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야
일찍이 캔디가 그러했듯이 고아 소녀는 자기를 거두어주는 은인의 아들들을 사로잡는다. 사랑의 마법으로. 다들 취향이 다를 법도 한데 말이다. 산뜻한 느낌은 아니지만 이미 자리를 잡은 법칙이라면 법칙이다. 백상은의 『사랑이야』도 캔디의 법칙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주...
2003-11-22
김동연
일찍이 캔디가 그러했듯이 고아 소녀는 자기를 거두어주는 은인의 아들들을 사로잡는다. 사랑의 마법으로. 다들 취향이 다를 법도 한데 말이다. 산뜻한 느낌은 아니지만 이미 자리를 잡은 법칙이라면 법칙이다. 백상은의 『사랑이야』도 캔디의 법칙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주인공 은세라는 8살 때 친절한 아주머니의 손에 이끌려 최씨 집 안에 들어온다. 각각 개성을 자랑하는 세 아들은 세라를 하녀부리듯 한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형제들은 세라를 좋아하는 마음을 품게 되는데. 터프하면서 왠지 마음이 쓰이는 첫째 최람. 모범생 수재인 둘째 최휘림. 성격은 까다롭지만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 막내 최한샘. 성격이 다른 만큼 세라를 좋아하는 표현도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그런 형제들의 마음을 모르는 세라는 그저 자기가 최씨 가족의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 세 형제의 어머니는 미루어 두었던 세라의 입양문제를 꺼내지만 세 형제 모두 입양을 반대한다. 세라가 받을 상처는 아랑곳 하지 않는 이기적인 세 형제는 세라를 그저 사귀고 싶은 여자로만 본다. 세라의 인생을 위해 한 번쯤 가족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잘난 세 형제들이 세라에게 집착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사랑하는 데에 이유는 없다지만 세 형제가 한 번에 한 여자를 좋아한다면 거기에는 이유가 있을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는가. 이렇듯 본의 아니게 많은 남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대체로 착하고 참하고 이해심이 많은 여자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 내성적인 주인공 곁에 어느새 한 다스의 남자들이 몰려와 있는 것이다. 세라의 결정은? 상당히 아이답고 솔직하다. 마음은 첫째 람에게 많이 기울긴 했지만 세라에게 정성을 다하고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는 막내 한샘의 손을 들어준다. 말썽만 피우는 람보다야 연예인 한샘을 택하는 것이 훨씬 중학생답다. 그 때문에 친구 영은에게 절교를 당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세라는 착하고 이해심이 많은 아이다. 영은과 화해하는 것은 시간 문제. 전체적으로 『사랑이야』가 퍽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세라의 캐릭터는 자연스러운 편이다. 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후에야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정도로 사랑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라비헴 폴리스』의 하이아에 대한 오마쥬일까?) 세라는 갑자기 돌변한 오빠들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세 형제의 감정을 저울질하는 어른 같은 계산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 가장 열렬히 구애하는 한샘과 사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세라가 한샘과 본격적으로 사귀게 되는 이후의 이야기는 다음 권을 기다려봐야 할 것이다. 과연 최람과 최휘림은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