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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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ID는 성형미인 (내아이디는 성형미인)

인기가 있어야 안티(anti)도 있다고 한다. 그럼 서예린이라는 작가는 인기가 있는가? 아니, (질문을 조금 바꾸자면) 유명한가? 물론이다. 실명을 사용한 것인지 필명을 사용한 것인지의 여부가 불분명하긴 하지만, 그리고 실제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이 작품이 얼마나 ...

2004-05-07 양준용
인기가 있어야 안티(anti)도 있다고 한다. 그럼 서예린이라는 작가는 인기가 있는가? 아니, (질문을 조금 바꾸자면) 유명한가? 물론이다. 실명을 사용한 것인지 필명을 사용한 것인지의 여부가 불분명하긴 하지만, 그리고 실제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이 작품이 얼마나 판매되었는지에 대한 자료가 불충분하긴 하지만(물론 이 만화가 여느 다른 우리나라 순정 만화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작품들 중의 하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뒤에도 언급하겠지만 이 만화가 갑작스런 유명세를 치르기 전에는 그냥 “평범한” 순정만화의 인지도를 갖고 있던, 말 그대로 “평범한 순정만화”에 지나지 않았다), “서예린”이라는 이름과 『내 ID는 성형미인』이라는 만화는 확실히 만화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 우연한 계기에 이 만화를 보고 재미있어 한 독자들이건, 혹은 순정만화와는 담을 쌓고 지낸 사람들이건 간에, 이 작품이 그토록 인구에 회자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무엇보다도 이 작품과 연관된 “표절 시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내 ID는 성형미인』이 다른 만화를 베꼈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파고 들어가기 위해선, 이 만화 『내 ID는 성형미인』이 표절을 한 대상으로 주로 거론되는 작품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이 작품이 가장 많이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만화는 바로 쇼가쿠칸(小學館, Shogakukan)에서 발행한 키타가와 미유키(北川 みゆき, Kitagawa Miyuki)의 『동경 줄리엣(東京 ジュリ エッド)』이다. 특히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인터넷 카페인 “안티 서예린(http://cafe.daum.net/noyelin)”에서는 『내 ID는 성형미인』이 표절했다고 여겨지는 장면들과, 그 장면들의 원본으로 추정되는 『동경 줄리엣』의 장면들을 비교해서 분석-정리한 자료들을 볼 수 있다. 이 곳에 의하면, 『내 ID는 성형미인』은 『동경 줄리엣』외에도 고단샤(講談社, Kodansha)에서 발행한 우에다 미와(上田 美和, Ueda Miwa)의 『피치 걸(ピーチ ガール, Peach Girl)』 중에서도 몇몇 장면들의 구도, 연출, 등장인물들의 옷차림과 자세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분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윤곽이 그대로 일치하는 경우도 있음을 볼 수 있다(바꿔 말하자면. 어떤 장면에 있어선 인물이나 배경 등을 그대로 사용한 채 대사만 이야기의 흐름에 맞는 걸로 적당히 바꿔 넣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만화가 2000년 1월에 1권이 발행된 것을 감안한다면, 6권정도 발간된 시점(2003년 2월 24일 자 「일간스포츠」 문화면 참조)에서 여론에 의해 표절 문제가 크게 대두되자 출판사 측이 독자들에 대해 사과를 하고 동시에 더 이상 서예린의 작품을 출간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2003년 12월 현재 9권까지 발간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여러 모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내용은 과연 어떨까? 뚱뚱하고 그다지 예쁘지 않은 외모를 비관해서 자살을 시도한 주인공이 성형수술을 통해 젊고 매력적인 여성으로 변모해 자신을 죽음으로 내 몬 인물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설정 역시 흔한 소재임엔 분명하다. 적당히 다이어트나 미용에 대한 정보를 섞어 넣고 눈가림을 하고 있지만, 본래 『동경 줄리엣』이나 『피치 걸』의 등장인물들을 아껴온 독자들의 입장에선, 자신들이 아껴오고 사랑하는 캐릭터가 이런 형태로 망가지는 것을 원하진 않을 것이다. 표절이 아닌 자신의 실력으로 만들어낸 창작품이 좀 엉성하고 어딘가 모르게 부족하면 또 어떤가? “표절”이라는 “범죄행위”로 얻은 짧은 인기는 모래로 성을 쌓는 짓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