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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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 (엠앤엠)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 영화제 중 2년에 한 번씩 비엔날레 형식으로 열리는 ‘서울 퀴어(QUEER) 영화제’라는 것이 있다. "퀴어‘라는 단어는 본래 ’이상한, 괴상한, 미심쩍은, 가짜‘ 라는, ’일반‘적이고 ’상식‘적이지 못한 이질적인 존재를 가리키는 형용사...

2004-05-18 이가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 영화제 중 2년에 한 번씩 비엔날레 형식으로 열리는 ‘서울 퀴어(QUEER) 영화제’라는 것이 있다. "퀴어‘라는 단어는 본래 ’이상한, 괴상한, 미심쩍은, 가짜‘ 라는, ’일반‘적이고 ’상식‘적이지 못한 이질적인 존재를 가리키는 형용사로, 남성의 동성애를 속뜻에 담고 있다. 물론, 천대시하는 의미에서 말이다. 『M&M』은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사람들의 생각에 어긋나는 금단의 사랑을 나누는 두 명의 M - 마고와 마리아-에 관한 이야기이다. 90년대 초반 모 잡지에 연재되기 시작했을 당시 『M&M』의 처음 컨셉은, 북 아프리카 중서부에 위치한 가상도시 모크샤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마고와 마리아가 사건을 헤쳐나가는 코믹 스릴러 버디물이었다. 그렇지만, 잡지의 폐간으로 작품 연재가 한번 중단되었다가 다시 시작되었을 때, 작가 김은희는 작품의 초점을 코믹 스릴러 버디물에서 두 명의 남성이 나누는 미묘한 감정의 기류로 전환했고, 그 결과물로 나온 것은 두 명의 주인공이 나누는 생생한 사랑의 장면이었다. 짐작했겠지만 그 부분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양극단으로 나뉘어 동성애에 대한 찬반논쟁은 물론, ‘두명의 남남(남녀가 아닌)의 애정행각은 일본 만화의 무분별한 수입때문이다’라는 의견에서부터 시작하여 ‘나라가 망하려니 별게 다나온다, 이건 나라가 망할 징조다’라는 등등 지사적인(듯 보이지만 말초적인 흥분상태의) 비분강개한 태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등장하여, 『M&M』의 동성애를 비난했다. 어쨌거나, ‘일반’적인 사랑을 나누는데 익숙한 사람들의 그러한 히스테리컬한 반응과 융단폭격의 비난 속에서, 작품 『M&M』이 『열왕대전기』와 함께 한국 동성애 만화의 선두주자, 동성애 단체들의 필독서로 전면에 나선 것은 물론이었다. 여기서 두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첫째, 우리 나라 만화에서 동성애가 표현된 것이 『열왕대전기』나 『M&M』이 최초는 아니라는 것이다. 작가 황미나의 『불새의 늪』에서 앙리 3세와 쥬델의 관계, 작가 김혜린의 『북해의 별』에 나오는 비요른 누벨 등등 이미 우리 나라 만화에서도 이미 동성애에 관한 표현 부분은 존재했다. 단지 그 작품들의 주제가 동성애가 아니었을 뿐이다. 다시 말해서, 『M&M』의 동성애는 일본 만화의 무분별한 문화 유입이 원인이 아니라, 과거, 심의에 의해 제한적으로 은밀히 보여졌던 부문이 전면에 나선 소재의 확장, 소재의 확대 차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M&M』의 캐릭터에 관한 부문이다. 작품을 처음부터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M&M』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마리아는 여성적인 캐릭터가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여자를 밝히고, 작품에서 보여지지 않는 뒷 배경에선 자신과 함께 잠자리를 했던 여자들의 수를 침대 다리에 새겨놓고는 친구들과 함께 그것을 보며 킬킬거리고 웃었을지도 모르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마초적인 성향을 지닌 소년이다. 그 역시도, 자신이 마고라는, 자신과 똑같은 마초 남성과 사랑에 빠지게 되리란 것을 꿈이라도 꿔보지 않았을 것이다. 마리아는 마고라는 사람을 사랑한 것이지, 그가 지니고 태어난 성별과 자신의 성적 취향을 염두에 둔 사랑을 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동성애적 취향을 지닌 꽃미남들이 나와 공,수로 나뉘어 사랑을 나누는 ‘야오이’만화에 대해 열광하며 그들이 언제 벗을까, 언제 애정을 나눌까에 원초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주목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야오이’만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그러한 태도가 동성애를 소재로 다룬 작품을 소프트 포르노로 밀어놓고, 동성애와 동성애자에 대한 세상의 오만과 편견을 자꾸만 두껍게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동성애에 대한 작가 김은희의 시선은 상당히 예리하고 또한 따뜻하다. 세상의 그 어느 누구라도 이성간의 ‘일반’적인 사랑이 아닌, 동성간의 ‘이반’적인 사랑에 빠질 수 있으며, 그것은 단순히 성적 취향에 따른 차별이 아닌, 사람에 대한 사랑의 관계라고 작가는 나지막이 속삭이고 있다. 물론, 작가의 이런 속삭임은 세계 최초는 절대로 아니다. 이것은 이미 일본 작가 미나미 오자키가 『독점욕』, 『절애』, 『브론즈』등의 작품을 통해서 강조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작가 김은희가 작품 『M&M』이 미나미 오자키보다, 『브론즈』, 『절애』보다 한 수 위라고 결론짓게 되는 것은, ‘일반’적인 사랑만이 절대적인 사랑이라고 외치는 한국의 파시즘에 대해 정면으로 나섰을 뿐 아니라, 그에 대한 정당성을 소리높여 외치기보다는 조용하고 느린 템포로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동성애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고서라도 『M&M』은 매혹적인 컬러와 연출에 강한 작가 특유의 리드미컬한 그림체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동성애 논쟁에 휩싸여 그런 부분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되고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