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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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비리공무원의 고백

이 만화의 제목을 보고 필자는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해봤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러했으리라 생각한다. 구미가 당겨서 당장 사서 읽어본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제목이 뭐 저럴까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던 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아, 필자는 어땠냐고? 음… 이 자리를 빌어 고백...

2002-12-19 정모아
이 만화의 제목을 보고 필자는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해봤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러했으리라 생각한다. 구미가 당겨서 당장 사서 읽어본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제목이 뭐 저럴까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던 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아, 필자는 어땠냐고? 음…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하건데 어디서 제목만 주워 듣고는 현직 공무원과 공무원 지망생들을 위한 지침서를 엮은 만화 정도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다시 보니? 앗! 이것은 익숙한 순정만화 그림체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지침서는 최소한 아니겠군. 그다지 눈에 익은 이름의 작가가 그린 만화는 아니지만 일단 제목에서 점수 따고 들어가는 만화 [어느 비리 공무원의 고백]을 한번 펼쳐보도록 하자. 우선 귀여운 그림체가 눈에 들어온다. 그 그림체를 보면서 슬슬 기대가 된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 전개가 될 것인가? 책을 펼치면 이런 내용이 펼쳐진다. 국력이 약한 나라의 왕녀 ‘시에라’는 무시무시한 여제 ‘카를라’가 다스리는 나라로 시집을 간다. 시에라는 자신의 약혼자가 느끼하고 그것도 모자라 못생긴 남자라는 것에 놀라게 되고 이 혼약에 대해 카를라에게 항의를 한다. 이에 카를라는 시에라에게 ‘마크나크’ 산에 사는 대마법사 ‘크로히텐’에게서 궁극마법 주문을 알아오면 고국의 안전을 보장해주겠다고 말한다. 카를라의 이런 주문에 시에라는 마크나크 산으로 떠나고 그녀의 감시자인 ‘알레그로’의 구박 속에서 드디어 크로히텐을 만난다. 하지만 그냥 순순히 궁극마법을 알려주면 만화가 재미없지 않은가? 크로히텐은 궁극마법을 알려주는 것을 거부하고 시에라와 알레그로는 크로히텐에게 잘 보이고자 그 집 가사일을 하게 된다. 크로히텐의 집에서 언제까지고 있어야 할 것처럼 살고 있던 시에라는 마법의 거울을 통해서 그 공포스럽다던 카를라의 소녀 시절을 보게 되면서 여태껏 가지고 있던 카를라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된다. 이렇게 기약 없던 생활을 하던 어느 날, 크로히텐은 시에라에게 궁극마법을 알려주겠다며 그녀를 지하실로 데려가는데 이 때 카를라가 ‘바로’ 대공에게 잡혀 생명이 위험하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아니, 그런데 이런 어이없는 반전이? 시에라는 자신을 구박하던 알레그로가 바로 자신의 약혼자이며 왕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 뒤는 더 놀라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앗, 다 feel 이 꽂혀서 하나도 놀라지 않고 다 알아챘는데 필자만 몰랐던건가? 하지만 마지막으로 확실한 정보를 하나 말씀 드리자면… 유쾌한 happy ending이다. 작가 임주연은 나름대로 환타지스러운 만화를 그리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어째 이 만화를 보는 사람은 만화가 환타지답다는 생각을 하기 힘들 것 같다. 다만 환타지가 가지고 있는 정형성을 약간 벗어난 유머가 더 많이 와 닿는다. 하지만 그런 신선한 느낌의 유머가 오히려 강점이다. 그 신선함은 신인시절에 느낄 수 있는 색다른 맛일 것이다. 99년에 잡지 [이슈]를 통해서 데뷔했으니 아직까지는 풋풋한 느낌이 있다고나 할까? [어느 비리 공무원의 고백]에는 모두 8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저마다 개성이 넘치는 단편들로 가득 차 있다. 두 번까지는 아니고… 한 번쯤은 읽어볼만한 단편집이다. 문득 이 특이한 제목에 끌렸다면 주저하지 말고 한번 읽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