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캡틴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를 맞이해서 다시금 주목받은 축구 만화가 여러 편 있었다. 이 만화 『날아라 캡틴』이 바로 그 대표적인 만화라고 할 수 있다. 이미 1980년대 초반에 청소년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사업 등 관련 분야 전...
2002-12-20
양준용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를 맞이해서 다시금 주목받은 축구 만화가 여러 편 있었다. 이 만화 『날아라 캡틴』이 바로 그 대표적인 만화라고 할 수 있다. 이미 1980년대 초반에 청소년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사업 등 관련 분야 전반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시킨 전력이 있었기 때문인데, 특히 이 작품은 일본의 유소년 축구 붐 조성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 작품 『날아라 캡틴』의 원제(原題)는 주인공의 이름인 “오오조라 츠바사”에서 따온 『CAPTAIN TSUBASA(캡틴 츠바사)』인데, 일본 슈에이샤(集英社)로부터 판권 계약을 한 정식 한국어 판에 등장하는 인명은 일본 이름에서 한국 이름으로, 지명은 일본의 지명에서 한국의 지명으로 번역과정에서 철저히 변경되어 있다. 따라서 한일(韓日) 양국 사이의 사회 문화적 거리감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러나는 스포츠 만화임에도 축구 경기 외적인 응원이나 선수의 가정적인 측면에서 어딘가 모르게 문화적으로 눈에 익숙하지 않은 장면을 마주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개인적인 차원의 축구에 대한 관심을 집단적인 차원으로 확대시키는 일본의 전체주의적 전통을, 미처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서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적지 않은 부담감을 지우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단행본으로 37권이나 되는 작가 요이치 타카하시의 이 작품 『날아라 캡틴』의 줄거리를 대략적으로 살펴보자면, 걸음마보다 축구공을 다루는 법을 먼저 배운 이 만화의 주인공 축구 천재 “한날개”는 태백시의 남광 초등학교로 전학을 오자마자 천재 골키퍼 노장수와 대결을 벌이게 된다. 시작부터 천재성을 마음껏 발휘한 한날개는, 이후 학교 대표로 태백시 대표를 선발하는 대회에 출전하고, 태백시 대표로 선발 된 후에는 연이어 전국 초등학교 축구대회에 출전한다. 숱한 강적들과 접전을 치른 후 우승한 그는, 브라질 축구 유학을 포기하고 남광 중학교에 진학해서 전국 중학생 축구대회 2년 연속 우승을 기록한다. 초등학교 때 보다 육체적 기술적으로 성장한 라이벌들에 맞서 한 차원 더 높은 기량을 과시하며 사상 최초로 대회 3년 연속 우승을 노리던 한날개는 타이거 슛과 타이거 태클이라는 강력한 기술을 구사하는 숙적 나영웅과 대결해서 진통제를 맞으며 인간 한계를 넘나드는 사투를 벌이지만, 경기는 동점으로 종료되고 무승부로 공동 우승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축구에 대한 애정” 하나로 뭉친 등장인물들은 프랑스 국제 주니어 선수권 대회에 한국(본래는 일본이겠지만) 대표로 출전하여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프랑스 등을 상대로 열전을 펼친 끝에 독일 주니어 대표팀과 결승에서 열전을 펼치고 한날개의 극적인 활약으로 우승한다. 이 작품은, 이처럼 시종일관 강력한 적이 등장하고 그것을 주인공이 물리치면 더욱 강력한 적이 등장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더불어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료”라는 표현에 걸맞게 라이벌들과의 치열한 경기 후엔 주인공을 중심으로 라이벌들을 포함한 더욱 강하고 완벽하며 높은 수준의 대표성을 가지는 팀으로 거듭나는 형태를 띠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구사하는 축구 기술이나 운동 능력에 대한 묘사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둘째로 치더라도, 이처럼 동네 축구 최강에서 세계 제일의 축구팀이 되기까지 점층적으로 긴장을 고조시켜 가는 구성 방식은 이전까지의 일본 스포츠 만화에서 꾸준하게 정립시켜온 흥행 코드를 집대성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어느 장르에 있어서건 이 같은 전개 방식은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는데, 예를 들자면 다소 변형되긴 했을지언정 요리를 소재로 하고 있는『미스터 초밥왕』이나 농구를 소재로 하고 있는 『슬램 덩크』같은 작품이 10여 년 이상의 세월을 뛰어 넘어 하나의 정형화된 이야기 전개방식으로서 이러한 형태를 차용하고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이런 이야기 전개 방식말고도, 이 만화의 대중적인 인기에는 프로 축구선수 이상의 개인기를 구사하며 강력한 슈팅으로 수비수와 골키퍼를 날려 버리는 ‘만화적 상상력’과 진흙 범벅이 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면서도 여느 순정만화 주인공 못지 않게 깔끔하고 잘생긴 ‘캐릭터들의 매력’이 크게 작용했는데, 이 같은 요소들 역시 이후 여러 장르에서 차용된 중요한 흥행 코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