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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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는 에그 스크램블

아침을 함께 한다는 것은 연인들에게 있어서 특별한 의미이다. 무…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냐고? 에이… 알면서. 여기서 아침을 함께 한다는 말은 아침을 함께 맞이한다라는 의미와 아침 식사를 함께 한다는 의미, 두 가지가 있다. 자, 어느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일까? 나는...

2002-12-05 정모아
아침을 함께 한다는 것은 연인들에게 있어서 특별한 의미이다. 무…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냐고? 에이… 알면서. 여기서 아침을 함께 한다는 말은 아침을 함께 맞이한다라는 의미와 아침 식사를 함께 한다는 의미, 두 가지가 있다. 자, 어느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일까? 나는 아침 식사를 함께 하는 일에 더 의미를 두고 싶다. 덧붙여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아침을 만들어주는 것은 말이 필요 없는 애정의 표현이다. 손수 만들어준다는 정성. 그리고 그 사람의 취향을 꿰뚫어본다는 애정과 배려. [아침식사는 에그 스크램블]은 동명의 단편이 포함되어 있는 작가 권현수의 단편 모음집이다. [아침식사는 에그 스크램블]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무슨 내용이 담겨져 있을까 궁금해 할 분들도 많으시리라. 혹시 요리 이야기가 아니냐고? 사실 먹을 거 좋아하는 필자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풋풋한 사랑을 즐겨 그리길 좋아하는 작가 권현수는 이런 오해를 가볍게 깨고 특이한 관계로 이어져버리는 남녀 관계 하나를 보여준다. 남들은 희희낙락 놀러 가기 바쁜 방학에 돈이 없어 하숙집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는 주인공 무희. 집에서는 계집애가 무슨 대학이냐고 성화인 탓에 부모님으로부터의 원조는 기대할 수 없는 상태이다. 게다가 아르바이트 하던 출판사도 도산한 상태라 돈 구경을 할 수 없는 처지. 하숙집에서 나와 힘없이 길을 걷던 그녀는 차 사고로 (실은 차에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쓰러지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뜻하지 않게 기훈과 필립이라는 두 남자가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된다. 영양실조에 방도 못 구하고 돌아다녀야만 하는 무희에게 그들이 방을 하나 내준 것이다. 미안하고도 고마운 마음에 무희는 두 남자를 위한 맛있는 아침 식사를 해주지만 기훈은 그냥 에그 스크램블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무희에게 기훈의 모습은 왠지 차가울 수 밖에. 그러나… 영양실조라 하지만 여전히 대학생다운 생기발랄함이 넘치는 무희와 좀 틱틱거리는 듯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무희에게 신경을 써주게 되는 기훈… 작품 속의 조연들이 주변에서 무희에게 또 기훈에게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하지만, 두 사람의 마음 속에 특별한 감정의 싹은 하루가 다르게 조금씩 자라난다. 여기서 질문 하나. 작품 초반에 등장한 에그 스크램블은 어디에서 다시 등장하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왜 나왔을까? 그것은 무희의 부모가 딸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자 기훈의 집에 들이닥치면서 아주 쓸모 있게 작용한다.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을 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그리고 기훈과 무희의 사이에 애정전선이 형성되었음을 모두에게 선언하는 구실로 사용되니까 말이다. 궁금하면 꼭 읽어 보시라. 10대의 소녀층을 주요 타겟으로 삼고 있는 작가의 상큼한 단편은 [아침식사는 에그 스크램블] 안에 두 가지 더 들어 있다. 한 삼수생의 사랑 이야기가 담긴 [only you], 그리고 쓸쓸한 메리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느껴지면서도 마지막에는 왠지 모를 따뜻함이 전해지는 [메리 크리스마스]가 그것이다. 두 작품 모두 아마 순간의 재미보다는 상상과 여운을 안겨주는 단편으로 기억될 것이다. 조금은 고개가 갸웃거려질 인연과 사랑의 이야기. 정말 이럴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이란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는 법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가을날의 단풍보다 더 빨리 물들어버리는 것이 사랑이니까. 바라는 것 한가지. 이왕이면 이 만화처럼 예쁘게 찾아오면 좋겠다는 것.