> 등의 웹소설이 웹툰으로 제작되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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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진

글쓴이 최우진은 20년간 <인간극장>, <추적60분>, <한국기행> 등 방송다큐멘터리를 집필한 작가인 동시에 <본 어게인>, <마우스>, <블라인드> 등 드라마 기획에 참여한 프로듀서다. <워킹 데드>의 제작사인 스카이 바운드와 한미합작 드라마를 기획하기도 했다. 현재는 원천IP 기획개발 및 작가 회사인 스토리위드의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