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사라 완전판 (BASARA)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발행된 만화 『BASARA』(타무라 유미 作, 외전 포함 총 27권 포함)은 여러가지 면에서 주목받는다. 일단은 『BASARA』자체의 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만화 『아르미안의 네 딸들』(신일숙 作, 대원출판사 판, 전 14권)과 여...
2004-05-14
박소현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발행된 만화 『BASARA』(타무라 유미 作, 외전 포함 총 27권 포함)은 여러가지 면에서 주목받는다. 일단은 『BASARA』자체의 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만화 『아르미안의 네 딸들』(신일숙 作, 대원출판사 판, 전 14권)과 여러가지 면에서 비교되기 때문이다. 두 만화는 신기할 정도로 닮은 꼴이다. 우선 둘 다 순정 장르이며 따라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웠지만 순정에서 찾기 어려운 모험만화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모험을 보다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만화 속 공간은 판타지의 그것과 닮아 있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그리스의 신들이 존재하는 고대의 가상국가 아르미안을 배경으로 하고 『BASARA』는 현재의 문명이 모두 파괴된 후 왕정정치로 돌아간 미래의 일본이다. 먼 미래나 먼 과거가 주는 아련한 환상의 정취 속에서 각 주인공들은 나름의 미션(mission)을 가지고 여행을 떠난다. 모험하면 떠오르는 것은 여행, 성장, 조력자, 사랑이다. 주인공은 인간으로서 해내기 힘든 과제를 부여 받고, 조력자들을 여행 중간마다 만난다. 또한 여행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인격적인 성장을 일궈내며, 사랑도 얻는다. 두 만화는 모두 이 공식에 충실하다. 오빠를 대신하여 타타라로 살아가는 사라사는 폭압적인 왕정정치 속에서 백성을 구출해야 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원대한 미션은 사라사 개인의 힘으로 이뤄낼 수 없다. 필연적으로 사라사는 매 여행에서 조력자들을 만난다. 이들은 같은 이상을 꿈꾸고, 기꺼이 주인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것은 레•샤르휘나도 마찬가지이다. 불새의 깃털을 구하라는 미션은 미카엘(바다의 여신의 아들)과 마르스(전쟁의 신) 등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각 주인공들은 조력자와의 만남과 여행 중의 경험을 통해 성장하며 마침내 여행의 목적을 달성한다. 이들의 사랑 역시 드라마틱한 것이어서 사라사는 원수였던 적왕 슈리를, 레•샤르휘나는 전쟁과 파멸의 신인 마르스를 상대로 삼는다.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잔혹하고 냉정하지만 사랑하는 이에게만큼은 한없이 부드러운 두 남성은 순정만화에서 최고로 치는 남성 캐릭터의 전형이기도 하다. 이 두 만화가 나뉘는 분기점은 결말이다. 샤르휘나는 신들의 운명까지 좌우할 수 있는 불새의 뜻을 이어받아 2대 불새가 된다―만화에서 불새가 된다는 것은 이 세계를 유지시키는 힘, 곧 절대적 신과 같은 존재가 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연인인 에일레스는 그녀가 무거운 짐을 벗고 온전한 하나의 생을 살 수 있을 때를 기약하며 영원한 잠에 빠진다. 곧 만화는 샤르휘나를 존재하는 모든 것들 중에 최고의 존재로 만듦으로써 끝이 난다. 반면 사라사는 잘못된 왕정정치를 타파한 후 일종의 공화정을 세우고 나서 슈리와 함께 다시 길을 떠난다. 구세주였던 그녀는 권력이나 명예에 집착하지 않고 소박한-그러나 행복하다고 믿는 삶을 택한 것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말이다. 이미 인간을 뛰어넘은, 신과의 혼혈이었던 샤르휘나로서는 위로 끝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처음부터 있었고 그럴 때 진정 영웅이 된다. 반대로 처음부터 인간에 불과했던 사라사가 진정한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정점에 오른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과감성이 요구된다. 두 만화 모두 각기 다른 결말으로 진정한 여성 영웅을 성공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