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boy (신데렐라 보이)
이마 이치코의 단편집 「그리운 꽃의 추억」에 실려있는 『유디트의 귀환』을 보면, 여주술사 카사린이 정복자 울스아에게 자기 대신 남동생 유디트를 보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디트는 기지를 발휘해 울스아의 주술을 풀어주는데 남색을 즐기던 울스아는 유디트를 데리고 본국으로...
2003-11-24
김동연
이마 이치코의 단편집 「그리운 꽃의 추억」에 실려있는 『유디트의 귀환』을 보면, 여주술사 카사린이 정복자 울스아에게 자기 대신 남동생 유디트를 보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디트는 기지를 발휘해 울스아의 주술을 풀어주는데 남색을 즐기던 울스아는 유디트를 데리고 본국으로 귀환한다. 『유디트의 귀환』은 옛날 이야기를 들려 주듯이, 남색을 즐기는 왕과 거기에 말려드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지혜 글, 중도 그림의 『신데렐라 BOY』는 아마 이 작품에서 힌트를 얻었는지도 모른다. 초반 설정이 거의 일치하고 있는데, 이런 설정은 야오이 판타지 원형의 한 종류로 보이기도 한다. 프레더릭가의 왕자 에드먼드는 예지력을 가진 형수 메리의 충고로 여동생 대신 아르카디오국에 볼모로 가게 된다. 원래 아름다운 외모의 에드먼드는 몇 개월 간 공주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고나자 나무랄 데 없는 공주로 거듭난다. 작품 서두 부분이 암시한 바 대로, 에드먼드와 아르카디오의 왕 샤를르는 예전에 이미 첫 눈에 반한 사이. 서로 사랑하는 감정을 확인하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으나 문제는 에드먼드, 즉 엘메라 공주가 몸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샤를르는 애가 타서 나날이 야위어 가고 이웃 나라에는 샤를르의 마음을 사로잡은 엘메라가 마녀라는 소문이 돈다. 육체적 관계를 두고 남녀가 실랑이를 벌이는 것은 이미 진부한 이야기가 되었다. ‘절대 몸을 허락할 수 없어’ 하는 여주인공이 지금에 와서 어필할 수 있겠는가. 대신 (결국은 몸을 허락하게 될)남자 캐릭터가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펼치는 상대와 실랑이를 벌인다는 내용이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겉으로 드러내기 곤란했던 성에 대한 금기가 남녀관계에서 남남관계(야오이의 경우)로 옮겨오면서 이런 설정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엘메라와 샤를르의 실랑이로만 계속 스토리를 이어가기란 무리였는지, 샤를르의 동생 앤드릭 왕자와 엘메라(에드먼드)의 동생 레나타 공주의 로맨스가 중간에 끼어든다. 말괄량이 공주와 고지식한 왕자의 로맨스도 나쁘진 않지만, 작품이 갑자기 평범해 진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그렇게 본다면『신데렐라 BOY』의 설정은 그다지 참신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잡지 연재작품이 아니라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하여 비교적 표현이 자유로웠을 것이다. 물론 19금(禁)에 이를 만한 표현은 없지만 말이다. 개그 연출도 좋은 편이다. 초반에 등장하는 에드먼드의 형 제임은 아주 재미있는 캐릭터였고, 마사루를 떠올릴 만한 재미있는 연출이 돋보였다. 샤를르의 후궁 문제로 다시 엘메라의 정체에 관해 초점이 맞춰지면서 4권이 끝나고 있어 다음 5권이 궁금해진다. 스토리의 큰 줄기를 짜임새 있게 끌어가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신데렐라 BOY』는, 작품 초반의 재기발랄한 연출을 계속 유지한다면 완성도와 재미를 갖춘 좋은 작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