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코믹스(Novel Comics) 시대의 명과 암 (下)
시장성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노블코믹스(Novel Comics)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실시한 <2024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노블코믹스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웹툰 이용자가 즐겨보는 작품으로 <화산귀환>이 10.4%, <외모지상주의>가 10.1%로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신혼일기>(5.5%), <나 혼자만 레벨업>(4.5%), <김부장>(4.1%)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웹툰 이용자 3448명을 대상으로 이 설문조사 결과, 즐겨 보는 웹툰 1위에 <화산귀환>이 오르면서 2021년부터 같은 조사에서 3년 연속으로 1위에 꼽혔던 <외모지상주의>는 2위로 밀려났다.

△ 즐겨보는 웹툰 작품명
<화산귀환>은 웹소설을 웹툰화한 작품이고, <외모지상주의>는 웹툰 오리지널 작품이다.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는 다른 작품 순위에서도 읽힌다. 2022년에는 주목을 받지 못하던 노블 코믹스 작품들이 2023년에 비교적 높은 순위를 차지하더니, 2024년 <화산귀환>으로 인해 마침내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금부터는 영화로 제작 중인 <전지적 독자 시점>과 드라마의 흥행으로 주목받은 <선재업고 튀어>, <재벌집 막내아들>의 성공적인 IP 확장 사례를 살펴보려고 한다.
① 전지적 독자시점
<전지적 독자 시점>은 2020년 2월 551화로 완결이 된 웹소설로,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의 최대 히트작으로 손꼽힌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원작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웹툰으로 제작되었는데,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만화·웹툰 이용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웹툰 이용자가 즐겨보는 작품 4위에 이어 2024년 6위를 기록했다. 웹툰의 높은 인기로 인해 영화화 제작도 논의되고 있으며, 인해 원작 웹소설 까지 다시 찾아보는 독자층이 늘고 있다. <전지적 독자시점>은 평범한 회사원인 주인공 ‘김독자’가 10년 넘게 읽던 비인기 소설의 현실화를 맞이하면서 소설의 결말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 판타지 장르로 한국식 이 세계 물을 다루었으며, ‘게임 시스템’, ‘개인 방송’, ‘성좌 물’ 등의 소재와 멸망 직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 전지적 독자시점(출처: 네이버 시리즈 / 네이버 웹툰)
<소설 원작의 웹툰 이용자 반응 연구/김수빈(2022)>은 웹툰 <전지적 독자 시점>의 흥행 요인을 ‘이용자 반응’, ‘작가 역량’, ‘2차 창작물, 미디어 믹스 가능성’을 중심으로 서술했는데, ‘이용자 반응’ 중심의 흥행요인 분석에서는 2021년 8월 인기 웹툰 10위 평균 별점은 약 9.97이며, 관심 등록 수 99,999+로 누적 최대치를 초과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2021년 8월 기준 별점 9.97과 관심 등록 수 99,999+로 누적 최대치를 초과하였다. 이는 원작 웹소설뿐 아니라 웹툰 또한 이용자층의 긍정적인 지지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작가 역량’ 중심의 흥행요인 분석에서는 웹툰 제작에 있어 한 명의 그림 작가가 아닌 여러 명의 작가가 팀 업무로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웹소설보다 웹툰의 호흡이 빠른 만큼 웹소설에서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는 내용을 다르게 각색하면서 이용자가 웹툰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2차 창작물, 미디어믹스 가능성’ 중심의 흥행요인 분석에서는 프랜차이즈 영화 제작이 예정되어있으며, 원작 작가의 외전 편 연재가 예고되어있어 이용자들의 관심을 이끌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를 통해 콘텐츠 IP 2차 창작물로서 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② 재벌 집 막내아들
재벌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가 재벌가 막내아들로 회귀해 인생 2회 차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회귀물 <재벌 집 막내아들>도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드라마는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25.9%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원작 웹소설 <재벌 집 막내아들>은 2017~2018년 네이버 웹툰의 자회사인 문피아에서 연재되었는데, 웹툰 론칭 직후 10일 만에 웹소설 합산 매출이 약 34배 증가했다고 한다. 여기에 드라마 흥행이 가세하며 드라마 방영 당시 네이버 시리즈 웹소설 1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원작 웹소설 매출이 두 달 동안 무려 230배 증가했다. 해외 독자들의 관심도 증가했는데 태국어, 인니어 등으로 네이버 웹툰 글로벌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25일 만에 요일 웹툰 인기순위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드라마 <재벌 집 막내아들>의 인기는 웹툰, 웹소설 매출 뿐 아니라 콘텐츠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드라마 제작사인 ‘래몽 래인’의 주가가 치솟았고 이에 래몽래인에 투자했던 벤처캐피털들이 지분을 전량 매각함으로써 원금의 3~6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네이버 관계자는 <재벌 집 막내아들>이 “웹소설, 웹툰, 영상으로 이어지는 IP 벨류체인의 강력한 시너지를 다시 한 번 입증한 사례”라고 말했다.

△ 재벌집 막네아들(출처: 네이버 시리즈(좌), 네이버 웹툰(중앙), , JTBC(우)
③ 선재업고 튀어
2024년 드라마 시장은 <선재업고 튀어>가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의 최애를 지키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판타지 로맨스로 배우 김혜윤과 변우석기 케미를 발산하며 ‘월요병 치료제’라는 타이틀을 달고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선재업고 튀어>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소설 <내일의 으뜸 : 선재업고 튀어>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웹소설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연재됐으며, 동명의 웹툰이 노블코믹스(Novel to Comics)로 제작되어 연재됐다. 첫사랑이 떠오르는 풋풋하고, 설렘 가득한 로맨스로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웹소설과 웹툰 모두 일찍이 카카오페이지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해외에서도 북미 타파스를 비롯한 일본, 프랑스, 태국, 인니 등 카카오엔터 진출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드라마가 뜨거운 화제 몰이에 성공한 가운데 웹소설과 웹툰도 함께 재조명됐다. 원작 웹소설과 웹툰이 모두 드라마 방영 후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하며 2주 연속 카카오페이지 인기 TOP 10을 기록했고 조회수와 매출도 크게 올랐다. 웹소설은 방영 이전인 2주 전(3월 25일 ~ 4월 7일) 대비 방영 이후 동기간(4월 8일 ~ 4월 21일)에 조회 수와 매출이 각 4배, 8.2배가량 증가했다. 노블코믹스(Novel to Comics)로 제작되어 연재 중인 동명의 웹툰 역시 방영 전 대비 조회 수는 3.6배, 매출은 5.5배 증가했다. <선재업고 튀어>는 웹소설에서 웹툰, 영상으로 이어지는 IP 확장의 선순환 구조를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로 평가받는다.

△ 선재업고 튀어(출처: 카카오페이지(좌, 중앙), tvN(우))
노블코믹스(Novel Comics)시장은 이미 레드 오션?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웹소설 원작은 독자들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웹소설이 연재된 것은 웹툰 연재가 들어가기 한참 전의 일인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웹소설과 웹툰이 거의 동시에 런칭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지만, 이건 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웹소설은 웹툰보다 훨씬 빠르게 트렌드가 변화하는 시장이다. 이를 테면 2021년 말~2022년 초를 흔들었던 웹소설 계의 이혼물 유행은 몇 개월간 주목을 받고 사그라졌다. 하지만 당시 인기를 끌었던 <이혼 후 코인대박>은 2년이 지난 2024년 3월에야 비로소 웹툰으로 공개됐다. 아무리 빠르더라도 6개월~1년, 길게는 2년의 시차가 있는 웹소설 원작의 웹툰화는 독자들의 변화를 예측하고 따라가기 어렵다. 이미 제작에 들어갔다면 제작 과정에서 독자들의 입맛에 맞추어 각색이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웹소설 독자들의 니즈와 웹툰 독자들의 니즈를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웹소설에서 검증된 콘텐츠 일수록 경쟁력이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웹소설 IP를 조기에 잡기위한 경쟁 역시 치열해지면서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순히 웹소설 원작의 장점을 기대하기보다, ‘성공한 원작’을 빠르게 붙잡고 빠른 런칭을 목표로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웹소설 원작 웹툰이 늘어나면서 산업적 성공이 아주 빠르게 전개된 후폭풍을 우리는 간과할 수 없다. 신진 작가들의 개성 있는 작품보다 상업적으로 눈길이 가는 작품, 그리고 되도록 안전한 작품이 요즘 웹툰 업계의 대세를 이룬다. 산업 규모의 확장이 일어나자 IP 확장의 다양성은 살아났지만, 웹툰 시장 자체에 활력을 주던 다양성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문제는 한국의 웹툰 시장이 ‘상업적으로 갈고 닦은 작품으로 한방에 대박을 내는’ 작품으로 지금의 성공을 이룬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상툰을 비롯해, 학원물, 판타지, 스릴러, 액션에 이르기까지 한국 웹툰의 다양성에는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웹툰 시장이 산업으로 정착해가면서, 웹툰의 성공은 곧 대중적 성공을 의미한다는 경향이 짙어졌다. 이에 따라 산업적으로 성공하는 작품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현상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웹툰 산업체 종사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노블 코믹스는 이미 포화상태다. 초기 플랫폼에서는 노블 코믹스 시장의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성공 이후, 많은 회사들이 노블 코믹스 제작에 뛰어들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코로나가 잠잠해지며 독자 수가 감소하고 매출이 줄었다. 성공하는 작품은 소수에 그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작품 선택 기준이 더욱 엄격해졌다. 작품의 품질이 향상되었음에도, 한국 시장은 포화 상태로 인해 새로운 노블 코믹스가 출시되어도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블코믹스가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다양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콘텐츠 시장의 성장세가 하강 곡선을 그리면서 웹소설 매출 역시 대폭 하락했고, 이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웹소설 작가들이 웹툰화를 목표로 작품을 쓰며 각색에 적합한 스토리라인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졌다. 이로 인해 현재 노블 코믹스 시장은 다양성보다는 시장성이라는 한 방향에 집중되어 있다. 작가가 표현의 한계 없이 마음껏 스토리를 구상할 수 있다는 웹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으로 인해 시작된 노블코믹스가 다양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웹소설과 웹툰, 노블코믹스 시장이 IP 벨류체인을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제 2의 도약을 준비해야할 때다. 단순히 인기 웹소설을 웹툰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블코믹스 만이 가진 장점을 발굴해내야 한다. 오리지널 웹툰이 한국 웹툰 시장의 1세대를 이끌었다면, 노블코믹스가 어떻게 웹툰 시장의 2세대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