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블러드
개인적으로 환타지 류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세상에 너무 찌들어 세상에 없는 이야기들은 취급조차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외우기도 힘든 등장 인물들의 이름하며 비현실적인 사건들은 두통을 불러 일으키는 ‘두통약’이다. 하지만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고...
2002-12-14
정모아
개인적으로 환타지 류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세상에 너무 찌들어 세상에 없는 이야기들은 취급조차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외우기도 힘든 등장 인물들의 이름하며 비현실적인 사건들은 두통을 불러 일으키는 ‘두통약’이다. 하지만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고 했던가. 예외 없는 마음 역시 없는 법. 가끔은 스토리가 짱짱한 그런 환타지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 작품을 만나는 일은 그야말로 환타스틱하다. 바로 그런 feel이 꽂히는 만화 [레드블러드]는 마치 RPG게임을 하듯, 흥미진진한 전개와 치밀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환타지 장르의 만화다. 1994년부터 [영챔프]에 연재되어 단행본 11권으로 완결되었다. 환타지를 표방하면서도 허술한 서사 구조를 가지고 환타지 냄새만 솔솔 풍기는 그런 만화와는 확실히 차별되는 면이 보이는, 환타지다운 환타지다. 스토리의 날줄과 씨줄이 제대로 얽혀있는 치밀함, 동양과 서양이 혼합되어 있는 그림체, 그리고 복선과 복선… 과연 현실 가능한 가상의 리얼리티가 느껴진다. U.C.(Universal Century) 0031년, 제5차 세계대전으로 지구의 인구가 46%나 줄어들고, 인류는 오염된 지구를 떠나 달과 콜로니, 그리고 화성으로 이주하게 된다. 그리고 ‘지구정화계획’이란 것을 만들어 60년 후에 지구를 정화시키고 다시 인류의 35%가 지구로 다시 이주하기로 한다. 그러나 달, 화성에서 각기 살던 인류는 지구로 이주할 시기가 다가오자, 서로 좋은 영토를 차지해보겠다며 분쟁과 갈등을 일으킨다. 결국 화성이 독립을 선언하고 인류는 제6차 세계대전, 곧 제1차 우주대전을 시작한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전쟁은, 그러나 U.C. 0091년 10월 11일, 숱한 비밀과 음모를 남긴 채, 막을 내린다. 제1차 우주대전의 마지막 날, 주인공 시난과 얀은 화성군으로 전쟁을 끝내기 위해 화성군이 준비한 공격위성 ‘디케’를 달까지 호위하는 임무를 맡는다. 그런데 디케의 폭발 여파로 시난은 타임슬립으로 인해 ‘호라이’이라는 이름의 행성으로 이동된다. 호라이라는 행성에는 하나의 거대한 대륙이 있는데 그곳은 여러 국가가 대립하여 늘 전쟁 중이다. 타임슬립으로 이동된 바로 그 날, 시난은 멸망한 제국 ‘가이아’의 공주 마이를 위험에서 구해주고, 마이의 안내로 누들스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혼돈을 주도할 바로 그를… 필자 같으면 낯선 땅에서 벌써 좌절했겠지만 주인공 시난은 누들스의 쌍둥이 형인, 젯소스가 일으킨 반란으로 인해 잃어버린 나라 ‘프랏트리아’를 찾기 위한 전쟁을 돕기도 하고 그 세계에 나름대로 적응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그렇고 그런 사이 될 것 같다고 눈치챈 대로 마이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잘 엮어지고 있는데… 그러다 시난은 뜻밖에 실종되고 만다. 그 후 시난은 누들스와 젯소스의 아버지 헥토르를 만나고 충격적인 역사를 듣게 되는데… 사실 [레드블러드]는 작가 김태형이 가공해낸 역사 이야기의 중간 부분이다. 그가 만든 이야기는 모두 3부작인데 그 중 [레드블러드]는 2부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만화의 두 배 되는 시리즈가 나올 것이란 말인가? 후훗, 아마 환타지 애호가들에게는 무척 기대되는 일일 것이다. 앗! 등장 인물들의 이름만 들어도 벌써 머리가 아파서 고개를 돌리는 분은 한번만 더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환타지라면 발길 돌리는 사람들이여, 떨지마, 걱정마, 재밌을거야! [레드블러드]가 주는 재미는 여러분의 불안을 잠식시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