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오늘부터 우리는!! (애장판)

이 만화 『오늘부터 우리는』의 원 제목은『今日から俺は(=오늘부터 나는)』이다. 작가 히로유키 니시모리는 이 만화를 통해 이른바 “날라리”로 살아가는 고교생들을 묘사함으로써, 평범함을 거부하지만 삶에 대한 뚜렷한 목적 의식 또한 찾지 못한 채 극단적으로 재미만을 추구...

2002-12-20 양준용
이 만화 『오늘부터 우리는』의 원 제목은『今日から俺は(=오늘부터 나는)』이다. 작가 히로유키 니시모리는 이 만화를 통해 이른바 “날라리”로 살아가는 고교생들을 묘사함으로써, 평범함을 거부하지만 삶에 대한 뚜렷한 목적 의식 또한 찾지 못한 채 극단적으로 재미만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단행본으로 38권이나 되는 분량으로 이러한 상황을 코믹하게 풀어나가고 있으며, 비슷한 형태의 만화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하면서도 나름대로 매니아 군(群)을 구성할 정도로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훌륭한 만화이기도 하다. 주인공인 “미츠하시 다카시”는, 전학(轉學)을 기점으로 지금까지의 지나칠 만큼 평범한 생활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본래 제멋 대로인 성격과 이 세상에서 제일 튀고 싶다는 욕구가 상승효과를 일으켜 따분하고 지루한 생활과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처럼 한날 한시에 같은 학교인 사립 난파고교 1학년 A반으로 전학 온 또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미츠하시처럼 전학을 계기로 대 변신을 결심한 “이토 신지”다. 평범한 외모의 이 둘은 스릴과 서스펜스의 나날을 꿈꾸며 가장 튀어 보이는 헤어스타일을 위해 이발소를 찾게 되고, 각각 웨이브 진 금발 머리와 하늘을 향해 치솟은 삐쭉 머리를 트레이드마크로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의 콤비로 자리잡게 된다. 이들은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의 근성과 조직 폭력배 못지 않은 강인한 운동 신경으로 ‘누구와 싸워도, 몇 명이 덤벼도 그들을 이길 수 없다’는 신화를 확립하며 학교를 제압하고 도시 전체에 날라리로서의 명성을 떨치게 되는데, 특히 미츠하시는 무지막지한 비겁함을 신조로 삼고 있기에 얼마간 ‘정상적인 날라리’로 보이는 이토와의 우정을 독자들이 보기엔 상당히 언밸런스 하면서도 코믹한 방식으로 위태위태하게 유지해 나간다. 여기에 사립 베니바네 고등학교의 캡 짱을 하고 있으면서도 미츠하시의 비겁함 때문에 한번도 그를 이겨보지 못한 “이마이”와 그의 똘마니 노릇을 하고 있는 “다니가와” 콤비가 조연으로 가세하면서 이 만화는 그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방식으로 엄청나게 웃긴 코믹만화로서 자리잡게 되었다. 평범한 고교생이라면 제도적인 틀 속에서 도덕적-법적인 제약과 보호를 받으며 별다른 변화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만화 『오늘부터 우리는』에서는 평범함을 거부하고 튀는 외모와 잔꾀, 폭력과 비겁함을 무기 삼아 겨우 퇴학당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에서 모든 도덕적-제도적인 틀에 맞서 싸우는 고교생의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탈의 쾌감을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물론 학교를 배경으로 폭력이 난무하고 그 정점에서 조직 폭력배가 가끔씩 등장하는 설정이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담배와 술, 그리고 학교 폭력 같은 문제들은 일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현실의 문제이며, 현실의 독자들에게는 법과 도덕이 아니라 이 같은 문제들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현실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를 구가하며 남들로부터 주목받고 싶은 것. 이 만화는 바로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그 부작용 또한 충실하게 묘사하고 있다. 평범함이라는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른 미츠하시와 이토의 활약은 그래서 더 코믹한 것이고, 그러한 이유로 독자들은 이 만화를 보면서 행간에 숨어 있는 현실에 대한 슬픔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