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웹툰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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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기반 K-콘텐츠의 성공비결③ 게임 (下)

글로벌 웹툰 지형도 8화

2025-01-19 신정아

웹툰 기반 K-콘텐츠의 성공비결③ 게임 (下)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웹툰의 게임화

  한편 웹툰IP의 게임 출시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웹툰 기반 게임이 원작의 인기에만 의존하고 원작에 대한 이해 없이 게임을 개발하다 보니, 원작 팬과 게이머 모두에게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네이버웹툰은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을 외부에 맡기고, IP제공과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게임으로 출시 예정인 네이버웹툰은 비서 일탈’, ‘이번 생도 잘 부탁해’, ‘ID는 강남미인’, ‘간 떨어지는 동거’, ‘작전명 순정’, ‘사형집행관등이다.

△ 게임 개발 추진 중인 네이버웹툰 (출처: 서울경제)

  작전명 순정은 영어 플랫폼에서 24280만회 이상의 조회를 기록한 인기 웹툰이다. '간 떨어지는 동거ID는 강남미인등은 같은 이름의 드라마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끈 간판 IP 중 하나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이용자 평점이 9.86에 달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비서 일탈은 동명의 웹소설을 웹툰으로 옮긴 후 더 넓은 팬층을 확보했다. 네이버웹툰은 이번 협업을 통해 시뮬레이션 등 원작의 매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IP의 서비스 외연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양사는 향후 게임화할 웹툰을 더 넓히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네이버웹툰이 지금껏 단발성으로 게임 개발사에 웹툰 IP를 제공하거나 국내 개발사에 외주 형태로 게임 개발에 나선 적은 있지만 이처럼 해외 개발사를 통해 동시에 여러 작품을 게임화한 건 처음이다.

  네이버웹툰의 게임화에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웹툰 플랫폼에 이용자들을 재유입시키기가 쉽지 않은 점과 게임에 대한 이용자들의 기대치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그동안 웹툰IP를 기반으로 출시됐던 수많은 게임들이 흥행에 실패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영화, 드라마, 굿즈, 팝업스토어 등의 선순환은 웹툰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효과가 크지만 게임을 통해 웹툰 플랫폼으로 유입되는 경우는 성공률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공한 원작은 양날의 검이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평가다. 출시 전과 서비스 초기 이용자 확보에는 분명 유리하지만 원작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기존 작품의 팬들을 기반으로 일반 게임 이용자들로 타깃을 넓혀야 하는 구조는 개발사에게 딜레마를 안긴다. 세계관 훼손을 거부하는 원작 팬들의 요구대로 단순히 그대로 게임에 옮기기만 한다면 게임성 자체를 놓치기 쉽다. 완결된 원작의 경우 등장인물이나 배경 설정에도 제약이 생기는데 서비스 운영이 장기화될 때 업데이트 요소가 줄어들면 게임의 매력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웹툰 및 웹소설이 게임 소재로 적합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없지 않았다. 특히 이들 장르는 독자로만 향하는 한 방향 흐름인데 반해 게임은 그렇지가 않기 때문이다. 또 원작 재미 요소를 충실히 구현해야 하는 데 그렇게 작품을 완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팬들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을 수 있다.

  원작 IP를 게임 제작에 활용하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지만 기존 콘텐츠를 그대로 재활용하는 전략은 한계가 있다. 게임화 할 경우 강력한 IP의 성공 이력에만 기대지 말고 게임의 고유 강점인 상호작용 성격을 극대화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게임 산업은 단순히 인기 IP에 의존하는 것으로 성공을 보장받기 어려운 시장이다. 시장 친화적 기획력과 퀄리티 높은 그래픽, 탁월한 운영 능력, 부담없는 결제 모델 등 다방면의 역량이 결집된 총체적 사업이다. 따라서 원작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게임만의 고유한 경험의 디자인, 탄탄한 세계관의 입체적 구현 등이 필수적으로 반영되어야 원작 팬들과 게이머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툰의 게임화는 대세

  2025년에도 웹툰 IP의 다각화는 국내를 넘어서 글로벌 시장으로 더욱 확장될 추세다. ‘나혼자만레벨업: 어라이즈의 대성공 이후 웹툰의 게임화는 K-콘텐츠의 가치 사슬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웹툰의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으면서도 방대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경험 서사로 게임이 제작될 때 독립적인 콘텐츠로서의 가치도 상승할 수 있다. 원작의 소재와 감성은 살리되 게임만의 인터페이스와 캐릭터, 진행방식에서는 차별화된 플레이를 제공하는 기획력과 게임디자인이 필수적이다. 원작의 세계관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적극적이고 수준 높은 IP활용이 이루어져야 성공한 IP 게임이 탄생할 수 있다. ‘보는 웹툰하는 게임사이의 간극을 뛰어넘고 원작과의 위화감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에 꼭 필요한 튜토리얼 및 퀘스트를 스토리와 잘 결합시키면서 기본 조작방식이 스토리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웹툰 기반 게임의 성공은 원작에 대한 조회수를 높이는 역주행으로 이어진다. 또 다른 파생콘텐츠로 확장되어 새로운 수익창출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성진우의 탄생과 고난의 과정을 담은 나혼자만레벨업’ TV시리즈 시즌1은 넷플릭스 10개국 톱10,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트랜드 지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OTT뿐만 아니라 글로벌 애니메이션 OTT인 크런치롤에서도 1위를 차지했고,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에서도 애니메이션 부문 3위권을 석권했다. 1128일에는 나혼자만레벨업스페셜 극장판 애니메이션 나혼자만레벨업: 리어웨이크닝이 개봉했다. 극장판으로 개봉된 애니메이션은 원작의 레벨업 IP에 대한 이해가 없는 관객도 충분히 내용을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스토리IP로 시작된 나혼자만레벨업의 가치 사슬은 이제 게임과 스크린을 넘나들면서 팬들을 만나고 있다. 끊임없이 유동하고, 변형되는 IP의 활용은 대중이 일상에서 즐기는 매체와 이용행태를 기반으로 취향과 선호도를 공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웹툰사도 게임사도 플랫폼에 대한 이해와 트랜스미디어의 적극 활용, 매력적인 캐릭터 구현과 차별화된 경험 제공 등을 통해 성공적인 IP 구축을 시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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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글쓴이 신정아는 문화콘텐츠학 박사로 현재 대학에서 콘텐츠 기획 및 제작, 비평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KBS, OBS 시청자평가원으로 활동하며 방송통신위원회 표창을 수상하였습니다. 저서로는 <뉴미디어와 스토리두잉>, , <디지털 소양을 위한 리터러시 교육>, <문화콘텐츠와 트랜스미디어>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