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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상쾌한 기분

1993년에 발표된 아기와 나의 초히트로 마리모 라가와의 단편집이 발표됐다. 언제나 상쾌한 기분이란 제목의 이 단편집은 아기와 나 이후, 마리모 라가와의 만화를 그리워하던 팬들에게 더 없는 단비였다. 그러나 3년의 기간을 걸쳐 단 2권이 발표됐을 때는, 갈증해소 못지 ...

2003-02-06 김상희
1993년에 발표된 아기와 나의 초히트로 마리모 라가와의 단편집이 발표됐다. 언제나 상쾌한 기분이란 제목의 이 단편집은 아기와 나 이후, 마리모 라가와의 만화를 그리워하던 팬들에게 더 없는 단비였다. 그러나 3년의 기간을 걸쳐 단 2권이 발표됐을 때는, 갈증해소 못지 않은 허망함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 허망함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상쾌한 기분은 마리모 라가와 특유의 밝고 명랑한 연출과 진지한 이야기로 라가와 팬들을 사로잡았던 것도 사실이다. 중학교 졸업식날, 여자친구에게 채인 정도일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자친구의 이유 없는 절교선언에 어이없어 하는 도일에게 같은 반인 한신우와 노해중이 나타난다. 신장 159cm를 자랑하는 한신우와 꺽다리 노해중, 그리고 눈매가 사나운 정도일은 얼떨결에 다도부에 가입한다. 도일은 여자친구 우령이 다니는 고등학교로 찾아가 그 이유를 들으려고 하지만, 우령은 계속 피하기만 한다. 도일은 우령의 친구, 지혜와 만나 지혜의 고백을 듣게 된다. 자신이 도일을 좋아한다는 말에 도일을 우령이 지혜에게 도일이 남자친구였다는 말을 하지 않았음을 알고 우령에게 화를 낸다. 우령은 제일 친한 친구 지혜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 동안 괴로워했음을 털어놓는다. 마리모 라가와의 장기가 유감 없이 발휘된 언제나 상쾌한 기분은 고교생들의 학창시절을 진지하면서도 순수하고 밝게 풀어가고 있다. 제일 친한 친구와 제일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두고 선택해야 하는 우령이와 도일, 이복남매이지만 서로에게 강한 끌리는 해중과 해수. 그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재미있고, 무게 있게 끌어가고 있다. 특히 동성애 에피소드에서는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후에 발표된 뉴욕! 뉴욕!을 통해서 좀 더 진지하고 다뤘음을 알 수 있다. 도일과 우령이 만난 승민과 희진은 각각 동성애자로 등장한다. 이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편견에 강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승민은 도일에게 관심을 있음을 나타내지만, 도일이 승민의 친구 민철에게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갖지 말란 말을 듣고 화를 낸다. 희진도 우령에게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다친 상처를 보여주며 사랑의 아픔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자신도 사랑과 슬픔을 느끼는 당당한 한 인격체임을 주장한다. 라가와는 고등학생이라는 젊지만 불안정한 미완의 시기인 청소년기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은 매우 그럴 듯하면서도 결코 부정적이거나 무겁지 않게 진행시키고 있다. 한 마리의 늑대처럼 혼자서 다니던 도일도, 신우와 해중을 만나고 나면서 점차 우정을 쌓게 되고, 다도부의 명예가 떨어질 위기에 처하자 자신을 희생하기도 한다. 언제나 상쾌한 기분은 고등학생 시절의 풋풋하면서도 그들의 고민을 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는 것이다. 언제나 상쾌한 기분은 비록 2권 분량의 단편집에도 불구하고 작가 특유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우리가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고민했던 이성문제나, 친구관계의 갈등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아기와 나에서 보여주었던 따뜻한 가족애와 형제애, 동시에 결손가족의 어려움과 같은 문제를 사실적으로 표현했던 실력이 언제나 상쾌한 기분을 통해서도 잘 보여주고 있다. 짧은 내용이지만 그 감동이나 재미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는 이 작품은 몇 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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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만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