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현 단편집 (우울증에 걸린 앨리스)
[프리티]와 [코믹]을 각각 잡지 밍크와 CAKE에 연재하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보이고 있는 하시현의 초기 단편 모음작, [우울증에 걸린 앨리스]이다. 정말 한 작가로부터 나온 작품들인지 생각해 볼 만큼, 작가 하시현은 이 단편집에서 다양한 종류의 감동을 담은 단...
2004-05-14
박지수
[프리티]와 [코믹]을 각각 잡지 밍크와 CAKE에 연재하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보이고 있는 하시현의 초기 단편 모음작, [우울증에 걸린 앨리스]이다. 정말 한 작가로부터 나온 작품들인지 생각해 볼 만큼, 작가 하시현은 이 단편집에서 다양한 종류의 감동을 담은 단편들을 선보인다. 우선 "우울증에 걸린 앨리스"는 루이스 캐롤의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패러디로 100년이 넘게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 솔로 앨리스의 심정에 착안해서, (루이스 캐롤의 원작은 1855년에 나왔다) 애인을 갖고 싶어하는 소녀 앨리스의 여행을 아주 재미있게 다루어나간다. 그리고 두번째로 나오는 단편이 상금을 받지못했다는 화제의 수상작 "가동 10호의 전설"로 한 음악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연애담을 담았다. 세번째 단편은 "KISS"로 역시 연애담으로, 조금 어리게 보이는 소녀와 소위 킹카인 소년 사이의 줄다리기를 아주 "귀엽게" 다루어간다. 네번째의 단편은 "물고기가 된 소녀"로 신혼여행에서 아내와 사별한 남편의 사연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으로, "봄의 열병"인데 자살한 같은 반의 친구가 유령이 되어 주인공 앞에 나타나 벌이는 한달 남짓한 시간 동안의 이야기이다. 처음부터 어느 특정 주제에 대해서 깊이 있게 다루어가는 자세야말로 작가로써 좋은 자세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스타일에 어울리는 주제를 찾기 위해 여러 분야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그것을 작품에 반영시켜 나가는 것도 전자의 자세 못지 않은 아주 좋은 자세라고 생각한다. 하시현이 바로 후자에 속하는 작가로 볼 수 있는데, 특히 이 단편집에서는 데뷔 당시 초기의 단편 모음들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훌륭한 컷 구성과 연출력이 이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어나가는데 있어서 매우 적절하게 사용되었다. 이를테면, "KISS"에서 마지막에 두 어린 연인, 아윤이와 치현이가 가장 무도회에 등장하는 페이지나, "물고기가 된 소녀"에서 남편의 과거에 대한 회상 장면들, 그리고 봄의 열병에서 온갖 귀신들이 나영이 앞에 나타날 때의 페이지 구성 등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 이 작품은 아니지만, 작가는 그림체 자체를 바꿔서 전혀 색다른 작품을 연재하는 시도를 보이기도 했는데, 그것이 바로 윙크에 연재했었던 [얘들아, 놀자]라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 단편집에서 어떤 극한적인 상황 속에서 감동을 얻어낼 수 있는, 그런 소재의 특이성에 기대는 단편들에서 자신의 작품이 가야 할 길을 찾으려 하기 보다는, "KISS"와 "가동 10호의 전설"과 같은 연출과 구성 같은 작가가 가진 작화 능력으로 등장 인물들의 심리를 다루는 작품들로 현재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