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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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zy Love Story (크레이지 러브스토리 - 애장판)

어린 시절 첫사랑과 닮은 여자만 보면 쫓아다니는 성무. 어느 날 학교에서 그녀와 닮은 혜정을 보고 겉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혜정은 전교 톱을 놓치지 않는 수재이지만 학교 밖에서는 제멋대로 행동하는 날라리. 게다가 그녀에겐 이미 홍콩 마피아 보스의 아들, 지...

2003-02-06 정성렬
어린 시절 첫사랑과 닮은 여자만 보면 쫓아다니는 성무. 어느 날 학교에서 그녀와 닮은 혜정을 보고 겉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혜정은 전교 톱을 놓치지 않는 수재이지만 학교 밖에서는 제멋대로 행동하는 날라리. 게다가 그녀에겐 이미 홍콩 마피아 보스의 아들, 지미라 는 애인이 있다. 하이힐을 신고 다니고 영화찍는 것이 취미인 지미와 툭하면 남의 물건을 훔치고, 뭐든지 제 멋대로 하는 혜정과 만나면서 성무의 가치관은 일대 혼란을 겪게 되는데…. 『크레이지 러브스토리』는 몇 가지 이유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텍스트다. 먼저 이 작품을 연재할 당시 작가 이빈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데 결혼이라는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그녀는 결혼을 통해 자신이 조금은 달라졌음을 솔직히 밝히고 있는데, 특히나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는 ‘CG’의 사용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그 변화가 보여지기도 한다. 10대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작품은 생각 같아선 그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기간은 너무도 짧고 그에 비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한 청춘의 일상을 통해 젊음을 노래하고 있다. 작가의 이러한 아련한 추억은 그녀가 10대였을 무렵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을 법한 홍콩영화에 대한 판타지와 결합하면서 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보면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진성무’로 되어 있는데, 이는 홍콩 스타 ‘금성무’의 이름을 조금 변형한 것으로 이해되어 진다. ‘금’이라는 글자를 중국어로 발음하면 ‘진’이 되는 곳에서 그 혐의는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작품 속에는 노골적으로 홍콩 마피아까지 등장하고 있어 추측은 확신으로 굳어진다. 『크레이지 러브스토리』에서 보여지는 10대는 꿈 많은 청춘이기 보다 잃지 않고 싶은 기억 정도로 해석하기가 쉽다. 이는 작품의 처음과 끝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모든 시점이 청춘과 젊음을 상징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이해될 수 있다. 10대라는 시간은 시작과 동시에 끝일 수 있으며, 순간이면서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스릴 넘치는 기간이다. 작가는 지루한 학창시절의 작은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기 보다 홍콩 마피아라는 황당한 소재까지 끌어 들이며 이야기를 크게 확장 시키려 한다. 이빈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크레이지 러브스토리』는 전형적인 청춘 순정만화의 틀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차분한 이야기 전개 방식을 거부하고 역동적이고 감각적인 이야기들을 더해 순정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앞서 밝혔듯이 작가는 홍콩영화에 대한 판타지를 자신의 경험에서 가져와 경험론적 사고를 줄곧 펼쳐보이기까지 한다. 주인공의 이중생활을 통해 진실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10대라는 변화기를 통해 현재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데 대한 불안함과 신비감을 병치 시키면서 균형을 잃지 않는 모습을 유지한다. 빛이 있어야 어둠이 존재하는 것처럼 모범적인 모습 뒤에 상상을 불허하는 이면을 지닌 주인공은 파격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법도 하다. 하지만 둘은 떼놓을 수 없는 공존의 관계다. 차갑고 싸늘한 캐릭터의 분위기 만큼이나 어둡고 냉소적인 분위기를 이어가다가도 마지막에는 희망을 보여주는 『크레이지 러브스토리』는 매끄럽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드레날린이 쉼 없이 솟아나는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